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유희
로버트 클루즈 감독, 척 노리스 외 출연 / SRE (새롬 엔터테인먼트) / 2000년 9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는 1973년 이소룡이 죽은지 5년이 지나 만든 영화로, 카림 압둘 자바라는 2미터 19센치의 유명한 NBA농구선수와의 대결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영화이다. 사요나라님의 리뷰처럼 이 영화가 이소룡에 의해 완벽하게 마무리가 되었던들 최고의 걸작 영화가 탄생되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이 영화는 선악의 대결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영화이다. 지하세계 악당들의 위협에 맞서 물러서지 않는 투지, 다양한 악당들과의 박진감 넘치는 대결 등은 이전의 이소룡 영화보다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한단계 올라선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소룡은 죽기 1년전에 마지막 10분의 액션장면만을 찍고 죽었기 때문에 남은 부분을 여러명의 대역배우와 기존에 남아있었던 필름을 활용해서 완성하게 되면서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영화로 변하게 되었다.  

이소룡의 열렬한 팬이라면 이 영화는 존경하는 액션스타의 마지막 유작으로서 애정의 대상이지만 이소룡이 등장해야할 곳곳에 짝퉁 이소룡이 등장한다는 면에서 증오와 짜증의 대상이다. 그렇지만 꼭 그렇게 이소룡만을 집중할 필요는 없지않을까? 무술영화의 명품 이소룡에 대한 갈증을 잠시 지운다면 이 영화는 대단히 놀랍고도 이색적인 영화라고 생각된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소룡 추모영화인 [드래곤]이 이소룡 인생의 화두인 두려움에 대한 극복을 성공적으로 보여준 명작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드래곤]도 이소룡의 짝퉁이라는 식으로 평가절하된 면이 있다..)

우선 주연 배우의 실제 장례식이 나오는 영화를 당신은 본 적이 있는가? 또 주연배우의 유명한 작품인 [정무문][맹룡과강] 등의 장면을 영화 속에 교묘하게 삽입함으로써 여러 시간대의 이소룡이 함께 존재한다는 느낌을 들게 한다. 제작진들이 이런 소름끼치는 느낌을 의도했는지는 모르지만 죽은 이소룡과 아직은 살아있는 이소룡, 그리고 이소룡을 닮은 무술인을 교차함으로써 이 영화의 제목 [사망유희]에 걸맞는 영화를 보여준다.

이소룡은 죽었다.그러나 죽지 않았다. 우리의 가슴에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살아움직이고 있다. 이소룡의 울음소리와 이미지는 서로 결합되어 죽어도 살아있는 이소룡을 우리앞에 보여준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만큼은 이소룡은 전능한 신과 같은 존재로써 수많은 화신을 거느리고 살아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라.이소룡의 화신, 짝퉁 배우의 흐느적거리는 무술장면은 곧 이어 이소룡의 얼굴로 이어진다. 우리는 죽음으로 흩어진 아쉬운 이소룡의 눈빛, 죽음을 통해 걸어나온 추억의 실루엣을 만난다. 이런 무상감을 그 어떤 영화가 보여줄 것인가! 저렇게 생동하던 그가 지금은 흙이 되고 말았다니! 그런 뜻에서 무술인 이소룡 최고의 작품은 [용쟁호투]일 것이지만 영화상의 재미로 본다면 이 영화가 [용쟁호투]를 능가한다고 본다.   

둘째로 이 영화에서 이소룡을 지우면 무척 다채로운 주변인물들을 만날 수가 있다.

(1)카림 압둘 자바: 마지막에 이소룡과 붙는 엄청나게 큰 흑인 선수는 70년대를 통틀어 NBA를 호령하던 전설적인 선수이다.  71년-80년까지 NBA MVP를 6회나 차지했고 89년 은퇴할 때까지 팀 동료인 매직 존슨과 함께 NBA 챔피온을 다시 6번이나 차지한 선수이다. 이소룡의 제자이기도 했다는 그는 현재 LA레이커즈의 코치로 있다고 한다.

