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8-9 목성 주변에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매우 위험한 고에너지의 하전 입자들이 두껍게 둘러싸고 있다. 목성과 목성의 위성들을 가까이에서 관측하고 토성과 그 너머로까지 항해하려면 우주선이 우선 목성의 이 위험한 복사 벨트의 외곽을 뚫고 지나가야 한다. 그런데 고에너지의 하전 입자들은,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관측 장비들을 망가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전자 장비들을 완전히 태워 버릴 수도 있다. 그러므로 고에너지 하전 입자는 보이저 호에게 매우 위험한 존재이다. 그리고 또 넉 달 전에, 보이저 1호가 목성 주위에 고체 입자들로 이루어진 고리 구조를 발견해 알렸는데, 보이저 2호는 이 고리 구조를 가로질러 가야 했다. 만약 보이저 2호가 목성 고리에 있는 돌멩이에라도 부딪쳐 우주선이 심하게 흔들린다면 안테나의 방향을 지구에 고정시킬 수 없게 될 수 있었다. 그 결과로 자칫하면 소중한 탐사 자료를 영원히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었다. 그 결과로 자칫하면 소중한 탐사 자료를 영원히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목성 통과 직전에 지상 통제실의 연구팀은 안심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상에 자리한 인간과 우주에 떠 있는 로봇이 서로의 지능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그동안 몇 차례 발생했던 비상사태를 모두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 P278

279-81 보이저 2호는 1977년 8월 20일에 우주의 바다에 진수되었다. 보이저 2호는 화성 궤도를 커다란 호를 그리면서 통과하고 소행성대를 지난 후 목성권에 접근했다. 그리고 목성과 목성의 열네 개 남짓한 위성들을 한 줄로 꿰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보이저 2호가 목성 곁을 지날 때 목성은 보이저를 가속시켜서 토성을 근거리에서 통과할 수 있는 길목으로 보이저를 슬쩍 밀어 넣었다. 토성 중력의 도움으로 보이저는 다시 천왕성을 향해 힘차게 달리게 된다. 천왕성을 지나 해왕성을 뒤로하면 보이저는 태양계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그 후에는 별들 사이의 광막한 바다를 영원히 떠돌아다녀야 할 새로운 운명이 보이저 우주선을 기다리고 있다.
끊임없이 지속되는 탐험과 발견이야말로 인류사를 특징지은 인간의 가장 뚜렷한 속성이었으며, 인류사를 장식한 일련의 탐험 중에서 보이저 계획이야말로 가장 최근의 사건이다. 15, 16세기에는 스페인에서 아조레스 제도까지 항해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지금은 이 시간에 지구와 달 사이에 놓인 우주의 해협을 훌쩍 건너뛸 수 있다. 또한 당시에는 대서양을 횡단하여 이른바 아메리카 신대륙에 도착하는 데 몇 개월씩이나 필요했다. 오늘날에는 이 시간이면 태양계의 내해를 가로질러 화성이나 금성에 사뿐히 내려앉을 수 있다. 그렇다면 화성과 금성이야말로 현대판 신대륙으로서 우리의 도착을 기다리고 있는 외로운 섬인 셈이다. 17, 18세기에는 네덜란드에서 중국까지 가는 데 1년 내지 2년의 세월이 필요했지만, 오늘날 보이저는 이 시간에 지구에서 목성까지 갈 수 있다. 과거의 여행 비용이 오늘날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좀 더 비쌌다고는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국민총생산 대비 1퍼센트에도 채 못 미치는 미미한 수준임에는 변함이 없다. 인공지능을 탑재한 현대 우주선들의 행성 탐사는 행성들의 유인 탐사를 알리는 선구자이며 선두주자이다. 인류의 탐사는 늘 이렇게 진척돼 왔다.
인류는 15세기와 17세기 사이에 중요한 전환기를 맞으면서 지구의 모든 곳을 탐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래서 유럽의 대여섯 국가들에서 대규모 함대를 세계 곳곳으로 용감하게 파견하기 시작했다. 물론 함대마다 그 모험의 동기는 다양했다. 분수에 넘치는 야망, 재화에 대한 탐욕, 국가적 자존심과 국가 간의 경쟁심, 종교의 맹목적 광신, 죄수의 대량 사면, 과학적 탐구심의 발동, 모험에 대한 심한 갈증, 스페인 에스트레마두라 지방의 고용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등에서 우리는 탐험대를 유럽 밖으로 내밀었던 압력의 요인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이 항해가 항상 좋은 결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는 지구를 하나로 묶고 지역주의의 문제를 일부 해소하여 인류를 하나의 종으로 통합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무엇보다도 행성 지구와 인류 자신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던 것이다. - P279

