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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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우주에 가고 싶어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밤하늘 별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 때일까. 그게 언제인지 잘 몰라. 원시시대는 아니었을 것 같아. 그때는 지구에서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들었을 테니까. 아주 오래전에는 아주 커다란 동물뿐 아니라 날씨도 사람을 살기 어렵게 했을 거야. 문자를 만들고 한 곳에 머물러 살게 되자 눈을 더 먼 곳으로 돌린 건지도.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는 거지. 오래전에는 천동설로 지구를 중심으로 별이 움직인다 여겼어. 자연철학을 한 아리스토텔레스도 그렇게 알았겠군. 진리라고 해도 그게 늘 그대로는 아니야. 바뀌지 않는 것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바뀌는 것도 있어. 그건 진리가 아닌 지식이라 해야 할까. 지식은 무너지기 쉬운 것이다는 말을 언젠가 보았는데. 사람은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지 과학은 인류가 나타났을 때부터 있었겠지. 아니 인류가 없었을 때도 있었겠어. 그때는 말이 없었겠지만. 그런 때는 상상하기 어렵기도 한데, 그것을 상상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지금 과학은 서양 중심이지만, 동양에는 동양만의 과학이 있었어. 갑자기 이런 게 생각나다니 이 이야기를 길게 끌고 갈 수 없는데. 다른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조금씩 합쳤다면 다른 것도 나타났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군. 새로운 게 밀려온 건 순식간이어서 정신차리기 힘들었을지도. 과학 수학은 참 어려워. 그것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거기에 매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수학은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만 알아도 사는 데 문제없기는 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알려는 게 과학이지. 지구뿐 아니라 우주 비밀도 알고 싶어하지. 지구가 우주의 한 부분이군. 우주 어딘가에는 생물체가 있을까. 과학소설에는 우리가 실제 본 적 없는 것들이 나와 그런 걸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을 거의 로봇이 하기도 해. 이건 지금 세상과 다르지 않군. 로봇 때문에 사라진 일도 많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많아. 과학이 발달하는 게 인류한테 좋기만 한 건지 잘 모르겠어. 뭐든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지만. 돈을 덜 들이고 돈을 많이 벌려는 생각보다 다른 것을 더 생각했으면 해. 무언가를 했을 때 일어날 일을. 그런 건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을 거야. 사람만 생각하지 않고 지구에 사는 목숨 있는 것을 생각해야 해.

 

소설 한권 읽고 별 생각을 다했군. 과학 실험을 하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건 나오지도 않는데. 과학소설도 보통소설처럼 봐도 괜찮을 텐데, 그게 잘 안 돼. 왜 그럴까. 과학소설이라고 해서 과학을 잘 알아야 볼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과학소설은 과학을 좋아하고 로봇이나 우주에 관심있는 사람이 더 좋아할 것 같기도 해. 과학이 우리 생활과 멀지 않기는 할 텐데. 그걸 잘 모르고 살지. 학교에서 그런 것을 가르쳐주면 과학을 재미있게 생각할지도 모를 텐데. 하지만 쉬운 것만 배우면 대학에 가기 어려울지도. 킵 아빠가 킵이 다니는 고등학교 교과서를 보더니 그런 것만 배우면 안 된다고 하더라구. 킵은 대학에 가고 싶어서 그때부터 어려운 공부를 해. 이런 거 재미있게 보여. 킵 아빠는 뭐든 킵이 스스로 하게 해. 아이가 바라는 게 있으면 바로 해주는 부모가 있기도 하잖아. 그렇게 자라다 부모가 없으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될지. 부모는 아이가 홀로 설 수 있게 조금만 도와주는 게 좋을 듯해. 그것도 알게 모르게. 킵이 공부를 하고 대학에 갈 자격이 생긴 다음에 한 말은 ‘달에 가고 싶다’야. 그 말을 듣고 킵 아빠는 ‘그러렴’ 해. 해결 방법은 킵한테 찾으라 한 거야. 다른 나라도 아니고 달이라니. 이 소설이 나왔을 때는 아직 인류가 달에 가지 못했어. 하인라인은 인류가 달에 가는 세상을 그렸어. 다른 건 그렇게 달라 보이지 않는데. 라디오를 스스로 만드는 사람이 있잖아. 킵은 텔레비전을 만들었어. 아직 컬러 텔레비전이 나오기 전인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소설에는 컬러 텔레비전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아직 인류는 달에 기지를 세우지 못하고 우주로 나가 살지도 못해. 지구와 같은 곳이 없기 때문이겠지. 있다 해도 멀어서 찾지 못한 걸지도. 지구와 조금 달라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 있을지. 가끔 외계인한테 잡혀갔다 왔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 그 사람은 어떤 일을 겪은 걸까. 외계인이 만든 것 같은 문명도 있지. 킵은 비누회사에서 하는 경품대회에 참가해. 표어를 써서 보내는 건데, 1등 상품이 달 여행이야. 킵은 5782개나 보내. 엄청난 숫자야. 난 킵이 많이 보내서 뭔가 되려나 했는데, 1등과 같은 게 있었지만 소인이 늦어서 킵은 으뜸상이 됐어. 으뜸상한테는 낡은 우주복을 줬어. 우주에 가지 못하는데 우주복이 있으면 뭐 하나 싶은데, 킵은 우주복을 입어보고 고치기도 해. 어느 날 킵이 우주복을 입고 놀고 있는데 무전기로 여자아이 목소리가 들리고 우주선이 나타나. 킵이 바라는 방법은 아니지만 킵은 그렇게 해서 달에 가. 달에 가고 싶다고 한 거 이뤘군. 여자아이는 본래 이름이 있지만 피위라고 해. 피위 아빠는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야. 피위가 외계인, 아니 우주 해적이 지구로 옮겨오려 한다더군. 많은 숫자가 몰려온 게 아니어서 다행인가. 우주경찰이라는 엄마생물도 있어.

