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무엇인가? 세상일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타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는 주인이고 통제할 수 있지만, 타인이 할 수 있는 일의 주인은 타인이며 그의 통제하에 있으므로 내가 이래라저래라 말할 수 없고 말해봐야 소용이 없다. 지극히 당연한 말인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도 타인의 통제하에 있는 것처럼 회피하거나 타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처럼 통제해 보려고 헛수고를 하면서 고달픈 삶을 살아간다. - P50

결론은 이렇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 어떤 것이 정의의 길인가를 판단해야 할 때는 자신에게 묻는 것이 빠르다. 이해타산이나 아집(我執)또는 감정이나 편견 등 주관적인 장애요소를 모두 털어버리면 당신이 체감하고 있는 정의의 상(像)이 떠오를 것이다. 그것이 정의다. - P78

그렇다고 아무 때나 객기 부리듯 정의를 들먹여서는 안 된다. 먼저 올바르지 않은 일에 대해 겸손하고 진지한 태도로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력의 효과가 없더라도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여건과 상황이 아니라면 때를 기다려야 한다. 때가 왔을 때 전력을 다해 관철시켜야 한다. - P80

돌이켜보면 이렇게 나는 젊은 시절 실수가 많았다. - P136

막스 베버(Max Weber)는 "국가는 정당한 물리적인 폭력 행사를 독점하는 유일한 공동체"라고 정의하고 있다.
국가가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는 한 국가의 형태는 유지되겠지만 그 권력의 행사가 정의를 잃어버릴 때는 그 국가 권력은 결국 동요하게 된다. - P137

흔히 인류 사회에서 민주주의 정치의 발전이 이루어진 데에 대하여 두 가지 인류의 깨달음이 그 계기가 된 것으로 설명된다.
첫째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고 액턴(John Emerich Acton)이 적절하게 표현한 것처럼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깨달음이다. 둘째는 절대적인 당위 명제가 개념상 존재한다고 해도 인간의 실천이성으로는 이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없고 대립되는 가치관 중에서 절대적인 가치관을 일의적(一義的)으로 증명할 수도 없다는 칸트의 관념론적이고 인식론적인 깨달음이다. - P169

두번째 깨달음 즉, 절대적인 당위명제가 존재할 수 없다는 자각으로부터는 국민들이 대표자를 선출하고 이 대표자들이 의회에서 ‘다수결‘로 가장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은 의견을 채택하여 이를 최선의 실천적 진리로 받아들이는 민주정의 절차적 원리에 관한 지혜가 나왔다. - P171

한 시대, 한 사회에서의 기존의 진리와 가치는 사상의 자유경쟁과 도전을 거쳐 새로운 진리와 가치로 바뀌면서 발전 또는 창조되는 것이며 이는 하나의 역사의 발전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진리와 가치의 발전 및 창조는 때로는 기존의 진리와 가치를 부정하고 극복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법관이 재판을 함에 있어서도 현재의 보편타당한 가치 기준을 찾았으나 이 가치 기준이 앞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에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가치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가? 물론 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한 시대, 한 사회에서의 보편타당한 가치 기준을 찾는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법관은 무의식중에 빠지기 쉬운 편견과 선입관 그리고 관행과 습성에서 오는 사고의 경향성에서 벗어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법관은 수시로 자신이 이런 것들의 영향하에 있는지 없는지, 스스로 검토하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 P193

"외롭지 않는가?"
"조금은 외롭지만 견딜 만하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그렇게 계속할 생각이다. 이것이 가장 마음 편한 방법이다."
나는 약간 놀랐다. 불과 열서너 명의 조사만으로 미국 법관 일반의 경향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세 번째 그룹과 같이 극단적으로 자기 규율을 지키는 법관들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특히 이 그룹은 가장 젊은 법관들이었다. 이들은 법관직에 대한 철저한 사명의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토록 스스로 사교를 단절하면서까지 자기규율(self discipline)을 지키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미국 사회는 동양보다 개방되고 사교적인 사회로 알려져 있는데 그런 사회에서도 법관 중에 자기의 몸가짐을 지키는 데 추상(秋霜)과 같은 기상을 보이는 이들을 만난 것은 더할 수 없이 상쾌한 경험이었다. - P200

진실의 열매가 저 너머에 보이더라도 개인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담장을 짓밟고 넘어가야만 따올 수 있는 것이라면 차라리 그 열매를 포기하려는 것이 적법 절차주의의 기본 정신이고 이것은 조세 법률주의의 기본 정신과도 상통한다. - P433

다수결은 여러 의견 중 어떤 의견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지 가려내는 실용적 수단일 뿐이지 어떤 의견이 옳은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결은 선과 정의를 가리는 것과는 상관없는 몰가치적인 해결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 P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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