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생각하다 예전에 제가 쓴 것을 읽어보니 유치하면서 재미있는 게 있더군요. 그걸 썼다는 건 기억하지만 자세한 건 잊어버렸습니다. 자신이 쓴 것도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립니다. 그때는 거의 기억했는데. 술술 잘 읽힙니다. 제가 이런 말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고 끝이 어떨지 다 알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예전에는 그런 것도 썼어요. 지금이라고 아주 새롭고 다른 걸 쓰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거의 못 쓰는군요. 유치해도 쓰기라도 하면 좋겠다 생각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가 쓴 거여서 그런지 재미있게 봤습니다. 자신이 쓴 거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네요. 좀 유치해도 끝까지 보시기 바랍니다. 보다보면 벌써 끝일지도.

 

 

 

 

 

 

 

행복은 가까이에

 

 

 

 

 방값을 올려주지 않으면 그만 나가달라는 말을 들었다. 이곳에 산 지 오래되었다. 그렇게 좋은 방은 아니지만 방값이 싸서 오래 살았는데 옮겨야 할 때가 찾아왔다.

 

 정보신문을 뒤져보아도 좋은 곳은 없었다. 좋은 곳이라기보다는 내가 가진 돈에 맞는 곳이 없었다. 방을 빼야 할 날은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이 세상에 내 한몸 누일 곳이 없다니 무척 슬펐다. 정보신문으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런데 그때 아주 싼 방이 보였다. 하늘이 나를 버리지 않았다는 마음이 들었다.

 

 집주인한테 전화를 하고 찾아가 보았다. 싼 방이어서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다. 내 생각과는 달리 부자들만 사는 곳이고 이층집이었다. 겉만 멋지고 지하에 있는 방은 아닐까 했는데, 아주 좋은 방이었다.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이 방, 정말 여기에 쓰여 있는대로 받으실 거예요?”

 

 “네, 그럴 거예요.”

 

 주인 남자는 짧게 대답했다. 이층집인데 혼자 살고 있었다. 다른 식구는 남자한테 집을 물려주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했다. 나보다 나이가 조금 많은 것 같은데 벌써 집이 있다니 부러웠다.

 

 “저기…… 내일, 아니 오늘 바로 들어와도 괜찮을까요?”

 

 “그건 마음대로 하세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꼭 지키세요. 밤 12시에는 방 밖으로 나오지 말고, 다른 방 문도 열지 마세요. 그리고 저한테 할 말이 있으면 계단 옆에 있는 인터폰으로 하세요. 혹시, 밤늦게 들어오지는 않겠죠?”

 

 “날마다 이층에 계세요?”

 

 “꼭 그런 것은 아니고…….”

 

 “네, 알았습니다. 다른 방에도 누군가 살아요?”

 

 “아, 네.”

 

 “그런데 12시 넘어서 화장실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하죠?”

 

 “12시 넘어서는 괜찮아요. 정각 12시만 아니면 됩니다. 이제 그만 물어보시죠. 자꾸 물어보시면…….”

 

 “아, 네 미안합니다.”

 

 짐은 조금밖에 없었다. 한곳에 오래 살았는데도 늘어난 것이 별로 없었다.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밥은 거의 컵라면으로 대신했다. 그리고 글을 쓸 때는 노트북 컴퓨터를 썼으니 짐이 없을만 했다. 이제는 뭔가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주인 남자가 방을 빼라고만 하지 않는다면 방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다.

 

 “짐이 이것밖에 없어요?”

 

 “네, 하하.”

 

 “여기 열쇠 받으세요.”

 

 “제 집은 아니지만 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오는 기분 무척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쉬세요.”

 

 “네, 아저씨도.”

 

 “아저씨라뇨? 제 이름은 김유진이에요. 이름으로 말하면 좋겠네요.”

 

 “그러죠.”

 

 “아가씨는 이름이 뭐죠?”

 

 “저는 민수영입니다.”

 

 “제가 말한 거 잊지 않았죠? 꼭 지키세요.”

 

 “네.”

 

 새로운 곳에서 사는 건 설레면서도 두려운 일이다. 나는 늘 설렜던 것 같다. 전보다는 나아져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이곳도 좋은 곳이어서 그런지 무척 설렌다.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하지 마라 하면 하고 싶고, 어쩔 수 없이 하게 되기도 한다.

 

 갑자기 배가 아파 달려간 화장실에서 나온 시간은 정확하게 12시였다. 어디선가 ‘댕~ 댕~’ 소리라도 들릴 것 같았지만, 조용히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들어가면 안 된다는 방에서 누가 나오고 있었다. 나는 무척 놀라 화장실 문을 조금 연 채 밖을 내다보았다. 방에서 나온 사람은 할머니였다.

 

 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부엌으로 들어간 할머니는 다시 나오지 않았다. 내가 부엌을 보니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해서 할머니가 나온 방문을 열려고 했는데 잠겨 있었다.

 

 내 방으로 돌아와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내가 본 건 도대체 뭐였을까? 살아 있는 사람이었을까 귀신이었을까? 할머니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밤에 한번 더 보기로 했다.