 

지구가 위험한 처지에 놓여있는 듯한데 그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 안 된다니. 달에 간 걸 안 킵은 피위와 함께 달 기지에 가서 도움을 받으려 하지만 다시 잡히고 명왕성에 끌려가. 명왕성이라니. 말이 안 된다 해도 이런 상상을 하면 재미있겠지. 우주에는 우주 해적(킵은 벌레머리라고 해)만 있는 게 아니야. ‘세 은하 연맹’이라는 것도 있어. 이건 현실에 있는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어떤 것이 위험하다 여기고 아예 없애버리려는 것도 그렇고. 인류가 그렇게 될 뻔했어. 다행하게도 인류를 없애지는 않았어. 외계에서 인류를 없애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인류 스스로 그렇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 그런 일은 없어야 할 텐데.

 

과학소설에는 어려운 것도 있겠지만 이건 재미있어. 언젠가 인류는 달에 기지를 세울까. 우주도 마음대로 다니고. 그때 우주 해적보다 엄마생물을 만나면 훨씬 좋을 것 같아. 엄마생물이라 한 것은 피위야. 엄마생물이 곁에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편안하다고 해. 엄마와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래. 이건 하인라인이 우주 어딘가에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쓴 것일지도. 어느 나라 사람이든 엄마 하면 따듯함과 편안함을 떠올리는가봐. 신기한 일이지. 피부색이나 말은 달라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걸 잊지 않아야겠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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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없이 걸었다 - 뮌스터 걸어본다 5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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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사는 곳곳을 걸어본 사람이 있을까요. 아주 없지 않겠지만, 볼 게 없어서 걷지 않거나 늘 다니는 곳만 다닐 것 같습니다. 이건 제가 그러네요. 제가 늘 걸어다니기는 해도 아주 멀리까지 걸어 본 적은 없습니다. 제가 사는 곳 구석구석을 걸어다니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듯합니다. 하루로는 모자랄 듯합니다. 제주도에 사는 사람도 제주도를 다 아는 건 아니겠지요.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건물이나 문화재 같은 게 있는 곳은 가끔 걸어다녀도 좋을 듯싶네요. 가장 먼저 경주가 떠오르는 건 왜인지. 제가 사는 곳에도 뭔가 있을지 모를 텐데 아쉽게도 제가 잘 모릅니다. 그런 곳은 집에서 먼 곳이어서 걸어가기 힘들 것 같습니다. 아니 지금은 많이 달라진 배 타는 곳에는 가 볼 수 있겠네요. 일제강점기 때 배나 화물차가 다닌 곳도 있을 텐데. 오래전부터 쓰지 않은 철길 본 적 있어요. 그런 게 남아있다니.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듯한 건물도 있고, 지금도 그런 게 남아있는지 모르겠네요. 중학교 때 친구집이 그랬던 것 같은데, 그쪽에 안 가 본 지 오래됐군요. 예전 시청도 참 오래된 곳일 텐데. 저는 달라진 게 별로 없는데, 세상은 참 많이도 바뀌었네요. 이건 어디나 그렇겠군요.

 

제가 달라진 게 별로 없다고 했는데, 저는 잘 느끼지 못하는 거고 저도 달라졌겠지요. 다른 곳에 가고 싶다 생각한 적도 있어요.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사는 것을. 잠시 생각만 하고 그걸 해내지 못했네요. 지금은 어딘가에 가는 것을 아예 좋아하지 않습니다. 떠나는 것은 돌아올 곳이 있어서다는 말이 있기도 하지요. 누군가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떠나고 나라까지 떠나기도 합니다. 떠나고 싶어서 떠난 사람도 있을 테고,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한 사람도 있고, 떠나고 그곳에 눌러앉은 사람도 있겠지요. 어떤 까닭으로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를 떠나든 시간이 흐르면 자신이 나고 자란 곳 말과 사람과 추억이 있는 곳이 떠오르겠습니다. 허수경은 경남 진주에서 나고 자라고 대학을 나온 뒤 서울에서 일하다 1992년에 독일로 공부하러 갔습니다. 어떤 일로 그곳에 눌러앉게 됐는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공부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나봅니다. 살다보면 뜻밖에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독일에 가서 공부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겠지요. 갑자기 집 안이 아닌 밖으로 나가야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고 한 말이 생각나는군요. 저는 별일 일어나지 않거든요.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좋은 일보다 안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허수경한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모르면서 좋은 일이 있었겠지 하는 것 같네요.

