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륵끼륵 소리가 들려

하늘을 올려다 보니

기러기였어


걷다가 새 소리가 들리면

기러기구나 하고 찾아 봐


가을이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기러기

어디까지 갔다 오는 걸까


한해 전에 온 기러기와

같을지 다를지

같기도 다르기도 하겠지


기러기야

한국에서 가을 겨울 잘 보내고

다시 잘 떠나





*기러기 소리 들어 봤지만, 말로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끼이익끼이익 같기도 하고. 끼륵끼륵도 천천히 해야 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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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1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3 0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형사의 분노 나츠메 형사 시리즈
야쿠마루 가쿠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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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는 사건 사고가 일어나도 많은 사람은 그런 걸 모르고 살기도 한다. 아니 정말 그럴까. 사건 사고도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다. 혹시 아나 언젠가 내가 다른 나라에 가서 차별받고 살지. 그런 일은 없겠다. 집이 아닌 먼 곳에 가는 거 싫어하니. 난 돈을 벌기보다 그냥 가난하게 살 테니. 이런 생각하는 건 내가 그렇게 가난하지 않은 건가. 하루 한끼도 못 먹고 사는 사람 있겠다. 난 조금 움직이면 한끼는 먹고 다른 걸 사다 먹을 돈도 있으니. 그래도 몇십원 몇백원 싼 곳에 가려고 하는데, 가끔 귀찮다. 그게 정말 아끼는 건지. 어떤 건 잘못해서 더 비싸게 사기도 했다.


 요며칠 나츠메 노부히토 형사 시리즈를 잇달아 세권 보았다. 이번 《형사의 분노》에서 네번째 이야기 <형사의 분노>를 볼 때는 처음부터 의심한 사람이 있는데, 내 생각이 맞았다. 이번 책 보면서 안 좋은 사건 이런 데 안 나오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두번째 <제물> 보면서 그랬구나. 이런 소설, 범죄 소설에 사건이 안 나오면 안 되겠지만. 세권을 죽 봐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황혼> <제물> <이방인> <형사의 분노> 이렇게 네 편이 실렸다. 나츠메는 히가시이케부쿠로 경찰서에서 일했는데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긴시 경찰서로 옮겼다. 형사도 인사이동발령이 나는구나. 경시청 형사는 좌천되지 않으면 죽 거기에 있으려나.


 이 책은 일본에서 2018년에 나왔다. 다섯해 전이니 지금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서 일어난 사건이 오래된 느낌이 든다기보다 지금 일어나는 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황혼>은 딸이 어머니 시신을 몇해 동안 여행 가방에 넣어둔 사건이었다. 어머니가 죽었을 때 딸은 그걸 경찰에 알리지도 않고 장례식도 치르지 않았다. 이런 것만 보면 딸이 대체 어떤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들겠다. 딸은 자수하고도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 나츠메는 그걸 알아채고 딸이 왜 그랬는지 알려고 했다. 나츠메는 인사이동으로 다른 곳에 가야 하고 이사할 집을 보러 가서도 그 일을 생각했다. 늘 일만 생각하면 같이 사는 사람이 싫어할지 모르겠지만, 나츠메 아내 미치요는 그런 나츠메를 이해했다. 나츠메는 좋은 사람을 만났구나 싶다. 다른 소설에서 본 형사는 거의 아내와 헤어졌는데.


 나이를 먹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게 있어야 기운 내고 살겠다. <제물>에는 성폭력 당한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일을 겪으면 사람을 믿지 못하고 사는 게 힘들겠다.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더 몰아붙이기도 한다. 왜 늦게 다니고 옷은 왜 짧은 치마를 입었냐고. 이건 어느 나라나 같겠다. 여자든 남자든 밤거리 자유롭게 다니면 안 될까. 남자는 여자가 무서워하는 걸 모른다. 여자가 되지 않는 한 모르겠지. 여성이 밤거리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모른다 해도 그걸 조금은 알려고 해야 할 텐데. 세상에 그런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


 세번째 이야기 <이방인>을 보면서는 한국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노동자 말이다.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왔다가 안 좋은 일 겪은 사람도 있던데. 드라마는 그저 드라마일 뿐이기는 한데. 베트남 유학생 반 쿠엣은 민간인 통역 요원으로 등록했던가 보다. 경찰서에 가서 쿠엣은 통역을 하면서, 쿠엣 자신도 같은 나라 사람을 차별했다는 걸 깨닫는다. 이 마음 알 것 같다. 난 다른 나라에 간 적 없지만. 세번째 이야기는 대충 짐작했다. 베트남 사람이 뭔가를 훔치려고 남의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만. 왜 그랬는지는 나중에 알았다. 경찰서에 있던 여자는 자신이 베트남 사람이어서 아무도 자기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다 여기고 말을 하지 않았다. 한국에 사는 외국 사람에도 그런 생각하는 사람 있을 것 같다.