 

 낮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일도 제대로 못하고 밤이 오기만 을 기다렸다. 11시 59분에 내 방을 나가서 12시에 부엌에 갔다. 정신만 차리면 괜찮다 생각하고 방문을 노려보았다. 12시가 되자 천천히 문이 열리더니 할머니가 나왔다. 그렇게 무서워 보이는 얼굴은 아니었다.

 

 할머니는 내가 있는 부엌으로 왔다. 나를 보고 하나도 놀라지 않았다. 심지어 웃어 보였다. 어느 순간 할머니가 사라졌다. 할머니를 부르려고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할머니를 만난 뒤부터 낮에도 할머니가 보였다. 말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주인 남자한테 말을 해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어쩌면 주인 남자는 알고 있는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내게 나쁜 짓만 하지 않는다면 귀신과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할머니한테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알고 싶었다.

 

 밤 12시에 할머니가 방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 어김없이 문이 열리고 할머니는 부엌으로 들어왔다.

 

 “할머니, 제 말 들리세요?”

 

 깜짝 놀라는 듯 했지만 할머니는 내가 있는 곳으로 가까이 왔다. 금세 사라지지도 않았다.

 

 “아가씨, 나 안 무서워?”

 

 “하하, 처음에는 엄청 무서웠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그런데 할머니 말할 수 있네요. 그동안 왜 한마디도 안 했어요?”

 

 “아가씨가 나한테 말을 안 해서 그랬지.”

 

 “아, 예.”

 

 할머니는 부엌 식탁에 앉기도 하고 차도 마셨다. 귀신에 홀린 기분이 이럴까?

 

 “할머니, 귀신 맞죠?”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

 

 “왜 여기에 계세요? 다른 세계에 가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맞아. 내가 이곳에 있을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어. 그때까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늘 집에만 있으니 찾을 수가 없구랴.”

 

 할머니한테는 이야기가 있었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시집살이를 오랫동안 했다. 그래도 할아버지가 있어서 조금이나마 행복했다. 그런 할아버지가 할머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어느 날 꿈에 할아버지가 나타나서는 새로 태어나면 다시 만나서 행복하게 살자는 약속을 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린 것이다. 할머니가 다시 태어났을 때 알아보지 못할까 싶어서…….

 

 “할아버지를 알아볼 수 있어요?”

 

 “그럼.”

 

 “왜 지금까지 찾으러 나가지 않았어요?”

 

 “내가 귀신이기는 해도 사람이 도와줘야 해. 누가 나하고 같이 가야 하거든.”

 

 “주인 남자분한테 부탁하지 그러셨어요.”

 

 “나도 여러 번 말했는데 들어주지 않았어.”

 

 “그런데 할머니는 누구한테나 보이세요?”

 

 “그렇지는 않아.”

 

 남자는 할머니 증손자였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할머니가 보이지 않았는데 남자한테는 보였다.

 

 다른 사람이 할머니를 볼 수 없었지만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은 퍼졌다. 집을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았다. 그래서 남자만 남겨두고 모두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갔다. 남자는 자신이 남겠다고 했다.

 

 

 

 밤마다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다 늦게 자서 아침에 늦잠을 잘 때가 많았다.

 

 그런 어느 날 아침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은 일어나려고 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게 자다 점심이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문을 여니 뭔가 떨어졌다.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이었다. 그것을 보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층에는 한번도 올라간 적이 없었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올라갔다. 방문이 여러 개 있었다. 어느 방인지 몰라서 두리번거렸다.

 

 “여긴 무슨 일이죠?”

 

 “깜짝 놀랐잖아요.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면 어떡해요?”

 

 “저한테 할 말 있으면 인터폰으로 하라고 했잖아요.”

 

 “어떻게 고맙다는 말을 그렇게 해요?”

 

 “네?”

 

 “이거요.”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을 들어 보였다. 남자는 별거 아니다 했다.

 

 “저 혼자 여기 가라는 말씀이세요? 솔직히 말하면 저 친구가 별로 없거든요. 같이 가면 안 돼요?”

 

 “…….”

 

 남자는 망설이다 말했다.

 

 “좋아요.”

 

 “그리고 한분 더 같이 가요. 유진 씨도 아는 사람인데…….”

 

 남자는 놀란 얼굴이었다.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저는 할머니 소원 들어드리고 싶어요. 이제 얼마 안 남았다잖아요. 그리고 놀이공원이라면 할아버지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할아버지는 아이일 거 아니예요.”

 

 

 

 “할머니, 기쁘죠?”

 

 “그래. 아가씨 고마워.”

 

 “할머니 일 때문이지만 저도 기뻐요. 소풍가는 것 같아서.”

 

 놀이공원에 간다는 기쁨에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을 쌌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만났으면 하는 마음도 들었다. 일층에서 나는 소리에 남자가 깨었는지 부엌으로 들어왔다.

 

 “뭐하세요?”

 

 “김밥 싸요. 조금만 하면 다 돼요. 일찍 일어나셨네요.”

 

 “이런 거 뭐하러 싸요. 가서 사 먹으면 되는데.”

 

 나는 그냥 웃었다.

 

 하늘은 맑고 소풍가기에 딱 좋은 날이었다. 할머니와 나는 웃음 가득한 얼굴인데 남자는 어두운 얼굴이었다.

 

 “유진 씨, 좀 웃어요.”