 

독일에 공부하러 갔을 때는 쓸쓸했겠지요.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곳에 갔으니. 그럴 때는 걸으면 좋을까요. 걸어서 그곳을 알아보는 거죠. 이사해도 그런 거 할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이사 별로 안 해 봐서 그런 일 없었군요. 어릴 때는 ‘이사하는구나’ 했을 뿐이고. 이사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모르는 게 많네요. 제가 사는 곳도 잘 모르고 허수경이 걸은 독일 뮌스터도 모릅니다. 이곳은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 있답니다. 세계사 시간엔가 한번쯤 들은 베스트팔렌 조약이 생각나는군요. 그게 30년 전쟁 뒤에 한 건가. 아니면 어쩌려고 이런 말을. 예전에 독일을 소개한 사람이 있지요. 전혜린. 슈바빙인가가 생각나는군요. 허수경이 걸은 뮌스터도 좀 알려지겠습니다. 걷기만 한 건 아니고 스무해를 살았답니다. 그 정도 살면 거의 고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제가 별말을 다했네요. 어디든 고향이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어서요. 저도 지금 사는 곳 고향은 아니예요. 고향이다 생각 안 하고 사는 것 같기도 하네요. 고향이 자신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지만 호적에 쓰인 곳이기도 하지요. 그게 같은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달라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떠도는 것 같기도 하네요. 제가 사는 것도 다르지 않고. 고향을 생각하는 애틋함을 잘 모릅니다.

 

앞에서 어디 가는 거 안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그래선지 어딘가에 갔다 오고 쓴 책도 잘 안 봐요. 이 책을 보기로 한 건 ‘걸어본다’ 는 말 때문입니다. 제가 걷는 건 좋아하니까요. 실제 뮌스터를 걷는 건 아니지만, 책으로 걸어보는 경험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런 상상을 하고 책을 봤다면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를 텐데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읽으면서 이거 대체 무슨 이야긴가 했습니다. 얼마전에 만난 책에서도 프랑스 역사를 말해서 어리둥절했는데. 어디든 지난날이 있지요. 그것을 알고 어딘가에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아주 다를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고 가면 지금밖에 볼 수 없지만, 알고 가면 지난날도 볼 듯합니다. 뮌스터는 독일에 있는 한 도시예요. 학생이 아주 많아서 학생 도시라고 한답니다. 독일 하면 전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요. 유대인 학살, 나치는 동성애자와 장애인을 거세하고 죽였더군요. 제2차 세계전쟁 때는 뮌스터도 폭격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건물이 부서졌다고 합니다. 부서진 건 되살리기도 했습니다. 독일은 전쟁이 끝나고 잘못한 것을 잊지 않으려 했다지요. 그렇기는 해도 다 정리하지 못한 것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소설이 있어서 한 말입니다.

 

시작은 독일 시인 시로 합니다. 허수경은 독일말을 배우고 열해가 지나고 독일 시를 읽었다고 하네요. 소설은 어떻게든 봐도 시는 본래 말로 보기 어렵겠지요. 독일말로 쓴 시를 한국말로 옮겨도 그걸 그대로 느끼기 어려운데. 제2차 세계전쟁 때 쓰인 글로 《안네의 일기》가 잘 알려져 있잖아요. 안네와 비슷한 나이에 시를 쓴 사람도 있더군요. 젤마 메르바움 아이징어는 열다섯 때부터 시를 쓰고 열여덟에 강제 수용소에서 병으로 죽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쓴 시는 친구들이 지켰습니다. 이 이야기 윤동주 생각나게 하는군요. 윤동주가 묶은 시집도 친구가 지켰잖아요. 뮌스터 길 바닥에는 ‘걸림돌’이라는 경고문이 있다고 합니다. 그건 전쟁 때 끌려간 사람 이름이 쓰인 황동판입니다. 그런 사람 아주 많을 텐데. 그렇게 해서라도 잊지 않으려고 하는군요. 한국에도 많은 피해자가 있는데, 그건 일본에서 해야 하는 것이지만. 피해자라고 해서 그걸 잊어야 하는 건 아니죠. 황동판을 보니 일본 위안부로 끌려간 분들이 생각났습니다. 어느새 한국을 되찾은 지 일흔한해째입니다. 이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잊지 않아야 하는 일이고 그런 일 많군요.

 

 

                      

 

                       여기에 살았다.

                       (이름)

                       (태어난 해)

                       (죽은 해)

                       (끌려간 곳)

 

 

 

거의 모르는 뮌스터여서 허수경을 잘 따라가려 했는데, 어쩐지 가끔 놓친 듯합니다. 저는 모르는 곳에서도 잘 걷습니다. 칠기박물관 성당 도서관 책방 뮌스터아 강. 여기저기 다니려면 하루로는 안 되겠군요. 푸른반지처럼 보이는 산책길을 걸으면 기분 좋을 듯합니다. 거기에는 자전거길도 있어요. 깜박했는데 뮌스터에서는 자전거 많이 탄답니다. 도시기는 해도 한국처럼 빠르게 돌아가지 않는 듯해요. 한국에도 그런 곳 있을지도 모를 텐데. 한국은 오래되면 부수고 다시 짓기 많이 했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을까요. 독일을 다 돌아본 건 아니어도 괜찮군요. 여러 곳이 아닌 한 곳이어서 더 좋습니다.

