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남자는 왜 여자를 극하는 구도가 되었을까? 가부장적 사회가 낳은 권력적 구도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인과로 설명하긴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신체적 차이를 가지고 해 297 석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주의 생극 관계는 신체적인 특성과 관련이 있다. 남자의 신체는 양기를 퍼내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그래서 남자는 늘 양기가 부족해서 허덕인다. 그것은 정액의 사출과도 관련이 있다. <<동의보감>>에서 아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정’(精)의 개념에도 협소한 의미에서 정액의 뜻이 있다. 그만큼 남자는 양기를 발산하면서 산다. 그래서 남자의 보약은 주로 기를 보하는 약을 쓴다. 반대로 여자는 기운을 수렴하면서 피가 잘 굳는다. 그래서 여자에게 잘 쓰는 한약에는 주로 어혈을 풀고 활혈(活血)시키는 방제를 쓴다. 감정을 비슷하게 써도 여성의 몸에서 훨씬 피가 잘 뭉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남자의 이러한 발산 기운과 여자의 수렴 기운이 만나면 화살표 방향은 자연스럽게 남자에서 여자로 향하게 된다. 생식적인 측면에서도 정자가 난자를 향해 헤엄쳐 가지 않는가.
그러면 왜 상생의 관계가 아니라 상극의 관계로 맺어진 걸까? 남자가 여자를 생하는 방향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배우자는 생물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가장 먼 존재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성과 식상은 비겁과 이웃하는 항으로 일간과 가깝다. 반면 재성과 관성은 이웃하지 않는 항으로 상대적으로 먼 곳이다. 그래서 이 자리를 사적이지 않은 업무, 조직 등에 배치하는 것이다. 먼 존재는 상극하는 관계다. 불편하지만 서로 견제하고 조절하고 균형을 맞추는 존재가 여기에 배치된다. 남자와 여자, 즉 배우자 간의 관계도 여기에 속한다. 결혼은 법적으로 성이 달라야 인정된다. 근친 혼인은 유전학적으로 문제를 발생시킨다. (…) 298 역사적으로는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나라와 혼인 관계를 맺는 일도 많다. 그 관계가 서로의 공격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혼인 제도를 빙자한 일종의 인질인 셈이다. 배우자는 타자다. 낯선 존재이고 함께 살면서 한몸처럼 지내기도 하지만 여전히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다. 그래서 부부에게는 서로 평생 손님에게 지켜야 할 환대와 배려의 의무가 있다. 또한 서로 먼 존재로서 깊이 간섭받지 않을 권리도 가지고 있다. 어쩌면 부부는 환대할 필요도 없고 서로 간섭하면서 지내는 친구 사이보다 더 멀다. - P296

그런데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즉, 연애를 하고 싶은데 두려운 것인지,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데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눈이 너무 높은 건 아닌지 등을 먼저 알아보아야 한다. 만약 연애를 하고 싶다면 우선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연애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사람을 크게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완벽한 사람을 찾으려 하는 사람은 드라마에만 빠져 300 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찾고 있는 셈이다. 그건 연애의 초보라기보다 관계의 초보라 할 수 있다. 관계는 현장과 함께 만들어지고 변형되며 새롭게 지각된다. 밥을 먹고 대화를 하고 몸을 부딪치면서 관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야 그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어떤 조건이 주어지길 바라는 사람은 이런 과정이 서툰 초보들이다. 사주는 그런 관계의 통치술의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것일 뿐이다. - P299

정관은 보수적인 남편, 편관은 역동적인 남편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천간에 있다면 그런 성향의 남자를 욕망하는 것이고, 지지에 있다면 실제 그런 남자를 만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임상적으로 이런 분류에 큰 의미는 없었다. - P300

관성이 일간(비겁)을 극하는 힘은 식상의 기운을 낳는 효과가 있다. - P302

관성이 비겁을 극하여 식상을 낳으니, 결과적으로 관성에는 식상의 활동적인 기운이 담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편관이 정관보다 더 역동적이다.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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