 

 “…….”

 

 놀이공원은 사람으로 붐볐다. 할머니가 걱정스러웠지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할머니도 그렇게 걱정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바깥 세상에 나와서 그런지 모든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할머니, 혼자 다니지 말고 저희하고 함께 다녀야 해요. 세상은 옛날과 많이 달라졌어요.”

 

 “유진 씨, 여기 놀러온 거지만, 할아버지 찾으러 온 거기도 하잖아요. 할머니 혼자 다니고 싶으실지도 몰라요. 그렇죠, 할머니?”

 

 “맞아, 나 혼자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 편할 것 같아.”

 

 남자는 못마땅한 눈치였지만 더 말하지 않았다. 할머니를 돕지는 않았지만 마음은 있었을 거다. 혼자 그 커다란 집에 남은 것을 보면 말이다.

 

 “할머니, 돌아다니다 12시 30분에 여기에서 만나요. 유진 씨는 저하고 놀이 기구 타러가요.”

 

 할머니는 사람들 틈으로 사라지고, 남자와 나는 걸었다. 식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 모두가 즐거워 보였다. 갑자기 그 사람들이 부러웠다.

 

 “저, 놀이공원에 처음 와봐요. 유진 씨하고 할머니한테 무척 고맙네요. 유진 씨도 할머니 걱정 많이 했지요?”

 

 “…….”

 

 “제 느낌인데, 오늘 여기에 할아버지 오셨을 것 같아요.”

 

 우리 앞에 회전목마가 나타났다.

 

 “유진 씨, 우리 이거 타요. 별로 무섭지 않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는 괜찮으니 수영 씨 혼자 타세요.”

 

 “그런 게 어딨어요?”

 

 나는 남자를 끌고서 함께 회전목마를 탔다. 내 손을 뿌리치지 않을까 했는데 함께 타서 고마웠다. 놀이기구는 회전목마만 탔다. 사람들 보는 것이 더 좋았다. 남자도 나와 비슷했다. 아니, 그것보다는 할머니를 걱정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과 놀이기구 타는 사람을 보는데 할머니가 보였다. 다섯 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함께였다. 그리고 희미하게 할아버지 환영도 보였다.

 

 “유진 씨, 저기 할머니 좀 보세요.”

 

 남자는 내가 가리키는 곳을 보고는 할머니에게 가려고 했다.

 

 “조금만 기다려봐요. 유진 씨도 할아버지 환영 보여요? 할머니 얼굴 좀 보세요. 무척 행복해 보여요. 할머니에게 시간을 드려야죠.”

 

 얼마 뒤 안내방송이 나왔다. 다섯 살 남자아이를 찾는 거였다. 남자는 더 기다릴 수 없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할머니와 남자아이가 먼저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왔다.

 

 “할머니!”

 

 할머니는 밝게 웃었다. 남자아이 엄마 아빠를 찾아주라는 말을 하고는 조금씩 희미해졌다.

 

 “할머니…….”

 

 

 

 할머니가 떠나고 두 해가 흘렀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더니 유진과 나는 결혼했다. 그리고 곧 아이를 낳을 거다.

 

 “유진 씨, 일층 보러 오늘 온다고 했어요?”

 

 “아마 그럴 거예요.”

 

 “좋은 사람이 오면 좋겠네요.”

 

 초인종이 울렸다. 유진이 문을 열어 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 을 보고 우리 둘은 무척 놀랐다. 지난해 놀이공원에서 만난 남자아이 엄마와 아빠였다. 한 해 만에 만난 것이었는데도 우리는 오랫동안 만난 사람 같았다.

 

 “유진 씨, 아기가 나오려나봐요.”

 

 “그래요? 저기, 집 좀 부탁드릴게요.”

 

 병원에 갔지만 아기는 빨리 나오지 않았다. 아기를 낳다가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나타났다. 할머니는 나를 보고 웃고 배를 쓰다듬었다. 할머니를 부르려 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어느 순간 정신을 잃었다. 어둠 속에서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만 힘내. 곧 예쁜 딸을 만날 거야.”

 

 할머니 말처럼 딸이었고 아주 건강했다.

 

 “유진 씨, 아기 예뻐요?”

 

 “그럼요. 누구 딸인데.”

 

 “있죠, 저 할머니 만났어요. 어쩌면 할머니가 우리 딸로 다시 태어난 걸지도 몰라요.”

 

 “정말 그럴까요?”

 

 “네.”

 

 유진과 나는 할머니가 우리 딸로 다시 태어났다고 믿었다. 그것을 알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 남자아이 식구는 일층으로 이사오고, 남자아이는 딸아이를 보자마자 무척 좋아했다. 그리고 아주 잠깐 남자아이와 딸아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보였다. 우리는 놀랐지만 곧 웃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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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9-02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선량한 사람들은 소설도 선량하게 쓰더라고요. 그걸 극복할 수 없어 작가 포기하는 사람도 꽤 있어요. 사이코패스 다루는 작가는 그럼 다 그런 성향이냐 하면 할 말 없지만 성향이라는 게 아주 무시할 게 아니란 생각이 들죠. 그걸 어떻게 다스리고 조절하느냐에 따라 작가급이 되는 건지도요. 우리 모두 내 안의 악은 있겠지만요^^

희선 2017-09-04 02:44   좋아요 1 | URL
제가 아주 착하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여러 가지 쓰지 못하는 게 있습니다 쓸 수 없는 거군요 책을 보고도 아주 안 좋고 나쁜 건 안 된다 생각하지를 않나, 책을 볼 때는 그래도 다른 사람한테 말할 수 없는 나쁜 생각도 하고... 사람은 자기 안에 있는 어둠과 싸우고 살겠죠 그런 걸 생각하는 게 좋은 듯해요 생각하지 않으면 선을 넘고 말 테니...


