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과는 달리, 안나는 그다지 신경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대신 뜬금없는 화제를 꺼내 들었다.
"딥프리징 기술을 알고 있나?"
"네, 물론이죠."
남자는 순순히 답했다.
"냉동 수면 기술의 일종이 아니던가요."
딥프리징은 인체 냉동 수면에 혁명을 가져다준 기술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냉동 수면 자체가 그리 보편적으로 쓰이는 기술이 아니었다. 의료 분야에서 드물게 이용될 뿐이었다.
"맞네, 정확히는 냉동 수면 중에서도 베타 부동액과 나노봇을 이용하는 방법을 말하지. 나는 한때 딥프리징 기술을 연구했다네. 그 기술의 핵심 부분을 내가 개발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걸세. 물론 흔히 그렇듯이 기술만 남고 학자의 이름은 잊히지만, 당시만 해도 꽤 영향력 있는 연구자였지. 그건 내 생의 얼마 안 되는 자부심이네."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나를 바라봤다. 지금 노인의 모습은 한때 이름이 알려졌던 학자라고 보기에는 믿을 수 없이 초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