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토의 ‘철학의 길’도 걸어보았다. 난젠지(南禪寺)에서 시작되는 이 길은 하천 옆을 따라 2.5킬로미터 정도 된다. 일본의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가 사랑한 길이다. 과연 사색의 길이었다. 서양 철학을 바탕으로 동아시아 고유의 철학 이론을 세우려 한 이른바 교 109 토학파(京都學派)가 이 길을 걸으면서 탄생되었다. 걷기는 철학자의 생각의 도구이다.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학파인 소요(逍遙)학파도 ‘걷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철학자 루소는 "나는 걸을 때만 생각한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춘다."고 했다. - P108

고전을 읽고 나면 자기가 좋아하는 문구가 한두 구절은 머릿속에 남아야 한다. 머릿속에 한 구절도 안 남아 있으면 헛 읽은 셈이다. 《맹자》를 읽고 나서 내 머릿속에 남은 문구는 ‘궁즉독선기신 통즉겸선천하’였다. 궁할 때는 혼자 수양하는 데 집중하고, 통할 때는 세상에 나가 좋은 일을 한다는 의미다. 궁할 때라는 것은 세상사 풍파로 인해서 깡통 찰 때다. 깡통 찼을 때 비관하지 말고 홀로 도 닦고 자기 수양하는 기회로 여기라는 말이다. - P111

‘인걸은 지령이다.’ 풍수라는 말을 기록에 처음으로 남긴 중국 동진의 곽박이 한 말이다. 한자문화권에서 적어도 5,000년이라는 세월의 임상실험 끝에 정립된 이치이다. 몇 년 사이에 ‘인걸’과 ‘지령’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란 어렵다. 이는 실험실에서 몇 주 사이에 나오는 임상 데이터가 아닌 것이다. 적어도 수백 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야 이 양자의 함수관계를 깨닫게 된다. - P163

물을 바라보면 욕심이 사라지고 마음이 가라앉아서 지혜가 생긴다. 또 인간을 이완시키는 효과가 있다.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물 옆에서 살아야 한다. 머릿속에서 타는 불을 식혀주기 때문이다. 물에는 바닷물이나 호수 물도 있지만 완만하게 흐르는 강물을 우리 조상들은 좋아했다. 특히 강물 위에 넓적한 바위가 있으면 그 바위에 걸터앉아서 강물에 발을 담그고 바라보는 것이 좋다. - P203

워딩은 단어의 신중한 선택과 정제 작업이다. 한국 사회가 앵그리Angry 사회가 되었다. 정제되지 않은 생각이 분노와 욕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로 인한 상처와 화, 우울감이 가득하다. 상대방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축사’의 워딩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 - P2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