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나는 종종 가장 감미롭고 다감하며 순수하고 힘을 북돋워 주는 교제를 자연 속의 대상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경험했는데, 그건 사람을 극도로 싫어하는 가엾은 사람이나 몹시 우울한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연 속에 살면서 평온한 감각을 유지하는 사람에게는 암담한 우울이란 있을 수 없다. 건강하고 순결한 이의 귀에는 폭풍도 이올리안의 음악 소리로 들리리라. 소박하고도 용기 있는 사람을 천박한 슬픔으로 몰아넣을 권리를 가진 것은 아무 데도 없다. 내가 계절과의 우정을 즐기는 동안 그 어떤 것도 삶을 짐스럽게 만들 수는 없으리라. 오늘 콩밭에 물을 주는 이슬비로 나는 집 안에 박혀 있었음에도 결코 따분하다거나 우울한 기분을 느끼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내게도 도움이 되었다. 비록 비 때문에 콩밭을 매지는 못했지만 그건 잡초를 뽑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만일 비가 계속 내려서 땅에 묻은 씨앗이 썩고 저지대에 심은 감자를 버리게 된다 해도, 그 비는 고지대의 풀에는 유익하며 풀에 유익하다면 내게도 좋은 것이리라. - P158
사람들은 종종 내게, "그곳에서 외로우시겠군요. 특히 눈이나 비가 오는 날과 밤이면 사람이 가까이 있었으면 하실 테죠?" 하고 말하곤 한다. 그럴 때면 이렇게 대답해 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ㅡ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라는 것도 알고 보면 우주 속의 점 하나일 뿐이오. 우리가 가진 도구로는 도무지 폭을 알 길 없는 저 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두 주민이 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서 살고 있는 것 같소? 그러니 어째서 내가 외롭다고 느껴야 하오? 우리 행성이 은하수에 있기라도 하단 말이오? 당신이 방금 던진 질문은 내가 보기엔 그다지 중요한 질문 같지 않구려. 사람을 동료로부터 고립시킴으로써 외롭게 만드는 건 대체 어떤 공간이겠소? 나는 아무리 두 다리로 애를 써봤자 두 마음이 서로 더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오. 우리가 가장 가까이 살고 싶어하는 것이 뭐겠소? 분명 많은 사람들 곁은 아닐 거요. 역이나 우체국, 술집, 공회당, 학교, 식품점, 그리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비콘 힐이나 파이브 포인츠 같은 곳도 아닐 것이오. 그보다는 버드나무가 물가에 서서 그쪽으로 뿌리를 뻗듯이 모든 경험에서 볼 때 생명을 분출하는 영구적인 원천 가까이에 있고 싶어할 거요. 그곳이 어디인가는 각자의 본성에 따라 다를 테지만,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곳에다 자신의 지하광을 팔 거요……. - P161
나는 보다 많은 시간을 혼자 지내는 일이 유익함을 알고 있다. 아무리 좋은 상대라도 함께 있으면 이내 싫증이 나고 좋아하는 감정도 식게 마련이다. 나는 홀로 있기를 좋아한다. 고독만큼 상대하기 좋은 친구를 보지 못했다. 우리는 대부분 방에 박혀 있을 때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과 섞일 때 훨씬 더 외로움을 느낀다. 생각하거나 일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 늘 혼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독은 두 사람 사이의 거리로 측정되는 것이 아니다. 하버드 대학의 북적거리는 교실에서라도 정말로 공부에 전념하는 학생이라면 사막의 탁발승만큼이나 격리된 셈이다. 농부는 하루 종일 혼자서 들이나 숲에서 김을 매거나 나무를 베며 지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데 그것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이 되어 집에 돌아온 농부는 방 안에 혼자 앉아 생각에 잠기지 못하고, ‘사람들을 볼’ 수 있고 기분전환을 할 만한 곳으로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온종일 혼자 지낸 데 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농부는 학생이 어떻게 밤이든 낮이든 집에 혼자 있으면서 권태와 우울증에 빠지지 않는 건지 의아해한다. 농부는 학생이 집 안에 있더라도 농부가 그렇듯 자신의 밭에서 일을 하고 자신의 숲에서 나무를 베고 있는 것임을, 그리고 비록 좀더 응결된 형태이긴 해도 역시 농부처럼 기분전환과 교제를 원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 P163
그의 내면에는 아주 작은 것이긴 해도 어떤 긍정적인 창의성이 엿보였으니, 나는 종종 그가 독자적으로 생각하고 자기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는 것을 관찰 끝에 알아냈다. 그런 현상은 아주 희귀한 것이어서 그것을 관찰할 수만 있다면 언제든 10마일을 걸을 용의가 있다. 그의 경우는 갖가지 사회제도를 재창조하는 경지에 이르러 있었다. 종종 주저하며 자신의 생각을 명확히 표현하지는 못했으나 그는 언제나 배후에 그럴싸한 사상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사고라는 것이 너무도 원시적이고 동물적인 삶에 묻혀 있어서, 비록 한낱 학식만 갖춘 인산의 사고보다 더 유망한 것이긴 해도 다른 사람에게 발표할 만큼 성숙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는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신분에 평생 무식한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더라도 인생의 최하층에 비범한 인물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해 주었다. 그들은 언제나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있거나, 또는 전혀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들의 생각은 비록 어둡고 탁할지 몰라도 월든 호수만큼이나 깊이를 알 수 없는 것이다. - P182
어느 날, 온순하고 지능이 모자라는 한 빈민이 나를 찾아왔는데, 나는 종종 그가 들판에서 소 떼와 그 자신이 길을 잃지 않도록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 있거나 통에 앉은 채 울타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내게 자기도 나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겸손이라는 것을 훨씬 능가하거나 아니면 한참 미달하는 극도의 단순성과 진실성을 가지고 내게 말하기를, 자신은 "지능에 결함이 있다"고 했다. 그건 그가 쓴 표현이었다. 하느님이 원래 자신을 그렇게 만들어 놓았지만, 그래도 하느님은 남들만큼 자신을 걱정해 준다고도 했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전 언제나 그랬답니다. 어렸을 때부터 말이에요. 한 번도 정신이 온전한 적이 없었어요. 다른 아이들 같지 않았죠. 전 머리에 문제가 있어요. 그건 하느님의 뜻일 테죠." 그리곤 자기 말이 맞다는 것을 입증하려는 듯이 보였다. 그는 내겐 몹시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나는 이처럼 유망한 바탕을 지닌 사람을 거의 만난 적이 없었다. 그가 한 모든 말은 너무나 소박하고 진지하고 진실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가 스스로를 낮춘 그 비율만큼이나 고귀해 보였다. 나는 처음엔 몰랐지만, 그것이야말로 현명한 처신에서 우러난 결과였다. 지능이 떨어지는 이 가엾은 친구가 마련해준 진실과 정직을 기반으로 하면 우리의 교제도 현자들 간의 교제보다 훨씬 더 나은 것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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