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온다

시를 써야겠다

 

 

 

 

 

 

 

 

밤새 나린 눈은

소리를 덮고

온 세상을 덮어

너에게 가는 길조차 덮었지

 

일찍 일어난

마음 착한 사람들이

작은 길을 만들었어

 

푹푹 나리는 눈에

그 길 묻히지 않기를

 

 

 

(‘나리다’ ‘푹푹’ 백석 시에서)

 

 

 

 

세상을 하얗게 덮은 눈을 보는 건 좋지만, 날이 풀리고 눈이 녹으면 걷기에 안 좋다. 오랫동안 내린 건 아니지만 눈이 아직도 많이 쌓여있다. 그게 다 녹으려면 시간 걸릴 듯하다. 겨울엔 춥기만 한 것보다 눈이라도 내려야 좋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는 갑자기 많이 왔지만. 오랜만에 눈 많이 쌓인 풍경 봐서 기분 좋았다.

 

 

 

 

 

 

 

과학도 여러 갈래로 생각해야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지식플러스  2015년 07월 01일

 

 

 

 

 

 

 

 

 

 

 

 

과학과 철학 어쩐지 가깝지 않을 것 같지만, 고대 그리스에서는 철학하던 사람이 과학을 했다. 그때 철학자도 모르면서 이런 말을 하다니. 예전에 어떤 책에서 잠깐 봤을 뿐인데. 철학자는 여러가지를 생각했다. 사람을 시작해서 자연(동·식물)과 우주를.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내가 생각한 건 좀 다른 거였을지도 모르겠다. 과학도 철학도 잘 모르는데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것을 말로 나타내기도 어렵다. 어쩌면 나는 철학자 이야기도 나오리라고 생각했는지도. 그렇다고 아주 나오지 않은 건 아니다. 자세하지 않을 뿐이다. 과학철학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철학과는 조금 다르지만 아주 상관없다 할 수 없다. 철학이라는 것은 무엇하고든 함께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도 철학이 필요하니까. 학문이라는 게 따로따로 있는 건 아닐 거다. 그게 어떻게 상관있고 이어져 있는지 나는 말 못하겠다. 그때그때 알았을 뿐이다. 아직 잘 모르는 것도 많다.

 

옛날에는 과학을 보통 사람도 생각하고 했다고 한다. 지금은 전문가가 더 많이 한다. 그래도 실험이나 어려운 건 못해도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알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이건 과학을 쉽게 일반 사람한테 알리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주 많이 관심있다 말하기 어렵다. 책을 봤으면서 이런 말을 하다니. 전보다 아주 조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 봤지만 나는 좀 어려웠다. 과학을 잘 몰라도 알 수 있게 썼다고 하지만, 실험을 설명한 게 어렵게 느껴졌다. 오래전에 나온 이론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알겠다. 오랫동안 쌓은 지식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은 유연해지는 것 같기도 한데, 여러가지를 많이 쌓은 사람은 반대로 그것만 고집하기도 한다. 그렇게라도 자신이 한 것을 지키려는 거겠지. 더 나은 게 나온다고 해서 먼저 한 사람 게 아주 헛된 건 아니다 생각한다. 그게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게 나온 것이기도 하니까.

 

앞부분 쓰면서 하나 생각난 게 있다. 나이를 먹으면 유연해지기도 한다는 말. 유연보다 다른 생각도 할 수 있다고 여기게 되었다. 어렸을 때 나는 다른 사람이 하는 말 다 믿었다. 그렇다고 거짓말에 속거나 한 건 아니다. 다행하게도 나한테 거짓말 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주 없지 않았다는 말 같구나. 무엇은 어떻다 같은 말, 정말 그런 걸까. 보기를 들면 ‘만화는 보면 안 된다’ ‘공산당은 나쁘다’ 같은 말. 책을 보고 생각하게 되어서 다른 생각도 하게 된 걸까. 그렇다고 믿고 싶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여전히 잘 생각하지 못해서. 이 책을 보면서 책 읽는 게 나한테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내가 잘 못 알아들어서 그런 거기도 하고, 내 삶에 지금 필요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책은 앞으로도 볼 생각이다. 책 읽는 이야기로 흐르다니. 여기에도 내가 생각한 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철학이 무슨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도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어야 사회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단단해지지 않는다고.

 

지금 바뀐 게 있는데 여기에서는 고치지 않았다. 그건 요새 아들러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잊혔다고 한 거다. 우리나라 사람만 아들러에 관심을 갖게 된 걸까. 아들러는 프로이트와 같은 때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아직 아들러 책 만나본 적 없는데(정확하게는 아들러를 이야기하는 책이구나). 프로이트 책도 만나본 적 없다. 고전을 읽으라고 하는데, 과학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장하석은 과학사를 공부하다 거기에서 새로운 걸 알게 되었다고 했다. 새로운 것보다 다른 생각이었던가. 옛것을 보고 지금을 생각하는 거 과학도 마찬가지구나. 종교와 과학 상관없어 보이지만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오래전 종교인 가운데는 과학자도 많았다. 신이 한 일을 과학으로 증명하려 한 것일 수도 있겠다. 다시 생각하니 종교와 과학 닮았다. 덮어놓고 믿는다는 거.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그것만이 대단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기에 생각도 다 다를 수 있다. 과학도 하나가 아닌 여러 갈래로 나누고 생각하고 교류해야 한다. 서로 자기가 잘났다 말하면 싸움만 일어나겠지.

