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사회성 기르기 - 복잡한 세상 속 너와 나를 이해하는 유쾌한 브레인 사이언스
박솔 지음 / 궁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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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오~ 똑똑한데? 맞아. 측두엽과 두정엽의 역할이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관여하는데, 이 영역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그리고 과학자들이 특정 뇌 영역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본 결과 알아낸 건데, 뇌의 앞쪽 부분인 전두엽도 관련이 있대. 전두엽에는 감정을 조절하거나 보상과 처벌에 대해 생각하는 영역이 분포해 있거든. 이 영역에 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사회적 규범과 관련된 상황극을 보여주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했더니 일반적으로 도덕적이라고 여겨지는 판단을 내리지 못했대. 사회적 규범을 잘 이해한다는 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내게 보상으로 돌아올지, 또 처벌을 피하려면 어떤 행동을 선택해야 하는지 잘 안다는 거겠지? 그런데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게 어려워질 거야. 마지막으로 한 군데가 더 있는데, 혐오감을 관장하는 섬이랑이라는 영역도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데 관여한대. - P49

50 뇌 속에서 ‘도덕’을 찾으려면

도덕은 사회적 규범의 하나다. 사회적 규범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도덕적 행동이 무엇인지 정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매우 어렵고, ‘도덕심’을 측정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과 같이 어디서든 ‘비도덕적’이라고 여겨지는 상황과 행동이 존재한다. 뇌에서 도덕심을 찾을 때는 이처럼 어디서나 도덕적이라고 여겨지는 상황이 이용된다.

연구자들은 특정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에서 피실험자가 하는 대답이나 행동과 그 때 일어나는 뇌 활성의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도덕심’을 유발하는 뇌 영역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금까지 이뤄진 뇌 속의 ‘도덕’을 찾기 위한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 ‘도덕심’을 관장하는 뇌 영역은 한곳으로 콕 집어 나타나지 않았다. 도덕적 판단은 사회 규칙 등의 학습 내용과 감정적 반응 등 다양한 요소가 조합되어 나타나는 의사결정 과정이기 때문에 여러 뇌 영역의 활성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뇌의 특정 영역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경우 성격이 완전히 변하는 경우는 알려져 있다. 그 중 한 예가 피니어스 게이지라는 사람의 이야기이다.피니어스 게이지는 1848년, 뇌의 전전두피질 아래쪽 부분을 커다란 막대기가 관통하는 부상을 입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기억이나 지각 능력 등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지만, 이 부상 이후 피니어스 게이지의 도덕성, 사회성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다른 성격을 가진 완전히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고 말할 정도였따.

피니어스 게이지의 뇌에서 손상을 입었던 바로 그 영역인 전전두피질의 아래쪽 부분은 실제로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된다. 이 영역은 특히 죄책감이나 동정심, 부끄러움 같은 사회적 감정을 느끼는 데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자들이 전전두피질의 아래쪽 부분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제시한 뒤 그 대답을 뇌에 손상이 없는 사람들의 대답과 비교해본 결과, 전전두피질의 아래쪽 부분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감정이 개입되는 도덕적 판단을 잘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브레이크가 망가진 열차가 달려오고 있다. 열차가 달려가는 방향에 다섯 사람이 서 있다. 나는 육교 위에서 그 상황을 보고 있는데, 내 옆에 서 있는 조수를 밀어 떨어뜨리면 열차를 막을 수도 있다. 한 사람을 희생시켜 여러 사람을 구하는 것과 고의로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 중 무엇이 더 도덕적인 선택일까?

이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의 수를 본다면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옆 사람을 희생시키는 것 역시 도덕적이라고 볼 수 없는 선택이며, 죄책감이나 책임감을 불러올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전전두피질의 아래쪽 부분에 손상을 입어 죄책감, 희생에 대한 책임 같은 감정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뇌에 손상이 없는 사람에 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키겠다는 선택을 내리는 비율이 더 높았다. 또 이들은 선택을 하는 데 있어 망설이는 시간도 훨씬 짧았다.

반면, 이 사람들이 사회 규칙이나 학습한 도덕적 사실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길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과 같이 감정적 판단을 동반하지 않는 상황의 경우 전전두피질의 아래쪽 부분에 손상이 있는 사람도 정상적으로 도덕적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감정을 동반하는 모든 도덕적 상황에서 전전두피질의 아래쪽 부분이 그 역할을 하는 걸까? 사람의 뇌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최후통첩 게임에서 상대방보다 내가 적은 돈을 배당받는 경우 전전두피질의 아래쪽 부분에 손상을 입은 사람도 대부분 화를 내며 제안을 거절했다.

이 경우는 앞선 경우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적 판단을 내리는 상황이었고 최후통첩 게임의 경우는 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감정적 판단을 내리는 상황이었다. 즉 전전두피질의 아래쪽 부분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감정이 아닌, 제삼자가 처한 상황, 타인과 나의 관계에 대한 감정인 ‘사회적 감정’이 개입되는 판단을 내리는 데 관여하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 P50

125 부끄러움을 느끼는 뇌

부끄러움, 수치심도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두 감정은 사회적인 상호 작용을 반드시 동반하는 ‘사회적 감정’으로 앞서 얘기한 기쁨, 슬픔, 분노, 혐오감, 공포와 같은 감정과 조금 다르다.