희선
 
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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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렸을 때 집에 사진기가 있었던 적도 있고 없었던 적도 있다. 언젠지 잘 생각나지 않는데 집에 사진기가 없었을 때 학교에서 소풍을 갔다. 소풍을 가도 내 사진을 찍고 싶었던 적은 없지만, 그때 같은 반 아이가 사진을 찍어준다고 했다. 나중에 그 애는 사진을 주지 않았다. 아니 난 처음부터 그 애가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나 혼자가 아니고 친구와 함께 찍었는데 사진 찍는 척만 했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어쩌면 그 애가 사진을 찍어준다고 한 게 아니고 친구가 그 애한테 찍어달라고 했을지도). 겉으로는 친절한 얼굴을 하고 속마음은 다른 사람 많다. 나라고 그렇게 할 때 없는 건 아니지만. 마음속으로는 싫은데 그걸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는 일. 이건 아주 나쁜 건 아니기를 바란다. 다른 일 하나 더, 어떤 사람은 자신이 먹기 싫거나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걸 남한테 준다. 본래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새로 샀다면 모르겠지만, 자기가 먹으려고 샀다가 다 먹지 않고 남았다고 남한테 주다니. 자기가 먹기는 싫고 버리기는 아까워서 그런거겠지. 그것도 친절함을 가장한 폭력 아닐까. 이 책 제목을 보니 이런 일이 잠깐 생각났다.

 

 여기에 책 제목과 같은 ‘상냥한 폭력의 시대’라는 단편은 없다. 여기 실린 소설 안에 그런 게 담겨 있어서 지은 거겠지. 가장 앞에 실린 <미스조와 거북이와 나>는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세계와 이어져 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여기에서는 세계와 이어져 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속도 이야기일까. 자신은 자신대로 살기. 이건 나중에 말하고 싶었는데 처음에 말하다니. 소설 느낌은 쓸쓸하다. 이런 말은 어떤 소설에나 갖다 붙일 수 있을지도. 진짜 고양이가 아닌 고양이 인형을 갖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뜬금없이 이런 말을.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나, 희준이 고양이 봉제인형 샥샥과 살아서다. 난 그런 것도 못하겠다. 이름 붙이는 거 잘 못하고 말도 못할 테니까. 희준은 나중에 아버지 옛날 애인이 세상을 떠나고 남겨준 거북이 바위하고도 산다. 아버지 옛날 애인이 바로 미스조다.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이 소설은 쓸쓸하면서도 따듯하다.

 

 쓸쓸하면서도 따스함이 느껴지는 이야기 하나 더 있다. <영영 여름>이다. 늘 혼자고 아이들한테 놀림받던 와타나베 리에는 아버지 일 때문에 간 K라는 나라에서 친구를 만난다. 메이. 메이는 매희로 북한에서 왔다. 리에 이름을 보면 일본 사람이지만 리에 엄마는 한국사람이다. 이런 일 실제 있을까. 이런 것부터 생각하다니. 리에는 왜 메이가 공기 놀이할 때 밀었을까. 그 일이 없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그 일이 아니었다 해도 언젠가 메이가 북한에서 왔다는 걸 알았겠지. 친구여서 좋게 여겨도 무언가를 잘하면 무서워지기도 할까. 내가 리에 마음을 잘 모르는가 보다. 한때 일어난 일이 살아가는 데 힘이 될지, 솔직히 말하면 이것도 잘 모르겠다. 그런 말이 있어서 그런가 보다 할 뿐이다. <우리 안의 천사>에서는 나쁜 짓하려던 게 평생 죄책감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남우는 아버지 죽이는 일을 그만뒀을 것 같은데. 남우가 배다른 형을 만났다는 게 정말일지 알 수 없기도 하다. 이 생각은 미지가 했지만. 남우가 돈을 갖고 있었던 걸 보면 거짓말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자기 전에 생각했을 때와 다르게 쓰다니. 생각하지 않고 썼다면 좋았을 텐데 싶다.

 

 부모는 자식의 자식은 남처럼 여기기도 하는가 보다. 자식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면, 그때는 좋아하겠지만 고등학생 아이가 갑자기 아이를 낳으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지원의 딸 보미는 수학여행을 다녀오고 아이를 낳았다. 아이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몰랐다니. 보미가 낳은 아이는 미숙아였다. 그래서 수술을 해야 했는데 지원은 그것을 자꾸 미뤘다. 자식 앞날이 걱정스럽다고 아기를 죽게 내버려두다니. 아기가 ‘아무것도 아닌 것’일까. 프라이팬에 맞지 않는 뚜껑을 덮어서 터지게 한 건 무엇을 나타내는 걸까. 이건 미영이 한 일이다. 미영은 아이 아빠 엄마다(보미 남자친구 엄마). 미영도 지원과 다르지 않았다. 보미가 아이가 낳았다는 걸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돈을 어느 정도 줄 수 있겠다 생각했을 뿐이다.

