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장자 - 무위와 소요의 철학 인문정신의 탐구 3
이강수 지음 / 길(도서출판)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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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사회의 발전은 이성의 힘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질서와 규범, 제도가 있기에 사회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로써 인간 사회는 지속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러한 제도와 도덕이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상대적으로 개개인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노자는 기존의 귀족 중심 질서가 해체된 혼란스러운 전국 시대에, 제도와 도덕을 중시하는 유묵과는 대조적으로 사람들 개개인이 자유롭고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세상이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제도와 도덕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변화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대를 두고 사회 변화가 그 어느때보다도 빠른 시기라고 지적한다. 일관적이며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굳센 마음으로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삶의 자세를 가진 이는 지금의 빠르고 거대한 일련의 변화들을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나는 회의적이다. ‘단단하고 강한 것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노자의 말이 이 시대에는 더 적합하게 느껴진다.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우울증과 그로 인한 자살로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태도는 무엇일까? 노자의 견해와 같이, 부드러운 자세로 끊임없이 다양한 변화에 응대하며 헤쳐나가는 것은 아닐까? 설령 실패하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하며, 타격을 입더라도 금세 회복하고 일어나 변화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헤쳐나가는 삶의 태도가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직업을 최소 여섯 번은 바꿔야 하는 시대를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극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요한 것은 일관된 초심을 유지하는 것보다, 실패 앞에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아닐까? 요컨대 ‘회복탄력성‘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더욱 필요한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노자의 ‘상반상성’ 사상에서 드러나듯이, ‘괴로움이 없다면 행복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것이다.’

(2019. 6. 18. 오후 4:38 수정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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