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체력 -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
이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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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미생> 4권에서 프로 기사가 된 장그래를 앞에 두고, 사범은 바둑만 잘 두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바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체력‘이라고 말한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라. 게으름, 나태, 권태, 짜증, 우울, 분노, 모두 체력이 버티지 못해서, 정신이 몸의 지배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야."
정신력을 뒷받침하는 것은 체력이다. 날이 선 정신노동자로 길게 살려면 무엇보다 체력부터 키워야 한다. 체력이야말로 죽는 그 순간까지 키우고 유지해야 할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다. 이제 좀 설득이 되는가? - P221

225 숙소에다 차를 세워 놓고, 내가 좋아하는 고창 선운사와 고인돌 공원 등을 누비고 다녔다. 걸어서 구경하기 힘든 한적한 관광지는 자전거로 돌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다음 행선지인 해남으로 가는 여정에도, 경치 좋은 곳을 만날 때마다 차를 세우고 자전거를 꺼내 신나게 타고 다녔다. - P225

242 둘째, 나는 남에게 거의 화를 내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남편에게만은 별일 아닌데도 불처럼 분노의 감정이 솟구칠 때가 있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에 대해, 현명한 알랭 드 보통은 역시나 속 시원하게 분석을 해 놨다. "우리가 불만 목록을 노출할 수 있는 사람, 인생의 불의와 결함에 대해 누적된 모든 분노를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뿐"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 P242

249 뇌과학자 정재승은 한 칼럼을 통해서, 중년으로 접어든 뇌가 가장 ‘절정의 뇌‘라는 연구 결과를 보여 주었다.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고 반응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눈이 침침해지고, 심지어 치매 초기 증상과 비슷한 경험을 반복한다. 따라서 그 나이에 리더가 된 사람들은 급격히 자신감을 잃고 나이듦을 억울해 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뇌의 가장 중요한 여섯 가지 인지 능력인 어휘, 언어 기억, 계산, 공간 지각, 반응 속도, 귀납적 추리 중에서 무려 네 가지가 초절정의 성과를 내는 나이대는 45세에서 53세 사이의 중년이라는 결과가 있다. 나빠진 기억력 때문에 고민이 많은 내게도 희망찬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우리에겐 몸과 마음, 뇌에 이르기까지 아직 많은 가능성과 시간이 남아 있다는 말이다. 이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내 몸밖에 없다. 특히 내 자유 의지로 운동을 하면서 서서히 변해 가는 몸을 지켜보는 건 근사한 경험이다.
운동이 단순히 근육을 단단하게 만들고 심장 기능을 강화하는 데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노력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만든다. 나이듦이라는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넋 놓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분발하며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그런 자부심과 자신감을 발산하는데, 어찌 내가 예전에 알던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겠는가. - P249

261 나이 들수록, 노년이 될수록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체력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잘 죽기‘ 위해서다. 나는 미국의 위대한 사상가인 스콧 니어링의 삶을 흠모한다. 죽는 순간까지 부인 헬렌과 함께 조화롭고 충만한 삶을 실천해 온 그의 <스콧 니어링 자서전>은 늘 가까이 꽂아 두고 인생 공부로 뒤적이는 책이다.
"우리는 경쟁적이고 공업화된 사회양식에 필연적으로 따라다니는 네 가지 해악에서 벗어나는 데 꽤 성공한 편이었다. 그 네 가지 해악이란 (돈과 가재도구를 비롯한) 물질에 대한 탐욕에 물든 인간들을 괴롭히는 권력, 다른 사람보다 출세하고 싶은 충동과 관련된 조급함과 시끄러움, 부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에 반드시 수반되는 근심과 두려움, 많은 사람이 좁은 지역으로 몰려드는 데서 생기는 복잡함과 혼란을 말한다."
그가 일생 동안 일관되게 지켜 온 생각과 행동에는 발가락만큼도 따라갈 수 없지만, 마지막 죽음에 이르는 순간만큼은 꼭 본받고 싶다. 100세가 된 스콧 니어링은 지상에서의 임무를 마감하고 스스로 곡기를 끊어, 아내 헬렌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극히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했다. 어느 정도의 절제력과 맑은 정신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일까. 지금으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강한 체력이 있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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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2018-09-22 0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미생의 바둑사범님 말씀이 특히 감동적(?)입니다. 머리가 자주 아프고 몸이 힘드니까 별 거 아닌 일에도 짜증나고 분노하고 우울해지고...저대신(?) 좋은 부분을 정리해주셔 감사합니다.^^

베텔게우스 2018-09-22 01:32   좋아요 0 | URL
ㅎㅎ 별말씀을요^^ 저한테도 특히 와닿았던 구절이에요. 실제 운동을 꾸준히 했을 때 덜 지치고 감정소모도 줄어든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아, 저도 편두통을 달고 삽니다 ㅜㅜ 동병상련이네요. 모쪼록 잘 견뎌내시길...

루이스 2018-09-22 0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걸 공유(?)하고 있군요. 베텔게우스님도 잘 버티시길...-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