 

 여기 실린 소설에 공통으로 담겨 있는 건 ‘그래도 살고 죽는다’다. 앞에서 말한 고등학생 보미도 살아가겠지. 아이가 죽으면 평생 아픔으로 남겠지만. <밤의 대관람차>에서 양은 스물다섯해를 관성으로 움직였다 한다. 그건 양이 S여자고등학교에서 선생으로 일한 시간이기도 하다. 이것을 보면서 여기 나오는 사람들 나이가 좀 많다고 느꼈다. 서른살도 있지만. 양은 오래전 애인 ‘박’과 S여자고등학교 이사장 ‘장’이 비슷하다고 느낀다. 잠시 양이 장과 이야기를 할 때도 있지만 별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관성이 사라질 뻔한 거였을까. 얼마 뒤 양은 박이 죽었다는 걸 며칠 지난 신문에서 본다. 속았지만 무를 수 없는 일도 있다. <서랍속의 집>에서 진과 유원은 전세계약기간이 다 돼서 이사할 집을 알아보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소개한 집을 사기로 한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보여준 집은 1703호가 아닌 603호였다. 이때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면 좋았을까. 집주인은 진과 유원한테 집이 어떤지 말하지 않았다. 그저 집값을 조금 더 갂아주었다. 진은 이사하기 전날 이사할 집에 가 본다. 그 집에서 나온 건 가구가 아닌 쓰레기 더미였다. 쓰레기를 치우고 문을 열어두면 사람이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을 속이고 팔다니. 사정을 말하면 아무도 사지 않으리라 여긴 거겠지.

 

 마지막에 실린 <안나>도 씁쓸하다. 경이 자신은 안나보다 잘산다 생각하는 것도 그렇지만 아이를 영어 유치원에 보내려는 것이. 이제는 한국도 유치원에 들어가기 힘들어진 건가. 경은 아이가 유치원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 걱정하면서도 다른 유치원도 영어를 하는 곳을 알아본다. 원장이 한학기 낸 유치원비를 돌려줄 수 없다 말하니, 경은 남편이 방송국 간부와 알고 자신한테는 변호사 사촌이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을 들은 원장은 나머지 돈을 돌려준다. 안나는 쓸쓸한 사람이었는데, 잠시나마 경한테 자기 이야기를 해서 좀 나았을까. 경과 안나가 좋은 사이로 남을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관계는 오래 가지 않을까(오래전에 댄스동호회에서 만나고, 지금은 보조교사와 아이 부모다). 나도 비슷한 일 있었던 것 같다. 난 인터넷 안에서 만난 사람과 친구고 싶었는데 그게 어려웠다. 아니 사람은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는 거겠지. 그것을 잘 받아들여야 할 텐데.

 

 모두한테 잘할 수 없겠지만 다른 사람 마음도 좀 생각하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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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가, 초지로   さよなら、ちょうじろう。 (2015)

  고이즈미 사요   권남희 옮김

  콤마  2017년 03월 30일

 

 

 

 

 

 

 

 

 

 

 

 

 

 

 지난밤 꿈에 난 친구와 함께 불이 꺼진 집에 들어갔어. 친구가 열쇠로 문을 여니, 문이 활짝 열리고 그 안은 따듯하고 옅은 빨간빛으로 감싸였어. 불빛이 빨갛다 해도 그렇게 무섭지 않았어. 잠 자는 나는 문을 열면 불이 저절로 켜지나 하는 생각을 했어. 본래 꿈을 꿔도 그게 꿈이라는 걸 알기도 하잖아. 꿈을 텔레비전 보듯 하는 거지. 일본말로 꿈을 꾼다는 말은 꿈을 본다(夢を見る)고 해. 집은 문이 잠기고 불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안에서 사람이 나왔어. 잠깐 그 집에 들른 사람이었어. 그 집이 친구 집이었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 꿈속에 나온 곳을 알 때도 있지만 모를 때도 있잖아. 그 집 모르는 곳이었어. 별거 없는 꿈이지, 거기 가기 전에 다른 사람을 만났는데 그건 잘 생각나지 않아. 내가 왜 이 꿈 이야기를 했느냐면 고양이가 나와서야. 문 가까이에 고양이가 있었어. 나랑 친구가 집으로 들어가니 고양이가 고개를 들고 우리를 봤어. 고양이는 거기에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던 거겠지. 난 고양이를 오래 키워본 적이 없어서 고양이가 꿈에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꿈에 고양이가 나오게 됐어. 이번에는 이 책을 보기 전에 나와서 신기했어.

