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9 외계 행성에 사는 지적 생물의 생김새가 지구인을 닮았을 가능성은 거의 0이라고 나는 믿는다. 지구의 경우를 보건대 유전적 다양성은 일련의 우발적 사건들에 따라서 결정된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 유전자들의 선택 과정도 따지고 보면 우연성을 동반하는 환경적 요인들에 따라 좌우된다. 그렇다면 외계 행성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우발적 사건들과 그곳 환경을 지배하는 우연적 요인들이 어떻게 지구에서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내가 외계인과 지구인의 외형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론적 근거이다. 형태는 비록 우리와 다를지라도 지적 생명 자체는 분명 외계에 존재할 것이다. 그들 역시 뉴런의 역할을 하는 일종의 스위치 소자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뉴런이 작동하는 원리는 우리의 뉴런과 다를 수 있다. 우리의 뉴런은 상온에서 작동하는 유기체로 돼 있지만 그들의 ‘뉴런‘은 아주 낮은 온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소자일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그들은 우리보다 1000만 배나 더 빠른 속도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외계인의 ‘뉴런‘은 물리적으로 서로 붙어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뉴런과 뉴런이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더라도 전파 신호를 통한 상호 교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적 개체 하나가 여러 개의 유기체에 분산돼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멀리 떨어져 있는 자기 분신들이 전파 교신을 통해 서로를 연결하여 하나의 총체적 개체를 이루는 일이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지구상에서 실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이산적 존재를 가능케 하는 매체가 반드시 유기체일 필요도 없다. 심지어 행성 여러 개에 분산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총체적 지적 자아가 하나의 개체로 존재하고, 그 자아가 자기의 분신들을 사방에 흩어 놓는 방식으로 존재할 수 있다. 이때 분신 하나하나는 총체적 자아와 전파를 이용하여 정보와 생각을 교환함으로써 총체성 유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P568
570 만약 우리가 그들과 접촉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들 머릿속에는 우리에게 매우 흥미로운 지식과 정보가 많이 들어 있을 것이다. 반대의 상황도 상상할 수 있다. 내 생각에는 외계 생물들도 ㅡ비록 그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진화된 존재라고 하더라도ㅡ 우리에게 큰 흥미를 가질 것임에 틀림이 없다. 지구인들은 무엇을 알고 있고 어떻게 생각하고 그들의 두뇌는 어떤 구조이며 진화해 온 과정과 미래는 어떤 것일까 하고 그들 자신도 우리에 대하여 많은 것을 궁금해 할 것이다. - P570
577 결국 우리는 지구라는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물질 진화의 산물이다. 150억 년의 긴 세월을 거쳐 결국 물질은 의식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의식의 산물인 지능은 인간에게 무서운 능력을 부여했다. 인간이 자기 파멸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갖춘 현명한 존재라고 아직은 확신할 수 없지만 많은 이들이 이러한 파국을 피하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우주적 시간 척도에서 볼 때 지극히 짧은 시간이겠지만 우리는 어서 지구를 모든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하나의 공동체로 바꿔야 한다. 그리하여 지구상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한편, 외계 문명과의 교신을 이룩함으로써 지구 문명도 은하 문명권의 어엿한 구성원이 돼야 할 것이다. - P577
581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이 광막하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현재 이들의 항해 속도는 꿈 속의 달리기와 같이 한량없이 느린 편일 것이다. - P581
581 은하수 은하에는 지구보다 나이가 수백만 년 더 된 행성들이 틀림없이 많이 있을 것이다. 지구보다 심지어 수십억 년 이상 나이를 먹은 행성들도 상당수에 이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지구가 이 행성들에서 온 여행객의 방문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어떻게 단언할 수 있겠는가? 지구가 태어난 지 벌써 수십억 년이 지났다. 그동안 외계 문명권으로부터의 지구 방문이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믿기에는 지구의 나이 45억 년은 너무 길다. - P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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