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3 그러나 때때로 나는 이런 의문을 품고는 한다. 탄소와 물을 좋아하는 것은 내가 주로 이 두 물질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과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이 탄소와 물을 기초 물질로 하는 생물인 것은 생명이 처음 태어날 즈음 지구에 탄소와 물이 가장 흔했기 때문은 아닐까? 지구 이외의 행성에서는, 예를 들어 화성에서는 생명이 물과 탄소가 아닌 다른 물질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나 칼 세이건은 물, 칼슘 그리고 각종 유기 분자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이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나와 거의 동일한 분자들로 구성된 집합체이면서, 단지 나와 이름만 다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을 전부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이상하다. 분자가 나의 전부란 말인가?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생각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고 언짢아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나는 우주가 분자들로 구성된 하나의 기계를 인간과 같이 복잡 미묘한 존재로 진화하게끔 허용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고양된다. - P262

266-7 하지만 이 계획에는 역오염이라는 새로운 위험이 따른다. 미생물을 찾기 위해 화성의 토양 표본을 지구에 가져와 조사한다면 당연히 표본을 미리 살균시켜서는 안 된다. 그 탐사의 목표는 그것들을 산 채로 가져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다음에는? 지구로 가져온 화성의 미생물들이 공중 보건에 위협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H. G. 웰스나 오선 웰스의 화성인들은 버른마우스와 저지 시의 점령에만 몰두하다가 그들의 면역 체계가 지구의 미생물에 대하여 속수무책이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것은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이다. 화성 미생물들은 없을지도 모른다. 존재한다 해도 그것들 1킬로그램을 섭취하고도 아무 일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인 데다 엄청난 도박일 수 있다. 살균이 안 된 화성의 표본을 지구로 가져오고 싶다면 지독하게 엄격한 격리 절차를 갖추어야 한다. 세균 무기를 개발하고 비축하는 국가들이 있다. 간혹 그 나라들에서 사고가 일어나는 듯싶지만 내가 아는 한 아직 전 세게적으로 전염병을 발생시키지는 않았다. 어쩌면 화성 표본들을 지구로 안전하게 가져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 같으면 표본을 채집해서 회수해 오는 탐사를 고려해 보기 전에 먼저 확신할 수 있는 안전 대책부터 강구할 것이다. - P266

269-273 화성의 표면적은 지구의 육지 넓이와 거의 같다. 철저하게 답사하려면 분명히 몇 세기 동안 꼬박 이 일에만 매달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화성 탐사가 완료되는 때가 오고야 말 것이다. 로봇 비행선으로 공중에서 지도를 다 작성하고 이동 차량으로 표면을 샅샅이 조사하고 표본을 지구로 안전하게 가져오고 인간이 화성의 모래 위를 걸어본 후에 말이다. 그런 다음엔 화성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이 지구를 잘못 사용한 수많은 사례가 있다 보니 이 질문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만약 화성에 생명이 있다면 화성을 그대로 놔둬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경우라면 비록 화성 생물이 미생물에 불과할지라도 화성은 화성 생물에게 맡겨 둬야 한다. 이웃 행성에 존재하는 독립적 생물계는 가치 평가를 초월하는 귀중한 자산이다. 그런 생명의 보존은, 내 생각이지만, 화성의 다른 용도에 우선돼야 한다. 그렇지만 화성에 생명이 없다면 어떨까? 화성은 원자재의 공급원으로는 적당치 않다. 앞으로도 수세기 동안은 화성에서 지구까지 화물을 운송해 오는 데 드는 비용이 비현실적으로 비쌀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화성에 가서 살 수는 있지 않을까? 어떻게든 인간이 거주할 수 있도록 화성을 변형시킬 수 있지 않을까?
