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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 아작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류가 우주에 가고 싶어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밤하늘 별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 때일까. 그게 언제인지 잘 몰라. 원시시대는 아니었을 것 같아. 그때는 지구에서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들었을 테니까. 아주 오래전에는 아주 커다란 동물뿐 아니라 날씨도 사람을 살기 어렵게 했을 거야. 문자를 만들고 한 곳에 머물러 살게 되자 눈을 더 먼 곳으로 돌린 건지도.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는 거지. 오래전에는 천동설로 지구를 중심으로 별이 움직인다 여겼어. 자연철학을 한 아리스토텔레스도 그렇게 알았겠군. 진리라고 해도 그게 늘 그대로는 아니야. 바뀌지 않는 것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바뀌는 것도 있어. 그건 진리가 아닌 지식이라 해야 할까. 지식은 무너지기 쉬운 것이다는 말을 언젠가 보았는데. 사람은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지 과학은 인류가 나타났을 때부터 있었겠지. 아니 인류가 없었을 때도 있었겠어. 그때는 말이 없었겠지만. 그런 때는 상상하기 어렵기도 한데, 그것을 상상하는 사람도 있을 거야.
지금 과학은 서양 중심이지만, 동양에는 동양만의 과학이 있었어. 갑자기 이런 게 생각나다니 이 이야기를 길게 끌고 갈 수 없는데. 다른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조금씩 합쳤다면 다른 것도 나타났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군. 새로운 게 밀려온 건 순식간이어서 정신차리기 힘들었을지도. 과학 수학은 참 어려워. 그것을 좋아하고 오랫동안 거기에 매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수학은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만 알아도 사는 데 문제없기는 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알려는 게 과학이지. 지구뿐 아니라 우주 비밀도 알고 싶어하지. 지구가 우주의 한 부분이군. 우주 어딘가에는 생물체가 있을까. 과학소설에는 우리가 실제 본 적 없는 것들이 나와 그런 걸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을 거의 로봇이 하기도 해. 이건 지금 세상과 다르지 않군. 로봇 때문에 사라진 일도 많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많아. 과학이 발달하는 게 인류한테 좋기만 한 건지 잘 모르겠어. 뭐든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이 있지만. 돈을 덜 들이고 돈을 많이 벌려는 생각보다 다른 것을 더 생각했으면 해. 무언가를 했을 때 일어날 일을. 그런 건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을 거야. 사람만 생각하지 않고 지구에 사는 목숨 있는 것을 생각해야 해.
소설 한권 읽고 별 생각을 다했군. 과학 실험을 하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건 나오지도 않는데. 과학소설도 보통소설처럼 봐도 괜찮을 텐데, 그게 잘 안 돼. 왜 그럴까. 과학소설이라고 해서 과학을 잘 알아야 볼 수 있는 건 아닐 텐데. 과학소설은 과학을 좋아하고 로봇이나 우주에 관심있는 사람이 더 좋아할 것 같기도 해. 과학이 우리 생활과 멀지 않기는 할 텐데. 그걸 잘 모르고 살지. 학교에서 그런 것을 가르쳐주면 과학을 재미있게 생각할지도 모를 텐데. 하지만 쉬운 것만 배우면 대학에 가기 어려울지도. 킵 아빠가 킵이 다니는 고등학교 교과서를 보더니 그런 것만 배우면 안 된다고 하더라구. 킵은 대학에 가고 싶어서 그때부터 어려운 공부를 해. 이런 거 재미있게 보여. 킵 아빠는 뭐든 킵이 스스로 하게 해. 아이가 바라는 게 있으면 바로 해주는 부모가 있기도 하잖아. 그렇게 자라다 부모가 없으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될지. 부모는 아이가 홀로 설 수 있게 조금만 도와주는 게 좋을 듯해. 그것도 알게 모르게. 킵이 공부를 하고 대학에 갈 자격이 생긴 다음에 한 말은 ‘달에 가고 싶다’야. 그 말을 듣고 킵 아빠는 ‘그러렴’ 해. 해결 방법은 킵한테 찾으라 한 거야. 다른 나라도 아니고 달이라니. 이 소설이 나왔을 때는 아직 인류가 달에 가지 못했어. 하인라인은 인류가 달에 가는 세상을 그렸어. 다른 건 그렇게 달라 보이지 않는데. 라디오를 스스로 만드는 사람이 있잖아. 킵은 텔레비전을 만들었어. 아직 컬러 텔레비전이 나오기 전인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소설에는 컬러 텔레비전이 있다고 해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아직 인류는 달에 기지를 세우지 못하고 우주로 나가 살지도 못해. 지구와 같은 곳이 없기 때문이겠지. 있다 해도 멀어서 찾지 못한 걸지도. 지구와 조금 달라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 있을지. 가끔 외계인한테 잡혀갔다 왔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 그 사람은 어떤 일을 겪은 걸까. 외계인이 만든 것 같은 문명도 있지. 킵은 비누회사에서 하는 경품대회에 참가해. 표어를 써서 보내는 건데, 1등 상품이 달 여행이야. 킵은 5782개나 보내. 엄청난 숫자야. 난 킵이 많이 보내서 뭔가 되려나 했는데, 1등과 같은 게 있었지만 소인이 늦어서 킵은 으뜸상이 됐어. 으뜸상한테는 낡은 우주복을 줬어. 우주에 가지 못하는데 우주복이 있으면 뭐 하나 싶은데, 킵은 우주복을 입어보고 고치기도 해. 어느 날 킵이 우주복을 입고 놀고 있는데 무전기로 여자아이 목소리가 들리고 우주선이 나타나. 킵이 바라는 방법은 아니지만 킵은 그렇게 해서 달에 가. 달에 가고 싶다고 한 거 이뤘군. 여자아이는 본래 이름이 있지만 피위라고 해. 피위 아빠는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야. 피위가 외계인, 아니 우주 해적이 지구로 옮겨오려 한다더군. 많은 숫자가 몰려온 게 아니어서 다행인가. 우주경찰이라는 엄마생물도 있어.
지구가 위험한 처지에 놓여있는 듯한데 그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 안 된다니. 달에 간 걸 안 킵은 피위와 함께 달 기지에 가서 도움을 받으려 하지만 다시 잡히고 명왕성에 끌려가. 명왕성이라니. 말이 안 된다 해도 이런 상상을 하면 재미있겠지. 우주에는 우주 해적(킵은 벌레머리라고 해)만 있는 게 아니야. ‘세 은하 연맹’이라는 것도 있어. 이건 현실에 있는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어떤 것이 위험하다 여기고 아예 없애버리려는 것도 그렇고. 인류가 그렇게 될 뻔했어. 다행하게도 인류를 없애지는 않았어. 외계에서 인류를 없애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해도, 인류 스스로 그렇게 만드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 그런 일은 없어야 할 텐데.
과학소설에는 어려운 것도 있겠지만 이건 재미있어. 언젠가 인류는 달에 기지를 세울까. 우주도 마음대로 다니고. 그때 우주 해적보다 엄마생물을 만나면 훨씬 좋을 것 같아. 엄마생물이라 한 것은 피위야. 엄마생물이 곁에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편안하다고 해. 엄마와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래. 이건 하인라인이 우주 어딘가에 그런 게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쓴 것일지도. 어느 나라 사람이든 엄마 하면 따듯함과 편안함을 떠올리는가봐. 신기한 일이지. 피부색이나 말은 달라도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걸 잊지 않아야겠어.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