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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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야 널 보낼 수 있을까.”

내용을 짐작하고 내내 울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책을 펼 때마다 울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어쩌자고 이 책을 읽고 싶어 했을까 후회를 했다. 처음 책을 펼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회사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눈이 벌게져서 감추기에 급급해졌고, 어떤 날은 울어서 다음날 눈이 퉁퉁 붓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책을 펴는 데에만 시간이 걸렸다. 이걸 여기서 읽어도 되나, 싶어서.

 

 

 

취업 준비생인 시미즈 미소라는 취업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차에 전에 아르바이트로 했었던 반도회관에서 도와달라는 제의를 받아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승낙한다. 반도회관이란 도쿄 스카이트리 옆 장례식장의 상호다. 시미즈 미소라는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능력을 긍정적으로 알아봐 주는 장례 디렉터인 우루시바라와 스님 사토미를 만나게 되고 그 능력을 극대화하기에 이른다. (소재 자체는 드라마 <태양의 주군>과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40.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 세상을 떠났다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이런 식으로 후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승화하는 수밖에 없지. 장례는 그런 자리이기도 해.”

139. 죽음은 결국 살아 있는 사람의 문제니까요. 죽음을 어떻게 인정하느냐, 어떻게 포기하느냐.

 

분신자살을 하였기에 이미 유골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추모식을 하냐는 미소라의 말에, “문제는 남은 사람의 마음이니까.”라는 말이 한동안 맴돌며 떠나질 않았다. 전에는 그런 말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을 텐데, 몇 달 전에 화장장을 다녀온 적이 있어 그때의 마음이 도로 생각나버려 무너져버렸다. 사람이 단 몇 시간 내에 가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 짧고도 긴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우는 것뿐이었는데, 난 그 이후로도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다. 나에게 그곳은 마음을 다 내어놓고 울 수 있는 자리,였다.

 

 

 

68. 그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추모식과 고별식이 전부 끝난 다음이라도 좋다. 아내와 아이의 죽음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그들을 떠올리면서 이제 이 세상에 없음을 깨닫기 위한 시간이…….

 

카페에서 눈물을 훔치느라 바빠서 책을 도로 덮을 수밖에 없던 이야기는, 출산을 앞둔 임산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에 이른 장례식에 지인으로 보이는 어떤 만삭의 여인이 문상을 와 가방을 들어달라고 한다. 그것은 죽은 아내와 함께 기저귀가 가득 담아두었던 가방이었던 것. “내가 잘 보내주어야 하는 거죠.”라고 말하며, 그 기저귀를 태움으로써 남편은 아내와 아기를 보내주기로 한다.

 

 

 

150. “엄마랑 아빠는 같이 갈 수 없어. 네가 가야 할 곳은 아주 먼 곳이거든.”

‘싫어. 엄마랑 아빠랑 같이 집에 가고 싶어.’

 

우느라 진이 다 빠졌던 이야기. 네 살의 아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미소라의 눈에 비친 아이는 팔짝팔짝 기운이 넘치게 뛰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별은 슬프지만 아이는 병에서 해방되어 겨우 자유로워졌으니 이제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고, 부모가 본다면 순순히 이별을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얘길 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열심히 양수를 만들어낸 것들을 밥 먹는다고 물 마신다고 답답하다고 앉고 걸으며 쏟아내어 겨우 작은 그곳에서 옹그려있던 그 애가 생각나 울었고, 그 애도 자유롭게 폴짝폴짝 뛰었을까 상상하며 울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땐 차라리 읽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가기는 무섭다는 히나의 말에 또 울어버렸다. 히나는 미소라의 언니인 미도리와 함께 갔는데, 그 애는 누구랑 갔을까. 나는 P아저씨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P아저씨, 잘 부탁해요.

 

 

아이를 잃은 부부 중 남편이 아내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장례 디렉터인 우루시바라가 읽어주는 부분이 있었다. “(…) 부인이 다시는 깊은 슬픔에 잠기지 말고, 앞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으면 하는 바람이. 아직은 빛이 보이지 않아도 앞으로 따님을 가슴에 품고 서로 위로하면서 함께 살아가자는 의지가. 히나 양은 브루가 되어 앞으로도 계속 두 분과 함께 있을 겁니다.” 아마 부부는 더 단단해지겠지. 그러길 바라며.

