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의 음양으로는 양적이지만 오행적으로는 음적인 사주는 예를 들어 어떤 일을 할 때 매우 빠르고 동적으로 현장에 적응하는 편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음적인 금수의 성향으로 인해 조용해지고 정적인 태도로 바뀐다. 간지의 음양으로는 음적이지만 오행적으로 양적인 사주는 현장에선 좀 느리고 조용한 편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목화의 역동적인 성향이 드러나면서 거침없고 빠른 태도로 변한다. - P95

같은 오행이 이렇게 많은 점수를 차지할 때는 이 기운을 좀 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오행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불균형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음양오행은 순환과 흐름의 유동성을 어떻게 확보하는가에 따라 길흉을 따진다. 부족한 것보다 넘치는 것이 더 문제다. 이 해당 오행은 평생의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 P100

화의 열정은 적극적으로 현장을 지배하려고 하며 그 욕망의 실현을 위해 에너지를 강렬하게 사용한다. 그런 양기의 발산력 때문에 다른 오행보다 열정이 더 드러나 보이는 것이다. 열정이 대체로 목화 기운에서 발산되는 에너지로 상징되는 것도 양적(陽的) 발산 때문이다. 그런데 열정은 말 그대로 애정을 불태워 열을 발산하는 일이다. 열기는 위로 올라가 자신감을 고양시키고 좀더 항진되면 다혈질적인 성격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그것은 몸 안의 정기를 태워서 생기는 에너지이므로, 열정은 늘 기운의 소모를 불러온다. 그래서일까. 화기운이 강한 사람은 찐하게 불태워 일하고 나서 픽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 양적으로 항진되면, 그 발화가 강렬할수록 시간 감각이 무너지고 음적인 수렴과 통찰력이 약해진다. 그래서 속도와 강도를 잘 제어하지 못하고 체력이 다하도록 밀어붙이는 것이다. - P114

하지만 분별하고 개념화하려는 시도들은 자칫 강압적이고 배타적인 계몽의 덫에 걸리기 쉽다. 분류는 매우 자의적인 것이다. 그 중에서 계절과 밤낮 등 자연현상과 같은 과학적 분절은 비교적 주관적 편견이 들어갈 여지가 적다. 그러나 선과 악, 좌파와 우파, 로맨스와 불륜을 나누는 것은 객관적 타당성을 가지기 힘들다. 푸코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는 ‘분할과 배척’의 원리가 존재한다. 자의적인 분류가 권력을 가지면 그 분류에 따라 윤리와 상식이 한정되고, 기준에 합당한 담론 외에는 배척된다. 화의 속성은 이런 딜레마에 빠질 우려가 있다. 화기운이 강한 사람은 명쾌하게 분류하고 분류된 공식을 당당하게 지켜 낸다. 하지만 그 경계를 신앙적으로 고착화시키면 자칫 경솔하고 교만한 정답(?)을 습관처럼 남발할 수 있다. 이런 행동을 사람들이 좋아할 리 없다. 결국 관계가 틀어지고 상처만 남는다.

예(禮)를 화의 속성으로 해석할 때에도 그러한 이중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공자는 제후들이 무력을 바탕으로 왕을 자칭하고 나섰던 대혼란기를 무도(無道)의 세계라고 규정하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仁)을 내면적 근거로, 예를 형식적 질서로 삼았다. 여기서 예라는 덕목은 혼란과 갈등의 어둠을 밝혀 줄 하나의 빛이다. 그러나 다 116 른 제가(諸家)들이 유가를 비판할 때 반드시 근거로 들었던 것도 바로 ‘예’이다. 예컨대 묵가는 유가의 상례(喪禮) 문화가 죽은 사람을 위하여 산 사람의 활동을 해치는 유해한 풍습이라고 비난하며, 가벼운 장례를 장려했다. 이처럼 예는 질서와 인습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화의 속성도 이와 비슷하다. 화기운이 강한 사람은 대체로 사람들을 잘 환대한다. 모르는 사람에게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예를 잘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자기 안의 질서에 들어오지 않았을 때 환대는 끝난다. 레비나스는 초대한 손님만 받아들이는 것은 환대가 아니라고 했다. 조건적 환대는 타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동일성의 연장일 뿐, 거기에는 타자도 환대도 없다는 것이다. 화기운은 빛을 닮았기 때문에 넓게 받아들일 수 있는 미덕도 지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수용의 과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려 자기의 질서 안으로 편입시키거나 배제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그래서 화기운이 강한 사람은 두루 친하지만 정작 서로에게 스며들어 마음을 나눌 상대는 없는 경우가 많다. 자기 안의 질서와 윤리의 매뉴얼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바로 예가 묵은 풍습으로 변하는 경우이며, 타자에게 자기 동일성을 요구하는 일이다. 그것을 환대라 할 수는 없다. - P115

사주에 화기가 강하다는 것은 이런 양기의 활동력이 강렬하다는 뜻이고, 그런 강렬함은 일, 즉 사회적인 활동에 유리하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일할 기회가 많아지고, 관계와 활동 영역이 확대되며, 배짱도 생긴다.
또 활동이 많아질수록 체력은 빨리 고갈된다. 그러니 양적으로 팽창하는 만큼 음적인 수렴력은 떨어지게 된다. 마무리가 미흡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무리는 체력의 집약적 사용과 깊은 사고가 동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화기운을 강렬하게 쓰면 빨리 지치고 사고가 단층적이 된다. 깊은 사고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마무리도 깔끔하지 않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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