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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그림일기
오세영 지음 / 글논그림밭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야한 부분이 있다는 점으로 봐도, 폭력적인 부분이 있다는 점으로 봐도, 이리저리 생각해도 이해 안되는 부분이 있다는 걸 봐도 이 만화는 성인 만화입니다. 그래서 적어도 초등학생 중학생 자녀에게 이 만화를 권하는 것은 피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노파심에 이 말씀을 먼저 적고 시작합니다.
만화를 보면 만화 속의 때국물과 궁색함이 제 손에 묻을거 같습니다. 인물들은 우리들의 할머니 할아버지 같습니다.천천히 책장을 넘기다보면 작가가 무엇을 보며 무엇을 외치고 싶었는지 보입니다. 그것은 점차 가슴아린 한숨으로 내 가슴에 스물스물 움직입니다. 이런 책이야말로 좋은 책이 아닐까요?다 좋았지만 표제작 부자의 그림일기와 고샅을 지키는 아이가 가장 가슴에 와 닿는군요. 가난한 집의 아이의 외로운 그림자와 때에 절은 옷을 바라보고 있으면 자꾸 눈물이 납니다. 가엽고 초라한 강아지의 다리를 보고 있어도 자꾸 눈물이 납니다.
언젠가 1년간 철거지역에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월남해서 대학생 아들 둘을 가르치시다가 감전되어 하루밤에 두 아들이 다 죽은 할머니와 리어커 아이스께기 장사로 교통사고 나서 쉬고 있는 아저씨가 이웃이었습니다. 그 황량한 땅에서 아저씨가 참치켄으로 만든 채송화 화분을 놓는 것을 보았을 때, 그 꽃은 시들지 않은 희망처럼 보였습니다. 문득 지나간 그 시간이 떠오르네요. 맞아요. 부자의 그림일기가 그런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다시 저를 추스리고 이웃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 책 옆에 놓을 수 있는 책으로 두 권이 떠오르네요. 사진작가 최민식 선생님의 산문집 '종이 거울 속의 슬픈 그림'과 유태인 학살을 다룬 걸작만화 '쥐'! 이 책에 감명을 받으신 분이라면 추천하고 싶습니다. 과연 진실함보다 더한 아름다움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우리는 너무도 박제된 아름다움에 질식되어 살아왔습니다. 끝으로 이 책은 너무도 아름다운데요 그래도 대본소 만화처럼 누런 갱지위에 조악하게 박혀있다면 더 좋을뻔 했습니다.거친 갱지 결 위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면 정말 있어야하는 곳에 있는 것처럼 편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