 

 초지로는 열한살하고 열달을 살고 세상을 떠났어. 동물과 사는 게 좋아도 먼저 보낼 때는 마음이 무척 아프겠어. 초지로를 만나고 함께 지낸 이야기보다 초지로가 아프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야기가 더 나와. 고이즈미 사요는 고양이를 기르다 먼저 보낸 경험이 있었는데, 대학교 선배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서 다시 고양이를 기르기로 해. 고이즈미 사요는 대학교 선배 집에 가서 새끼 고양이를 보고 두 마리를 데리고 와. 한마리도 아니고 두마리나 기르다니. 이름은 초지로와 라쿠로 지어. 초지로는 수컷이고 라쿠는 암컷이야. 두 고양이와 살다 일곱해 뒤에 고이즈미 사요는 아이를 낳아. 초지로와 라쿠는 처음에는 아기를 이상하게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고 괜찮아졌어. 아기가 함께 산다는 걸 안 거겠지. 아기가 있을 때 누군가는 동물을 키우지 마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동물을 기르라고도 하던데, 어떤 말이 맞을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그래도 어릴 때부터 동물과 살면 좋지 않을까.

 

 하루는 고이즈미 사요 아들이 울다가 조용해졌어. 초지로와 라쿠가 우는 아이를 달랜 거였어. 동물은 아이뿐 아니라 엄마한테도 도움이 되겠어. 아이 돌보기 쉽지 않잖아. 아이를 낳고 기르다 산후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지. 자식이 없는 사람은 동물을 자식처럼 여기고 살기도 해. 개나 고양이 그밖에 동물과 사는 사람 부럽기도 하지만, 난 그렇게 못할 것 같아. 동물은 언제가 세상을 떠날 테니까. 그런 시간이 다가와도 슬픔보다 동물과 함께 한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 고이즈미 사요도 그랬어. 초지로와 라쿠와 함께 산 지 열해가 됐을 때 초지로한테 유선 종양이 생긴 걸 알게 돼. 그때 유선 종양이 크지 않아 수술하고 마음 놓았는데. 암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가기도 하지. 어쩌면 초지로한테 생긴 유선 종양은 다른 데 생긴 종양 때문에 생긴 건지도. 고이즈미 사요는 초지로가 수술을 받아도 힘들다는 걸 알고 수술시키지 않기로 해.

 

 내가 걱정하는 것에는 동물이 아픈 것도 있어. 동물이 아플 때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이건 사람도 다르지 않겠어. 고이즈미 사요는 초지로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초지로가 즐겁게 지내기를 바랐어. 책속에서 만난 초지로는 의젓해. 아파도 그렇게 아프다 하지 않는 것 같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초지로도 고이즈미 사요 식구와 라쿠와 살아서 좋았을 거야. 이건 사람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책으로 보는 것도 슬픈데 진짜 함께 살던 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얼마나 슬플지. 그 마음 모르지 않아. 고이즈미 사요도 한동안 마음이 텅 빈 것 같았을 거야. 라쿠가 있고 다른 고양이 간지로가 와서 좀 나아졌대. 라쿠는 어떻게 됐을까. 라쿠가 잘 지내는지 알고 싶어. 라쿠는 아프지 않고 오래 살면 좋겠어.

 

 동물이든 사람이든 세상을 떠나면 슬퍼. 이제 다시 볼 수 없어서겠지. 그때는 함께 지낸 날을 떠올리면 마음이 조금 나을 거야. 앞으로 다가올 날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지금 함께 잘 지내는 게 좋겠지. 동물뿐 아니라 사람도.

 

 

 

희선

 

 

 

 

☆―

 

 동물은 사람보다 먼저 떠납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때로는 견디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짧게 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즐거움과 끝없는 애정을 가져다주고, 사람 삶을 진심으로 넉넉하게 해줍니다. 나는 초지로 생애로 그것을 배웠습니다.

 

 헤어짐은 정말 아프고 슬프지만, 그 이상의 것을 우리한테 가져다줍니다.  (107쪽)

 

 

 

 

 

 

 

초지로

 

초지로와 라쿠

 

라쿠

 

 

 

*라쿠는 열여섯살이 되었다.

사진 : http://chorakunote.cocolog-nif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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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2 14: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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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4 0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춘의 문장들 : 작가의 젊은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

김연수

마음산책  2004년 05월 01일

 

 

 

 이 책이 처음 나온 건 2004년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이 책을 만나는 사람이 많다, 많겠지. 내가 언제 김연수를 알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때 난 소설가라는 것만 알았던 것 같다. 시를 먼저 썼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김연수가 시를 먼저 썼다는 말 다른 책에서 봤을 텐데 잊어버렸나보다. 이름을 알고 소설도 조금 만났지만 이런 소설가가 있구나 했을 뿐이다. 예전에 난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지금이라고 잘 읽는 건 아니지만. 김연수가 쓴 소설 여러권 만났지만 그렇게 좋다 생각하지 않았다. 이 말 언젠가 한 것 같기도 하다. 몇해 전(그 책 보고도 시간이 흘렀다니)에 《소설가의 일》을 보고 말한 것 같다. 몇해 뒤에 또 하다니. 예전에 본 건 거의 잊었지만 몇해 전에 본 단편집은 조금 생각나기도 한다(《사월의 미, 칠월의 솔》). 그것보다 먼저 나온 《세계의 끝 여자친구》도. 이렇게 말한다고 뭐가 좋은 건지. 책 읽었다, 말하고 싶은 건지도.