 

과학철학보다 어떤 세상이어야 하는지만 말한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이 책을 보고 안 것을 말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거 알지만, 다 받아들이기 어렵기도 하다. 남을 바꾸기보다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자신이 바뀌면 다른 것을 좋게 볼 수 있겠다. 다른 사람 모습에서 자신을 봐서 싫은 마음이 드는 때도 있겠다. 갈수록 엉뚱한 곳으로 흐르는구나. 물 어는 점이 0도고 끓는 점이 100도라는 것만 외우는 건 좋지 않다고 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가’보다 ‘그렇게 되었다’뿐이다. 어쩌면 그래서 과학을 어렵고 재미없다 느끼는 건지도. 일상과 가까운 과학을 배우면 훨씬 재미있을 텐데. 거기에서 창의성이 나오지 않을까. 과학도 하나로 굳게 하지 않고 여러가지로 생각하면 훨씬 좋겠다.

 

 

 

 

 

 

 

알 수 없는 것, 사랑

 

  사랑이 다예요

  김용택   김선형 그림

  마음산책  2015년 08월 15일

 

 

 

 

 

 

 

 

 

 

 

몇달 전에 이 책이 나왔다는 것을 보았다. 책값이 싸구나 했다. 싸다고 해도 책은 책이다. 그것도 시집, 더 말하면 사랑 시집이다. 이 말 썼지만 평소에는 거의 말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노래는 가끔 듣는다. 그러면서 노래가 다 왜 이래 한다. 우연히 일본 노래를 좀 들었던 적 있는데, 일본 사람도 사랑 노래 많이 한다. 나는 바로 말하는 것보다 돌려서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렇게 하면 바로 알아듣기 어렵겠지만, 내가 쓸 때는 그러지 않는구나. 그러고 싶은데 잘 못하는 거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랑이 있기에 꽃이 피고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해가 뜨고 진다는. 더 있을 텐데 지금 생각나는 건 이만큼이다. 꽃을 피우고 꽃이 되었다는 말 시 안에도 있다. 사랑하면 어느 때보다 빛난다는 말도. 누군가를 좋아하면 더 나아지려 하고 자신한테 마음 써서 전보다 좋아 보일 거다. 시간이 많이 흐르면 익숙해져서 자신한테 마음을 덜 쓸지도 모르겠지만. 꼭 설레는 것만 사랑은 아니다 생각한다. 함께 보낸 시간이 길어지고 마음이 편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언제나 들떠 있으면 심장에 안 좋으니 말이다. 이건 내가 모르고 하는 말일까.

 

김용택 시인 하면 ‘섬진강’이 생각난다. 그리고 ‘시가 내게로 왔다‘도(이 말 처음 한 사람은 시인 네루다일지도). 이게 다섯권이나 나왔다니, 나는 첫번째 것밖에 없다. 김용택 시인 시집이나 산문은 다른 사람 것보다 많이 보았다. 시집 몇권 있고 김용택 시인이 엮은 사랑 시집 《사랑》도 있다. 이 책 《사랑이 다예요》는 파랑이 많이 들어갔는데, 《사랑》은 빨강이다. 책 좀 봤다고 해서 아는 게 많은 건 아니구나. 김용택 시인은 책으로 시를 배웠다. 이것만은 기억한다. 오래전에는 책을 팔러 다니는 사람이 있었는데, 김용택 시인은 그런 사람한테서 전집을 사서 보고 또 보다 그걸로 모자라서 시를 썼다. 보는 것만으로 모자랄 때 글을 쓰는 건가 보다(작가 가운데는 그런 사람 많겠다). 예전에 그 말 보고 나도 책을 많이 봐야지 생각했다.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보기도 해야 하는데. 잘 봐야겠다 생각한 건 몇해 전부터다. 그동안 뭐한 거지 싶다.

 

섬진강, 한번도 가 본 적 없다. 안 가 봐도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김용택 시인은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쳤다. 끝까지 아이들 가르친 걸로 안다. 선생님도 오래 하다보면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서 멀어지기도 한다. 김용택 시인은 그러지 않아서 아이 마음을 가진 게 아닐까 싶다. 요즘 아이들은 순박하지 않다 하지만, 섬진강에서 사는 아이들은 순하고 착할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다니. 요즘 아이들이 그렇게 된 건 어른 탓일지도 모를 텐데. 사랑이라는 것도 많이 바뀌고 말았다. 마음보다 조건을 더 앞세우기도 하니까. 그것도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 상대를 생각하고 위하는 사람도 많을 거다. 사랑은 자신보다 상대를 생각하는 거구나. 알 수 없다 했는데, 진짜 잘 모르기도 한다. 세상에 사랑이 없으면 안 되다는 건 알고, 느낌은 안다.

 

 

 

그때

 

 

 

허전하고 우울할 때

조용히 생각에 잠길 때

어딘가 달려가 닿고 싶을 때

파란 하늘을 볼 때

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둥둥 떠가면 더욱더

저녁노을이 아름다울 때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둥근 달을 바라볼 때

무심히 앞산을 바라볼 때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

빗방울이 떨어질 때

외로울 때

친구가 필요할 때

떠나온 고향이 그리울 때

이렇게 세상을 돌아다니는

내 그리움

그 끝에

당신이 서 있었습니다.  (56쪽)

 

 

 

이 책을 볼까 말까 하다 보았다(살까 말까 하다 샀다). 읽는 것보다 이런 쓸데없는 말 쓰는 시간이 더 걸렸다. 사랑에는 기쁨, 즐거움 이런 좋은 것만 있을까. 헤어짐도 사랑 안에 들어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가 살다보면 좋은 일 안 좋은 일을 겪는다. 사랑이라고 다를 건 없겠지. 안 좋은 일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겠다. 세상에 사랑이 넘쳐나면 지금보다 평화로울 텐데. 그런 세상은 멀고 멀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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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7 22: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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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9 0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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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0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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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23: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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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돌아가는 히나   遠まわりする雛 (2007)

