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흥미 있는 일로는, 775년 당시의 횡단면을 돌이켜보아도 세계 지도상에 나타나는 사회의 수가 오늘날과 거의 같다는 사실이다. 이런 종류의 사회가 형성하는 문화 지도는 우리 서유럽 사회가 처음 출현한 이래 오늘날까지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 뒤의 생존 경쟁에서 서유럽 사회는 같은 시대의 다른 사회를 궁지로 몰아 그 경제적·정치적 세력의 그물 속에 넣어 버렸지만, 이들 사회의 고유문화를 빼앗을 수는 없었다. 이들 사회는 거센 압박에서도 여전히 그 정신만은 잃지 않고 있었다. - P22

27 사실 제국이 멸망했는데도 교회가 살아남은 것은, 교회가 민중을 지도하고 민중의 충성심을 얻은 데 비해, 제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 어느 쪽도 갖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죽어가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은 교회는 마침내 거기에서 새로운 사회를 탄생시키는 모체가 되었던 것이다. - P27

29-30 헬라스 사회와 서유럽 사회를 ‘부자관계‘라고 인정함에 있어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징조를, 다른 ‘어버이‘ 사회를 발견하기 전에 지적해 두자. 그것은 새로운 사회의 요람지 또는 발상지가 선행 사회의 발상지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낡은 사회가 마주한 최전선이 새로운 사회의 중심이 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므로 다른 경우에도 비슷한 이동이 있는 것으로 예상하고 착수해야 한다. - P29

39 그리고 또한 이 중국에 있어서도 고대 그리스 사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몇 세기 동안의 동란기는 조금 앞서 일어난 해체 작용으로부터 최고조에 이른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공자가 죽은 뒤에 일어난 군국주의의 불길은 마침내는 스스로를 불태워 버렸는데, 공자가 인생철학을 펴기 이전에 이미 이 불길은 점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공자의 현세적인 처세 철학과 노자의 현세 초월적인 무위의 가르침은 그들이 살고 있는 사회의 역사의 성장이 이미 멈췄음을 자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 P39

64-5 1873년에 프리맨은 다음과 같이 썼다.

"문명 생활의 가장 중요한 발명품들의 대부분은, 서로 다른 나라들이 그 발명을 처음으로 필요에 의해 또한 일정한 사회적 진보의 단계에 도달할 때마다 시공간을 달리하여 몇 차례고 되풀이되었다는 사실은 거의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예를 들면 인쇄술은 중국과 중세 유럽에서 각기 독립해서 발명되었고, 또 고대 로마에서도 본질적으로 같은 과정이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음이 잘 알려져 있다. 다만 갖가지 간단한 목적에 손쉽게 사용되었던 그 과정을 누군가 나서서 그것을 서적의 복제에 응용하여 큰 진보를 이룩하지 않았을 뿐이다. 인쇄술의 경우와 같은 일이 문자의 경우에도 일어났다고 믿을 수 있으나, 또 한 가지 전혀 다른 종류의 기술에서도 예를 들 수가 있다. 이집트나 그리스·이탈리아·브리튼 제도의 초기 건축물 유적이나 중앙아메리카의 페허화한 도시에서 가장 낡은 건축의 유적을 비교해 보면, 아치와 돔의 위대한 발명이 인류의 기술사에 있어 한 번만이 아니라 전파 없이 몇 번이고 이루어졌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또 문명생활의 가장 단순하고 가장 중요한 기술의 대부분ㅡ맷돌의 사용, 활의 사용, 말 길들이기, 통나무배를 파는 법 등ㅡ이 멀리 떨어진 때와 장소에서 몇 번이고 반복 발견된 일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정치 제도도 역시 마찬가지로 같은 제도에 있어서도 시간과 장소가 서로 멀리 떨어진 곳에 되풀이되어 나타나는데, 그것은 그 제도를 요구하는 상황이 서로 멀리 떨어진 때와 장소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대의 한 인류학자도 이와 같은 생각을 피력하고 있다.

"인간의 사상과 관습의 유사점은, 어디서나 인간의 두뇌 구조는 유사하기 때문에 인간정신의 성질도 유사하다는 데에 있다. 이 두뇌기관의 구조와 신경 작용이 인류 역사의 어느 단계에서나 대체로 동일하듯이 정신도 일정한 보편적인 특성·능력·행동 양식을 유지하고 있다. ······이 두뇌 작용의 유사성은, 예를 들면 19세기에 다윈과 러셀 월리스(영국의 박물학자·사회사상가. 1823~1913)가 같은 자료로 연구 활동을 해서 동시에 진화론에 도달한 사실에서 알 수 있다. 또 이에 따라 같은 시대에 동일한 발명 또는 발견에 대해 우선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몇 사람이고 나타나는 수많은 사례들이 설명된다. 인류의 공통된 정신으로부터 나오는 유사한 정신 작용ㅡ그 자료는 단편적이며, 지력은 유치하고, 결과는 모호하지만ㅡ에 의해 토테미즘이나 족외혼인제(에크소가미), 수많은 정죄의식과 같은 신앙이나 제도가 가장 멀리 떨어진 민족이나 지역 곳곳에 출현하는 이유가 설명된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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