기쁨이나 슬픔, 분노, 혐오감, 공포심은 다른 사람과의 상호 작용이 없어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꽃을 보면 기쁘고, 기르던 화분이 시들어 죽으면 슬프고, 화분을 잘 돌보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날 수도 있다. 또 화분에서 징그러운 무늬의 풀이 돋아난 걸 보면 혐오감이나 공포심이 들 수도 있다. 다섯 가지 감정을 느낄 동안 다른 사람의 개입은 전혀 없다.

반면, 부끄러움이나 수치심은 타인에게 비춰지는 나의 모습에 대한 생각이 반영된 감정이다. 죄책감이나 자부심 같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수치심은 뇌의 슬전대상회라는 곳과 후대상피질 영역에서 느낀다는 연구가 있다. 후대상피질은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면서 나타나는 고차원적인 행동을 조절하는 전두엽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연구에 따르면 부끄러움을 더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록 뇌의 슬전대상회 영역의 크기가 크고, 후대상피질의 두께가 얇다고 한다. 또 두려운 감정을 느끼는 편도체의 크기도 작았다고 한다. - P125

163 딱 그 말이 맞아. 고장관념이나 편견에 의한 반응이 바로 그래.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편견과 고정관념에 따라 행동하게 되는 거지. 자기도 모르게 하는 행동, 즉 스스로가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판단을 내리고 행동을 한다는 건, 우리가 알아채기도 전에 뇌가 먼저 결정을 내리고 반응한다는 거지. 이게 바로 고정관념과 편견에 의한 반응의 중요한 특징이야. 그리고 편견과 고정관념 모두 자기가 속한 집단, 사회의 영향을 많이 받아.

이렇게 비슷한 구석이 많은 둘의 차이를 굳이 나눠보자면 이래. 고정관념은 어떤 집단에 대해서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다 이럴 거야, 라고 단순하게 일반화해서 생각하는 걸 말해.

편견은 사람들이 직접 겪어보기 전에 미리 예상하고 판단을 내리는 것을 전반적으로 가리키는 말로 쓰인대. 그리고 주로 부정적인 평가들이야.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편견은 특히 감정적인 반응,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태도를 가리킨다고 해.

편견은 고정관념보다 좀 더 감정적인 판단이고, 또 전반적인 집단에 대한 평가보다 그 안에 속한 어떤 개인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아. 음…… 예를 들어서, 네가 공대 남자는 다 말주변이 없을 거야, 라고 생각하는 건 고정관념이지만, 저 사람은 공대 남자라 성격이 별로일 거다. 그래서 싫다고 생각한다면 이건 편견인 거지. - P163

230 마음의 이론을 수행하는 뇌

마음의 이론을 수행하는 데는 측두두정정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 영역의 역할만으로 완전한 마음의 이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의 이론이란 타인과 관계를 맺고 여러 사람이 사회를 꾸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인 사회성의 기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타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것은 감정적 요소와 인지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가능하다.

마음의 이론을 수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다른 영역에는 전전두피질의 중앙 부분과 상측두구가 있다. 이 영역들은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주변 환경을 고려해 상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된다.

230 나는 마음의 이론을 수행할 수 있을까? - 샐리 앤 테스트

마음의 이론은 특히 다섯 살 이하 어린이들에게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어른이 되어서도 이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마음의 이론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는 ‘샐리 앤 테스트’라고 불리는 간단한 테스트로 확인해볼 수 있다. 간단한 상황을 그린 만화를 보여주고 그 상황에 대한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하는지 보면 된다.

샐리와 앤이라는 두 명의 아이가 각각 바구니를 가지고 있다. 샐리에게는 구슬이 하나 있다. 앤이 보는 앞에서 샐 리가 이 구슬을 자신의 바구니에 넣는다. 그리고 샐리가 잠시 자리를 비운다.샐 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앤은 샐리의 바구니에 있던 구슬을 꺼내 자기 바구니에 넣는다. 잠시 후 샐 리가 다시 돌아온다. 샐리는 구슬을 어느 바구니에서 꺼낼까?

이 글을 읽은 독자들은 당연히 자기 바구니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답할 것이다. 샐리는 앤이 구슬을 옮겨 놓은 것을 모르니까.

아주 쉽고 간단한 것 같지만 이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샐리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데 만약 다른 사람은 나와 별개로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대답할까? 샐 리가 앤의 바구니에서 구슬을 꺼낼 거라고 답할 것이다. 샐리는 앤이 구슬을 옮긴 사실을 모르지만,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본 사람의 입장에서는 구슬이 앤의 바구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대답을 한다면 앤의 바구니를 들여다보는 게 맞다.

실제로 다섯 살이 안 된 어린아이들이나 자폐 증세가 있는 사람 대부분이 이 같은 대답을 한다. 이들에게서는 마음의 이론을 수행할 수 있는 뇌 영역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5세 이하의 어린아이들, 또 자폐 증세가 있는 사람 다수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것,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은 나와 독립적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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