 

 

 

 

 

지금 라디오에서는 <섬집아기>가 흘러나오고 있고, 난 그 애를 또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은 해가 장렬하게 지고 있고, 지금의 내 마음을 아는 퇴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의 배우자는 옆에서 일부러 과장해서 오두방정을 떨고 있다. 컴퓨터를 끄고 웃으면서 일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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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 개정증보 3판
서중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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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평 : 좌편향된 한국 현대사를, 저자는 ‘객관성’이라고 일컫는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 줄 평부터 써버린 것은, 책을 읽으며 매우 매우 매우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현대사는 짤막짤막하게 어떤 시대를 소설이나 역사서로 읽은 적은 있지만, 한국의 현대사를 나열하는 책은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끝으로 처음이다. 기존에 있는 내용에 새로운 내용들을 보태고, 이후의 일을 순차적으로 나열하는 개정증보 3판으로 되어있다고 하여 기대도 많이 되었던 부분이었다. 추천사를 쓴 이이화 씨 역시 이 책은 객관적 공정성을 살리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고 하였다. 저자는 착각을 하고 있는듯하다. 이건 명백히 한쪽으로 치우친 자기 감상에 빠진 낙서장일 뿐이다.


참고로 책은 1945년 해방(광복절)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직후까지 만을 기술하고 있다.



책에 대해 말하기 이전에 밝혀야 할 것이 있다.

너는 어느 쪽이냐라고 묻는다면 지지하는 당이나 사람이 없기에 자신만만하게 답변할 수 있지는 않다. 나의 이념은 보수의 기조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보수를 지지한다고 말하진 않는다. 그저 주적인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지키기 위해 국방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까지만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보수와 진보가 더 이상 서로를 헐뜯고 싶어 환장한 닭과 개가 아니라 서로의 이념들을 기반으로 상대의 이념을 추가 보완하여 국민들이 살수록 만족감이 들게 하는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훨씬 크다. 물론 실현되기 힘들다는 것을 안다.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는 직업은 ‘4년 계약직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의 대리인’의 그 이상로도 그 이하로도 생각해본 적 없다. 그렇기에 잘한 것은 잘했다고 인정해 주고 못한 것은 못했다고 욕도 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 중 어느 대통령을 지지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나도 언젠가 내가 지지할 수 있는 대통령이 한 번쯤은 나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고 산다.





1. 진보는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하나의 이념 정도로 말하고 있고, 보수는 반공독재, 극우, 극우반공 독재, 수구냉전세력, 친일독재 강경파 등등의 단어들로 기술하였다.

굳이 그렇게 기술을 해야 했는지 의아해진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반공이 왜 나쁘지? 공산주의의 이론에 따르면 한 마디로 ‘사회 모든 구성원이 재산을 공동소유하는 것’을 일컫는다. 공부 안 하고 일 안 하는데 돈 주면 누가 공부해? 누가 일해? 나 같아도 안 해. 일 슬렁슬렁하고 월급루팡인 사람들만 있으면 회사는 이윤이 있어? 그럼 우리 사회는 누가 발전시켜? 공산주의면 사회가 발전이 될 수 있나? 모든 것이 생각 차이고 입장 차 이일뿐인 것을.




2. 독재 개ㅆㅑㅇ마이웨이라서 욕을 먹어도 한참 먹어야 하는 박정희 정권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나 역시 매우 찬성한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아 죽겠다는 문장들이 여력하다. 하긴 서문에서도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술했으니 오죽했겠나.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안 되지. 373page에 ‘경부고속도로의 문제점’들을 기술하고 있는데,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어 물류 이동이 원활해지고 수출이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가장 우스웠던 것은, (그래 이건 우스웠다는 표현이 맞다.)

371page. 지나친 해외 의존도는 끝내 1997년 IMF (국제통화기금) 사태를 불러왔다. 고 기술해두었다.