분명히 아름다운 세계이기는 해도 화성은 편협한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구인에게는 주로 낮은 함량의 산소, 액체 상태에 있는 물의 결여 그리고 많은 양의 자외선 복사 등이 해결해야 할 큰 문제들이다.(저온이라는 악조건은 연중 내내 운영되는 지구의 남극 과학 기지가 입증하듯이 극복하기 힘든 장애는 아니다.) 이 모든 문제들은 공기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대기압이 높아지면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또 산소가 많아지면 지구인도 화성 대기를 직접 호흡할 수 있을지 모르고, 자연스럽게 오존이 형성되어 태양의 자외선 복사로부터 화성의 표면을 보호하게 될 것이다. 구불구불한 운하들, 계단처럼 겹겹이 쌓인 극지 지형, 그 밖의 다른 증거들이 화성의 대기 밀도가 한때 높았음을 시사한다. 이 기체들이 화성에서 모조리 탈출했을 것 같지는 않다. 화성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중 일부는 지표면의 암석과 화학적으로 결합했고 또 일부는 지표면 아래 얼음 안에 갇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현재 극관의 얼음 덩어리 속에 모여 있을 것이다.
극관을 증발시키려면 열을 가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극관에 검은색 가루를 뿌려서 태양 광선의 흡수를 조장할 수도 있다. 이것은 지구에서 숲과 초지를 없애 버리는 경우와 반대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극관의 표면적이 엄청나게 넓어서 극관 전체를 검은색 가루로 뒤덮으려면 새턴 5호의 추진 로켓 1,200대 분의 먼지를 지구에서 화성까지 실어 날라야 한다.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화성 표면에 자주 이는 강풍이 일껏 덮어 놓은 극관의 먼지를 흩어 버릴지도 모른다. 더 좋은 방법은 자기 복제가 가능한 어떤 종류의 검은 물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까무잡잡한 소형 기계를 화성에 보내서 극관 전역에 걸쳐 토착 물질로부터 자기와 같은 소형 기계들을 복제하도록 한다. 사실 그런 기계들이 있기는 하다. 우리는 그것을 식물이라고 부른다. 적응과 생존에 아주 능한 식물들이 있다. 적어도 지구 미생물들 중 몇몇은 화성에서 생존할 수 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훨씬 혹독한 화성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어두운 색깔의 식물ㅡ예를 들어 이끼ㅡ을 인위적으로 선택해서 유전공학의 기술을 가하는 것이다. 그런 식물이 번식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일련의 현상을 기대해도 좋다. 먼저 화성의 광대한 얼음 극관에 그와 같은 이끼류의 씨를 뿌린다. 씨가 뿌리를 내려 번창하면서 극관을 어둡게 변색시킬 것이다. 그러면 태양 광선이 아주 효율적으로 흡수된다. 따라서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장구한 세월 동안 갇혀 있던 태고의 화성 대기가 밖으로 방출되는 극적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심지어는 화성판 조니 애플시드(미국의 과수 개척자. 후세 사람들을 위해 미국 각지를 다니면서 사과씨를 뿌리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사과씨와 묘목을 나눠 주었다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ㅡ옮긴이)를 상상할 수 있다. 화성의 애플시드는 인간이거나 로봇일 수 있다. 화성의 애플시드가 미래 인류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일념으로 얼어붙은 극지의 황무지를 종횡무진으로 휩쓸고 다니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이러한 작업을 일반적으로 지구화라고 부른다. 외계 행성의 환경을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도록 바꾸는 것이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은 온실 효과와 반사도의 변화를 통해서 지구의 기온을 약 1도 정도 교란시켰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속도로 화석 연료를 소비하고 산림과 초지를 파괴한다면, 불과 한두 세기 안에 지구의 기온은 1도 이상 더 변할 것이다. 이런 지구의 환경 변화와 함께 다른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화성이 적정 수준으로 지구화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아마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불과할 것이다. 훨씬 기술이 진보된 미래에는 화성의 대기압을 증가시키고 물을 액체 상태로 존재하도록 할 뿐 아니라 극관에서 녹아 내리는 물을 따뜻한 적도 지대로 운송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할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운하망 건설이다.