(2) 많은 한국 배우들 : 이소룡과 마지막 결투에서 붙는 고수들 외에도 이소룡의 사후 대역배우 랄지 악당 역으로 많은 한국 배우가 동원되었다. 무림고수인 황인식, 지한재, 왕호와 이소룡의 대역인 김태정이 그들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한국인의 참여가 두드러졌던 무술영화인 셈이다.(자세한 부분은 이하의 인용한 리뷰에서 보시길)

(3) 이소룡과 친한 인물인 대니 이노산토스와 홍금보를 볼 수 있다. 대니는 이소룡에게 쌍절곤을 가르쳐줬다는 이야기가 들릴만큼 뛰어난 무술가인 모양인데 이영화에서 쌍절곤끼리 격돌하는 장관을 보여준다. 홍금보는 이소룡의 제자로 알려져 있는데 [용쟁호투] 초반의 격투 장면에 이어 [사망유희]에서도 상당히 좋은 몸놀림을 보여준다.

(4)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악당 랜드 박사를 잡기위해 5층 건물(영화 속에서는 빨간 고추 식당으로 되어있다)을 올라가며 고수들을 격파하는 부분인데 사실 이 건물이 국보인 법주사 팔상전이라고 한다.

배암발 : 이 영화를 오랫만에 다시보면서 드는 생각은 현실과 영화는 어떤 관계인가 하는 거였다. 이소룡이 죽은 후 많은 대역 배우를 통해 완성된 이 영화가 꼭 조잡한 대체물에 불과한 것인가? 이 질문은 이런 식으로 바뀔 수 있으니라. 반드시 그 누군가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역사 같은 것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우리는 다만 드라마를 진행하는 배우일 뿐인가?  무엇이 본질적인가? 메시지가 중요한가? 진정성이 중요한가?

*** 이하는 홍성식 영화평론가의 [용쟁호투]에 대한 리뷰이다. 중복되긴 하지만 좋은 정보라고 생각되어 인용한다. **** 

이소룡의 마지막 유작으로, 73년작 <용쟁호투>를 촬영하기 전인 1972년에 라스트의 액션 씬만을 촬영한 채 이소룡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제작이 중단된 영화를, 이소룡의 모습을 편집하고 대역을 써서 완성한 작품이다. 감독은 전작 <용쟁호투>의 로버트 클로즈가 맡았다.

 원래 스토리는 유괴된 아들을 살리기위해 유괴범이 요구한 보물을 구하러 각 층에 무술의 고수들이 버티고 있는 한국의 5층탑을 한 층씩 싸우며 올라간다는 내용이었다. 이 5층탑은 바로 한국의 가장 높은 건축물이자 유일한 목조탑인 충북 속리산의 법주사 팔상전(국보 55호)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각층 고수로는 <맹룡과강>에 출연했던 황인식(1층)과, 이소룡의 제자인 대니 이노산토(2층)와 타키 기무라(3층), 당시 합기도 7단의 한국인 사범 지한재(4층), 역시 이소룡의 제자인 NBA 농구선수 카렘 압둘 쟈바(5층) 등을 불러서 격투 장면을 먼저 촬영하였다. 한국으로 촬영하러 오려던 계획이 당시 겨울이라 추위에 약한 이소룡의 개인적인 사정에다, 이 영화가 한국에서 상영될 경우 자신의 명예 손실을 걱정한 지한재의 보이콧으로 제작이 지연되는 등 우여곡절이 겪었다. 결국 이소룡은 <용쟁호투>를 끝낸 이후인 73년 요절하면서 영화 완성이 불투명하게 되었다.

 이소룡의 마지막 영화라는 상업적 가치가 큰 작품이라, 이소룡 대역을 응모하여 새롭게 촬영을 시도하였다. 대역에는 많은 지원자가 몰렸지만 적당한 배우를 찾지 못해 고심 중에 한국 동아흥행(후에 동아수출공사)의 이우석 사장이 무명인 김태정을 데려가서 합격 판정을 받고 그를 기용하여 완성시켰다. 김태정은 <맹룡과강>의 이소룡 배역명인 '당룡'이라는 예명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 작품 이후 홍콩에서 활동 중인 한국 배우 황정리와 함께 이 영화의 아류작 <사망탑/신사망유희>을 찍었고, <아가씨 참으세요>에서는 톱스타 정윤희와 공연하기도 했다.