IMF가 박정희 때문인가? 왜요?... IMF


박정희 때 경부고속도로 건설, 원전 건설, 남산타워 건설, 4 대 강 유역 다목적댐 건설, 강남과 여의도 개발, 지하철 개통 등으로 인해 건설경기가 살아났으며 국방력이 강화된 것은 물론이고 자동차, 반도체, 조선업, 중화학공업, 경공업, 철강산업, 제철산업, 석유가공 등의 성장도 무시할 수는 없으며, 1~5차 경제개발을 5개년 계획으로 전면 시행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우리가 쓰고 있는 주민등록 제도를 시행시켰고 국민건강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의료보호법 제정에 이어 아동 장애우 및 노인복지법과 같은 복지법 역시 그 시대에 제정되었다. 그런데 그것을 시대와 노동자 및 교육열 높은 국민들이 따라줘서 어쩌다 얻어걸렸다고 말하는 표현들은 지양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구성원이 똑똑하고 능력이 있어도 지도자가 멍청하면 절대 발전할 수가 없는 일이니까. 오히려 본인 사업하겠다고 다 흩어지지. 그렇다고 하여 독재 정권의 주범인 박정희를 싸고돌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그가 이루어놓은 것들에 대해 인정은 하자는 것이다.


아, 가장 최근에는 경부고속도로 50주년을 맞아 기념비를 세웠는데, 박정희가 빠지고 김현미가 들어갔다고 한다. 참 개가 웃을 일이다.




3. 480page. 노무현 정권은 앞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이어받아 정리해고의 합법화, 파견 근로제의 도입 등 노동의 유연화를 강요했으며, 진보적 지지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FTA 체결을 서둘렀다. 양극화 또한 더 심해졌다. 박정희가 만들어놓은 해외 의존 경제체제의 틀을 벗어난다는 것이 집권자로서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아파트값도 크게 상승했다.


노무현 정권에서도 전 전 정권 탓을 하고 있다. (진보라면서 맨날 전 정권, 전 전 정권, 전 전 전 정권 탓만 해. 이건 고대 유물이야? 맨날 똑같아.)

그리고 아파트값이 상승했다는 이야기는 뒤에 꼬리처럼 왜 붙여놨어. 누구 탓이 아니라 누가 봐도 노무현 정권은 완벽한 부동산 실패였는데.


또 NLL은 정황만 있고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기술하지 않은 건가요?...



권양숙 뇌물 받은 정황은 따로 얘기도 안 하고 이명박이 비리를 캐내기 위해 공권력을 대거 동원했기 때문에 노무현이 자살했다고 기술했다. 권양숙을 위로하는 김대중이라고 사진이 실렸는데 나는 그 부분을 오려내고 싶었다. 뇌물을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위로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노무현이 죽음을 택한 이유는 본인이 가진 도덕성과의 충돌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것들이 결코 죽음으로서 미화가 되면 안 된다. 가장 악랄한 방법이다. 이는 가장 최근에 있었던 박원순도 마찬가지다.




4. 김대중·노무현 정권에는 그렇게 칭찬 일색을 늘어놓고 이명박 정권이 들어오자 또 경제가 어쩌고 하며 까내린다. 진짜 질린다.

하지만 가장 질리는 대목은,


484page. 박정희 추종자답게 극우반공 성향이었는데,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대북 봉쇄정책을 펴 남북 관계와 한반도 평화를 박정희·전두환 시대로 되돌려놓았다.



당연하잖아.

그럼 가만히 있나? 북한이 부모야? 형제야? 자식이야? 뭐야?

부모라도, 형제라도, 자식이라도 연 끊고 살 수 있어.

하물며 진짜 우리 부모, 형제, 자식인 국민이 죽었어.

다른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온도 차이가 나도 너무 차이가 나는 것 같지 않니.

또 천안함 사건에 ‘계기’라는 맞지 않는 단어를 쓰는 것조차 우습다.




5. 결국 난 이 책에서 내가 취할 것만 취했고 버릴 것은 버렸다.

취한 것은, 난 저자의 말에 의하면 반공이라는 것이고, 그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내가 살아가는 동안 가장 많은 자유를 억압받는 지금의 정부에 강제로 헌납해야 하는 우리의 재산권을 지키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여전히 국방이 강화되지 못한 지금 현실에 애통한 마음이 든다.




6. 꼭 ‘객관적’이라는 단어는 뺐으면 좋겠다.

