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없어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인지할 수 있을까요? 아닐 것 같습니다. 생각과 감정은 정해진 형체가 없으니까 언어라는 그릇에 담아야 비로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슬프다, 기쁘다, 외롭다, 고맙다. 이런 말을 모른다면 슬픔, 기쁨, 외로움, 고마움과 같은 감정을 명확하게 인지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쓰는 언어는 모두 스스로 만든 게 아니라 배운 겁니다. 말로 익힌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책에서, 남이 쓴 글에서 배웠습니다. - P173

어떻습니까? 동료들의 기분을 배려하는 글쓴이의 마음이 보이나요? 제 눈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바쁘신데 번거로운 말씀 드립니다.’ ‘훈화 말씀을 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런 것은 공손하긴 하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말은 아닙니다. 번거로운 일로 부탁을 할 때는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째, 되도록 짧고 명확하게 씁니다. 둘째, 읽는 사람이 웃을 수 있도록 씁니다. 그러려면 메시지를 최대한 압축하고 유머를 집어넣어야 하겠지요. 살짝 손을 보았습니다. 조금 나아졌나요?

선생님, 부탁 하나 들어주세요. 4층 남자화장실이 지저분해요. 학생들이 세면대, 소변기, 바닥에 휴지를 버립니다. 지키고 서서 감시할 순 없죠. CCTV를 설치할 수도 없고요. 그저 담임선생님들만 믿습니다. 조례 종례 시간에 한 수 지도해 주시기를 앙망합니다. 꾸~벅. 말 못하는 화장실을 대신해서 아무개 드림. - P233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듣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글을 잘 쓸 가능성이 더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을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으며, 중요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가려낼 수 있을까요? 말하는 사람에게 최대한 감정 이입을 해서 그 사람이 하는 말의 뜻과 분위기를 헤아리려고 하는 태도가 열쇠입니다. 보고서를 쓸 때와 마찬가지인 것이죠. - P240

글쓰기는 자기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작업입니다. 장르가 무엇이든, 모든 글쓰기가 다 그렇습니다. 글쓰기는 또한 타인과 소통하는 작업입니다. 그러나 일기만큼은 예외입니다. 일기는 남과 소통하려고 쓰는 게 아니라 혼자 보려고 쓰는 겁니다. 그래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일기를 보면서 과거의 자신과 소통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일기는 어디까지나 소통보다는 자기표현을 위해 쓰는 글입니다. 따라서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고 실감나게 표현해야 잘 쓴 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245

여러분은 이 세상을 위해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이 세상에 살러 온 존재입니다. 사람마다 가지고 태어난 특성과 환경은 다르지만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의미 있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노력하고 분투하고 즐기면서, 각자 자기답게 살아가기를, 그런 삶을 누릴 기회가 여러분 모두에게 찾아들기를, 그리고 살아가면서 하는 생각과 느끼는 감정을 글로 자유롭게 표현하며 살아가기를 아버지의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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