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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로스트메모리즈 S.E.
이시영 감독, 장동건 외 출연 / 엔터원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뛰어난 영상미와 탄탄한 각본, 절묘한 상황 설정을 통해 명작이라고 부를 수 있다. 최근에 개봉된 [한반도]와 비교해 보면 단연 [2009]가 영화적 재미에서 압도한다. 그러면 나는 왜 [2009]를 명작이라 부르는가?
1.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를 모티브로 했다. : 거대한 상상력의 세계
무척 뛰어나지만 잊혀진 소설이 있다. 1988년에 나온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다. 1990년대에 1980년대 10년을 통해 최고의 장편소설을 뽑았었다. 문학 평론가들은 대부분 1위 [태백산맥] 2위[비명을 찾아서] 또는 1위[비명을 찾아서] 2위 [태백산맥]이었다. 그런데 왜 [비명을 찾아서]는 읽히지 않는 걸까?
여하튼 그 잊혀진 걸작을 모티브나마 빌려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반갑다.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지 못하고 미래에서 온 자객 이노우에의 총에 죽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영화는 초반부터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훌륭한 장면을 보여준다. 광화문의 풍신수길 상이라니! 일본국가대표 이동국의 일장기라니!
여기서 '이토가 살아난다고 그렇게 달라질까? '라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 이토는 일본에서는 근대국가의 기초를 닦은 영웅이다. 간단히 약력을 살펴보자.
런던 대학 화학과를 나와 정치계에 투신하였다. 일본에 근대적 양원제를 도입하고 초대 총리가 되었다. 명치 일왕을 도와 메이지 헌법의 기초를 닦았으며 이후 4차례 수상을 역임했다. 이 기간동안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즉, 현대 일본의 아버지라 불리울 수 있는 거목이 이토 히로부미다. 그가 안중근 의사의 총에 죽지 않았다면 역사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독일이 아닌 미국편을 들어 연합군으로 참전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일본 근대화 당시 상황이나 이토 개인의 사상에 대한 고찰이 요구된다.)
2. 민족감정에 치우친 감은 있지만 드라마가 살아있다. : 뛰어난 상황 설정
나는 이 영화를 굳이 '나라와 민족 찾기'라는 진부한 틀로 보고 싶지 않다. '쪽발이들을 많이 쏴 죽이는 영화'라느니 '광화문에 풍신수길이라니 친일영화다 재수없다'라느니 하는 시비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우선 이 영화의 배경은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된다. 이토 히로부미의 탁월한 영도력과 역사의 고비 때마다 이노우에라는 뛰어난 인물이 등장하면서 일본은 승승장구하게 된다. 그결과, 한일합방 후 조선은 일본의 영구적인 식민지가 되고 만다.
장동건이 연기한 사카모토 마사유키는 무척 뛰어난 일본 특수 경찰이다. 그렇지만 자신이 조선인이고 뛰어난 경찰이었던 아버지가 테러조직인 후레이센진에 매수되어 사살된 아픈 기억 역시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대적 광복군인 후레이센진을 타도하는데 더 적극적이 된 사람이다. (**참고: 욕중에 후레자식이 있다. 그런데 후레는 자식의 일본말이다. 따라서 후레이센진은 조센진의 자식, 멋지게 말하면 '조선인의 후예'가 된다.)
그러나 후레이센진이 노리는 것이 월령과 영고대이고, 석연치 않은 이 물건이 일본의 명문인 이노우에 재단과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일은 꼬여간다. 이 장면은 아마도 아버지 사카모토 마사오 역시 겪게 되었던 과정일 것이다. 뛰어나다는 것은 자꾸 깊이들어가서 진실에 닿게 된다는 것이 아닐까? 여하튼 영화 속에서는 언제나 진실이란 현실을 산산조각내는 위험한 무엇이다. 아버지가 사살된 그 지점에서 아들은 친구 사이고의 도움으로 죽음을 모면하게 된다.