 

 


 

오탈자

221page. 조리돌리기는 293page에 있는 게 아니라 297page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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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부부의 시간 - 뇌과학을 활용하는 작지만 강력한 부부 습관
마커스 워너.크리스 코시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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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한 환상이나 로망을 크게 가져본 적도 없지만, 결혼생활이 이렇게 적나라한 것인 줄 전에는 미처 몰랐다. 우리는 언제쯤 싸우지 않고 지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그 원인이 내가 서운해하는 것인지, 혹은 나를 서운하게 하는 그의 행동인 것인지 가늠도 할 수 없었다. 다른 부부들은 싸우는 주기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곳도, 물어볼 수도 없었다. 친구들한테는 말하고 싶지 않았고, 폭풍이 지나간 뒤에 웃으며 그런 적도 있었다 하며 한숨을 내쉬는 게 고작이었다. 현재진행형을 알리는 것은 내게 참 힘든 일이었다. 한 친구에게만큼은 현재진행형을 말하곤 했지만, 어느 순간 이 친구가 내 감정 쓰레기통도 아니고, 이 친구가 나를 위로하거나 나의 배우자를 욕해준다고 하여 내 기분이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내 얼굴에 침 뱉기네.라며 멈추게 되었다. 그때 당시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은 블로그였다. 그 역시 지나간 뒤에 쓰는 것이었지만, 남한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보여주기 위해 쓴다기보다 내 블로그를 방문해서 글을 읽는 배우자가 그것을 읽고 당시의 내 마음이 어땠을지 헤아려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던 까닭이었다.




조금 나아질 법하면 새로운 도시에 적응을 해야 하는 우리였는데, 설상가상으로 2018년~2019년 초반에 내가 새로운 도시에 적응을 하지 못하며 나는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놔버려야겠다고 판단했었다. 그는 알았을까. 그의 수많은 미안해, 속에는 고쳐볼게, 가 없었기에 그것이 꾸준하게 지속되었더라면 나는 이미 그를 놔버렸을 것이다. 난 그때 이미 지쳤기 때문에. 나 하나만으로도 힘든데, 배우자까지 이해해 줄 여력이 내게는 없었다. 부부라는 사이가 어떤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살다 보면 여러 가지가 퇴적하여 곪아서 썩어갈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지금은 충분히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정확히는 2019년 10월 말 즈음, 모든 것이 안정화되었다. 이따금 불만이 속출하지만 그때의 내 감정을 나만 컨트롤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 열에 한 번은 서운함 혹은 불만이 확 달아오르는 시기가 있어서 그렇지. 하지만 우리에게 이전과 같은 그런 고비가 언제라도 다시 찾아올 것을 나는 안다. 그것은 나이를 먹는다고, 좀 더 같이 살아봤다고 하여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부부라는 사이는 참 근사하면서도 옹졸하기도 하여 어떤 관계보다 더 많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지금의 우리와 훗날의 우리를 위해 쓰고 싶어 읽게 된 <하루 15분, 부부의 시간>이다. 뇌과학을 활용하는 작지만 강력한 부부 습관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뇌과학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나, 싶다가도 어떻게 뇌과학을 이용했나 하는 궁금증도 일었다.





책에서 부부 사이를 유지시키는 방법으로는 ‘기쁨의 갭’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기쁨의 갭은 함께 기쁨을 나누는 순간들 사이의 시간 간격인데, 기쁨의 갭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부부 사이도 멀어진다고 보았다. 기쁨의 갭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P.L.A.N을 말하는데, 함께 놀고(Play together) 감정에 귀를 기울이고 (Listen for emotion) 매일 감사하고 (Appreciate daily) 리듬을 기르는 것(Nurture rhythm)이라고 했다.