 책 제목과 같은 <형사의 분노>를 볼 때는 나카야마 시치리 소설 《닥터 데스의 유산》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건 안락사를 생각하게 한 거지만. 나츠메와 하야토는 아픈 딸이 있구나. 둘은 다르지만. 여기에 나온 건 안락사가 아니다. 어쩐지 나츠메는 안락사 안 좋아할 것 같다. 아니 나츠메는 하야토 딸 사야카가 말한 것과 같은 생각을 하겠다. 아이가 아프다 해도 살아주기를 바라는. 나츠메는 살려고 한 사람을 죽인 범인한테 무척 화를 냈다. 두번째는 자신이 한 일을 숨기려고 한 것과 같았다. 난 처음에 그 사람 나왔을 때부터 의심했는데. 이런 소설을 자꾸 보다 보면 감이 온다. 형사는 감으로 범인 잡으면 안 되겠지.




희선





☆―


 일본인의 넉넉한 생활을 뒷받침하려고 수많은 외국인이 낮은 임금으로 일한다.  (<이방인>에서, 211쪽)



 자신한테 정말로 소중한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애쓸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죽 살아갈 희망을 가지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뿐이다.  (<형사의 분노>에서, 3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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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0-11 09: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딱 보자마자 범인을 맞추는 희선님은 감이 좋으시군요~! 형사 하셔도 될거 같습니다 ^^

희선 2023-10-12 02:02   좋아요 1 | URL
소설엔 글이 나오니 그걸 잘 보면 조금 의심스런 사람이 보여요 일부러 그렇게 쓰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형사는 감으로 범인을 잡으면 안 되겠지요 그러다 누명을 씌우기 쉽겠습니다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희선

2023-10-11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0-12 0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음이 어두울 땐 해바라기 해요

잠자던 새는 해가 뜨면 깨고

밤새 고개 숙였던 꽃은 해를 따라 움직여요


모두가 해바라기 하면

해는 부끄러워 얼굴 붉히죠

곧 헤어질 시간이네요


오늘 하루 잘 지냈지요

해도 자러 가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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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이 가고

따스한 봄이 오면

마음도 따듯해요


추운 겨울도 나름대로 괜찮지만,

따스한 기운을 주는 봄은 더 좋지요


봄엔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기지개 켜요


봄맞을 준비 됐지요


“어서 와, 봄아”





*가을에 봄맞이라니. 가을맞이를 썼다면 좋았을걸.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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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이마를 쓰다듬는 꿈속에서 창비시선 480
유혜빈 지음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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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을 자고 일어나도 하나도 편하지 않아.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가벼워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일어나기 힘들고 몸은 자꾸 무거워. 꿈 때문일까. 이런저런 꿈을 꾼다는 건 기억하지만, 뚜렷하게 생각나지 않아. 그저 별로 꾸고 싶지 않은 꿈이군 할 뿐이야.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나와서. 만났으면 하는 사람은 꿈에 잘 나타나지 않기도 하지. 언젠가 겪은 안 좋은 일을 꿈속에서 또 겪기도 하고. 똑같지는 않지만. 꿈은 꿈일 뿐이겠지. 그러기를 바라. 꿈은 자신을 해치지 못할 거야. 안 좋은 꿈도 즐겨야 할까. 그러면 좀 더 나을 것 같아.


 한번은 과학소설 같은 꿈을 꾸기도 했어. 이건 깨고 나서 생각한 거야. 그 꿈을 잊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이 시집 《밤새도록 이마를 쓰다듬는 꿈속에서》를 보고 꿈을 잠깐 생각했어. 여기 나오는 시에서는 꿈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아. 그래도 꿈이어서 다행이군. 아니 그건 다른 일이 안 좋은 꿈으로 나타난 걸지도 모르겠어. 꿈이 좋으면 좋을 텐데. 꿈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군. 자기 무의식은 다스리기 어렵기도 하지. 깨어 있을 때 좋게 생각하면 무의식을 달랠 수 있으려나. 나도 잘 못하는데 이런 말을 했군. 아니 이런 생각을 하니 깨어 있을 때 우울하고 어두운 생각보다 좀 더 나은 생각을 해야겠다 싶기도 해.