  요네자와 호노부   권영주 옮김

  엘릭시르  2014년 09월 19일

 

 

 

 

 

 

 

 

 

 

 

 

시리즈로 나오는 이야기는 처음부터 봐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이 책을 보니 한번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건 요네자와 호노부가 쓰는 고전부 시리즈 네번째야. 고전부는 확실하게 뭐하는 덴지 잘 모르겠어. 달리 하는 건 없어 보여. 첫번째에는 고전부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나왔을지 모르겠어. 고전부에는 네 사람만 있는데, 일본 만화 같은 걸 보면 학교에서 부로 인정해 줄 때는 사람이 다섯은 있어야 하는데. 가미야마 고등학교는 사람수 별로 마음 안 쓰는가봐. 우리나라는 특별활동이라고 해도 몇몇부만 빼고는 한주에 한두 시간만 활동하지. 일본은 공부 시간 다 끝나고 활동해(이건 대학도 그렇겠군). 그래서 모두가 무슨 부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듯해. 하나는 꼭 들어가야 한다는 학교도 있지만(이건 언젠가도 했던 말이네). 특별활동 좋아하는 게 아니면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해. 이제는 그런 거 할 일도 없을 텐데 이런 말을 했군. 초등학교 4학년 때는 뭣모르고 하고 싶은 부에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안 좋았어. 그 뒤로는 내가 진짜 들어가고 싶은 데 못 들어갔어. 일본 만화 보면 동아리(부)활동 즐겁게 하던데. 우리나라는 사람도 많고 억지로 해서 재미없는 게 아닌가 싶어. 자신이 하고 싶은 부에 들어간 사람은 다르겠군.

 

맨 처음 이야기에서 오레키 호타로가 고등학생이 된 지 얼마 안 됐다고 해서, 네번짼데 왜 그럴까 했어. 앞에 나온 세권에서도 시간이 흘렀을 거야. 여기에서 흐르는 시간은 첫번째 것의 다음, 두번째 것에서 다음, 세번째 것에서 다음이야. 봄 여름 가을 겨울. 앞에 나온 게 세권이니 가을까지 나왔을까. 여기에서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수수께끼를 풀어. 학교에서, 온천에서, 새해 첫 참배간 신사에서, 히나 축제에서. 이렇게 쓰고 보니 보통 일상은 아니군. 학교는 보통이지만. 아니 일본에서는 다 보통 일이겠어. 고전부는 오레키 호타로 후쿠베 사토시 지탄타 에루와 이바라 마야카 이렇게 넷이야. 오레키 호타로는 누나가 고전부에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간 듯해. 후쿠베 사토시는 호타로와 중학교 때부터 친구였어. 이바라 마야카는 호타로와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늘 같은 반이었지만 거의 말을 안 해서 친구는 아니었다고 말해. 지탄다 에루는 고등학생이 되고 고전부에서 처음 만났어. 호타로와 지탄다 두 사람이 만났을 때 호타로는 지탄다가 알고 싶어한 것을 해결했나봐. 생각하는 탐정이 바로 오레키 호타로야. 호타로는 안락의자 탐정이고 싶은 것 같기도 해. 호타로 신조는 ‘안 해도 되는 일은 안 하고 해야 하는 일은 짧게 한다’야. 좀 게으르다고 해야겠지. 하지만 지탄다가 호타로를 보고 ‘마음 쓰여요’ 하면 그걸 풀어주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여. 맨 처음에는 지탄다가 말하려는 것을 막고 다른 데로 관심을 돌렸지만. 그때는 만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해.

 

네 사람으로 여자 둘 남자 둘 짝을 맞추다니. 이바라는 사토시를 좋아해. 사토시도 그것을 알지만 아직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어. 사토시는 이바라를 싫어하지 않고 좋아하는 쪽에 가까워. 왜 사토시가 이바라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지는 <수제 초콜릿 사건>에서 말해. 이바라는 예전에는 이기기 위해 집착했다고 해. 지금은 집착하지 않고 살기로 했대. 그랬더니 아주 편해졌다고 해. 이제 고등학생인데. 사토시가 이바라와 사귀면 이바라한테 집착할까봐 싫대. 모르겠어. 집착 안 하고 지금까지처럼 지내면 문제없지 않을까 싶은데. 친구가 아닌 사귀는 사이가 되면 달라져야 할까. 사토시는 자신이 욕심을 가질까봐 겁내는 거군. 욕심을 내는 건 살아있기 때문이다는 말도 있는데. 이런 생각 호타로도 해. 호타로 상대는 지탄다지. 호타로는 게으르게 지내는 걸 좋아하는데 누군가를 사귀면 그러지 못하겠구나 해. 정말 그럴까. 상대한테 잘하기 위해 조금 바뀔지 몰라도 오랫동안 그러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아니 다른 사람 때문에 자신이 달라지는 게 그렇게 나쁜 건 아니잖아. 호타로와 사토시는 자신이 달라지는 게 싫은 건가. 생각은 시간이 흐르면 바뀌기도 하는데. 아직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그걸 받아들이기 어려운 건지도. 좀더 시간이 지나면 둘도 알겠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지내면서 오레키 호타로는 조금씩 달라져. 호타로와 지탄다 거리라고 해야 할까. 친구도 처음 만났을 때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까워지잖아. 친구는 가까워지는 데 시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까. 호타로와 지탄다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어. 잘 몰랐던 자기 마음을 알아가는 건지도. 호타로는 어떤 일이 있을 때 지탄다가 ‘마음 쓰여요’ 하는 거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아. 잠깐 이런 생각했어. 마음 쓰이면 자신이 알아보면 될 텐데 하는. 다시 생각하니 그건 재미없을 것 같아. 다른 사람한테 말한 다음, 함께 생각하고 알아보는 게 더 재미있겠어. 지탄다가 그런 생각을 하고 ‘마음 쓰여요’ 하는 건 아니지만.