그걸 읽으며 우리는 충분히 그것에 상응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함께 노는 시간이나 방법이 잘못되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만족감이 달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한 환경이 바뀌면서 ‘우리’가 아닌 ‘나’만 생각했기 때문에 서로의 감정에 귀를 기울일 수는 없었겠지. 그도 나도, 우선 내가 힘든 게 우선이고,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랐던 마음이 컸던 게 사실이니까. 최적의 상태라고 말하는 지금, 우리는 이 P.L.A.N을 다 실행하고 있을까 생각해보았을 때, 지금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지금 우리는 작년(2019년) 12월 이후로 ‘저녁이 있는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더 줄어들고 있는데, 내가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를 하는 척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최근에 배우자가 내게 서운한 빛을 내비쳤는데 내가 전화를 한 번에 받은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핸드폰을 벨소리나 진동 어떤 것도 싫어서 무음으로 해두고, 전화가 왔음은 시계를 통해 아는 방식으로 했는데, 그 시계를 더 이상 착용하지 않음으로 생기는 현상이었다. 평소에는 전화를 안 받으면 그럴 수 있다 하겠지만, 정말 위급한 상황이나 걱정되는 상황에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싶어 미안하다고 얘기를 하며 집 밖에서는 벨소리를 최소화로 줄여서 켜두기로 했다(진동은 벨소리보다 더 싫기 때문에). 실제로 P.L.A.N은 기쁨의 갭을 줄이는 것이라기보다 부부가 사이좋게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우리의 스위치가 꺼져 관계 회로가 멈춰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위와 같은 방법으로 부부가 사이좋게 만드는 방법 번외 편으로 C.A.K.E 즉, 호기심(Curiosity), 감사(Appreciation), 친절(Kindness), 눈빛 나누기(Eye contact)를 소개하고 있다. 네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나는 눈빛 나누기에 시선이 간다. 언젠가부터 배우자가 “나 좀 봐.”라는 말을 요즘 들어 자주 한다. 그냥 귓등으로 들을 때가 많았는데, 내가 요즘 그의 눈을 보지 않았구나. 미안함이 서렸다. 함께 놀기를 소개하는 놀이 중에는 ‘눈을 마주 보며 미소 짓기’가 있다.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인 것이 쉽지 않아졌다는 것에 경계를 해야 할 때다.



많은 놀이들이 작은 책에 수록되어 있는데, 실질적으로 부부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들이라고 생각한다. 놀이라는 것은 부부 사이에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데, 특히나 배우자에게 감사함을 말하는 것이 꽤 많이 포함되어 있다. 모든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지나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미안하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말이 선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말만 노력해야지, 해놓고 사실 잘 안 되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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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곳으로 오늘의 젊은 작가 16
최진영 지음 / 민음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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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사라지고 질서는 무너졌다.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없던 날들.

‘내’가 서 있어야 하는 곳이 어디인지조차 모르는데 정부라는 게, 나라라는 게, 질서라는 게, 예의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하다못해 애도할 수 있는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 날들의 향연.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 도리가 사는 한국에도, 내가 사는 한국에도.

전염병이 이렇게 오래갈 수 있나 하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나는 그 전염병을 피하기 위해 내가 사는 곳을 버리고 떠나야만 하는 달팽이 신세가 되지 않아도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 건지, 숨을 천천히 내뱉는다. 살기 위해 한국을 떠났으나 떠나서도 방향을 몰랐고, 방향은 몰랐으나 쉼 없이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것은 알았으며, 농담과 웃음을 고향에 버리고 왔지만 사랑은 끝까지 손에 쥐고 있었다.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은 비단 미소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였으니까.

97. 세상이 지옥이어서 우리가 아무리 선하려 해도, 이렇게 살아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이미 악마야. 함께 있어야 해. 한순간도 쉬지 않고 서로를 보고 만지고 노래하며 사람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많은 지옥이 있어서, 우리는 그 지옥을 통과할 때 곁에 있는 이의 손을 잡아야 한다. 21.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지만, 이미 내 앞에 벌어졌잖아. 그러니까 손을 잡아. 지옥을 함께 겪었다면, 그렇게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면, 아니 벗어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사람일 수 있었다면, 손이 내내 따뜻할 수 있었다면.

23. 희망은 내가 움직여야 닿을 수 있는 대륙이 아니라 시간에 있는지도 모른다. 자기 속도로 움직이는 지구가 태양을 돌다 보면 나타나는 밝고 따뜻한 계절.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살아서 그 계절을 맞이하는 것뿐인지도.

문장을 읽고선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 때 눈동자를 잡아두려고 묶었던 실이 툭, 하고 풀리는 느낌. 시야가 아득해졌다. 그런 계절을 나는 기다리고 있던 중이니까. 누구에게는 따뜻한 봄이, 내게는 무척이나 추웠으니까. 내 지구는 계속해서 돌고 있는 중이겠지, 아주 천천히, 그리고 끊임없이.