 

 

 

희선

 

 

 

 

☆―

 

경고한다. 우리가 과거에 무엇을 했는지, 우리는 과거에 무엇이었는지.  (85쪽)

 

 

좋은 일을 기억하는 것은 따뜻하지만 나쁜 일을 기억하는 것은 새록새록 아프다. 그 아픔을 견뎌내어야만 하는 것도 기억의 일이다. 기억하지 않고 묻어버린 공동체 과거는 언젠가는 그 공동체에게 비수를 들이댄다.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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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81

오다 에이치로

集英社  2016년 04월 04일

 

 

 

일본에는 만화가 아주 많이 나온다. 오랜 시간 나오는 것도 있는가 하면 잠깐 나오다 사라지는 것도 있겠지. 일본에서는 만화하는 걸 도박에 비유하기도 한다. 잘되면 엄청나게 벌고 안 되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일까. 그렇게 나온 만화가 <바쿠만>이다. 한국말로 하는 도박하는 사람일까(노름꾼, 도박꾼). <바쿠만>은 책이 아닌 만화영화로 보았다. 거기에서 만화가가 일하는 걸 조금 엿보았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지만 만화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만화가도 있지만 만화가를 돕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이라고 만화가가 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만화가가 되고 싶어서 잘나가는 만화가 밑에서 일을 한다. 되는 사람은 잘되지만, 안 되는 사람은 언제까지고 안 되기도 한다. 오랫동안 만화가를 돕다가 그만두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 일 한다고 해서 안 좋을 건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자기 이름으로 된 만화를 내지 못하면 오래 못하겠지. 이런 말은 왜 꺼낸 걸까. <원피스>는 사라지지 않고 오래 살아남아서다. 하지만 앞으로 끝까지 나올지 이건 알 수 없다.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 없으면 연재는 못할 테니까. <원피스>는 별 문제없이 끝까지 가겠지 했는데,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잘 나올 때 즐겁게 만나야 하는데.

 

드레스로자에서 나온 루피와 동료 몇과 로는 아주 커다란 코끼리 위에 있는 환상의 섬에 닿았다. 조는 코끼리여서 전에 코끼리섬이라 했다. 정확하게는 코끼리 등 위 섬이다. 로는 자기 동료를 만나러 가고 루피는 나미와 쵸파를 만났다. 이건 지난 이야기라고 해야겠다. 코끼리섬은 어떤 일이 일어난 뒤였다. 나라가 망했다. 누군가 천년이나 이어온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대체 누가 왜 그랬을까. 상디와 나미와 쵸파 브룩 모모노스케가 코끼리섬에 왔을 때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인질로 잡힌 시저도 있었다. 지금 보이지 않는 사람은 상디와 시저다. 서니호에 타고 먼저 코끼리섬에 가려한 동료 앞에는 사황에서 한 사람인 빅맘 배가 나타났다. 상디가 싸우겠다고 했는데 그때 상디 혼자 빅맘 배로 가지 않고 서니호에 있던 쵸파와 나미와 브룩이 함께 싸워서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서니호는 그렇게 코끼리섬에 갔다. 그때 코끼리섬은 습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전에 잠깐 상디와 브룩이 누군가와 싸웠는데 그건 코끼리섬에 사는 밍크족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코끼리섬을 엉망으로 만든 사람 부하였다. (밍크족은 두 발로 걷는 동물 모습이다.)

 

서니호가 코끼리섬에 간 것을 먼저 말하다니. 시간을 좀더 뒤로 돌려서 코끼리섬에 찾아온 건 사황에서 한사람인 카이도 부하 잭이었다. 잭과 잭 부하. 카이도가 관계했다니. 잭은 코끼리섬에서 왜국 사무라이 라이조를 찾았다. 라이조를 찾는 건 카이도겠지. 아직 이름만 나온 라이조는 어떤 사람이길래 찾는 걸까. 루피와 만난 긴에몬과 칸주로도 라이조를 만나려고 코끼리섬에 간 거다. 잭이 코끼리섬에 쳐들어와서 다짜고짜 사무라이 라이조를 내놓으라고 했다. 코끼리섬에 사는 밍크족은 그런 사람은 없다고 했다. 그러자 잭이 밍크족을 잡아서 고문하고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잭은 루피와 로가 도플라밍고를 무찔렀다는 소식을 듣고 부하를 남겨두고 그곳을 떠났다. 상디와 나미 쵸파 브룩은 밍크족을 도왔다. 코끼리섬에 독가스가 퍼져 있었는데 그건 시저가 만든 거였다. 시저는 어쩔 수 없이 독가스를 없앴다. 밍크족은 밀짚모자 일당이 자신들을 도와주었다고 여겼다. 루피와 다른 동료도 반겼다. 처음에는 몰라서 공격했지만.

 