 

앞에 세권을 보고 이것을 보면 좋겠지만, 이 책 한권으로 네 사람이 지내는 한해를 보는 것도 괜찮아.

 

 

 

 

 

 

 

현실의 공주

 

  무서운 공주들 : 동화책에는 없는 진짜 공주들 이야기

  Princesses Behaving Badly (2013)

  린다 로드리게스 맥로비   노지양 옮김

  이봄  2015년 07월 10일

 

 

 

 

 

 

 

 

 

 

 

공주가 나오는 동화를 많이 봤는지, 그런 걸 좋아했는지 잘 모르겠다. 어렸을 때 텔레비전 방송에서 만화영화나 인형극으로 공주를 본 것 같기도 하다. 공주를 좋아했다기보다 그저 이야기를 좋아한 것 같다. 그래서 공주 옷 같은 거 좋아하지 않았다. 제대로 기억 못하면서 이런 말을. 예쁜 걸 아주 좋아하지 않은 건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동화에 나오는 공주는 다 예쁘고 잘 살았던가. 어렸을 때 동화 안 보고 나중에 본 동화에는 공주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지금 여자아이들은 좋아할까. 이 책을 쓴 사람은 좋아한다고 여긴 듯하다. 인형이나 디즈니 만화영화 이야기를 했다. 디즈니에서는 그런 만화영화를 많이 만들기도 했다. 어린이는 그것을 보고 좋아할지도 모르겠구나. 제약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동화에 나오는 공주는 좀더 자유로워 보이고 자유를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진짜 공주는 어땠을까. 여기 나온 사람이 모두 공주인 건 아니다. 공주, 왕비, 공비, 여왕 이런 사람을 모두 공주로 말했다.

 

역사를 쓰는 사람은 거의 남자다. 여성 사관은 거의 없지 않았을까. 그래서 역사에 여성 이름은 자주 나오지 않을 거다. 여왕은 나오겠지만. 또 하나 나쁜 여자는 더 심하게 적지 않았을까. 사람을 엄청나게 죽이고 자기 멋대로인 성생활 젊은 여자 피로 목욕한 사람 이야기도 있다. 이집트를 다스린 여자 이야기는 다음 왕이 여자가 한 일을 많이 없애서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여자도 정치를 할 수 있을 텐데, 그 일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 많았겠지. 여왕이 있는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신라에만 여왕이 있었다. 내가 잘 몰라서 신라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여왕이나 높은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해도 정치에 영향을 미친 사람도 많을 텐데. 그것도 잘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더 알려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역사에서 찾아내면 재미있을 거 많겠다. 누군가 그 일을 하고 책으로 나오면 그런 사람과 일이 있었구나 할 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찾기 어려울까. 조선시대에 과서시험 누구나 볼 수 있었지만 거기에 여성은 들어가지 않았다. 갑자기 여성도 관리가 될 수 있는 소설이 생각난다. 그건 소설이어서 그렇고 실제 그런 일 없었겠다. 오래전 중국은 어땠을까.

 

앞에서 여성이 정치를 했을까 했는데, 이 책에서 조금 벗어난 거구나. 공주 이야긴데. 왕도 큰 힘을 가지고 있어서 좋을 것 같지만 누구보다 외로운 게 왕이다. 형제나 아들은 왕 자리를 노리고 한시도 편한 날이 없을 거다. 공주는 어떨까. 평범한 여자로 태어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좀더 나을 텐데, 공주는 정치에 이용 당한다. 나라와 나라가 동맹을 맺을 때 결혼시키기도 한다. 일본 무사가 나라를 다스릴 때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났다. 거의 인질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여자로 태어나 왕위를 바로 물려받지 못하고 마녀 재판으로 죽임 당한 공주도 있다. 옛날 왕족은 친척과 결혼해서 안 좋았다. 실제 정신병에 걸린 사람도 많고, 어떤 사람(후아나 라 로카)은 남편과 아버지 다음에는 아들이 왕 자리를 지키려고 미친 사람으로 몰았다. 오래전에는 여성이 중심인 사회였을지도 모를 텐데, 언제 무슨 일 때문에 그게 남성한테 넘어갔을까. 농업을 시작한 뒤부터였을지도.

 

