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 개정판, 원문 영어 번역문 수록 현암사 동양고전
노자 지음, 오강남 풀어 엮음 / 현암사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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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19 바이러스 대확산 이전에, 우리는 항상 바쁘게 움직였다. 대부분 비슷한 시간에 일찍 집을 나와 학교나 일터로 향했고,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후, 저녁쯤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던 이 같은 사회의 루틴을 바이러스는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이제 우리는 집에서 학교 수업을 듣고, 회사 일을 한다. 움직임의 범위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어떤 방식이 각자에게 맞는지를 떠나 모두가 혼란스러운 적응기를 겪어야 했다. 백신 접종이 곧 시작된다지만 바이러스 변종이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소식도 들려오니, 이 상황이 언제 마무리될지는 누구도 알지 못할 일이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을 잠시 뒤로하고 『도덕경』을 펼쳐 읽었다. 『장자』와 함께 노장사상의 대표 격인 『도덕경』은 은유적인 책이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책이 아니라 시적이며 직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보이는 세상의 이면에서 작용하는, 오감으로 인식할 수 없는 오묘한 무언가를 포착하려 한다.

『도덕경』을 읽고 소감을 적기란 다소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이분법과 대립의 초월을 말하는 글을 두고 또 다른 이분법적 시각을 내보이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책에 풀이를 쓰고 엮은 오강남은 이 책에서 ‘『도덕경』의 사상 자체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에 어떻게 관련되는가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생각해 보려고 한다.’(8p)고 머리말에 썼는데, 나도 저자의 의도에 맞추어 오늘날 나의 삶과 연관 지으며 각 장을 읽어보기로 하였다.

 2장(24p)에 이런 말이 있다.

세상 모두가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알아보는 자체가
추함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착한 것을 착한 것으로 알아보는 자체가
착하지 않음이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

따라서 성인[자유인]은 무위無爲로써 일을 처리하고,
말로 하지 않는 가르침을 수행합니다.

 처음에 이를 읽었을 때,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러면 아무것도 추구하지도 말고 그저 멍이나 때리고 있으란 말인가?’ 그렇지만 계속 곱씹어 보니, 행동하면서 그러한 가치 인식 자체를 잊고서 행위를 하라는 뜻으로 이해되었다. 분별이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운 행위를 낳기 때문이다. 모든 평가하는 말에는 특정 기준이 내포되어 있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대상은 자연히 그 반대의 평가를 얻는다. 가령 어떤 대상에 ‘이것은 귀하다’라고 평가를 하게 되면, 그 반대 성질을 가진 대상은 자연히 ‘천한'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즉각적인 행위가 필요한 상황에서조차 자신의 행동을 좋은 쪽으로 보이도록 가려서 하게 되어 부자연스러움을 낳는다. 또한,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이것은 나한테 좋은 일이야!’ 하고 생각하면, 그와 반대되는 일은 자동으로 ‘안 좋은 일’이 되고, ‘나는 지금 행복해!’라고 했을 때 그 감정이 지나가면 자연히 불행해진다.

 에피쿠로스학파가 정적인 만족을 위주로 하는 아타락시아를 중시하고, 스토아학파가 감정의 동요 없는 이성적 태도인 부동심을 추구하였듯 『도덕경』에서 말하는 성인은 분별을 초월하여 자연스러운 무위無爲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행동으로써 세간의 관점에서 좋은 일이 생겨도 과시하지 않는다. 감정의 측면에서도 의식적으로 행불행을 구분하지 않는다. 특히 이러한 감정의 측면에서의 초월을 마음 자세로써 내 삶에 적용해본다면, 복잡한 상황에서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지금과 같은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 그렇다. 사실 나는 때때로 마스크와 모임 제한이 없었던 코로나 대유행 이전의 일상이 그리워진다. 그러나 비록 일상에 불편함이 생겼을지라도 마음마저 행복감을 빼앗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덕경』의 가르침에 따르자면, 코로나 때문에 불행하다고 여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코로나가 종식되어야만 행복해질 것인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런 일이 금방 일어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진정한 마음의 자유는 있는 그대로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할 일을 할 때 비로소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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