이어 후레이센진의 본부에서 2008년 남북통일 후 한중일 합동 고구려 유산발굴 현장에서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발견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이것을 알게 된 일본이 자객 이노우에를 보내 안중근 의사의 암살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도! 더 놀라운 것은 아버지는 비열한 경찰이 아니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의로운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영화 표면 상으로는 조선의 역사를 되찾자는 영화지만, 아버지 찾기가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카모토에게는 정의로운 아버지를 되찾는 영화이고, 사카모토에게 아버지를 잃은 아이에게는 다시 아버지를 살려주는 영화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카모토를 살려준 사이고 입장에서는 역사를 다시 돌리는 것은 히로시마에 살고 있던 자신의 조상이 죽는 것이며 사랑하는 처자 유리꼬와 게이꼬를 영영 볼 수 없다는 것이 되니 기가 막힌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서로 절친한 친구면서도 상황에 의해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관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진정 좋은 점을 발견했다면, 민족주의적인 색깔이 이 우정과 가족애에 대해서만큼은 그나마 여백을 두고있다는 점이다.
3. 그 동안 이해가 안되었던 점 한 두가지.. 두 남녀의 관계와 로스트 메모리즈?
영화를 세 번보면서 가장 이해가 안되었던 것은 오혜린과 사카모토의 관계였다. 마지막으로 짜맞춰보면 이렇게 된다. 타임머신을 통해 일본의 자객 이노우에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때 여자 발굴단 한 명도 끌려 들어가게 된다. 이 여자가 독립 단체에게 비밀을 전하고 결국 후레이센진 조직으로 발전한다. 그런데 이 여자의 자손이 사카모토가 만나게 되는 술집의 여자가 된다. 이 여자는 후레이센진 조직의 핵심으로 조선의 광복에 헌신하는 인물이며 사카모토에게 묘하게 끌리는 사람이다.
사카모토가 다시 타임머신으로 들어가서 만나는 사람은 최초의 여자 발굴단이고 이 모든 비밀의 실마리가 되었던 사람이다. 그는 그녀와 영고대를 파괴하여 시간의 문을 없애고 조선 광복군의 일원으로 함께 활동하게 된다. 그러면 끊임없이 사카모토의 머리에 떠올랐던 월령과 여자의 기억은 무엇인가?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영원한 사랑의 원형인가? 아니면 또다른 인연의 끈이 있었던 것일까?
2009년 월령과 영고대의 발굴현장에는 아마도 연인 사이였던 사카모토와 오혜린이 함께 있었으리라. 사랑하던 그들은 예기치 않게 오혜린이 타임머신 속으로 사라지면서 이별을 하게 된다. 그러고 보면, 아버지를 잃고 고독한 삶을 사는 사카모토가 진정 찾아야 했던 '잃어버린 기억'이란 '오혜린과의 사랑의 기억'이다. 따라서 두번째 생에서도 묘한 이끌림 속에서 시간의 벽을 넘어갔던 것이다. 사카모토는 민족을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 사랑을 생각했으리라.
(*** 참고 : 사카모토와 오혜린의 만남은 3중구조이다.
1. 발굴단의 연인사이....
2.일본경찰 사카모토와 후레이센진의 오혜린-
사실 이 여자는 사카모토가사랑했으나 타임머신 때문에 헤어지게 된 여자 발굴단원의 후손으로 실제 사카모토의 연인과는 다른 사람이다. 아마 증손녀뻘? 그럼에도 잊혀진 기억 속의 연인과 모습이 비슷하기에 사카모토가 자꾸 끌리는 것이다. 그리고 관객의 입장에서는 서진호라는 같은 배우가 연인과 손녀 2역을 연기하기에 자꾸 헷갈리는 것이다.-.-...
3.시간을 건너 다시 만난 연인- 이들은 광복군이 된다.-
이라는 3중 구조이다.***)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은 광복군 사진이다. 사카모토와 오혜린이 투쟁의 역경 속에서도 환하게 웃으며 서있는 모습이다. 사랑이란 시간을 초월하고 시련을 추억으로 만든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내가 가증스럽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서나마 이런 기분을 느낀다는 것은 역시 좋은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 배암발 : 사이고 역(나카무라 토오로) 사이고 아내 유리꼬 역(요시무라 미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