지나에게 립스틱을 선물해 준 도리에게, 그 립스틱을 받아 그 자리에서 예쁘게 칠한 지나에게, 언니가 잠에서 깨어나면 사랑한다고 약속하겠다던 미소에게, 1년 내내 따뜻한 바다에 가고 싶은 건지에게, 그 계절이 도래했느냐고 묻고 싶은 것을 꾹 참는다. 도래하지 못했다고 대답해버리면 울어버릴 것 같으니까.

37. 난 더더욱 불행을 닮아 가고 싶지 않았다. 삶을 업신여기고 싶지 않았다. 죽음이나 삶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지만, 적어도 그것을 어떤 잘못이나 벌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55. 불행이 바라는 건 내가 나를 홀대하는 거야. 내가 나를 하찮게 여기고 망가트리는 거지. 난 절대 이 재앙을 닮아 가진 않을 거야. 재앙이 원하는 대로 살진 않을 거야.

131. 나는 아주 고요하게 살아남을 것이다. 죽는 날까지 좋은 것을 지킬 것이다. 좋은 것은 소중한 것. 내 중심에 있는 이것.

나를 홀대하지 말아야지, 나를 억압하지 말아야지, 나를 탓하지 말아야지, 나를, 나를, 나를.

세상의 많은 불행들 속에 나까지 나를 밀어 넣는 건 너무 잔혹한 일이니까.

그리고 내 안에 있는 작은 내가 세상을 좀 더 보드랍게 살 수 있도록 지켜주어야지.

17. 죽는 순간 나는 미소에게 무슨 부탁을 할 수 있을까. 사랑해.

사랑을 부탁할 것이다. 내 사랑을 부탁받은 미소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것이다. 사랑을 품고 세상의 끝까지 돌진할 것이다.

내가 사는 곳에 전염병이 최고조로 돌던 그때에, 나는 참 당연하지만 큰 것을 바랐다.

전염병이 사라지기를,

네가 무사하기를,

내가 무사하기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당신도 무사하기를,

그렇게 우리 모두가 무사하기를.

전염병은 사라지지 않았고,

우리는 아무도 무사할 수 없었으나,

또 그렇게 무사했다.

안녕이라고 물을 수 있었고,

안녕이라고 말할 수 있었고,

안녕이라고 대답할 수 있었으니.

마지막에 내가 너에게 준 것은, 오직 사랑이었기를 바라면서.

내 욕심인 것을 알지만, 너도 느꼈을 거라 믿으면서.

입에 모래를 한 움큼 집어넣은 까슬거림이, 그 모래를 씹을 때의 털썩거리는 치아들의 반항들이 오래 남던 책이었다.

도리의, 미소의, 지나의, 건지의 사랑 앞에서 내가 왜 이렇게까지 비참해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아서.

처참한 형벌에서 조금은 가벼워지기를 바라는 이 역시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싶은 나의 죄목을,

보이지 않게 손으로 가려주고, 조용하게 누그러뜨리고, 그런 나의 등을 한없이 다정하게 쓸어내려주어서.

24. 우리는 어디로 가?

우리는…… 여름을 찾아서.

여름은 어디 있는데?

나는 손가락으로 태양을 가리켰다.

저기, 가 지는 곳에.

현재 전염병은 일상에 녹아내리고 있고, 우리는 그것과 타협하며 어울려야겠지.

내가 어디까지 전염병 네 녀석과 타협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복종하거나 굴복하게 되지 않기를 바라며.

세상의 전염병은 오직 사랑,말고는 없었으면 한다.

<책 속 밑줄>

21. 기쁘고 즐거운 순간에도 약간의 우울감은 살 냄새처럼 배어 지워지지 않았고, 나와 세상 사이에는 늘 안개가 끼어 있어 어떤 질문에도 흐리멍덩한 대답만 간신히 뱉어 내던 나날이었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눈과 비를 막아주는 천장과 차갑지 않은 바닥이 있었다.

22. 고요하게 담담하게 각자의 인생을 삭감해 나갔을 것이다.

23. 희망은 시간처럼 머무르지 않고 오고 가는 것.

38. 아니면 누나도 나랑 같이 갈래?

