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9-50 여러 가지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과학자와 고급 기술 인력의 거의 반이 무기 생산과 관련된 직종에서 전일제 또는 시간제로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대량 살상용 무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최상의 임금을 받고 여러 가지의 특권을 즐기며 떄로는 해당 분야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까지 누린다. 그런데다가 이 회사들의 고용 구조가 종업원들로 하여금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않도록 짜여져 있다. 이 점이 무기 개발이 지속될 수 있는 하나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하겠다. 군수 산업의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구)소련에서도 무기 개발이 그렇게 터무니없이 긴 세월 동안 지속될 수 있었다. 무기 개발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익명이 보장되고 철저히 외부로부터 보호를 받는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들 중에서 군사 영역만이 그 조직이 가진 특수한 비밀성 때문에 시민의 감시가 미치기 가장 어려운 성역으로 남아 있다. 그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통 알 수가 없는데, 어떻게 시민들이 그들의 숨어서 하는 활동을 멈추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군수 산업체들은 종사자들에게 타 분야에 비해 월등한 보상을 주고 서로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으스스한 결속으로 끼리끼리 끌어안고 산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인류 생존에 반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떠밀리어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 P649

652-3 전세계적 규모의 핵전쟁이 일어난 적이 아직 없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전면 핵전쟁이 결코 일어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잘못 해석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보게 된다. 전면 핵전쟁은 단 한 번밖에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한 번으로 모든 게 끝이 난다. 그때 가서 통계 분석을 다시 해 봤자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P652

654-6 포유동물들은 서로 코를 비비고 끌어안고 애무하고 입을 맞추고 얼싸안고 서로 쓰다듬으며 자식을 사랑하는 등의 특별한 행동 양식을 보인다. 그런데 파충류에게서는 이런 행동을 찾아볼 수 없다. 우리 머릿속에서 R-영역과 변연계가 휴전 상태의 불안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아직도 종종 태곳적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는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포유동물의 어미와 새끼의 관계를 보자. 어미가 새끼에게 보이는 애정 표현은 포유동물의 본성을 자극하여 변연계의 활동을 도울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접촉을 통한 애정 표현이 결여된 상황에서는 파충류의 행동 양식이 권장될 것이다. 이러한 추리를 가능케 하는 증거가 있다. 해리 할로와 마거릿 할로 부부가 수행한 원숭이 실험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동료 원숭이를 바라볼 수 있고 그들의 냄새와 소리도 맡고 들을 수 있지만, 피부 접촉은 금지된 우리에 가둬 키운 원숭이들은 우울하고 자폐적이며 자기 파괴적 성향을 보였으며 여러 가지 비정상적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보호 시설에서 육체적 접촉 없이 자란 어린이들에게도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성향의 행동을 볼 수 있다. 피부 접촉의 단절에서 겪게 되는 애정 결핍은 사람에게 깊은 고통을 안겨 준다. - P654

656-7 신경심리학자 제임스 프레스콧이 산업화 이전 단계에 있는 400여 개의 사회를 선정하여 그 문화들을 상호 비교하는 통계 분석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유아기에 피부 접촉을 통한 애정 표현이 발달된 문화일수록 폭력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피부 접촉 문화가 발달하지 않는 사회에서 자란 어린이들이라고 하더라도, 성생활이 크게 제약받지 않는 사회에서는 이들 역시 성인이 됐을 때 폭력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레스콧의 주장에 따르면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사회들은 주로 육체적 쾌락을 박탈당한 사람들로 구성된다고 한다. 인생의 결정적 두 단계인 유아기 또는 성인기 중에서 어느 한 시기에라도 피부 접촉을 통한 사랑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폭력 성향으로 기울게 된다는 것이다. 피부 접촉을 권장하는 사회에서는 절도라든가 광신적인 종교 조직 등을 볼 수 없고, 부의 지나친 과시로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와 대조적으로 유아 체벌이 성행하는 사회에서는 노예 제도, 잦은 살인 고문, 심지어는 원수의 수족을 절단하는 행위 등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여성 학대가 극심하고, 하나 또는 여러 가지의 초자연적 존재가 개인의 일상을 간섭한다고 철저히 믿는다.
인간 행위에 대한 오늘날의 이해는 피부 접촉의 많고 적음이 어떻게 폭력성의 발현과 그런 상관관계를 갖게 됐는지 아직 속 시원하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그렇지만 추측은 가능하다. 프레스콧의 연구 결과는 둘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증언하고 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유아기에 피부 접촉이 빈번하고 결혼 전에 성관계가 인정되는 사회가 폭력 성향의 사회가 될 상대 빈도는 2퍼센트이다. 이러한 빈도의 발생이 우연의 소산일 확률은 1:125,000이다. 나는 아직 이와 같이 정확한 예측을 가능케 하는 표현 변수를 본 적이 없다." 사람은 어렸을 때는 피부 접촉에 목말라 하고 다 자라서는 성적 접촉을 갈망하게 마련인 모양이다. 아이들이 그렇게 목말라 하는 피부 접촉을 누리면서 자랄 수 있다면, 그들은 공격성, 지역성, 지나친 의식 행위,사회 계층 간의 갈등 등에서 초래되는 인간의 야만성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들도 자라는 과정에서 앞에서 열거한 야만성을 경험하게 되겠지만, 그들이 이룩하는 사회는 파충류의 두뇌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일 것이다. 프레스콧의 연구 결과가 옳다면 핵무기와 피임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어린이 학대, 성생활의 심한 억압 등은 인류의 평화를 해치는 죄악이다.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신의 아이를 자주 껴안아 주라. - P656

664-6 현대 과학의 씨앗이 이미 알렉산드리아에서 뿌려졌음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그 씨앗이 깊게 뿌리를 내려 큰 나무로 일찍 성장할 수 없었을까? 왜 서구 문화는 그 후 1,000년이나 지속된 암흑 시대라는 혼수상태에 빠져들게 됐을까? 암흑시대는 콜럼버스, 코페르니쿠스 그리고 그들의 동시대인들에 의해서 결국 최후를 맞는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이미 이룩했던 것들이 이 무렵에 와서 재발견되고는 했다. 앞에서 던진 질문에 나는 간단히 답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히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융성하던 전 시기를 통하여 과학자들이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주장이나 가정에 도전했다는 기록이 단 한 건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별의 영구 불변성은 의심했지만, 노예 제도의 정당성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러므로 과학적 발견과 과학 지식은 일부 기득권층만의 소유물로 남아 있었다. 그 위대한 도서관 안에서 벌어지던 새로운 발견들이 일반 대중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새로운 발견은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고 아무도 발견의 내용과 의미를 대중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다. 그러므로 연구 결과가 대중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되지 못했다. 기계와 증기 공학의 발견들은 오로지 무기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이용되거나, 아니면 왕의 흥미를 자극하고 미신을 부추기는 데에 쓰였을 뿐이다. 과학자들은 기계가 언젠가는 사람을 노예의 상태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유일한 예외가 아르키메데스였다. 그가 알렉산드리아에 머무는 동안에 물 나사water screw를 발명했는데, 이것은 아직도 이집트에서 경작지에 물을 대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르키메데스도 기계 장치가 과학 자체의 위대성에 비하여 별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대에 이루어진 위대한 업적들의 거의 대부분이 실제로 응용되지 못하고 잊혀졌다. 이렇게 됨으로써 과학은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지 못했다. 지적 발전의 정체, 비관주의의 확산, 신비주의에의 비참한 굴복 등에 길항할 수 있었던 그 어떤 기제도 없었던 것이다. 결국 폭도들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불을 지르고 소장품과 장서를 약탈해 갔지만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P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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