284-6 사상의 자유를 존중하는 네덜란드의 전통에서 라이덴 대학교는 지동설을 주장했기 때문에 로마 가톨릭으로부터 고문의 위협을 받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버리라고 강요받던 이탈리아의 과학자 갈릴레오에게 교수직을 제의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네덜란드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갈릴레오는 네덜란드 사람이 설계한 스파이글라스를 개조하여 그의 첫 번째 천체 망원경을 만들 수 있었다. 이 망원경을 통해 태양의 흑점, 금성의 위상 변화, 달의 운석공 그리고 목성 주위의 네 위성 등을 관측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위성들은 "갈릴레오의 위성"으로 불리게 되었다. 갈릴레오는 자신의 천문학적 주장과 관련된 종교적 갈등을 1615년 크리스티나 대공비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털어놓고 있다.

대공비 전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몇 년 전에 소인은 천체 관측을 통하여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발견들은 매우 색다른 것이었고 또 거기서 유도되는 결론이 학계의 공식 입장과 모순되었기 때문에 소인은 적지 않은 수의 학자들로부터 (그중에는 성직자들이 많기는 합니다만) 감내하기 어려운 비판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제가 자연과학의 지식 체계를 뒤집으려는 모종의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마치 제 손으로 그러한 것들을 하늘에 올려다 놓은 양, 많은 이들이 저를 극렬하게 매도했습니다. 새로운 발견이 과학의 연구, 성과, 성장의 동기가 된다는 사실을 그들은 망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갈릴레오는 (그리고 케플러도) 지동설을 지지하며 이를 주창했다. 그러나 그런 용기를 그 당시 다른 사람들에게서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그것은 교리를 따르는 데 있어 비교적 덜 광신적인 지역의 유럽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예를 들어 1643년 4월에 데카르트가 쓴 편지를 보자. 당시에 데카르트는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있었다.

물론 당신도 최근에 갈릴레오가 종교 재판을 받았고, 지구의 움직임에 대한 그의 견해는 이단으로 단죄되었음을 아실 것입니다. 그래서 저의 입장을 차제에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의 논문에서 제가 밝혀 설명한 모든 것들은 지구의 움직임에 관한 가설을 포함하여 너무도 상호 의존적입니다. 그러므로 그중 하나가 틀렸음을 알면, 나머지 것들도 모두 그 논리가 어긋남을 어렵지 않게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저의 소견이 명확하고 확실한 준거에 의거하였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만, 교회의 권위에 맞서서 이를 고수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 저는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아니하며, "편히 살려면 남의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라는 제 좌우명대로 지금껏 조용히 지내 왔습니다. 원컨대 앞으로도 조용히 살기를 바랍니다. - P284

359 데모크리토스는 어떻게 보자면 독특한 인물이었다. 그는 여자, 아이들, 성性과 담을 쌓고 살았다. 자신이 사고할 수 있는 시간을 그러한 것들에게 빼앗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우정을 소중하게 여겼고, 즐거움을 인생의 목표로 삼았으며, 열정의 정체와 기원에 관한 철학적 고찰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런가 하면 소크라테스를 만나러 아테네까지 갔지만 부끄러운 나머지 자기 소개도 하지 못했다. 그는 히포크라테스와 절친한 사이였으며, 물질계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경외했다. 데모크리토스는 독재 아래의 부유한 삶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가난한 삶을 택하겠노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시대를 지배하던 종교들을 모두 악이라고 판단했으며, 불멸의 영혼이나 불멸의 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원자와 빈 공간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다." - P359

375 종교와 정치 분야는 그렇지 못하지만 과학 분야에서는 이오니아의 자유로운 탐구 정신에 뿌리를 둔 바람직한 면면을 오늘날에도 여기저기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가 미신에서 완전히 해방된 것은 아니다. 인류 전체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몇몇 윤리적 문제들에 대해서 현대인들은 아직도 모호한 태도와 완전히 결별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고대 사회가 안고 있었던 내재적 모순의 상당 부분을 아직도 그대로 끌어안고 있는 셈이다.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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