건지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전에 본 적 없는 결연함. 꿈을 꾼다는 것. 그 꿈을 나눈다는 것. 건지에게 꿈이란 전에 닿아본 적 없는 새것, 실패해 본 적 없어 재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품을 수 있는 첫사랑 같은 것이었다. 폐허가 된 세상의 따뜻한 바다를 상상해봤다. 기나긴 교향곡이 끝난 뒤 오래 맴도는 적막처럼 어쩐지 공허하고 서글퍼졌다.

44. 엄마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했고, 아름다웠고, 아름다움을 찾아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46. 눈앞의 추위와 황폐만이 현실이고 그것이 바로 이 세계 전부인 듯했다. 우리보다 앞서 떠난 이들은 영영 멀어졌고 돌아오는 자는 없었다.

미리 다짐해야 했다.

이들과 언제까지 함께 다닐 것인지.

48. 분명 겪은 일인데 지난 일 같지 않다. 미래 같다. 앞으로 수없이 겪게 될 일 같다.

50. 노란 전구를 달아 놓은 탑차 안에서 서로에게 몸을 기대고 앉아 지나의 손을 잡고 있으면, 지나의 숨소리와 몸에서 전해지는 작은 진동에 집중하다 보면 서서히 현실감이 사라지고 과거가 지워졌다. 순간만 존재했다.

55. 평생을 이런 식으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고, 이번이 마지막 식사가 될지도 모르잖아. 그럼 감자 한 알을 먹더라도 제대로 먹고 싶어지니까.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한 끼 한 끼가 소중하다면,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56. 가장 큰 불행은 내게서 늘 한 걸음 정도 떨어져 있고 나는 정신병자처럼 그것을 내내 주시하고 있을 뿐. 그러다 홀로 골똘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어째서 나는 그것을 주시하고 있는가. 불행을 부르는 주문을 외우듯, 마치 그것에 익숙해지려는 사람처럼. 하지만 보지 않으려고 해도 그것은 너무 가까이 있다.

57. 제 이름을 부르면 맑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지나. 그 눈을 볼 때마다 나의 눈빛이 궁금했다. 나는 어떤 눈빛으로 너를 바라볼까. 어떤 눈빛이기에 너는 나를 보고 미소 지을까.

81. ……그러니까.

………….

넌 죽지 마.

………….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서 같이 견뎌야 돼.

같이 어떻게.

우리가 함께 있으면 그럴 수 있어.

82.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 같은 건 없어.

100. 미루는 삶은 끝났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101. 살아 있는 순간에 집중해야 했다. 나중 일은 나중에 맡겼어야 했다.

103. 세상에 나 혼자만 남은 것 같았다.

고독 같은 것. 같잖고 우스워 갖다 버리려 해도 검은 옷에 들러붙은 하얀 먼지처럼 자꾸 따라와 날 성가시게 하는 지독한 감정. 무섭다 못해 지겨웠다. 너무 들러붙어 내가 곧 그것 같았다.

116. 살아남은 것을 기적이 아닌 감내할 일로 받아들이게 될지도 모른다.

138. 기억은 사라지고 감정은 무뎌졌다. 지난 일 모두 꿈만 같고 현재도 현실 같지 않았다.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고 내가 사람 같지도 않았다.

156. 난 언니를 혼자 두지 않아.

언니는 날 혼자 두지 않아.

언니가 잠에서 깨면 약속할 거야.

사랑한다고 약속할 거야.

171. 가장 먼 길을 지난하게 지나고 모든 것에 무감해진 때에야 비로소 거기 있는 풍경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사람도 있다. 기적을 만나려면 그곳까지 가야 한다. 멀어지며 그것을 갈구할 수는 없다.

182. 경험과 깨달음에는 시차가 존재한다.

189. 우리…… 만날 수 있을까?

…… 기억하고 바란다면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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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취업 합격의 공식 최신 이슈 & 상식 7월호 - 공기업.대기업.언론.대입 시사 / NCS + 인적성 + 논술 + 면접 대비
시사상식연구소 지음 / 시대고시기획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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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뉴스를 틀면 나는 한숨밖에 안 나온다. 국가 시책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아예 귀를 닫고 살 수는 없다. 나한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따져가며 순응할 것은 순응하고 대응할 것은 대응해야 하니까.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날마다 신문 배달이 왔다. 매일은 아니지만 내가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었기에 좋았는데, 자주 보지도 않는 신문을 보겠다고 신문 배달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서도 인터넷 신문은 웬만하면 잘 읽지 않는다. 눈앞이 흐려질까 봐. 그래서 나는 사실을 적시한 뉴스나 신문을 보고 읽으려고 하는데, 실은 내가 편파적인 인간이라 그 역시도 골라잡아내기가 힘든 건 마찬가지다. 그러다가 달마다 <최신 이슈&상식>을 정리해둔 알짜배기 책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신청해보았다.