운하들의 거대한 연결망을 통하여 지표면과 그 아래에서 녹은 얼음을 적도 지방으로 수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상은 100년도 채 못 되는 가까운 과거에 퍼시벌 로웰이 화성에서 실제로 진행 중이라고 착각했던 바로 그 생각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로웰과 월리스 모두 화성에서 인간이 거주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물 부족을 들었다. 운하 연결망이 구성된다면 물 부족 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화성에서의 인간 거주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로웰은 극히 어려운 시상 조건에서 관측했다. 로웰이 화성과의 평생에 걸친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스키아파렐리 같은 사람들도 운하 비슷한 것들을 관측한 적이 있다. 스키아파렐리는 그것을 가냘픈 홈이라는 뜻으로 "카날리"라고 불렀다. 하지만 로웰은 그것을 행성을 대규모로 개조하고 있는 지적 생명의 흔적으로 해석했다. 인간은 감정이 연루되면 스스로를 기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웃 행성에 지성을 갖춘 존재가 살고 있으리라는 생각보다 더 인간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은 없지 않겠는가?
이 시점에서 나는 굳이 로웰의 생각에 큰 무게를 실어 주고 싶다. 그의 생각을 나는 하나의 훌륭한 예언으로 간주하고 싶기 때문이다. 로웰의 운하망은 정녕 화성인이 건설한 것이 될 터이다. 화성인이 없으니 로웰의 생각이 틀린 것이라고 당신은 나무라겠지만, 이 틀린 생각마저 나는 하나의 정확한 예언이라고 믿고 싶다. 언젠가 화성의 지구화가 실현된다면 화성에 영구 정착해서 화성인이 된 인간들이 거대한 운하망을 건설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바로 우리가 로웰의 화성인인 것이다. - P269

275-6 처음에 섬사람들은 자기네가 지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 설령 다른 데 어디엔가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을지라도, 망망대해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으므로 외부 세계와의 교역 따위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후에 그들은 선박을 발명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달로 갈 수 있는 어떤 방법이 발명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 현재 우리 주위에 이런 탐험을 감행해 줄 드레이크 선장도 콜럼버스도 없고, 공중을 헤쳐 나갈 여행편을 발명해 줄 다이달로스도 없다.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예나 지금이나 새로운 진리의 아버지인 시간은 우리 조상들이 알지 못했던 많은 사실을 우리에게 밝혀 주었던 것처럼 현재 우리가 알고자 갈구하나 알지 못하는 것을 우리 후손에게 드러내 보일 것이다.
- 존 윌킨스, 『달세계의 발견』, 1638년 - P275

276-278 1979년 7월 9일 보이저 2호라는 이름의 로봇과 목성권의 회우가 이루어졌다. 행성 간 공간을 항해하기 시작한 지 거의 2년 만의 사건이었다. 조립에 들어간 개별 부품의 개수만 수백만 개에 이르는 대단히 복잡한 기능의 이 우주선이 그 먼 거리를 아무 탈 없이 무사히 항해해 낸 것이다. 하나의 부품에 이상이 발생한다면 다른 것이 그 부품의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도록,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부품을 여러 개씩 중복 조립한 덕을 단단히 본 것이다. 보이저 2호는 총질량이 0.9톤이고 전체 크기가 큰 방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이다.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태양계의 외곽 지대를 탐험하는 것이 이 우주선의 임무였기 때문에 보이저 2호는 다른 우주선들과는 달리 태양의 빛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직접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보이저 2호는 추진력을 태양전지 대신 소형의 자체 핵 발전소에서 공급받도록 했다. 플루토늄 펠릿의 방사능 붕괴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이 핵 발전소는 수백 와트의 발전 용량을 자랑한다. 우주선 중심부에는 3대의 통합 컴퓨터와 함께 온도 제어 시스템과 같은 자체 유지용 설비들이 탑재돼 있다. 지구에서 보내는 명령을 수신하고 탐사 결과들을 지구로 송신하는 일은 지름 3.7미터의 접시형 안테나의 몫이다. 우주선이 고속으로 항해하는 동안 주사 플랫폼이 목성과 목성의 위성을 계속해서 추적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과학 장비들은 거의 대부분이 이 플랫폼 위에 설치돼 있다. 주요 과학 장비에는 자외선 분광 측정기, 적외선 분광 측정기, 하전 입자 검출기, 자기장 측정기, 목성 전파 수신기 등이 포함돼 있다. 보이저 계획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장비는 두 대의 텔레비전 카메라로서 이것들이 태양계 외곽에 외로이 떨어져 있는 행성들의 생생한 모습을 수만 장의 화상에 담아 우리에게 전해 준 장본인이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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