나와 싸워준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 P4

"싸움을 할 때 우리는 서로에게 화살을 들이민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상대가 스스로를 바라보도록 거울을 내미는 것이다.
싸움은 자기 내면에 있는 미해결 과제와
자신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드러내게 하고,
서로의 가장 여린 부분을 보듬을 기회를 주기도 한다.

모든 싸움은 사랑 이야기다." - P5

내가 싸움에 관한 책을 쓰다니 나로서도 의외이다. 싸움을 진짜 못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누가 큰소리로 뭐라고 하면 눈물부터 글썽글썽 맺히고, 주먹을 꽉 쥐고 할 말을 하려고 해도 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고, 톡 쏘는 말을 듣고서도 반격을 못하다가 몇 시간 뒤에나 답답한 가슴을 치는 일이 평생 있어왔다. 벼르고 벼르다가 큰소리를 내거나, 순간 참지 못하고 욱해서 큰소리를 낼 때도 물론 있었는데, 그럴 때는 숨고르기 없이 갑작스럽게 으르렁대거나 너무 심한 말을 하고는 바로 죄책감이 들거나 부끄러워져서 두고두고 후회하고는 했다. - P9

어른이 되어 돌이켜보니 그 허전한 감정이란 싸우지 않고 경쟁 11 하지 않는 착한 아이가 된 대신 관계의 중심에는 들어가 있지 못하는 데서 오는 느낌이었다. 한마디로 나는 싸우지도 않고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 ‘깍두기‘(깍두기란 고무줄놀이나 공기놀이 같은 놀이를 할 때 놀이에 참여는 할 수 있지만 점수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아이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수를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지만 동시에 아무런 기대도 받지 못한다. 놀이를 잘 못하는 친구나 나이가 어린 동생을 놀이에서 제외시키지 않고 ‘깍두기‘로 있는 듯 없는 듯 끼워서 같이 놀았다)가 된 것이다. - P10

바다가 가깝고 숲이 가까워서 살기로 선택한 마을에서 나는 정말 좋은 동갑내기 친구를 만났다. 어렸을 때부터 갖고 싶었던 마을 친구가 생기다니!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게 너무 기뻐서 언젠가는 친구에 대한 책을 쓰리라 생각했다. 우리가 경험한 우정에 대하여 나누고 싶었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 우정을 알기를 바랐다. 그런데 내가 우정에 대하여 깨달았다고 생각한 것은 너무나 섣부른 판단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곧 크고 작은 일들로 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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