 

 여기에 나오는 다른 사람 글은 거의 한자로 쓴 것으로 오래전 사람이 쓴 글이다. 내가 그런 글을 본 건 학교 다닐 때뿐이다. 한문 시간에. 한문은 잘 모르지만 한문 시간이 있어서 한자를 조금 익혔다. 별로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구나. 그런 게 쓸데없다 여길 수 있지만 아주 쓸데없지 않다. 내가 그때 조금이라도 공부해서 한자를 아는 거다. 영어는 오래 공부하고도 잘 모르지만. 한자 몰라도 살지만 일본말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누군가는 중국말을 공부하겠다. 김연수는 영어에 중국말 일본말도 아는가 보다. 이 생각 《소설가의 일》을 보고도 했다. 《소설가의 일》에서 본 건 중국과 일본에서 책을 사온 일이다. 아주 똑같은 말은 아니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을 썼다니. 그게 안 좋다는 건 아니다. 나도 한번 한 말 또 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고도 다시 말하는 건 여전히 그것을 생각해서겠지. 난 오래 생각하는 것보다 잊어버리는 게 더 많다. 김연수는 기억을 잘하는 걸까, 잘 기억해 내는 걸까. 잘 기억하고 어떤 일을 기회로 잘 떠올리는 거겠지. 다 그렇지 않겠지만, 많은 소설가가 그럴 것 같다.

 

 자신이 어렸을 때 겪은 일을 자기 아이도 겪기를 바라는 사람 많을까. 많은 부모는 자신이 하지 못한 것을 아이가 하기를 바랄지도.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 ‘다 널 위해서야.’ 어릴 때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사람은 아이한테 공부하게 한다. 그건 아이를 위한 게 아니고 부모 자신을 위한 일인데. 부모 자신이 어렸을 때는 좋았던 일이라 해도 아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지도. 부모가 하지 못한 걸 아이가 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자신이 좋게 여긴 일을 아이도 하기를 바라는 건 좀 낫겠다. 김연수는 자신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자전거 앞자리에 태워준 걸 좋게 기억하고 딸한테 그것을 해주려 했다.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는 작아도 한두해 지나면 크겠지. 그건 아이한테 좋은 기억을 남겨주려는 것인지 자신이 좋은 기억을 가지려는 것인지. 처음에는 딸을 생각하고 한 일이겠지만 지나고 나니 자기한테도 좋은 일이었을 것 같다. 사는 건 거의 그렇다. 그때는 잘 모르고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다른 사람 이야기를 보고 자기 일을 생각하기도 할 텐데, 내가 김연수 글을 보고 떠올린 일은 없다. 난 지금까지 뭐하고 산 걸까. 어릴 때도 별로 좋은 일 없었고 자라서도 없었다. 아주 없지 않았을 텐데 그저 김연수와 비슷한 일이 없는 거겠지. 아니 아주 없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시간 많은 거, 난 지금도 시간 많다. 그 시간에 글쓰기보다 책을 본다. 《소설가의 일》을 보고 나도 날마다 뭔가 써 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쓰려 한 건 단 하루고 생각만 했다. 쓸 게 없어도 쓰려 해야 할지도. 사람은 왜 글을 쓰고 싶어할까.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닌가. 시간이 많다고 해도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소설이라 해야겠구나. 그게 재능만으로 되는 거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하지도 못하는 이야기를 하다니. 하고 싶지만 못해서 그렇겠지. 다른 사람이 쓴 글이라도 잘 읽어야 할 텐데. 어떤 사람은 몇해 동안 꾸준히 쓴 게 소설 한권이 되었다고 한다. 난 날마다 이어서 쓰기보다 그날 바로 쓰려 한다(이 말도 한 적 있구나, 요새는 아무것도 못 썼다). 소설가나 작가처럼 글을 잘 쓰거나 많이 못 쓰겠지만 긴 이야기 한번 써 보고 싶다. 그러려면 이렇게 말하기보다 써야 할 텐데. 여전히 난 책을 더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쓰기보다 읽기를 더 좋아하는 건지도.

 

 몇해 전에 본 《소설가의 일》보다 이 책에 글쓰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 이야기를 더 보았나보다. 이 책에서 느낀 건 쓸쓸함이다. 좋았던 날도 이야기하지만 그런 일도 쓸쓸하게 보인다. 이렇게 생각하는 건 내가 나이를 먹어설까, 그때로 돌아갈 수 없어설지도. 김연수와 몇살 차이 나지 않는 조카가 죽다니. 그 글 라디오 방송에서 들은 것 같기도 하다. 제대로 듣지 않아서 그런 이야긴지 몰랐지만. 조카가 죽었을 때보다는 덜 슬프겠지만 지금도 마음 아플 것 같다.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끝난다 생각하면 아쉽지만 다른 시작을 생각하면 좀 낫겠다. 책도 한권을 다 보면 다른 책을 볼 수 있다. 사람 삶과 책 한권은 무게가 다를까. 그것도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겠다. 지난날을 떠올리고 그때 그랬지 하는 것도 괜찮고, 지금을 사는 것도 괜찮겠지. 지금이 있을까, 바로 지나가서. 지난날은 지나갔기에 더 좋게 기억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나고 나면 아쉽지 않은 게 없겠지만, 지금이 가장 좋은 때다 생각하고 살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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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7-08-25 0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단 한 줄만 쓴다고 시작하면 부담이 덜 하지 않을까요. 촌철살인 문장을 생각하느라 더 어려울라나ㅎ;;; 북플 하면서 저도 일기 쓰기가 뜸해졌는데 제게도 하는 소립니다ㅎ;
그런데 희선님은 꾸준히 리뷰 쓰셔서 매일 일기의 부담은 인 하셔도^^?

