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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를 철학하다
차민주 지음 / 비밀신서 / 2017년 10월
평점 :
방탄소년단(BTS)은 가사 한 줄도 가볍게 쓰지 않는다는 글을 인터넷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만큼 멤버들이 자신만의 깊은 고민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노랫말에 담아 곡을 만든다는 의미일 것이다. 최근 BTS의 노래를 자주 듣는 편인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그들의 노래를 처음 접한 건 약 3개월 전쯤이었다. 5월 27일(미국 현지시각)에 BTS가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빌보트차트 1위에 올라서고 몇 주가 지나서였는데, 평소 음악적 취향이 진중한 편인 친척과 이야기를 나누다 그 1위 소식이 화제에 올랐다. 그런데 그 친척이 자기도 BTS를 즐겨 듣는다며, 음악성이 무척 뛰어나다고 평하는 것이었다. 이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긴 나도 「고민보다 GO」, 「DNA」, 「Best Of Me」 등 몇 곡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아이돌 가수의 노래는 흔히 음악성이 부족하다는 세간의 편견이 있지만, BTS의 노래를 들어보니 기본적으로 뛰어난 가창력을 기반으로 군무·퍼포먼스·뮤직비디오 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그러한 편견을 불식시켰다. 듣던대로 가사도 남달랐다. 「DNA」는 여느 사랑노래처럼 운명을 이야기하지만, 무려 '혈관 속 DNA'를 그 증거로 제시하는 지극히 과학적인(?) 가사를 담고 있다. 장난스럽게 이야기했지만, 이런 가사 말고도 은유적이고 문학적인, 거기다 가치지향적인 가사들도 찾아보면 많다. 주로 청춘의 입장에서 청춘을 위로하여 주는 가사가 가장 많은 것 같다.
『BTS를 철학하다』는 BTS의 노래 가사와 퍼포먼스, 소통방식 등을 철학적 관점에서 비평한 일종의 가벼운 철학 에세이집이다(관련내용은 「밑줄긋기」를 참조).
한편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인상적인 사실이 있는데, BU(BTS Universe의 약자로 추정)라 하는 이들의 세계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BU는 연이어 나오는 뮤직비디오 및 업로드되는 동영상 등에 적용되어 BTS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를 보여준다. 게다가 이들은 그런 뮤비와 동영상을 올릴 때 표정과 무대연출, 그리고 퍼포먼스를 촬영하는 카메라 워크까지 의도적으로 설계된 그들만의 표현방식을 적용한다고 한다. 이를 알고 나니 BTS가 단순한 가수 그룹이 아닌 하나의 거대한 세계와도 같은 무언가를 창조하였고, 그것을 통해서 전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얼마 전에는 9월 8일자 '빌보드 200' 차트에서 BTS가 차기 앨범으로 올해만 두 번째로 1위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참 반갑고 뿌듯한 뉴스였다. BTS는 국적과 상관없이 뛰어난 가수이긴 하지만, 번역 없이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그 유명한 빌보드 1위를 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운 느낌을 갖게 한다. 지금까지 잘 해 온 것처럼 BTS가 앞으로도 오래오래 멋지고 위로가 되는 노래로 세계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모습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73 "I love I love I love myself I know I know I know myself"
_<BTS Cypher 4> 중에서
(중략)
그렇다면 나를 아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니체는 본래적 자기를 알기란 너무 어렵다며 본래적인 자신이 7의 70곱의 가죽에 싸여있다고 표현하였습니다. 본래의 자기를 발견하는 방법으로 우리가 평소에 존경하는 대상이 갖는 성격들을 고려해볼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존경하는 영웅이야말로 본래적인 자기가 무엇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의 존경하는 점들을 리스트업 해보면, 내가 되고 싶은, 되어야할 내 모습이 나타납니다. 나의 정체성, 내가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은 ‘되고 싶은 나’입니다. 되고 싶은 모습이 ‘나’입니다.
철학자 강신주님은 나를 알기 위한 방법으로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였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고. - P73
95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 먼 훗날의 넌 지금의 널 절대로 잊지 마 지금 니가 어디 서 있든 잠시 쉬어가는 것일 뿐 포기하지 마 알잖아 너무 멀어지진 마 tomorrow
_<TOMORROW> 중에서
(중략)
길을 잃는단 건 그 길을 찾는 방법
_<Lost> 중에서
그냥 하루만 더 버텨낼 용기라도 누군가에겐 얼마나 큰 의미일까요. - P95
102 오늘따라 림이 멀어 보여 코트 위에 한숨이 고여 현실이 두려운 소년 … 이 순간은 영원할 듯 하지만 해 지는 밤이 다시 찾아오면 좀먹는 현실 정신을 차리면 또 겁먹은 병신 같은 내 모습에 자꾸만 또 겁이 나 덮쳐 오는 현실감 남들은 앞서 달려가는데 왜 난 아직 여기 있나
_<Intro : 화양연화> 중에서
(중략)
금메달은 결과를 모르고 최선을 다한 과정에 대한 찬사입니다. 청춘의 불안은 결정되지 않았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기에, 과정이라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의 한 조각입니다. - P102
108 성공할 사랑이라서가 아니라 그 사랑이 내게 가치가 있어 사랑하는 것입니다. 청춘이니까요. 도구적 가치의 계산 없이 내 영혼의 환희를 위해 삶을 던질 수 있는 에너지와 순수함이 있다면 청춘입니다. 환희는 삶에서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 삶에서 사랑할 가치가 있는 것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줄이 묶여 있는지도,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 그냥 뛰어내리고 달리고 부딪히다 보니 내 운명의 모양을 대충은 알아냈지만 흉터가 남을 수도 있습니다.
돌아갈 수 없다면 직진 실수 따윈 모두 다 잊길 Never mind 쉽진 않지만 가슴에 새겨놔 부딪힐 것 같으면 더 세게 밟아 임마 부딪힐 것 같으면 더 세게 밟아 임마
_<Intro : Never Mind> 중에서
BTS는 실패를 두려워말고 부딪히라고 합니다. 용기를 이야기합니다. 두려우면 더 큰 용기를 내서 행동하라고. - P108
118 유혹 당하는 사람이야말로 매혹적인 사람입니다. 또 유혹당하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매혹과 유혹으로 이루어진 자신의 존재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매혹적인 사람입니다. _뱅상 데콩브
(중략)
미치도록 좋았지 달콤함에 중독된 병신 그래 병신 놓치긴 싫었어 악마의 손길을... It‘s too evil Too bad but it‘s too sweet
_<Intro : Boy Meets Evil> 중에서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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