유럽 왕족과 귀족이 무너져 갈 때는 미국 부자가 유럽 사람과 결혼하고 공주가 되었다. 그런 사람을 달러 공주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돈이 엄청나게 많았다. 돈이 많다고 해서 사는 게 즐거웠을까. 공주기 때문에 마음대로 결혼하지 못하고 그 자리를 버리지 못했다. 공주 자리를 버린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많은 걸 가져서 애써서 얻어야 하는 것을 몰랐을 것 같기도 하다. 거의 부모한테 사랑받지 못하고 자기 아이도 사랑하지 못했다. 사랑받지 못해서 여러 사람을 만났을지도. 공주가 아닌데 공주 흉내를 낸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여자아이가 아닌 남자아이처럼 자랐다. 남자아이를 여자아이처럼 기르는 사람도 있던데, 그 반대도 있었다니(만화에도 있구나). 공주로 사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다르지 않을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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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다시 벚꽃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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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피어날 때쯤 이 책을 만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제목에 벚꽃이 들어가서. 단순한 생각이구나. 우리나라에 벚꽃이 필 때 이 책을 본 사람은 없겠다. 벚꽃이 지고 난 다음에 책이 나왔을 테니까. 시간이 가면 잊어버릴 테니까 다른 사람이 썼다 해도 나도 써야겠다. 무엇이냐 하면 본래 제목 이야기다. 본래 제목 ‘사쿠라호사라(桜ほうさら, 벚꽃박죽)’는 “이런 일 저런 일 온갖 일이 벌어져서 큰일났다 난리났다”는 뜻으로 고슈 지방에서 말하는 ‘사사라호사라(ささらほうさら, 뒤죽박죽)’를 응용한 것이다. 몇해 전에 이 책 제목 봤을 때 무슨 뜻일까 했는데. 일본에도 지방에서 쓰는 말(사투리)이 많다. 나도 잘 모르지만. 표준말은 일본 도쿄에서 쓰는 말이겠지. 우리나라는 사투리가 많이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거의 서울에서 쓰는 말을 쓰니까. 지방에서 만드는 방송에서도 사투리 거의 안 쓰겠지. 지방 방송에서는 사투리 쓰면 괜찮을 것 같은데. 언젠가 일본 드라마에서 사투리로 쓰는 말과 표준말 뜻이 달랐던 게 나왔다. 억양이 조금 다르고 같은 말 쓰기도 하지만 발음이 같은 말이 다른 뜻이 되기도 하다니 재미있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말 있을지도 모를 텐데. 우리나라 사람도 뜻 알기 어려운 말은 제주도 말이겠다.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해서 남보다 식구가 더 가깝다는 말을 한다. 이것과는 다른 말, 멀리 있는 식구보다 가까이 사는 이웃사촌이 더 좋다는 말도 있다. 두 가지 말은 다 맞다. 때와 형편에 따라. 피만 생각하면 자기 식구만 챙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는 거겠지. 몇달 전에 다른 분이 이 책을 보고 쓴 것을 본 적 있다. 그때 어머니가 세번째로 시집을 갔다 해서 아버지가 다른 형제인가 했다. 후루하시 쇼노스케 어머니는 첫번째 혼례에서 남편이 일찍 죽고, 두번째에서는 시어머니와 사이가 나쁘고 아이를 낳지 못해 헤어지고, 세번째는 어머니가 생각하는 것보다 못한 집안 사람과 혼례를 올리고 아들 둘을 낳았다. 쇼노스케 아버지 후루하시 소자에몬은 하급관리(무사)로 뇌물을 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그걸 나타내는 문서가 나와 배를 가르고 죽었다. 어머니와 형은 아버지 소자에몬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소심하다 여기고. 누군가는 그런 것을 마음이 깊고 다정하다 말하기도 할 텐데, 보는 사람 마음에 따라 좋은 점이 나쁜 점이 되기도 하는구나. 둘째 아들 쇼노스케는 그런 아버지를 닮았다. 그래선지 어머니는 큰아들을 더 좋아하고 큰아들이 잘되기를 바라고 움직였다. 그 일 때문에 아버지 소자에몬이 죽은 것이기도 하다. 어머니와 형은 아버지가 뇌물을 받았다 믿고 쇼노스케는 아버지가 그런 일 했을 리 없다 생각했다.

 

어머니는 쇼노스케한테 에도에 가서 후루하시 집안을 다시 세울 수 있게 하라 했다. 어머니는 그렇게 알았지만 쇼노스케를 에도로 부른 사카자키 시게히데(도가네 번 대행)는 쇼노스케한테 에도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 글씨를 똑같이 쓸 수 있는 사람을 찾게 했다. 그 사람이 쇼노스케 아버지 소자에몬 글씨를 그대로 써서(가짜 문서를 만들어서) 누명을 씌워서다. 그 일은 번 후계자를 둘러싼 싸움 때문에 일어난 거였다. 일본은 높은 사람이든 상인이든 거의 모두 집안 사람이 뒤를 잇는다(없으면 양자를 들이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가진 힘을 높이 산 적이 없는 건 아니겠지. 우리나라도 장남이 집안을 잇기는 하지만 일까지 물려받지는 않는다. 과거시험을 보고 벼슬길에 나갔다. 이건 괜찮은 거 아닌가 싶다(왕은 세습이어서 싸움이 많았겠다). 장인은 소홀하게 대한 건 안 좋았지만. 한 나라에는 좋은 것도 있고 안 좋은 것도 있는 거구나. 일본도 첫째가 뒤를 잇는 게 아니었다면 좀 달랐을지도 모를 텐데. 시대 때문에 생겨난 식구 관계 같은 느낌이 든다. 집안 일을 잇지 못한 둘째는 둘째대로 힘들고. 첫째라고 해서 집안 일 잇는 걸로 만족할까. 더 높은 자리에 앉고 싶은 사람도 있었을 거다. 어머니와 형이 가진 욕심이 죄 없는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구나. 어머니와 형은 자신들과 잘 맞지 않는 아버지를 싫어했지만, 아버지는 그런 두 사람을 넓은 마음으로 감싸안은 것 같다. 그런 아버지 마음을 쇼노스케는 알았겠지.

