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기인.달사들과 만남을 가지면서 제산은 어느새 영기(靈氣)가 계발되었던 것 같다. 대체로 머리 좋은 사람들은 영기 즉 직관력이 부족한 수가 많다. 분석적이기 때문이다. 매사를 하나하나 논리적으로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은 영기가 쇠퇴한다. 마치 모래시계의 양면과 같아서 논리가 강하면 반대쪽 사이드인 직관 쪽은 기능이 퇴화되게 마련이다. 반대로 직관이 강하면 논리가 약해진다.
필자가 많은 도사들을 만나본 경험에 따르면 산에서 ‘기도발’이 잘 받는 사람은 성격이 단순해 깐깐하게 따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쉽게 상대방의 말을 받아들인다. 반대로 대학에서 논문 많이 쓰는 교수들을 만나보면 논리적이기는 한데 시원하게 터진 맛이 없다. 물증(物證)만 중시하고 심증(心證)은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답답하다. 기도만 많이 하고 학문을 하지 않으면 부황(浮黃)해지기 쉽고, 반대로 학문만 하고 기도하지 않으면 성품이 속되게 변한다. 그래서 조선 중기의 서산대사(西山大師)는 ‘사교입선(捨敎入禪)’을 강조했다. 학문을 어느 정도 연마했으면 마직막에는 이를 버 155 리고 선정(禪定)에 들어가는 것이 순서라는 말이다. - P154

도가의 경전인 『음부경(陰府經)』을 보면 ‘은생어해 해생어은(恩生於害 害生於恩)’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원수에게서 은혜가 나오고, 은인으로부터 원수가 나온다는 뜻이다. 은인이 원수 되고 원수가 은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 P157

백운산 들어가는 계곡 옆에는 백운사라고 하는 허름한 절이 있다. 179 보기에는 허름하지만 이 절은 계곡의 물소리가 아주 좋다. 커다란 바위절벽 옆에 붙어 있는 이 절은 경내를 감싸고 흐르는 물소리가 아주 일품이다. 특히 춘수만사택(春水滿四澤)의 계절인 봄이 되면 물소리가 나그네의 마음을 붙잡는다. 왜냐하면 번뇌를 없애는 데는 계곡의 물소리가 가장 특효약이기 때문이다. 화창한 봄날 노란 산수유가 만발한 계곡에서 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만 가지 시름이 모두 사라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수도라고 하는 것은 결국 의식의 집중이다. 문제는 어디에 집중할 것인가이다. 화두에 집중할 것인가, 염불에 집중할 것인가.
『능엄경』에서는 물소리에 집중할 것을 권하고 있다. 물소리에 대한 집중이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소리에 집중하는 수행법이 바로 청각을 이용한 이근원통(耳根圓通)이다. 관음보살이 수행해서 효과를 본 수행법이 이근원통이다. - P178

기독교인들이 예배할 때 외우는 ‘주기도문’도 필자가 보기에는 주문의 일종이다. 신비주의를 거부하는 유교에서도 『서경(書經)』 서문이 주문의 대용품 역할을 한다. 그런가 하면 ‘옴-마-니-반-메-훔’의 여섯 글자가 전부인 육자대명진언(六字大明眞言)도 유명한 주문으 184 로, 산동네인 티베트에서 발효된 특유의 영성이 물씬 풍겨나오는 주문이다. 1992년에 베트남 출신의 세계적 종교지도자 칭하이(靑海)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필자는 부산 KBS 홀에서 처음 그녀를 상면했는데, 그가 대중들에게 보여주었던 수행 방법도 역시 인도.히말라야의 신들을 부르는 5단계 주문이었다. - P183

겪어본 사람들의 체험담에 따르면 박 도사는 입이 근질근질해서 도저히 말을 하지 않고는 배겨나지 못했다고 한다. 거기서 함구하고 스톱하는 자제력을 갖추기는 웬만한 인내심 갖고는 어림없다고 한다. 십중팔구는 나가서 떠들게 마련이다. 고스톱의 핵심도 고와 스톱을 시중(時中)에 맞게 판단하는 것이지만, 인생사 전체도 따지고 보면 고와 스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길흉이 결판난다. 조용헌이만 보아도 조금 아는 것 가지고 이렇게 떠들고 있지 않은가!
특히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그만 감동해 천기를 누설하는 경향이 많다. 박 도사도 어려운 상황일 때 자기에게 도움을 준 장덕진 장관의 요청을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삼국지』의 제갈공명도 천하대사 운운하는 유비의 꾐에 넘어가지 않았더라면 재야에서 조용히 수도해서 틀림없이 신선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 중기의 토정 선생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잠언을 남긴 것 아닌가 싶다.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친다’는 말도 있지만,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잠언도 있다 195 는 것을 독자들은 염두에 두기 바란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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