이제 상디가 왜 그곳에 없는지 말해야겠다. 서니호가 코끼리섬에 간다고 한 걸 빅맘 배에 있던 사람이 들었다. 어인섬에서도 만난 페코무즈 고향이 코끼리섬이었다. 코끼리섬은 늘 움직여서 쉽게 찾을 수 없지만, 페코무즈는 바로 찾았다. 페코무즈는 상디와 동료가 코끼리섬 사람을 도와줘서 시저만 데려가려 했는데, 빅맘 밑에 들어간 카포네 갱 베지가 페코무즈를 공격하고 쓰러뜨렸다. 베지는 다른 동료를 인질로 잡고 상디한테 자기 말을 들으라 한다. 빅맘이 결혼식 차모임에 상디를 불렀다고 했다. 결혼식 신랑이 상디였다. 본인도 모르는 결혼식이라니. 상디 집안에서 멋대로 정한 거였다. 상디 집안은 살인을 전문으로 했다. 이런 게 이제서야 나오다니. 상디는 자신이 매듭을 짓겠다 하고 다른 동료는 달아나게 하고 혼자 떠났다. 꼭 돌아오겠다는 편지를 남기고. 예전에 상디 어린시절이 나왔지만 이런 이야기는 없었다. 상디는 자기 집에서 뛰쳐나온 걸까. 집안에서 하는 일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니, 그것보다 꿈이 생겨서였을지도. 어떻게 상디가 집을 나왔는지 나오면 좋겠다. <헌터X헌터> 에서 본 키르아가 생각난다. 키르아 집안도 사람을 죽이는 일을 전문으로 한다. 현실에서는 이걸 일이라 하지 않지만, 아주 없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코끼리섬이라고 했는데 나라 이름은 모코모 공국이다. 별나게도 이곳은 두 사람이 낮과 밤을 나누어서 다스린다. 낮왕은 이누아라시고 밤왕은 네코마무시다. 이름이어서 그대로 썼다. 쉽게 괴물 개와 괴물 고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누아라시는 왕이지만 네코마무시는 나리다. 총사대(삼총사)와 가디언즈가 있다. 둘은 예전에는 친구였는데 지금은 사이가 나빠서 서로 얼굴 보기 싫어한다고 한다. 이누아라시는 루피가 쓴 밀짚모자를 보고 예전에 샹크스를 만났다는 말을 했다. 저녁 여섯시가 되자 이누아라시는 바로 잠들었다. 다음에는 고래숲에 있는 네코마무시를 만났다. 네코마무시는 좀 웃긴다. 브룩이 참 좋아한다. 어쩐지 루피하고도 잘 맞아 보이기도 하는데. 다쳤으면서 목욕하고 먹을 거 먹고, 쵸파가 주사 놓는다고 하니 강아지풀로 자기 마음을 끌어달라고 한다. 루피와 동료를 보고는 잔치하자고 했다. 루피는 상디 일을 조용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혼자 빅맘이 여는 차모임에 숨어들려고 한다. 여기에는 아직 페코무즈가 있었다. 루피는 페코무즈한테 차모임에 데려다달라고 한다.

 

 

네코마무시는 쵸파한테 자신이 강아지풀로 놀 때 주사를 놓으라 하고, 주사 한대 맞고 다 나았다고 한다

브룩은 그런 네코마무시를 보고 웃고, 우솝은 생긴 것과 다르게 주사를 무서워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도 정략결혼이 나오다니. 빅맘 딸(친딸이 맞을까)과 상디를 결혼시키려는 것은 집안 때문이다. 빅맘 딸이 예쁘면 상디는 결혼하고 싶어할까. 아니 상디는 아직 누구 한사람을 좋아하기보다 여러 사람을 좋아하고 싶어할 것 같다. 루피가 혼자 가도, 그곳에서 누군가 도와주거나 페코무즈가 조금 도와주겠지. 마지막에는 반전이. 그건 원피스에 자주 나오는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한권 보면 다음 이야기 빨리 보고 싶다. 이 마음이 가시기 전에 다음 82권 보아야 할 텐데. 일이 복잡하게 얽힌 듯하다. 어떻게 풀릴지 잘 봐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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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친구 다머   My Friend Dahmer (2012)

  더프 백더프   강수정 옮김

  미메시스  2015년 12월 30일

 

 

 

 

 

 

 

 

 

 

 

 

 

 

 

제목을 보고 나는 아이들이 장애를 가진 아이를 놀리는 이야긴가 했다. 그렇게 놀린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지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왜 장애인이 나온다고 생각했느냐면 제프리 다머(제프)가 그렇게 보이는 그림이 있어서다. 책 뒷면을 보면 이게 어떤 이야긴지 바로 알 수 있다. 그건 나중에 보았다. 미국에는 그래픽노블이라는 게 예전부터 나온 것 같은데, 한국에는 몇해 사이에 줄줄이 나오는 것 같다. 나온 지 오래됐는데 내가 안 지 몇해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책 처음으로 보았다. 만화는 조금 봤지만. 그래픽노블은 만화와 아주 다른 걸까. 작가는 만화라고 생각하고 그렸는데, 누군가 이것을 멋지게 보이게 하려고 그래픽노블이라 한 건 아닐까. 그 뒤로 이런 식으로 그린 걸 그래픽노블이라 한 거다. ‘이런 식’을 뭐라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난 한국사람이라 만화소설이라 하고 싶은데. 만화로도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런 게 많이 나온 걸로 안다. 그냥 만화라고 해도 아주 틀린 건 아니다. ‘그림 이야기’ ‘그림책’이라 하면 어쩐지 어린이가 보는 책 같겠다. 이런 것과 다르게 보이게 하려고 그래픽노블이라 한 것일지도.