 

하급 무사 집안 후루하시 쇼노스케 식구들의 엇갈린 마음이 중심 이야기다. 식구여도 마음이 맞지 않을 수 있는 거겠지. 식구는 아니지만 식구처럼 사는 사람도 있다. 도미칸 나가야에서 사는 사람들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지만 서로 돕고 산다. 쇼노스케는 다른 사람과 다르게 본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와카는 얼굴 왼쪽과 몸 한쪽이 멍처럼 보였는데, 쇼노스케는 와카를 처음 봤을 때 벚꽃정령이라 여겼다. 쇼노스케는 겉모습보다 와카 마음을 본 건 아닌지. 꿈인지 생시인지 잘 몰랐지만. 친부모가 아닌 걸 알고 집을 나가려고 한 기치. 기치는 어머니가 자신을 엄하게 대하는 건 자신이 친딸이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했다. 그러면서 어머니한테 대들면 쫓겨날지도 모른다 여겼다. 와카는 그런 기치한테 어머니와 말하라고 했다. 부모와 자식이 싸운다고 해서 그게 꼭 나쁜 건 아닐 거다. 아무 말 안 하고 속으로만 생각하는 것보다 말하면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조금은 알겠지.

 

이 책을 보다보니 다른 에도시대 소설에서 본 사람이 떠오르기도 했다(<미시마야변조괴담>에 나오는 오치카는 흑백방에서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다. 그 오치카가 떠올랐다). 그것도 미야베 미유키 소설이기 때문이겠다. 나팔꽃 교배해서 새로운 종을 만들었다는 말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몽환화》가 생각났다. 식구라 해도 마음이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야베 미유키는 《고구레 사진관》에서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때는 가까운 사람이라기보다 친척이었지만. 식구기 때문에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그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거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아주 버리라는 건 아니다. 버릴 수밖에 없는 일도 일어날 수 있겠지. 여기에서는 쇼노스케가 그렇다. 쇼노스케는 이해하려고 했다.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면 엇갈리겠다. 식구가 아니어도 서로 돕고 살면 더 낫겠지. 여기에는 남이어도 서로 돕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겼다.

 

 

 

희선

 

 

 

 

☆―

 

작은 일, 별거 아닌 일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거짓말은 한평생 이어서 할 각오가 있을 때만 하려무나.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훈화가 아니었다. 거짓말을 할 작정이면 그 갈고리를 평생 가슴에 박은 채 살겠다고 생각할 때만 해라, 그 정도로 중요한 거짓말일 때만 해라. 그런 이야기였다.  (401쪽)

 

 

쇼노스케는 고향 노사한테 이렇게 배웠다. 모르는 일에 맞닥뜨렸을 때 조바심 치면 안 된다. 모르는 것을 억지로 알겠다고 느닷없이 생선 배 가르듯 하면, 몰랐던 것의 본체가 어디론가 달아나버린다. 따라서 모르는 것과 마주칠 때는 물고기를 수조에서 기르듯 풀어놓고 찬찬히 관찰하는 게 올바른 이해를 얻는 길이다. 쇼노스케는 온갖 공부에 대해 노사의 이 가르침을 마음에 떠올리곤 했다.  (461쪽)

 

 

세상에는 설령 부모 자식 사이라도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감정이 엇갈려 서로가 서로를 용서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상대를 생각해도 그 마음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처지와 신분이 마음의 진위를 뒤바꾸는 경우가 있다. 어떤 이는 소중히 지키는 것을 다른 이는 헌신짝처럼 버리는 경우도 있다.  (6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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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 그러니까 가장 처음 나온 《눈 먼 자들의 국가》는 여전히 못 보았습니다. 이 책뿐 아니라 다른 것도. 《금요일엔 돌아오렴》은 보기 힘들 것 같기도 하네요. “엄마, 나야” 하는 말은 더 가슴 아픈 제목이군요. 이 말 아직도 저는 듣기보다 하는 쪽입니다. 엄마 아빠, 부모 마음 잘 모릅니다. 부모라고 해서 다 좋은 부모만 있는 건 아니지만(이런 말을 하다니). 이건 시집이고 시인들이 아이들 말을 받아 적었습니다. 엄마 아빠한테 사랑받고 형제자매와 잘 지낸 아이들이더군요. 가끔 싸울 때도 있었겠지만. 글 보면서 부모 형제한테 사랑받지 못한 아이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런 아이도 기억해야 할 텐데. 제가 좀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 제주도로 수학여행 간다고 했을 때는 다들 설레고 기뻤을 텐데.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를 탄 아이들은 다 마음 착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하는. 사람이 자신만 생각할 때도 있지만, 어려운 일이 닥치면 자신보다 남을 생각할 때가 더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 전에 일본 만화 <표류교실>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 <롱 러브레터 표류교실>을 보았습니다. 드라마 시작할 때 “지금을 살아라(今を生きろ)” 하는 말이 나와요. 이 드라마 보기 전 새벽에 제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지진이 일어난 곳보다 덜 했을지 모르겠지만, 땅이 울리고 창이 흔들렸습니다. 그때 죽는 게 무서웠다기보다, 아무 말 못하고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서웠습니다. 그때는 하루하루 잘 살자 생각했는데. <롱 러브레터 표류교실>에서도 지진이 일어난 다음에 고등학교가 사라집니다. 원작은 초등학교라는데 드라마는 고등학교고 나오는 사람도 적습니다. 그래도 비슷한 면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라진 고등학교에는 선생님 몇 사람과 학생 스물둘이 있었습니다. 그 학교가 간 곳은 인류가 거의 사라지고 지구는 사막이 된 그다지 멀지 않은 앞날이었어요. 드라마에서 지금은 2002년이에요(만화는 더 옛날에 나왔군요). 이 드라마 한 지 오래됐군요. 저는 지진이 일어난 뒤에 이걸 보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 간 선생님과 아이들은 그곳에서 살기는 하는데 이런저런 일을 겪습니다. 만화는 더 무서울 것 같더군요. 드라마에도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인류가 나타납니다. 제대로 보여주지 않지만 무서운 듯하더군요.