 꿈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가만히 누워 잠을 기다리고 있으면 오래된 기억들이 초대를 시작하지 좋은 기억이든 슬픈 기억이든 이미 지나온 길을 거슬러 가는 건 있어서는 안 되는 시간의 일이니 유리 조각을 밟고 지나가는 것처럼 따가울 따름이야 그건 당연한 거야 발이 만신창이인데 피는 흐르지 않는 꿈 나 혼자서만 이게 아프구나 할 수 있는 꿈 손톱으로 아무리 긁어도 자국만 남고 흉터는 남지 않는 꿈


 너덜너덜한 발로 꿈의 세계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두 발은 깨끗하겠지 나는 버려지고 쫓기고 두려움에 잠기기도 하며 누군가의 시선 끝에 있기도 하다 내가 들고 있는 사랑이 산산조각 나기도 하고 연인은 하얀 금 바깥에 영원히 서 있을 뿐이다 운이 좋으면 금방 죽임을 당할 수 있다 나는 꿈에서 운 적 없고


 잠이 온 것인지 꿈이 온 것인지 나는 모른다

 오랜 꿈의 말로는 바다를 보는 것이었지 파란 바다가 밑으로 흐르며 햇빛에 빛나고 있는 장면 곧 세상이 바다에 잠긴다고 하던가 약속된 시간에 밀려오기로 한 바다를 바라보는 건 아름답고 다급하고도 평화로운 일이었는데


 밤은 아무도 모르는 비밀 몇 개를 끌어안고 가라앉는 배일까


 지나간 꿈이 쪽지를 남겼나


 나를 보라고 나를 기억하라고 나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 것이란다


 -<고요의 바다>, 64쪽~65쪽




 꿈을 말하는 시는 여러 편이야. <고요의 바다>는 거기에서 하나야. 마지막 말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는군. ‘나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 것이란다’ 가. 이건 어린시절 겪은 슬픔이나 아픔 같은 걸까. 그때만 아픔이나 슬픔을 느끼는 건 아니겠지만.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자신 안에는 어린아이가 살기도 하지.




그건 정말이지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잠들도록

한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잠들 수 있도록

이마를 쓰다듬어주는 일이야


늦은 여름 아침에 누워

새벽을 홀딱 적신 뒤에야

스르르 잠들고자 할 때


너의 소원대로 스르르

잠들 수 있게 되는 날에는


저 먼 곳에서

너는 잠깐 잊어버리고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그 한 사람이 너를 잠들게 하는 것이라는 걸

멀리서 너의 이마를 아주 오래 쓰다듬고 있다는 걸


아무래도 너는 모르는 게 좋겠지


-<낮게 부는 바람>, 66쪽~67쪽




 이 시 <낮게 부는 바람>은 <고요의 바다> 다음에 실린 시야. 여름에 낮잠 잘 때가 생각나게 하는 시야. 여름이어도 바람이 살살 불면 잠이 스르르 들잖아. 그 바람은 누군가 멀리서 자기 이마를 오래 쓰다듬어주는 거군. 난 누가 이마 쓰다듬어주면 잠 못 잘 것 같아. 그건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나 할 수 있겠군. 난 그저 낮게 부는 바람만 좋아할래.


 다른 시 더 옮겨볼까 했는데 그만 할래. 내가 게을러서 그렇지. 시를 잘 보고 나도 멋진 시나 글 쓰고 싶은데, 시를 봐도 잘 못 쓸 것 같아. 소설 봐도 이야기 못 쓰는데. 그것보다 뭘 써야 할지 모를 때가 더 많군. 내게 다가오는 건 별로 없어. 없어도 생각하지만. 잘 못 써도 쓰는 걸 즐겁게 여겨야겠어. 쓰기 힘든 것도 있겠군. 그런 것도 쓰고 나면 좀 나을지. 유혜빈은 쓰기 힘든 것을 쓴 것 같기도 해. 뚜렷한 건 모르겠지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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