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설해버려야 속이 시원해지는 화체(火體)의 기질. 화체의 성격은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좋게 말하면 머리가 명석하고 투명한 성격이지만 세간생활에서는 그것이 본인에게 불이익으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참고로 고스톱을 칠 때 고돌이 원단이 표에 들어오면 곧바로 얼굴 표정에 그 설렘이 반영되는 체질이라고 보면 쉽다. 화체는 도박에서 좀처럼 돈을 따기 어려운 체질이기도 하다. - P196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것. 그것이 최고의 통찰이다. 점의 궁극적 관심은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통찰에 있다. 자기를 통찰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신탁이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런데 많은 술객 도사들이 빠지는 함정이 이 통찰의 부족이다. 다른 사람 점은 잘 보아주는데 정작 자신의 점은 보지 못한다. 그래서 뻔한 함정에 빠지 210 곤 한다. 이 약점을 방지하기 위해 술사들은 크로스 체크를 하기도 한다. 서로 상대방의 팔자를 보아주는 방법이다. 인간은 상대방의 눈에 든 티끌은 밝게 보지만 자신의 대들보 같은 허물은 못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너 자신을 알라’는 고난도의 고행을 겪어야만 얻어지는 경지이지 함부로 얻을 수 있는 급수가 아니다. 박 도사가 말년에 빠졌던 함정도 바로 자기 자신을 몰랐다는 사실이다.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천하의 박 도사도 자기를 아는 데는 실패했다. 자기를 안다고 장담할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다. 그래서 계율과 스승이 필요하다. 스스로 계율에 의지해 자신을 점검해보고, 스승으로부터 끊임없는 경책을 받아야만 스스로 반성할 수 있다. 박 도사의 일생을 보면서 왠지 델포이 신전의 기둥이 자꾸 생각난다. ‘너 자신을 알라’를 음미하면서 불교의 ‘나는 없다’라는 무아(無我)의 법문을 연상하는 것은 현학적인 취미인가. - P209

인(寅) 호랑이
공경하고 경의를 표시하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로, 초목이 땅속에서 쭉 성장해 시기를 기다리는 상태다. 고대 중국인이 공경하며 두려워했던 동물은 백수의 제왕인 호랑이(중국에는 사자가 없었다)였으므로, 호랑이에게 인을 배당했다. - P234

조선시대 선비들이 홀로 있으면서 자신을 들여다보았던 수련이 신독이다. 아니면 선(禪)이나 기도를 해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해서 얼굴을 좀 더 맑게 다듬었으면 좋겠다. 시라소니는 아무 때나 사냥할 일이 아니고 필요할 때만 공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 P273

탄허도 오대산으로 들어가지 않았으면 아마 6.25 때 좌익을 하다가 총 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 주변의 연배들이 그렇게 죽은 사람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주역』이나 마르크시즘이나 세상을 바꾸는 교과서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단 방법이 다를 뿐이다. 전자는 미신적(?) 방법이고, 후자는 과학적 방법이라고 주장했지만, 세월을 지내놓고 보니까 무엇이 정답이라고 단정하기가 어렵다. 1980년대에 적극적으로 운동권에 가담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1990년대 들어와 입산수도로 방향을 돌린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서도 이는 드러난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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