 영화 도중 이소룡의 실제 장례식 장면이 잠깐 보인다. 뒷부분에서 이소룡과 쌍절곤으로 대결을 벌이는 대니 이노산토스는 이소룡의 필리핀 친구로 그에게 쌍절곤을 직접 가르쳐준 장본인이다. 그동안 이소룡 영화에서 짬짬이 나오던 쌍절곤 돌리는 모습이 여한없이 등장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즐겁게 해준다. 헌데 도중에 이소룡이 쌍절곤을 너무 꽉 쥐어서 쌍절곤이 휘는 모습이 보인다. 탄력있고 좀 딱딱한 스폰지로 된 쌍절곤임이 여실히 드러난 옥의 티다. 79년도에 이런 재질의 쌍절곤이 국내에서 시판되었다.

 재미있는 사실. NBA LA 레이커스의 카렘 압둘 쟈바가 하킴이라는 고수로 등장하여 이소룡과 한판 붙는다. 그가 이소룡의 제자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 마카오의 무술 시합 장면에서 홍금보가 얻어 맞는 장면이 나오는데, 원래 영화의 무술지도(72년 당시)는 당연히 이소룡이 맡았지만, 그가 죽은 후 새롭게 촬영된 영화에선 홍금보가 무술 지도를 맡았다. / 영화 초반에 백사라는 무술인과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이 배우도 왕호라는 한국 배우로 70년대에 한-중 합작의 많은 영화를 찍은 무술 배우이다.

 미완성이었다가 이소룡 사후에 완성된 탓에, 이 영화는 다른 내용의 온갖 잡탕 버전이 존재한다. 특히 영어 더빙과, 재출시판된 중국어 더빙판이 있는데, 타이틀과 편집도 완전히 다르다. 영어판에는 골든하베스트의 마크가 찍히고 나서 <맹룡과강>에서 이소룡이 쌍절곤을 꺼내어 휘두르는 장면이 약간 슬로우모션으로 바람가르는 소리와 함께 보여진뒤 존 베리의 음악이 흐르면서 화면에는 마작 등의 중국 도박기구들이 나오고 기구에 맹룡과강에서 이소룡이 척 노리스와 싸우는 장면이 여러 장면으로 겹쳐서 나온다. 영화 초반에 빌리의 애인, 앤이 스튜디오에서 부르던 노래가 흐르는데 노래와 함께 이소룡의 모든 영화의 격투 장면이 화면을 하나 가득 장식 한다. 하지만 중국어 더빙판은 타이틀과 끝맺음이 단순하다. 그리고 영어 더빙에서는 초반에 백사와 싸우는 장면이 편집에서 잘렸고 마지막에 란박사가 떨어져서 죽은 뒤 그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면서 끝나는데 중국어 더빙에서는 란 박사가 죽은 뒤 빌리가 경찰에게 연행 되어가는 장면이 이어진다. 입원한 앤을 문병간 란박사 일행에게 앤이 살인자라고 울부짖는 장면도 삭제가 되었다. 백사와의 격투씬은 있지만 후반부에 대니와의 쌍절곤의 혈투 뒤에 합기도의 명인, 지한재와의 대결이 빠진 채 곧바로 카렘과의 싸움으로 이어진다.

 이 영화의 촬영지로 선정된 법주사 팔상전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우리나라의 탑 중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며 하나뿐인 목조탑이다. 임진왜란 이후에 다시 짓고 1968년에 해체, 수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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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못 2007-05-19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저런 정황으로 볼때 개봉시기와는 달리 이소룡의 최후의 작품은 [용쟁호투]가 되고 이 영화는 바로 직전 작품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용쟁호투]가 개봉이 이르지만 실제 촬영은 가장 늦게 되었고 '무술가는 그림자같은 몸놀림 뒷편의 실체를 보아야 한다.'는 등의 이소룡의 무술철학이 담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 [사망유희]에는 이소룡의 유언이라고 할만한 메시지는 없고 영화의 이미지만이 남아있을 뿐이어서 그런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sayonara 2007-08-15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시적인 제목에, 학구적인 글입니다. 정말로 잘 읽었습니다. 추천이 없다니...

하늘연못 2007-08-23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반갑습니다.짜집기 글이라 조금 쑥스러운데 어린 시절부터 간직하던 이소룡에 대한 생각을 하나하나 정리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자료를 모은 것입니다. 홍성식 평론가님의 글의 내용을 뻥튀기한 것 같아 지울까 말까 하고 갈등을 하고 있었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