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면, 연주는 수많은 조상으로 사주 당사 176 자의 토대다. 그 토대가 사주 당사자와 음양이 맞으면 월주에서부터 60갑자가 순행하고 어긋나면 역행한다. 사주 당사자와 바탕이 어긋나는지 여부는 간단하게 알 수 있다. 남자는 양이니, 그 바탕인 연간이 양이면 사주 당사자와 음양이 맞아 순서대로 돌아간다. 여자는 음이니, 그 바탕인 연간이 음이면 사주 당사자와 음양이 맞아 차례대로 돌아간다. 반대로 남자의 사주에서 연간이 음이거나, 여자의 사주에서 연간이 양이면 바탕이 서로 맞지 않으니 거꾸로 돌아간다. - P175

필자가 지금까지 공부한 경험과 강의를 토대로 명리학에 꼭 필요한 핵심만을 뽑아서 논리적이고 학문적으로 설명했다. 신살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직 필자의 명리학에 대한 학문적인 역량이 모자라 이해는 물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천을귀인이니, 사주에 적용해 보면 신기할 정도로 너무 잘 맞지만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아직 논리적으로 명쾌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앞으로 연구가 더 깊이 진행되면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한 것까지 연구해서 세상에 전하겠으나 현재까지 연구된 것만으로도 사주를 어느 정도 볼 수 있다고 여겨 감히 글을 썼다.
세상에서는 명리학을 어리석은 사람들이 믿는 미신쯤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앞에서 설명했듯이 명리학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두철미하게 음양오행의 상생상극과 그 운행법칙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처럼 체계적인 명리학을 미신 취급하는 것은 미신으로 보는 181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다. 명리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그 학문적 구조를 자세히 밝혀내지 못한 것에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감히 이것으로 명리학의 모든 것을 밝혔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상과 같은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고 여겨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전하고자 하였다.
(…)
명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음양오행의 상생상극과 몇 가지 운행 법칙을 적용하여 인생을 바라보며 수행하는 학문이다. 명리를 모를 때는 타고난 기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천지의 기운에 휩쓸려 그렇게 살아간다. 그렇지만 그 기운 때문에 인생이 그렇게 요동친다는 것을 알때 비로소 조용히 내 자신을 돌아보며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그러니 명리학을 미리 길흉화복을 알아 부귀를 추구하는 세속의 잡된 술수로 봐서는 안 되고 수행을 시작하게 하는 거룩한 학문으로 봐야 한다.
이 책을 통해 명리를 익히는 독자들은 명심하길 바란다. 명리를 알면 알수록 인과응보의 고리가 아주 질기고 처절하게 얽혀 있음을 깨닫곤 한다. 그러니 명리를 통해 좋은 것을 찾아가고 나쁜 것을 피해갈 것이 아니라 그대로 받아들여 수행으로 극복해야 한다. 내 운명이 이 삶을 택했다면 그것을 아름답게 승화시켜야 다음 생에서 현재의 삶 182 을 반복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수강생들 중에 간혹 이혼한 분들이 있는데, 어느 정도 강의를 듣고 자신의 사주를 되돌아볼 능력이 생기면, 그토록 미운 배우자에게 도리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하곤 한다. 조금만 시각을 달리 보면 인생의 많은 문제가 남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 때문에 생긴 것임을 직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명리학은 젊은 시절에 익히기보다는 빨라도 인생의 희비를 다소 맛본 40대 후반 이후에 익히는 것이 좋다고 본다. 세상에는 의지를 가지고 성실하게 살아도 되지 않는 일도 많고, 어쩌다 시작한 사업이 승승장구하여 성공하는 일도 종종 있는데, 사주를 보면 이미 그렇게 판이 정해져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사주를 믿지 않는데, 역시 사주를 보면 그 구조가 사업가로 혹은 직업인으로 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으니, 부처님 손바닥에 있는 손오공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의 사주를 모두 다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100명 중에 2~3명 정도로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있으니, 더 연구해야 할 일이다. - P180

원국은 그 사람이 타고난 선천적인 특성이나 환경으로서 그 사람의 성격을 비롯하여 타고난 모든 것을 알려 주는 상징적인 부호다. 원국에 충이나 형이 많으면 성격이 까칠하여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다고 보고, 합이 많으면 다정다감하고 인간관계가 좋다고 본다. 성격 외에도 가령 재성이 식상관의 도움을 받는 형태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면 대운이 좋을 때에는 많은 돈을 벌 수 있고, 그다지 운이 좋지 않을지라도 망하지는 않는다.
원국에 있는 것은 평생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운에서 오는 것은 운이 끝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먼저 원국에 어떤 특성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국대로 살게 되는 것은 선천적으로 자신의 기질 구조에 따라 세상을 그렇게 바라보고 상황에 그렇게 대응하기 때문이다. 원국에 배우자가 병약한 구조로 있으면 그 사람은 건강한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병약한 이성에게 매력을 느끼고 구애하게 되어 있다.
이것에 대해 우리 선조들은 동기상응同氣相應이라 하여 같은 기운은 서로 호응한다고 했다. 천지는 음양오행으로 기운을 뿌리면서 흘러가고, 어느 순간 태어난 생명은 그 시점에서 오행의 기질을 받아 그것을 가지고 세상과 반응하면서 죽을 때까지 사는 것이다. - P183

흔히 <<주역>>의 건乾과 곤坤을 이용해 남자는 건, 여자는 곤으로 표시하는데, 한글로 ‘남’이나 ‘여’로 표시해도 상관없다. 공망과 천을귀인이 사주 원국에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면, 동그라미 등으로 표시하여 사주를 보는 도중에도 잊지 않도록 해 놓기 바란다. 원국에 귀인이 둘 이상 있으면 그것들에게 너무 의지해 좋지 않지만 하나 정도 있으면 그것이 육친 중 무엇이든 아주 좋게 작용한다. 언젠가 어느 지방 국립대 교수 부인이 남편 사주를 봐 달라고 해서 보니, 재가 천을귀인이었다. 그 부인이 어렵게 뒷바라지하여 교수를 만들었다고 하니, 얼마나 귀한 재인가!
사주 원국의 구조가 아주 나쁜 경우를 제외하면, 천을귀인이 있을 경우 인생에 그것이 좋은 영향을 많이 미친다. 그리고 운에서 오면 그때 해당 육친에게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니, 천을귀인은 꼭 암기해 두기 바란다. 덧붙여 말하건대, 공망은 오행으로는 작용하지만 육친으 188 로는 그 작용이 약화되는 것이다. - P187

거듭 당부하건대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아무리 편리하다 할지라도 사주를 익히는 초기에는 핸드폰에 깐 프로그램으로 사주를 뽑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는 2015년 여름까지 핸드폰으로 사주를 뽑지 않고 만세력을 살피며 사주 원리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 생각을 다시 해 보고는 했다.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이용해서 사주를 뽑을 경우, 이와 같은 과정이 생략되어 원리에 대해 고민하는 기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사주는 비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음양오행의 원리에 대해 아주 무르익을 정도로 생각하고 생각하여 저절로 터져 나오게 하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사주를 익힌 기간의 문제가 아니라 오직 그 기반이 얼마나 튼튼한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에 달려 있을 뿐이다. - P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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