 

지금 2002년을 사는 사람과 지구가 사막이 된 곳으로 간 사람들을 보여줘요. 지금이 더 조금 나옵니다. 학교에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있다고 했잖아요. 사라진 아이들 부모와 친구는 무척 슬퍼합니다. 그 안에서 어떤 사람은 자기 딸(학생은 아닌 일반 사람)이 어딘가에 살아있다고 믿고 목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도움도 주어요. 사막이 된 지구(일본)에 간 아이들은 그날 말하지 못한 것과 그동안 멍하게 산 것을 아쉬워합니다. 시간이 흐르고 학교가 사라진 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 때문에 지구는 사막이 된 것일지도. 앞날에 간 사람도 생각합니다. 자기 둘레만 괜찮으면 상관없다고 한 건 아니냐고. 한 사람이 ‘나 하나쯤 어때’ 하는 생각을 한다면 괜찮겠지만, 많은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면 엄청난 일이 일어나겠지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것도 그래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나 하나라도 잘 하자’ 하면 좋을 텐데요. 선생님과 아이들은 2002년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을 적어서 보냅니다. 그 편지 잘 닿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마지막에 학교 둘레가 바뀌었어요. 어떤 마음은 전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나타낸 건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삼켰던 두려움이 바다의 포말이 되었어요

내 친구들이 흘렸던 눈물이 한 잎 한 잎 낙엽이 되었어요

하고 싶었던 모든 말들이 송이송이 눈발이 되었어요

우리 모두가 이루고 싶었던 꿈들이 봄별이 되었어요
이 모든 것들 빛깔과 이름을 잊지 마세요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고 있다면

그건 여기 하늘나라에서 누군가 그리운 마음으로

세상으로 손짓하고 있다는 것, 나처럼요

그러니 귀 기울여주세요

가만히 가만히 닻처럼 잠긴 4월 산사꽃 비명을!

이제라도 환하게 밝혀주세요

기다리며 기다리며 벼렸던 4월 새파란 별빛을!

 

지난해 흘렸던 눈물은 여전하네요

오는 봄볕과 빛을 가리지 않게 해주세요  (54쪽)

 

 

 

 

엄마와 아빠와 누나와 친구들이 나를 기억해주는 동안 나는 아직 살아 있는 거예요.
기억하는 게 사랑하는 거예요
기억하는 게 나를 살아있게 하는 거예요
그러면 나도 바람으로 다가가고 별빛으로 반짝이고 있을게요.  (189쪽)

 

 

 

 

지금은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지만

서로 얼굴을 만질 수 없는 곳에 있지만

모두들 너무 걱정 마세요.

저는 하늘 높이 올라서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고 흙이 되어

여러분 곁에 있을게요.

늘 다니던 동네 슈퍼, 운동장, 학원 근처에서

생생하게 웃으며 안녕, 하고 인사할게요.  (253~254쪽)

 

 

 

드라마에서 아이들은 비록 사막이 된 지구에 갔지만 살아있었습니다(나무나 물도 없고 살기 힘든 곳이지만). 세월호를 탄 아이들 모두는 아니지만, 많은 아이가 목숨을 잃었네요. 두번 다시 못 본다 해도 어딘가에 살아있는 게 나을지도 모를 텐데요. 시 속에서 아이들은 말합니다. 자신은 그곳에서 잘 지내니 엄마 아빠 언니 누나 오빠 형 동생도 잘 지내라고. 아이들 이제 차갑지 않은 곳에 있겠지요. 밤하늘 별이 되어 이 땅을 내려다 보고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건 산 사람이 생각하는 거지만. 아이들도 부모 형제자매 친구한테 그런 말하고 싶었을 거예요. 자신이 맡은 일이라도 책임감을 갖고 하면 큰일은 일어나지 않을 텐데 싶습니다. 많은 사람이 좀 넓게 생각하고 양심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나, 여기 있어’ 하고 별들이 인사할 것 같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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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하태환 원작, 김새봄 문학, 전윤나 미술, 안진성.박경훈 음악, 연극프로젝트커피 연극 / 새봄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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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 괴롭겠지만 좀 참으시오. 물론 우리들이나 그밖에 상부에서도 당신들을 어떻게 할까, 연구하고 있고. 그러나 혁명이 만일 한두 달만 늦었다 해도 대한민국은 공산화 되었을 것 아니오? 참으로 아슬아슬한 순간에 우리가 나라를 구한 것이오. 당신들만은 아니지만 도대체 정치인들이 그동안 해놓은 게 무엇이오? 우리는 겨우 한달 반 만에 양담배 일소했지, 깡패 일소했지, 밀수 일소했지, 시민 생활 질서 확립했지, 절도나 강도 같은 범죄도 없앴지……. 보시오! 필요한 건 다 했소. 이제는 민생문제만 남았소. 하여튼 상부에다가 보고는 잘해두리다.”  (45쪽)

 

 

1961년 5월 16일에는 군사정변(쿠데타)이 일어났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제가 아주 어렸을 때는 5·16 혁명이라고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언제 쿠데타로 바뀌었는지 모르겠네요. 혁명은 한자말인데 쿠데타는 프랑스말이던가요. 5·16 군사정변이라는 말을 봤습니다. 박정희, 전두환(전 대통령 이름을 막 쓰다니, 전에도 한번 썼네요)이 물러난 뒤에 혁명에서 군사정변으로 바뀌었을지도. 이런 말하면 부끄러운데 5·16 군사정변이 일어난 해 몰랐습니다. 1980년은 아는데. 제가 나기 전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1945년이나 1950년은 알기도 하네요. 5·16 아는 거 거의 없습니다. 학교 다닐 때 조금이라도 배웠을 텐데. 어렸을 때 그때 이야기 나오는 드라마 했던 것 같은데 못 봤어요. 어렸을 때니 봐도 잘 몰랐겠습니다. 드라마 실제와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무엇 때문에 군사정변을 일으켰는지. 이 부분 좀 알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그저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 하는 말로 정리할 수 없을 듯합니다. 그런 마음 아주 없었던 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러니 오랫동안 대통령 했겠지요.

