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다머   My Friend Dahmer (2012)

  더프 백더프   강수정 옮김

  미메시스  2015년 12월 30일

 

 

 

 

 

 

 

 

 

 

 

 

 

 

 

제목을 보고 나는 아이들이 장애를 가진 아이를 놀리는 이야긴가 했다. 그렇게 놀린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지 같은 건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왜 장애인이 나온다고 생각했느냐면 제프리 다머(제프)가 그렇게 보이는 그림이 있어서다. 책 뒷면을 보면 이게 어떤 이야긴지 바로 알 수 있다. 그건 나중에 보았다. 미국에는 그래픽노블이라는 게 예전부터 나온 것 같은데, 한국에는 몇해 사이에 줄줄이 나오는 것 같다. 나온 지 오래됐는데 내가 안 지 몇해 안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책 처음으로 보았다. 만화는 조금 봤지만. 그래픽노블은 만화와 아주 다른 걸까. 작가는 만화라고 생각하고 그렸는데, 누군가 이것을 멋지게 보이게 하려고 그래픽노블이라 한 건 아닐까. 그 뒤로 이런 식으로 그린 걸 그래픽노블이라 한 거다. ‘이런 식’을 뭐라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지만. 난 한국사람이라 만화소설이라 하고 싶은데. 만화로도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런 게 많이 나온 걸로 안다. 그냥 만화라고 해도 아주 틀린 건 아니다. ‘그림 이야기’ ‘그림책’이라 하면 어쩐지 어린이가 보는 책 같겠다. 이런 것과 다르게 보이게 하려고 그래픽노블이라 한 것일지도.

 

범죄소설을 보면 연쇄살인범이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나오기도 한다. 《내 친구 다머》는 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세상에는 연쇄살인범이 어릴 적 친구인 사람도 있을 거다. 이 책을 그린 더프 백더프도 여러 사람을 죽인 연쇄살인범 제프리 다머와 친구였다. 아주 친한 건 아니었다. 더프는 중학교 때는 제프를 잘 몰랐다. 제프가 있다는 것을 안 건 중학생이 되고 몇달이 지난 뒤다. 이런 거 보니 나도 다르지 않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같다고 말할 수 없겠지. 난 죽은 동물을 모은 적 없고 동물을 죽이고 싶다 생각하지도 않았다. 제프는 죽은 동물을 모아두었다. 그건 중학생 때까지 하고 고등학생이 되고는 죽은 동물 살을 발라냈다. 이건 한단계 앞으로 나아갔다고 해야 할까. 제프는 중학생 때는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다.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한다고 해서 다 제프처럼 되는 건 아니다. 더프와 다른 친구가 제프한테 관심을 가진 건 고등학교 2학년 때다. 더프와 친구들은 그저 제프가 가짜 뇌전증 발작을 일으키거나 뇌성마비 환자 흉내내는 걸 재미있게 보았다. 제프는 그때 아이들이 자신한테 관심 가진 걸 좋게 생각했을까.

 

제프 부모는 자주 싸웠다. 엄마는 감정 기복이 심하고 예민했다. 이런저런 약을 먹고 발작을 일으켰는데, 제프는 그런 엄마를 보고 흉내낸 거였다. 엄마와 아버지는 결국 헤어졌다. 아버지가 먼저 집을 나가고 제프가 고등학교를 마치기 얼마 전에 엄마는 동생을 데리고 집을 떠났다. 제프는 집에 혼자 남았다. 나중에 제프가 사람을 죽였다는 걸 알았을 때 아버지는 제프가 고등학생 때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프가 집에서는 아무 조짐을 보이지 않았을까. 아버지와 엄마가 제프한테 거의 마음을 쓰지 않아서 몰랐겠지. 부모 때문에 제프 마음이 불안정한 것도 있었지만, 제프는 남성을 좋아했다. 그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하고 충동스런 상상을 했다. 그런 생각에 빠지지 않으려고 독한 술을 마셨다. 학교에서도 늘 술에 취했있었는데, 학교 선생님은 제프한테 별 말 하지 않았다. 선생님 가운데 제프와 이야기하려 한 사람이 있었다면 제프가 자기 마음을 털어놓았을까.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하나라도 있었다면 어땠을지. 더프는 학교에서는 제프와 장난쳤지만 학교 밖에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제프가 웃기는 행동을 한다 해도 꺼림칙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한 더프를 탓할 수 없겠다. 친한 친구도 아니니 그 애한테 마음 쓰기도 힘들겠지.

 

학교라는 데를 다녀서 제프가 어떤 선을 넘지 않았는데, 학교를 마치고 엄마도 아버지도 없는 집에 혼자 있던 제프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사람을 죽인다. 제프가 사람을 죽인 건 성 충동이다. 시체를 조금 먹기도 했단다. 그렇게 먹으면 자신과 늘 함께 있을 것 같았다고. 아홉해 뒤에 제프는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 처음에 자수했다면 나았을까, 아버지가 제프를 군에 보내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제프가 연쇄살인범이 된 데는 가정환경 탓이 클까. 아무리 날 때부터 이상하다 해도 자라는 환경이 괜찮으면 좀 낫겠지. 1970년대에도 동성애를 좋게 여기지 않았을 거다. 그때도 동성애자는 있었을 텐데. 제프는 자신을 받아들여줄 사람이 없다 여기고 사람을 죽여서라도 욕망을 채우려한 것일지도. 가정 환경이 나쁘다고 해서 모두 범죄자가 되는 건 아니다. 부모가 자주 싸우고 불안해도 다른 데 마음을 써서 그것을 잊으려 하는 사람도 있다. 제프가 누군가한테 자기 마음을 조금이라도 말했다면 나았을 텐데 싶다. 제프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구나.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난 사람을 만나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써서 괜찮다. 책을 보면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친구를 사귀기 힘든 사람은 책을 친구로 사귀면 어떨까 싶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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