 

범죄소설을 보면 연쇄살인범이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나오기도 한다. 《내 친구 다머》는 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세상에는 연쇄살인범이 어릴 적 친구인 사람도 있을 거다. 이 책을 그린 더프 백더프도 여러 사람을 죽인 연쇄살인범 제프리 다머와 친구였다. 아주 친한 건 아니었다. 더프는 중학교 때는 제프를 잘 몰랐다. 제프가 있다는 것을 안 건 중학생이 되고 몇달이 지난 뒤다. 이런 거 보니 나도 다르지 않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같다고 말할 수 없겠지. 난 죽은 동물을 모은 적 없고 동물을 죽이고 싶다 생각하지도 않았다. 제프는 죽은 동물을 모아두었다. 그건 중학생 때까지 하고 고등학생이 되고는 죽은 동물 살을 발라냈다. 이건 한단계 앞으로 나아갔다고 해야 할까. 제프는 중학생 때는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한다고 해서 다 제프처럼 되는 건 아니다. 더프와 다른 친구가 제프한테 관심을 가진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다. 더프와 친구들은 그저 제프가 가짜 뇌전증 발작을 일으키거나 뇌성마비 환자 흉내내는 걸 재미있게 보았다. 제프는 그때 아이들이 자신한테 관심 가진 걸 좋게 생각했을까.

 

제프 부모는 자주 싸웠다. 엄마는 감정 기복이 심하고 예민했다. 이런저런 약을 먹고 발작을 일으켰는데, 제프는 그런 엄마를 보고 흉내낸 거였다. 엄마와 아버지는 결국 헤어졌다. 아버지가 먼저 집을 나가고 제프가 고등학교를 마치기 얼마 전에 엄마는 동생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 제프는 집에 혼자 남았다. 나중에 제프가 사람을 죽였다는 걸 알았을 때 아버지는 제프가 고등학생 때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프가 집에서는 아무 조짐을 보이지 않았을까. 아버지와 엄마가 제프한테 거의 마음을 쓰지 않아서 몰랐겠지. 부모 때문에 제프 마음이 불안정한 것도 있었지만, 제프는 남성을 좋아했다. 그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충동스런 상상을 했다. 그런 생각에 빠지지 않으려고 독한 술을 마셨다. 학교에서도 늘 술에 취했있었는데, 학교 선생님은 제프한테 별 말 하지 않았다. 선생님 가운데 제프와 이야기하려 한 사람이 있었다면 제프가 자기 마음을 털어놓았을까.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하나라도 있었다면 어땠을지. 더프는 학교에서는 제프와 장난쳤지만 학교 밖에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제프가 웃기는 행동을 한다 해도 꺼림칙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한 더프를 탓할 수 없겠다. 친한 친구도 아니니 그 애한테 마음 쓰기도 힘들겠지.

 

학교라는 데를 다녀서 제프가 어떤 선을 넘지 않았는데, 학교를 마치고 엄마도 아버지도 없는 집에 혼자 있던 제프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사람을 죽인다. 제프가 사람을 죽인 건 성 충동이다. 시체를 조금 먹기도 했단다. 그렇게 먹으면 자신과 늘 함께 있을 것 같았다고. 아홉해 뒤에 제프는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 처음에 자수했다면 나았을까, 아버지가 제프를 군에 보내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제프가 연쇄살인범이 된 데는 가정환경 탓이 클까. 아무리 날 때부터 이상하다 해도 자라는 환경이 괜찮으면 좀 낫겠지. 1970년대에도 동성애를 좋게 여기지 않았을 거다. 그때도 동성애자는 있었을 텐데. 제프는 자신을 받아들여줄 사람이 없다 여기고 사람을 죽여서라도 욕망을 채우려한 것일지도. 가정 환경이 나쁘다고 해서 모두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다. 부모가 자주 싸우고 불안해도 다른 데 마음을 써서 그것을 잊으려 하는 사람도 있다. 제프가 누군가한테 자기 마음을 조금이라도 말했다면 나았을 텐데 싶다. 제프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구나.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난 사람을 만나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써서 괜찮다. 책을 보면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친구를 사귀기 힘든 사람은 책을 친구로 사귀면 어떨까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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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읽어도 재미있다

 

     Kindred (1979)

  옥타비아 버틀러   이수현 옮김

  비채  2016년 05월 31일

 

 

 

 

 

 

 

 

 

 

 

 

 

 

 

어떤 것보다 소설을 많이 읽었지만 별로 못 본 게 있어. 그건 SF야. 다시 생각하니 SF만 별로 안 본 건 아니군. SF를 글로는 별로 못 봤지만, 만화영화나 영화로는 조금 봤어. 그런 거 좋아하기도 하는 것 같아. 만화영화나 영화는 보여주어서 어렵게 보이지 않는 거겠지. 기계나 로봇이 어떤지 설명하는 글은 뭐가 뭔지 알기 어렵잖아. 과학소설은 과학을 잘 알아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들어. 이건 잘못된 생각일지도 모르겠어. 과학소설에도 사람 이야기가 없는 건 아닌데, 좀더 넓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가기도 해. 지구도 사람한테는 넓은데 우주는 그것보다 훨씬 더 넓고 모르는 게 많아. 그런 걸 상상하는 게 어려운 건지도 모르겠어. 지구에 살아도 세계를 다 돌아보지 못하는데. 지구는 우주의 한 부분이고 그 안에는 사람도 들어가지. 우주를 생각하면 사람이 얼마나 작은지 깨닫기도 해. 사람이 우주를 생각하고 겸손해지면 좋을 텐데, 우주를 어떻게 이용할까를 더 많이 생각하지. 이건 과학이 발달한 뒤겠군. 그전에는 신을 생각하고 무서워했잖아. 신화나 별자리 같은 걸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도 잘 몰라. 우주라는 말을 하니 저런 게 생각났어.