2020년 7월호의 탑 이슈는 두 가지였는데, 한 가지는 민간 유인우주선인 ‘크루 드래건’을 발사한 지 19시간 만에 국제우주정거장에 도킹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사드 장비의 반입에 대한 의혹들에 대해 각국의 입장들이었다. 그 이후에는 정치·외교, 경제·산업, 사회·교육, 국제·북한, 문화·스포츠, 과학·IT 순으로 핫이슈들을 모아두어 책자 한 권으로 그 달의 이슈들을 훑어볼 수 있었다.

 

또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코로나19에 대한 지분이 꽤 많았는데, 퇴직연금 담보대출 허용과 기업들 R&D 투자·채용 축소, 99일 만에 전국 초중고생 정상 등교, 기본소득제 논쟁, 무기한 무급휴직·자진퇴사를 강요 등등이 있겠다. 코로나19로 변하는 사회가 (당연하겠지만) 나는 그리 긍정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그에 따른 대책들도 너무나도 황당할 때가 많다. 기본소득제라니. 사회적 배급주의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짓이겠지만, 누군가의 돈을 뺏어서 누군가의 배를 불려야 한다면 그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6.17부동산 대책을 보고 나는 얼토당토않아 웃었다. 수도권을 규제하게 되면 수도권 집값이 잡히나? ‘아, 나 살쪘네? 오늘부터 굶어야지. 하루 굶고 폭식. 다시 원상태.’ 이거 아닌가. 수도권을 규제하면 지방 집값은 폭등할 거고, 수도권 집값 역시 잡히는듯하다가 다시 오를 거다. 뭐 그렇다고 지금 딱히 뭔가 그것을 대체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겠지만, 처음부터 방향이 잘못되었다. 이건 완벽하게 부동산 실패다. 2007년의 부동산을 따라간다. 아니, 어쩌면 더 심각하다.

7월호에는 없지만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내놓은 사람이 착각하고 있는 게 있다. 현재 우리 부부는 언젠가의 거주 목적으로 매매하기는 했지만 집 한 채를 가지고 있고, 현재 세입자를 두고 있다. 전세를 내놓아도 괜찮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통과된다면 전세는 선택항목에서도 빠지게 된다. 그러면서 지금보다 더 큰 전세 대란이 올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올해 가을, 우리의 집에 기존 세입자가 나가고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텐데, 그 정책이 시행된다는 가정하에 최대한 올려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월세를 올려두겠지. 거주 목적의 집도 그런데, 재산 증식이 목적인 집은 더 심하지 않을까.

 

흥미로운 부분은 이것이었다. 어떤 주제에 대해 찬반 토론이 있다는 것. 비대면진료에 찬반을 나누어두었는데, 나는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효용성이 있을까부터 의심해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반의 내용은 흥미로웠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싶어서.

나의 의견을 조금 보탠다면, 비대면진료는(코로나19로 인해 확장된 것이겠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연로한 분들이 이용하기는 쉽지 않을 테고 (키오스크가 보편화된 곳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해하고 꺼리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결국 동네병원을 죽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모든 현상이 전부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하는 현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책자는 <최신 이슈&상식>이라고 하지만, 한 번 주르륵 다 읽고 나니 부제인 ‘취업 합격의 공식’이 좀 더 와닿는다. 아무래도 뒷부분의 ‘시크릿 취업 정보’나 ‘시험에 나오는 취업 문제 패키지’의 지분이 꽤 크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각 이슈의 하단에는 기출문제라고 하여 문제가 제시되어 있는데, 이건 취업 준비생이 아니더라도 기본 상식으로 알고 있으면 좋을 법해서 나도 유심히 본 부분인데, 한 번 훑고 말 것들에 대해 핵심을 다시 짚어주는 느낌이라 좋았다.

 

덧. 대기업 인적성 문제와 공기업 NCS 문제 중 공기업 NCS 문제가 더 쉬워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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