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그렇다면 막다른 골목이 아닌, 우리를 무한한 잠재력의 세계로 이끌 열린 통로는 과연 무엇일까? ‘이 모든 것들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존재의 신비에 대해 지금 우리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고대인들이 제시한 해답을 포함해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사실들을 종합해 봐도, 우리는 아직 그 대답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하지만 바로 이 사실을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열린 통로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런 마음 자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게 해줄 새로운 사상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설령 우리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지금 알고 있지 않더라도 말이다. - P52

53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시대들을 떠올려 보면, 하나같이 사람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절대적인 신념과 지나친 독단주의에 빠져있을 때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 나머지, 다른 사람들 또한 자신들과 같은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고는 그들의 믿음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명백히 모순되는 행동을 하곤 했다. - P53

53 지난번 강연에서도 언급했지만, 오늘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난 역사 속에서 여러 번 경험했듯이 우리는 매우 무지하며 우리가 가진 모든 해답은 불확실하다는 사실이다. 이를 인정할 때 인류는 ‘이 모든 것들의 의미‘를 향해 계속 뻗어 나갈 수 있는 열린 통로를 만날 수 있게 된다. 나는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올바른 도덕적 가치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 우리가 아직 그 해답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 P53

61 무신론자인 나와 과학자 동료들을 (모든 과학자들이 다 무신론자는 아니다) 신을 믿는 동료들과 비교해 봤을 때 특별히 다른 행동을 한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도덕적 감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 인간성과 같은 문제들은 종교인이나 비종교인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우주가 운행되는 원리와 도덕적 가치관 사이에는 일종의 독립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 P61

61-2 실제로 과학은 종교와 관련이 깊은 사상이나 주장에 영향을 미치지만(우주 탄생의 기원이라든가 진화론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옮긴이), 종교의 도덕적 가치관에 대해서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나는 믿는다. 종교는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고, 온갖 종류의 질문들에 친절히 답을 해 준다. 그중에서도 종교가 가지는 세 가지 측면을 특별히 강조하고 싶다.
첫째, 종교는 우리에게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과연 무엇이며 그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또 인간은 어떤 존재이고 신은 누구인지, 신의 성격은 어떠한지 등에 대해 알려준다. 이것을 종교의 형이상학적 측면이라고 부르겠다.
두 번째로는, 종교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종교적인 의식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인 가치관에서 일반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 준다는 얘기다. 이를 종교의 도덕적인 측면이라고 부르겠다.
끝으로, 종교는 선한 행동을 하도록 감화inspiration시킨다. 사람들은 나약하다. 옳은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양심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심지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종교의 감화가 필요하다. 종교의 가장 강력한 측면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감화적인 기능이다. 덧붙여 종교는 예술을 포함해 다른 많은 인간 활동에도 감화와 영감을 제공한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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