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한시적일망정 산으로 가야 한다. 모세도 시나이 산으로 갔고, 『포박자(抱朴子)』를 쓴 갈홍도 나부산(羅浮山)으로 들어갔으며, 주자도 무이산(武夷山)으로 갔고, 증산은 모악산(母岳山)으로 갔으며, 탄허는 오대산과 계룡산을 왕복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결국 산으로 가야 비전을 얻는다는 증거다. 산에 가면 비전뿐만 아니라 마운틴 오르가슴까지 부수적으로 얻는다. ‘마운틴 오르가슴(mountain orgasm)’이란 표현은 필자가 만들어낸 신조어다. 한국의 산에 오를 때마다 느꼈던 충만감을 나는 마운틴 오르가슴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다른 표현으로는 그 충만감과 쾌감을 적절하게 표현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 P305

한국의 백두대간은 중간마다 이름난 명산들이 많고, 그 명산들은 대개 양산이다. 한국의 양산은 화강암이 주종을 이룬다. 바위 중에서도 강도가 강한 바위가 화강암이다. 서예에서 말하는 필체나 산수화에서 골기(骨氣)라고 말할 때, 그 골기는 화강암에서 방출되는 기를 이야기한다. 한국의 백두대간에서 영성과 관계되는 산들은 양산이고, 그 양산들은 대부분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산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화강암에서 나오는 지기는 사암(砂岩)이나 현무암 등 다른 바위에서 방사되는 지기보다 월등히 강하다. 다른 나라의 바위보다는 강하다는 뜻이다. 아울러 화강암이 노출된 산을 등산할 때 건강과 영성의 부분도 비례해서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 P312

나는 아파트에 있다가 계룡산에 가기만 하면 골치가 띵할 정도로 에너지가 강하게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마치 자전거 튜브에 바람 넣는 것과 같다. 그 지기가 몸속으로 들어가면 나와 대자연의 리듬이 같은 박자로 돌아간다. 산과 내가 서로 어울릴 때 개인의 욕망과 에고가 녹아들면서 비전을 얻게 되는 것이다. 바위가 주는 강력한 에너지가 없이는 에고를 녹이기가 힘들다. 철이 들어서 보니까 계룡산은 이러한 작업을 하기에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 P313

소리 다음으로 물이 지니는 수행적 의미는 차가움이다. 물은 차다. 따라서 불이 많은 사람은 물을 만나야 화기가 내려간다. 물을 만나야 332 수승화강(水昇火降)이 이루어진다. 아랫배에 함축되어 있는 물기운은 머리 위로 올라가고, 머리의 불기운은 아랫배로 내려간다. 수승화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사람은 무병장수한다. 병이 생기는 주된 이유가 스트레스이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에 열이 난다. 머리에 열나는 증상은 대부분 신경을 많이 쓰는 정신노동자들의 병이다. 머리의 열을 어떻게 식힐 것인가. 가장 좋은 방법은 폭포 밑에 앉아 정수리에 폭포수가 떨어지게 하는 방법이다.
무협지를 읽다 보면 도사들이 폭포 물을 머리에 받으면서 앉아 있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이 때문이다. 화기를 내리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물론 폭포소리에 잡념을 없애는 효과도 누리면서. 특히 다혈질의 ‘열-고’ 잘하는 체질들은 폭포수행이 필수적이다. 다혈질일수록 불기운이 많게 마련이다. 사주팔자에서 여름에 태어나고, 일간이 병화(丙火)인 사람들은 불이 많아서 폭포를 찾아야 수행이 된다. 아니면 저수지라도 옆에 있는 것이 좋다. 금강산의 만폭동이 유명한 이유는 경치도 경치지만, 역대 열 체질의 도인들이 폭포수행을 하던 장소로 유명했다.
여름에 비가 왔을 때 만폭동에 들어서기만 해도 그 시원한 폭포소리에 화기가 내려가곤 했다는 체험담을 노스님들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그 폭포들마다 좌선하는 수행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던 곳이 금강산의 만폭동이다. 꿩 대신 닭이라고 폭포에 가지 못하면 계곡에라도 가야 한다. 열-고 체질들은 등산할 때에도 계곡을 통해서 올라가는 방법이 정신수양에 효과적이다. 계곡에 내포되어 있는 수 기운을 335 받으면서 등산을 하면 머리가 훨씬 상쾌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그러나 내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이 방법을 권하고 싶지 않다.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여자들은 음기가 많아 계곡을 타고 등산하면 별로 영양가가 없다. 대신 산 능선을 타고 등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리산 칠선계곡 30리는 쉽게 열 받는 화 체질들이 수시로 애용해야 할 코스로 추천하고 싶다. 누구를 때려죽이고 싶은 감정이 들 때는 칠선계곡을 한번 올라가보시라. 20리만 올라가도 틀림없이 효과를 본다.
등산 못하는 사람은 목욕탕에 가서 천장에서 냉수 떨어지는 파이프 밑에라도 앉아 있어야 한다. 천장에서 강하게 떨어지는 냉수를 10분 정도라도 정수리에 맞고 나면 얼얼하면서 시원하다. 옛 사람들은 폭포에 직접 가지 못할 경우 폭포관(瀑布觀)을 했다. 자신이 폭포에 앉아 있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아니면 방 안에다 물줄기가 세차게 쏟아지는 폭포 그림을 그려놓고 자신이 그 아래 앉아 있다고 상상했다. - P331

이걸 보면 화 체질은 금이 재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화는 금을 녹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사주에 화가 많은 사람은 몸에 쇠붙이를 붙이고 다니면 좋다. 금반지, 팔찌, 기타 금속성 장신구도 좋다고 본다. - P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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