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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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야 널 보낼 수 있을까.”

내용을 짐작하고 내내 울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 책을 펼 때마다 울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어쩌자고 이 책을 읽고 싶어 했을까 후회를 했다. 처음 책을 펼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회사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눈이 벌게져서 감추기에 급급해졌고, 어떤 날은 울어서 다음날 눈이 퉁퉁 붓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책을 펴는 데에만 시간이 걸렸다. 이걸 여기서 읽어도 되나, 싶어서.

 

 

 

취업 준비생인 시미즈 미소라는 취업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차에 전에 아르바이트로 했었던 반도회관에서 도와달라는 제의를 받아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승낙한다. 반도회관이란 도쿄 스카이트리 옆 장례식장의 상호다. 시미즈 미소라는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그 능력을 긍정적으로 알아봐 주는 장례 디렉터인 우루시바라와 스님 사토미를 만나게 되고 그 능력을 극대화하기에 이른다. (소재 자체는 드라마 <태양의 주군>과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40. “아무리 가족이라도, 이 세상을 떠났다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 이런 식으로 후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승화하는 수밖에 없지. 장례는 그런 자리이기도 해.”

139. 죽음은 결국 살아 있는 사람의 문제니까요. 죽음을 어떻게 인정하느냐, 어떻게 포기하느냐.

 

분신자살을 하였기에 이미 유골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추모식을 하냐는 미소라의 말에, “문제는 남은 사람의 마음이니까.”라는 말이 한동안 맴돌며 떠나질 않았다. 전에는 그런 말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을 텐데, 몇 달 전에 화장장을 다녀온 적이 있어 그때의 마음이 도로 생각나버려 무너져버렸다. 사람이 단 몇 시간 내에 가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 짧고도 긴 시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우는 것뿐이었는데, 난 그 이후로도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다. 나에게 그곳은 마음을 다 내어놓고 울 수 있는 자리,였다.

 

 

 

68. 그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추모식과 고별식이 전부 끝난 다음이라도 좋다. 아내와 아이의 죽음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그들을 떠올리면서 이제 이 세상에 없음을 깨닫기 위한 시간이…….

 

카페에서 눈물을 훔치느라 바빠서 책을 도로 덮을 수밖에 없던 이야기는, 출산을 앞둔 임산부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에 이른 장례식에 지인으로 보이는 어떤 만삭의 여인이 문상을 와 가방을 들어달라고 한다. 그것은 죽은 아내와 함께 기저귀가 가득 담아두었던 가방이었던 것. “내가 잘 보내주어야 하는 거죠.”라고 말하며, 그 기저귀를 태움으로써 남편은 아내와 아기를 보내주기로 한다.

 

 

 

150. “엄마랑 아빠는 같이 갈 수 없어. 네가 가야 할 곳은 아주 먼 곳이거든.”

‘싫어. 엄마랑 아빠랑 같이 집에 가고 싶어.’

 

우느라 진이 다 빠졌던 이야기. 네 살의 아이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미소라의 눈에 비친 아이는 팔짝팔짝 기운이 넘치게 뛰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별은 슬프지만 아이는 병에서 해방되어 겨우 자유로워졌으니 이제 괴로워할 필요는 없다고, 부모가 본다면 순순히 이별을 받아들일지도 모른다는 얘길 했다. 그러면서 나 역시, 열심히 양수를 만들어낸 것들을 밥 먹는다고 물 마신다고 답답하다고 앉고 걸으며 쏟아내어 겨우 작은 그곳에서 옹그려있던 그 애가 생각나 울었고, 그 애도 자유롭게 폴짝폴짝 뛰었을까 상상하며 울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땐 차라리 읽기를 잘 했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가기는 무섭다는 히나의 말에 또 울어버렸다. 히나는 미소라의 언니인 미도리와 함께 갔는데, 그 애는 누구랑 갔을까. 나는 P아저씨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P아저씨, 잘 부탁해요.

 

 

아이를 잃은 부부 중 남편이 아내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장례 디렉터인 우루시바라가 읽어주는 부분이 있었다. “(…) 부인이 다시는 깊은 슬픔에 잠기지 말고, 앞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으면 하는 바람이. 아직은 빛이 보이지 않아도 앞으로 따님을 가슴에 품고 서로 위로하면서 함께 살아가자는 의지가. 히나 양은 브루가 되어 앞으로도 계속 두 분과 함께 있을 겁니다.” 아마 부부는 더 단단해지겠지. 그러길 바라며.

 

 

 

 

 

지금 라디오에서는 <섬집아기>가 흘러나오고 있고, 난 그 애를 또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은 해가 장렬하게 지고 있고, 지금의 내 마음을 아는 퇴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의 배우자는 옆에서 일부러 과장해서 오두방정을 떨고 있다. 컴퓨터를 끄고 웃으면서 일어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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