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은 강을 건너는 것과 같습니다. 세상 모든 길 아래로 도도한 강물이 흘렀습니다. 몇 번의 강물을 휘도는 동안 세상일이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될 때가 많았습니다. 구비치는 산구릉에도 언 강물 위에도, 심지어 뜬구름 위에도 길은 있었습니다. 그 길마다 어김없이 고비는 닥쳤습니다. 깊어서 아찔하고 넓어서 아득한 그 강을 오늘도 건넙니다. 어렵고 두렵다고 망설일 수만은 없는 숱한 선택들, 한층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흐름을 주도하는 그 강들을 어떻게 건너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아부지를 떠올립니다. 저 멀리 언 강 위의 아부지를 생각하며 힘을 얻습니다. - P41

젊은 날 아부지를 원망했던 마음이 본심이 아니었음을 이제야 고백합니다. 자신보다 나쁜 적敵은 없습니다. 스스로를 이기는 것이야말로 세상의 강을 제대로 건너는 방법이겠지요. 막내딸의 뒤늦은 대오각성을 아부지가 듣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결핍의 모티프이자 충만의 근원인 당신. 오늘도 새벽 기침을 합니다. 뒤질세라 저 강어귀 어디쯤서 당신의 맞기침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 P42

관계란 언제나 상대적입니다. 사람 사이 호불호 역시 상대적이며 비논리적입니다. 객관적이지도 않고 정답도 없지요. 타인에게 괜찮은 사람이 내게 와선 비호감이 되는가 하면, 나와는 둘도 없는 사이지만 타인에겐 비호감이 되기도 합니다. 대개의 관계는 교감 즉 서로 주고받음으로 형성되는데, 그것은 언어뿐만 아니라 몸짓, 발짓, 눈빛으로 서로에게 전달됩니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서로가 압니다. 스스로 느끼는 만큼 상대도 느끼는 것이지요. 그리하여 한 번 잘못 엮인 감정은 재고의 의지마저 꺾어놓습니다. 그 노력이 부질없어 보이면 가만두면 됩니다. 인위적인 노력보다 자연스런 불편함이 나을 때도 있으니까요. - P78

상대에게서 완벽함을 찾는 게 아니라 결핍이나 과잉마저 인정할 때 우정은 지속됩니다. - P80

분명히 좋은 이유가 있을 테지만, 정확하게 말할 수 없어야 그 대상을 좋은 사람의 범주에 넣을 수 있습니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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