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 - 젊은 시인 12인이 털어놓는 창작의 비밀
김승일 외 지음 / 서랍의날씨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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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2 세계란 무엇인가? ㅡ황인찬의 답ㅡ
우리는 시인에게 평가를 내리곤 한다. 이 시인은 세계가 없다거나, 이 시인은 세계가 특별하다거나. 그 세계라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 모두가 살아서 숨쉬고 움직이는 세계를 가리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소위 세계 내 존재 어쩌고 할 때의 세계는 최소한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대체 무슨 세계가 있다는 것일까?
사실 세계는 없다.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모두 망상이고 착각이다. 세계는 ‘세계‘라는 총체로 수렴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계‘는 존재한다. 망상이자 착각으로서 존재한다. 망상과 착각이 시인의 개성이며 태도가 되는 것이다. 시인은 자기 멋대로 왜곡하고 망가트린 세계를 통과하여 시를 제출한다. 다시 말하면 세계란 인식의 결과가 아니라 소망의 산출이다. 시인이 표현하는 세계란 시인 자신이 인지하고 감각하는 세계를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다. 인지하고 감각한 것을 서술하는 것은 과학의 소임이다. 시인은 ‘자신‘이 인지하고 감각한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욕망을 다시 거기에 투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시인은 세계와 대결한다. 시인 자신의 소망은 자신이 발붙인 현실에 투사될 수 없음을 알기에, 그것이 망상이며 착각임을 알기에(혹은 모르기에), 시인은 자신의 세계를 정교화하며 극단화한다. 그러한 싸움에도 불구하고 시인이 상대하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시인의 세계다. 자신이 쌓아 올린 헛된 망상과 착각을 상대하고 있는 것이다.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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