 

과학소설이라고 해서 다 우주, 외계인이 나오는 건 아니군. 시간여행도 SF에 넣기도 해. 이런 건 쉽게 볼 수 있고 나도 여러 번 봤어. 기계로 하는 시간여행 이야기도 있지만 우연히 자신이 사는 시대가 아닌 다른 시대에 가는 이야기도 있어. 이게 그래. 어떤 건 법칙 같은 게 나오지 않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그런 게 나와. 다나는 다나 조상 루퍼스 목숨이 위험해지면 19세기로 가고, 다나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느낄 때 자신이 사는 20세기(1976년)로 돌아와. 규칙은 없어. 자신이 가고 싶을 때 가지 않고 갑자기 다른 시대로 가. 바라지 않는 일은 갑자기 일어나기도 하지. 다나는 1976년을 사는 흑인 여성으로 소설을 쓰고 그게 팔리기를 바라. 다나 남편 케빈은 백인이고 소설가야. 둘 다 소설을 쓴다고 말해도 될 텐데. 다나가 쓴 소설은 팔리지 않았지만 케빈은 책을 세권 내고 잘 팔리기도 했어. 지금도 인종차별이 없는 건 아니지만, 1976년에는 더했겠지. 아주 없지 않았겠지만 흑인과 백인이 결혼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야. 실제 두 사람 친척은 두 사람 결혼을 반기지 않았어. 1976년도 이런데 다나가 가는 19세기는 더했지. 그때 미국에는 노예제도가 있었잖아.

 

다나는 자신이 바라지 않는 시간여행을 해. 다나는 처음 그곳에 가서 루퍼스라는 백인 남자아이를 구해. 다나가 그곳에 갔다 온 시간은 단 몇초였어. 바로 그날 또 루퍼스를 구하는데, 루퍼스는 강에 빠졌을 때보다 커 보였어. 두번째 때 다나는 루퍼스가 자신의 조상이라는 걸 알고 자신이 루퍼스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해. 세번째 때는 남편 케빈도 함께 그 시대로 가. 그게 좋았던 건지 안 좋았던 건지. 다나가 자기 시대로 돌아올 때 케빈이 바로 옆에 없어서 혼자 왔거든. 다나가 다음에 그곳에 가니 다섯해가 흐른 뒤였어. 루퍼스는 다나를 도와주는 것처럼 하면서 케빈한테 편지를 보내지 않았어. 대신 흑인을 재산으로만 생각하는 루퍼스 아버지가 케빈한테 연락했어. 아주 오랫동안 함께 지내지 않아도 마음에 남는 사람이 있겠지. 루퍼스한테 다나가 그랬을까. 루퍼스는 흑인 앨리스를 좋아하면서도 다나가 곁에 있기를 바랐어. 그 마음은 무엇일까. 앨리스가 루퍼스를 받아들였다면 달랐을지도 모를 텐데. 앨리스가 그러지 못한 건 루퍼스가 19세기 미국 남부 사람이어서일지도.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때(19세기) 사람, 거기에서도 남자는 흑인을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어. 루퍼스는 앨리스를 사람으로 좋아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거지. 그래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못했겠지. 그때 많은 흑인과는 다른 다나를 만나고 루퍼스가 달라질까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이 소설을 쓴 사람은 흑인 여성이야. 그것 때문에 이런 소설을 쓴 건 아닐까 싶기도 해. 흑인 인권만 말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여자나 남자 피부색과 상관없이 사람을 봐야 할 텐데. 루퍼스가 그랬다면 더 좋았을 텐데, 루퍼스가 그 시대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쉬워. 루퍼스는 그랬다 해도 그 시대에도 흑인이나 여성을 존중한 사람 있지 않았을까. 피부색과 상관없이 위험한 사랑을 한 사람도 있었을 것 같아. 지금도 인종 문제가 다 사라진 건 아니야. 여성이 살기에 힘든 세상이기도 하고. 남자 여자 조금 다르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함께 살면 좋겠어.

 

 

 

 

☆―

 

노예는 노예일 뿐이다. 노예한테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루퍼스는 루퍼스였다. 그는 변덕스러웠고 관대하다가 잔인해지기를 되풀이했다. 그를 내 조상으로, 내 남동생으로, 내 친구로 받아들일 수는 있어도 내 주인으로, 내 애인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507쪽)

 

 

 

 

 

 

 

    

 

    

 

    

 

    

 

 

 

 

 

 

 

이중의 어려움을 가졌지만

 

  블러드차일드   Bloodchild and other stories (1996)

  옥타비아 버틀러   이수현 옮김

  비채  2016년 05월 31일

 

 

 

 

 

 

 

 

 

 

 

 

 

 

 

