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모모를 만나보고 싶다. 물론 나에게도 모모는 기쁘게 자신의 시간을 써서 이야기를 들어 줄 것이다. 나도 이런 모모와 같이, 남들에게 기쁘게 나의 시간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쁨과 슬픔을 서로 나누는 데 시간을 쏟으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바쁘다는 건 뭘까? 누구를 위해서 나는 이렇게 바쁜 것일까? 왜 나는 바빠야만 하는가? 바쁘면 아름다움을 느낄 수가 없다. 나는 모모에게서 여유로움을 배웠다. 아름다움을 느끼고 사랑할 수 있는 여유가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모모에게 감사하다.


199 "운명의 시간이 뭔데요?"
모모가 묻자 호라 박사가 설명했다.
" 음, 이 세상의 운행에는 이따금 특별한 순간이 있단다. 그 순간이 오면, 저 하늘 가장 먼 곳에 있는 별까지 이 세상 모든 사물과 존재들이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미쳐서, 이제껏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없는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지. 애석하게도 인간들은 대개 그 순간을 이용할 줄 몰라. 그래서 운명의 시간은 아무도 깨닫지 못하고 지나가 버릴 때가 많단다 허나 그 시간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아주 위대한 일이 이 세상에 벌어지지." - P199

208 모모는 계속해서 안경 속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그런데 왜 얼굴이 잿빛이에요?"
호라 박사가 대답했다.
"죽은 것으로 목숨을 이어 가기 때문이지. 너도 알다시피 그들은 인간의 일생을 먹고 산단다. 허나 진짜 주인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시간은 말 그대로 죽은 시간이 되는 게야. 모든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시간을 갖고 있거든. 시간은 진짜 주인의 시간일 때만 살아 있지." - P208

217 "그럼 시간 도둑들이 사람들한테서 더 이상 시간을 훔쳐 가지 못하도록 조정하실 수는 없나요?"
"그럴 순 없어.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는 문제는 전적으로 스스로 결정해야 할 문제니까. 또 자기 시간을 지키는 것도 사람들 몫이지. 나는 사람들에게 시간을 나누어 줄 뿐이다."
모모는 홀을 빙 둘러보고 물었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시계들을 갖고 계신 거예요? 한 사람마다 한 개씩요. 그렇죠?"
"아니야, 모모. 이 시계들은 그저 취미로 모은 것들이야. 이 시계들은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 속에 갖고 있는 것을 엉성하게 모사한 것에 지나지 않아.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너희들은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을 갖고 있단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은 모두 없어져 버리지. 장님에게 무지개의 고운 빛깔이 보이지 않고, 귀머거리에게 아름다운 새의 노랫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같지. 허나 슬프게도 이 세상에는 쿵쿵 뛰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눈 멀고 귀 먹은 가슴들이 수두룩하단다." - P217

281 기기는 기진맥진해서 손으로 눈을 쓸어내리며 짤막하게 씁쓸한 웃음을 웃었다.
"보다시피 나는 이 꼴이 되었단다. 아무리 원해도 다시 돌아갈 수가 없어. 난 끝장이 났어. ‘기기는 기기인 거야!‘ 모모, 이 말 생각나니? 하지만 기기는 기기로 남아 있지 못했단다. 모모, 얘기 하나 해 줄까?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건 꿈이 이루어지는 거야. 적어도 나처럼 되면 그렇지. 나는 더 이상 꿈꿀 게 없거든. 아마 너희들한테서도 다시는 꿈꾸는 걸 배울 수 없을 거야. 난 이 세상 모든 것에 신물이 났어.
그는 우울한 표정으로 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보았다. - P281

283 모모는 진심으로 기기를 도와 주고 싶었고, 그랬기 때문에 정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기기의 말대로 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기기는 다시 기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모모 자신이 이미 모모가 아니라면 기기를 절대 도울 수 없다는 것을. 모모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모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 P2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