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5분, 부부의 시간 - 뇌과학을 활용하는 작지만 강력한 부부 습관
마커스 워너.크리스 코시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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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한 환상이나 로망을 크게 가져본 적도 없지만, 결혼생활이 이렇게 적나라한 것인 줄 전에는 미처 몰랐다. 우리는 언제쯤 싸우지 않고 지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그 원인이 내가 서운해하는 것인지, 혹은 나를 서운하게 하는 그의 행동인 것인지 가늠도 할 수 없었다. 다른 부부들은 싸우는 주기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지만 물어볼 곳도, 물어볼 수도 없었다. 친구들한테는 말하고 싶지 않았고, 폭풍이 지나간 뒤에 웃으며 그런 적도 있었다 하며 한숨을 내쉬는 게 고작이었다. 현재진행형을 알리는 것은 내게 참 힘든 일이었다. 한 친구에게만큼은 현재진행형을 말하곤 했지만, 어느 순간 이 친구가 내 감정 쓰레기통도 아니고, 이 친구가 나를 위로하거나 나의 배우자를 욕해준다고 하여 내 기분이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내 얼굴에 침 뱉기네.라며 멈추게 되었다. 그때 당시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은 블로그였다. 그 역시 지나간 뒤에 쓰는 것이었지만, 남한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보여주기 위해 쓴다기보다 내 블로그를 방문해서 글을 읽는 배우자가 그것을 읽고 당시의 내 마음이 어땠을지 헤아려주길 바라는 마음이 컸던 까닭이었다.




조금 나아질 법하면 새로운 도시에 적응을 해야 하는 우리였는데, 설상가상으로 2018년~2019년 초반에 내가 새로운 도시에 적응을 하지 못하며 나는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놔버려야겠다고 판단했었다. 그는 알았을까. 그의 수많은 미안해, 속에는 고쳐볼게, 가 없었기에 그것이 꾸준하게 지속되었더라면 나는 이미 그를 놔버렸을 것이다. 난 그때 이미 지쳤기 때문에. 나 하나만으로도 힘든데, 배우자까지 이해해 줄 여력이 내게는 없었다. 부부라는 사이가 어떤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살다 보면 여러 가지가 퇴적하여 곪아서 썩어갈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지금은 충분히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정확히는 2019년 10월 말 즈음, 모든 것이 안정화되었다. 이따금 불만이 속출하지만 그때의 내 감정을 나만 컨트롤할 수 있다면 문제가 없다. 열에 한 번은 서운함 혹은 불만이 확 달아오르는 시기가 있어서 그렇지. 하지만 우리에게 이전과 같은 그런 고비가 언제라도 다시 찾아올 것을 나는 안다. 그것은 나이를 먹는다고, 좀 더 같이 살아봤다고 하여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부부라는 사이는 참 근사하면서도 옹졸하기도 하여 어떤 관계보다 더 많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지금의 우리와 훗날의 우리를 위해 쓰고 싶어 읽게 된 <하루 15분, 부부의 시간>이다. 뇌과학을 활용하는 작지만 강력한 부부 습관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뇌과학까지 동원할 필요가 있나, 싶다가도 어떻게 뇌과학을 이용했나 하는 궁금증도 일었다.





책에서 부부 사이를 유지시키는 방법으로는 ‘기쁨의 갭’을 줄이는 것이라고 했다. 기쁨의 갭은 함께 기쁨을 나누는 순간들 사이의 시간 간격인데, 기쁨의 갭이 늘어날수록 그만큼 부부 사이도 멀어진다고 보았다. 기쁨의 갭을 줄이는 방법으로는 P.L.A.N을 말하는데, 함께 놀고(Play together) 감정에 귀를 기울이고 (Listen for emotion) 매일 감사하고 (Appreciate daily) 리듬을 기르는 것(Nurture rhythm)이라고 했다.


그걸 읽으며 우리는 충분히 그것에 상응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함께 노는 시간이나 방법이 잘못되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만족감이 달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또한 환경이 바뀌면서 ‘우리’가 아닌 ‘나’만 생각했기 때문에 서로의 감정에 귀를 기울일 수는 없었겠지. 그도 나도, 우선 내가 힘든 게 우선이고, 나를 이해해 주기를 바랐던 마음이 컸던 게 사실이니까. 최적의 상태라고 말하는 지금, 우리는 이 P.L.A.N을 다 실행하고 있을까 생각해보았을 때, 지금 역시 이전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지금 우리는 작년(2019년) 12월 이후로 ‘저녁이 있는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더 줄어들고 있는데, 내가 이해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를 하는 척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곪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최근에 배우자가 내게 서운한 빛을 내비쳤는데 내가 전화를 한 번에 받은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핸드폰을 벨소리나 진동 어떤 것도 싫어서 무음으로 해두고, 전화가 왔음은 시계를 통해 아는 방식으로 했는데, 그 시계를 더 이상 착용하지 않음으로 생기는 현상이었다. 평소에는 전화를 안 받으면 그럴 수 있다 하겠지만, 정말 위급한 상황이나 걱정되는 상황에 그런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싶어 미안하다고 얘기를 하며 집 밖에서는 벨소리를 최소화로 줄여서 켜두기로 했다(진동은 벨소리보다 더 싫기 때문에). 실제로 P.L.A.N은 기쁨의 갭을 줄이는 것이라기보다 부부가 사이좋게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우리의 스위치가 꺼져 관계 회로가 멈춰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위와 같은 방법으로 부부가 사이좋게 만드는 방법 번외 편으로 C.A.K.E 즉, 호기심(Curiosity), 감사(Appreciation), 친절(Kindness), 눈빛 나누기(Eye contact)를 소개하고 있다. 네 가지 모두 중요하지만, 나는 눈빛 나누기에 시선이 간다. 언젠가부터 배우자가 “나 좀 봐.”라는 말을 요즘 들어 자주 한다. 그냥 귓등으로 들을 때가 많았는데, 내가 요즘 그의 눈을 보지 않았구나. 미안함이 서렸다. 함께 놀기를 소개하는 놀이 중에는 ‘눈을 마주 보며 미소 짓기’가 있다. 쉬운 것 같지만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기본적인 것이 쉽지 않아졌다는 것에 경계를 해야 할 때다.



많은 놀이들이 작은 책에 수록되어 있는데, 실질적으로 부부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들이라고 생각한다. 놀이라는 것은 부부 사이에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데, 특히나 배우자에게 감사함을 말하는 것이 꽤 많이 포함되어 있다. 모든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지나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미안하다는 말보다 고맙다는 말이 선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말만 노력해야지, 해놓고 사실 잘 안 되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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