소설을 쓴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소설에 나오는 사람을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한국사람이 쓴 소설을 보면 거기 나오는 사람도 한국사람이려니 한다. 지금까지 흑인이 쓴 글 본 적 있는지 잘 모르겠다. 있었는데 내가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겠지만(아프리카 사람이 쓴 거 본 적 있다), 백인보다는 아주 적은 듯하다. 그뿐 아니라 중국사람이나 다른 아시아 사람이 쓴 것도 별로 못 봤다. 미국이나 영국을 비롯한 유럽 사람이 쓴 글을 보면 거기 나오는 사람을 백인이라 생각했던가. 이건 잘 모르겠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미국 사람으로 여성이고 흑인이다. 책을 읽다 여기에 흑인이 많이 나온다는 걸 느꼈다. 모두 흑인일지 몇몇사람만 흑인일지. 한국사람이나 백인은 쉽게 생각해도 흑인은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듯하다. 왜 그럴까. 자주 안 봐서 그런 것일지도. 세상에는 이런저런 피부를 가진 사람이 사는데, 백인을 더 생각하지 않나 싶다. 한국소설에 외국사람이 나오면 이름이나 겉모습으로 외국사람임을 나타내야 하고, 이건 흑인도 마찬가지다. 미국 사람이나 다른 나라 사람도 한국사람을 소설에 나오게 할 때 한국사람이라 하겠다.

 

지난번에 옥타비아 버틀러 소설 《킨》을 보고 재미있어서 단편은 어떨까 하고 보았다. 여기에는 작가가 그 글을 쓰게 된 이야기도 있다. 《킨》은 시간여행을 하는 것으로 흑인 여자 다나가 노예제도가 있는 미국에서 자신의 조상을 구한다. 흑인이어서 그런 이야기를 쓴 건 아닐까 하기도 했는데. 여기 실린 단편은 SF와 판타지다. SF는 잘 안 보는 건데. 왜 읽기 힘들까 생각하니 실제 있는 것이 아니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SF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우주나 외계인이 나온다. 여기에도 외계인이 나오는 거 있다. <블러드차일드>와 <특사>다. <블러드차일드>에 나오는 사람은 거의 흑인이 아닐까 싶다. 노예였던 사람이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간 거니까. 그곳에서 사람은 틀릭의 숙주가 된다.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다. 한식구에서 한사람이다. 작가는 남자가 임신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집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하는데. 영화 <에일리언>에서도 사람 안에서 외계 생물이 자라지 않았던가. 거기에서는 여자였지만. <특사>에 나오는 건 커뮤니티라고 한다. 사람을 감싼다고 해서 조개 같은 게 떠오르기도 하는데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커뮤티니가 오고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말도 있다. 어떤 사람은 노아처럼 커뮤니티가 시키는 일을 하려고 한다. 커뮤니티 통역을 하는 노아는 커뮤니티와 사람이 좋은 관계가 되기를 바랐다.

 

암을 치료하는 약 때문에 DGD가 되고 DGD 부모 때문에 DGD가 된 아이. DGD인 사람은 규정식을 먹어야 한다. 언젠가는 ‘표류’를 하는데 그건 자폐증에 가까워 보이기도 한다. DGD와 DGD 사이에서 난 사람에는 DGD를 안정시키는 냄새를 가진 사람이 있었다. 이건 현실에서 무엇을 나타내는 걸까.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아도 될까. 이 이야기는 <저녁과 아침과 밤>이다. 약 때문에 이상한 증상이 나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말과 소리>에서는 많은 사람이 질병에 걸렸다. 죽은 사람도 많고 말하는 능력을 잃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지 못하기도 한다. 말을 할 수 없는 사람은 몸짓으로 말한다. 라이는 남편과 아이가 죽고 혼자 살다 다른 곳에 사는 친척이 아직 살았는지 찾아가보기로 한다. 라이가 탄 버스에서 소동이 일어나고 한 남자를 만난다. 라이는 친척을 찾아가기보다 그 남자와 사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데 남자는 다른 사람한테 죽임 당한다. 사람이 죽임 당해도 경찰이 없으니. 절망스러울 때 말을 할 수 있는 아이 둘이 나타난다. 이건 희망이겠지.

 

여기 실린 글 가운데서 <가까운 친척>은 쉬운 편이다. 이건 SF도 판타지도 아니다. 이런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근친상간이니까. 어머니는 딸한테 비밀이 들킬까봐 딸과 거리를 두었다. 딸은 어머니가 그러지 않아야 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아버지는 아직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다른 사람한테 말할 수 없지만. <마사의 책>은 소설 쓰는 마사가 신을 만나고 사람이 좋은 꿈을 꾸게 하는 이야기다. 꿈이 유토피아라고. 꿈에서만 좋고 현실은 어두워도 괜찮을까. 마사는 사람이 좋은 꿈을 꾸면 현실도 잘 살아가리라고 하는데. 꿈만 꾸려고 하는 사람이 많으면 어쩌려고. 꿈속에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이 잠들게 하는 만화도 있다. 그걸 반대하는 사람도 있어서 주술을 풀려고 한다. 마사가 말하는 꿈은 책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것도 꿈을 꾸는 것과 다르지 않으니. 책을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이건 괜찮은 거겠지.

 

미국에서 흑인이고 여성으로 글을 쓰는 건 무척 어려웠을 거다. 옥타비아 버틀러가 어렸을 때 이모한테 자신은 작가가 되어 돈을 벌겠다고 하니 이모는 흑인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런 말에 옥타비아 버틀러가 뜻을 굽히지 않고 글쓰기를 그만두지 않아 다행이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끈질기게 썼다고 한다. 글을 쓰는 데 성별이나 피부색은 상관없기는 하다. 옥타비아 버틀러는 물고 늘어져서 쓰라 한다. 끈기가 있어야겠구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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