 

우리나라가 일본 지배에서 벗어난 뒤 남쪽은 미국이 북쪽은 소련이 도와준다고 하고 삼팔선을 그었지요. 1950년에서 1953년까지 전쟁을 치른 뒤에는 휴전선을 그었네요. 나라가 둘로 나뉘었으니 남이나 북이나 통일을 해야 한다 생각했겠습니다. 꽤 오랫동안 북한에서 남쪽으로 공작원이 오기도 했지요. 그런 사람을 우리나라에서는 간첩이라 하고 잡고. 간첩 신고하라는 말도 많았지요.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면 ‘빨갱이냐’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이건 예전에 그랬을지도). 제가 잘 아는 건 아닌데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사회주의를 몰아내려고 했답니다. 그 일에는 미국이 상관했다고. 1960년대에도 통일문제를 많이 생각했을 테지요. 5·16은 왕이 바뀌고 자신을 반대하는 사람을 죽이는 것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까닭으로 공산당으로 몰아붙이는 것과는 닮았습니다. 정치를 한다고 해도 이념이 다를 수도 있을 텐데. 어쩌면 5·16을 군사정변이 아닌 혁명으로 보이게 하려고 진보당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5·16 뒤에 소급법(특수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서 130여명한테 실형을 언도했습니다. 5·16이 일어나고 세해가 지나고 죄가 없다고 했는데, 사람들 풀어주지 않고 감형만 하고 많은 사람이 형을 다 채우고 나왔습니다.

 

일곱해보다 훨씬 긴 옥고를 치른 사람도 많겠지요. 혁신 정치를 한 사람은 죄가 없는데도 그랬군요. 사형을 언도 받고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고 감옥에서 죽은 사람도 있습니다. 아주 많은 사람을 한번에 잡아다 가두어서 좁은 감방이 꽉 찼답니다. 1.27평에 일곱 사람. 겨울에는 좀 나아도 여름에는 아주 더웠겠습니다. 포개서 잘 때도 많았다네요. 잘못하지 않아도 잘못된 법 때문에 감옥에 들어갈 수도 있다니. 어렸을 때 저는 드라마에서 죄 없는 사람을 잡아다 고문하고 거짓 자백을 시키는 모습을 보면 무서웠습니다. 진짜 저런 일 있고 내가 그런 일 당하면 어쩌나 했지요. 그런 것 때문에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억울한 일은 누구나 당하고 싶지 않겠지요. 일제강점기에서 이어져 온 것이 고문이군요. 이 책 원작을 쓴 하태환은 중·고등학생을 가르치다 진보당에 들어가고 통일운동과 혁신정치 운동을 펼치다 가르치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5·16 바로 뒤에 잡히고 만 일곱해 동안 옥고를 치렀습니다. 이것은 그 안에 있을 때 적었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억울하게 잡혀서 감옥에 갇히면 그 사람도 힘들겠지만 식구도 힘들겠습니다. 함께 옥고를 치르는 듯한 느낌이었을지도. 사회에서는 좋은 눈으로 안 봤을 테지요. 시간이 흐른 뒤에는 죄가 없다는 걸 알았겠네요. 감옥에서 사람들은 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고 여러가지를 했더군요. 가장 많이 한 건 책읽기와 사색입니다. 글을 쓴 사람도 있고, 공부에 한이 있던 사람은 그 안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바람을 쐬기 위해 기독교, 천주교, 불교집회에 다 나가고 텔레비전 보는 시간은 극장에 간다고 했습니다. 많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없지만 작은 것으로 그 생활을 견디려고 했네요. 나이 많은 분은 영어 공부를 시작하려고 했어요. 진보당 사람들 처음에 잡히고 유치장에 갇혔을 때 한 모의재판에서는 모두 죄가 없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그 기대가 무너졌군요. 앞에서 말해야 했는데, 지금 그게 생각났습니다.

 

정치는 어디에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늘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서 저는 정치와는 멀다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고. 여러가지를 정하는 건 정치가일 때가 많겠네요. 정치하는 사람은 자신이 몸담은 당 이념만 옳다 생각해야 할까요. 저는 잘 모르지만 어는 한쪽만 좋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한 적 있을지도. 좋은 건 늘 좋고 싫은 건 늘 싫은. 사람은 살면서 여러가지를 알면 어떤 문제에 답이 하나만 있지 않다는 걸 깨닫습니다. 저는 아직도 마음이 좁아서 많은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나아졌다 생각합니다. 정치하는 사람은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틀렸다 하지 말고 다른 걸 한번 귀 기울여 들으면 좋겠습니다. 유연성은 정치뿐 아니라 어디에든 있어야 하는 거지요. 5·16과 같은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서로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가장 좋은 것을 찾는다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겠지요.

 

 

 

*더하는 말

 

좀 다르지만 《어느 혁명가의 삶》을 보고 났을 때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말을 쓰기도 했네요. 때가 다를 뿐 비슷한 면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전향하지 않은 사람이 더 오래 감옥에 있었겠습니다. 여기 나온 사람은 한국에서 정치를 한 사람이니까요. 형을 다 채우고 나왔지만, 죄가 없다는 판결도 나왔죠. 다른 것 때문에 다시 정치를 할 수 없었다는 말도 있더군요. 그게 지금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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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7 02: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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