희선 2017-08-26 02:18   좋아요 0 | URL
한줄이라 해도 이어지는 것을 쓰면, 시간이 흐른 다음에는 길어지겠습니다 그렇게 이어서 쓰기 힘들겠지만... 무엇을 쓸지 생각한다면 괜찮을지... 가끔 일기에 써야지 생각하다가도 그걸 쓰려고 하면 잘 못 써요 일기는 저밖에 안 볼 텐데, 제가 저를 생각하는 건지... 누군가 솔직하게 써야 바뀌기도 한다는데 그런 것도 못하는군요 그렇게 할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겠죠


희선
 

 

 

하고 싶었던 게 뭐였을까

 

 

 

악녀에 대하여   悪女について (1978)

아리요시 사와코   양윤옥 옮김

현대문학   2017년 02월 15일

 

 

 

 한사람이 죽고 그 사람이 아는 사람이 그 사람을 말하면 많이 다를까. 꼭 그렇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이 만나는 사람에 따라 대하는 게 조금 달라도 본성이라고 하는 건 다르지 않을 거다. 아니 좀 다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한테 고약하게 굴었지만 힘없고 가난한 사람한테는 다정했다는 사람도 있다. 그건 그 사람이 숨긴 부분이니 아름다운 이야기로 여기겠다. 그 반대도 있겠구나. 겉으로는 좋은 사람인 척하고 뒤에서는 아주 나쁜 짓을 한 사람. 그런 사람이 있어선지 겉으로 좋게 보여도 그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마음이라는 건 겉으로 드러나기도 하겠지만 자신을 실제와는 다르게 보이려는 사람도 있다. 그게 누군가한테 해를 끼치는 게 아니고 그저 자신을 지키려는 것이라면 괜찮겠구나.

 

 여러 사업으로 잘된 여자 도미노코지 기미코는 자신의 빌딩 7층에서 떨어져서 죽었다. 기미코가 스스로 죽은 건지 누군가한테 죽임 당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기미코가 죽고 기미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많았던가 보다. 그게 잡지에 실리고 기미코는 나쁜 사람이라는 말이 돌았다. 이 소설은 어떤 소설가가 기미코를 아는 스물일곱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형식이다. 스물일곱 사람이 적은 것 같지만 많은 거다. 나를 생각하면 그렇다. 이런 소설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죽지 않고 남한테 나쁜 짓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난 도미노코지 기미코하고는 좀 다르지만. 여러 사람 말을 들어도 기미코를 다 알기는 어렵다. 기미코는 여러 사람한테 다르게 말했다. 여러 사람도 기미코를 조금씩 다르게 말했다. 여러 사람이 한사람을 조금 다르게 말하는 건 이상한 게 아니겠구나. 기미코가 여러 사람한테 다른 말을 한 건 거짓말이라 보면 된다. 기미코가 한 말에 진심은 어느 정도나 있었을까.

 

 그때 일본사회는 귀족이 사라졌지만 귀족이나 왕족이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기미코는 자신도 귀족이 되고 싶었던 걸까. 친아버지 친어머니를 자기 친부모가 아니다 말하다니. 어렸을 때, 초등학생 때부터 기미코는 거짓말을 했다. 어릴 때 자기 부모가 친부모가 아니다 생각하는 건 그럴 수 있다손치더라도 언제까지고 그러다니. 그 말 보고 나도 정말 기미코가 업둥인가 했다. 기미코 부모는 채소 가게를 했고 가까운 곳에 귀족 집안 사람이 있었다. 아버지가 차에 치여 죽고 기미코와 기미코 어머니는 그 집에 살면서 집안 일을 했다. 그 집에는 아들이 있었는데, 어머니가 기미코를 그 집 아들이 건드렸다는 식으로 말하고 돈을 받고 집을 나왔다. 기미코는 정말 그 사람을 좋아한 건지, 돈 때문에 다가간 건지. 나중에 다시 만나고 아이를 낳고 오랫동안 만난 걸 보면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 있었을지도. 귀족 집안이라는 것도 생각했겠지.

 

 첫번째 남편은 기미코가 몰래 혼인 신고를 한 사람으로 다른 사람 아이를 그 사람 아이라 했다. 그것도 둘이나. 그 사람한테서는 위자료를 엄청 받아냈다. 기미코는 돈 많은 사람을 만났다. 집안과 돈을 다 봤던가. 두번째로 결혼했을 때도 다 계획한 것 같다. 두번째 남편은 기미코가 착하다고 말했다. 그런 말을 하다니. 자신이 속은 것을 몰라서 그렇게 생각한 거겠지. 아들 둘도 말이 엇갈린다. 첫째는 어머니 기미코를 싫어했는데 둘째는 좋아했다. 첫째는 기미코가 자신과 동생을 차별한다고 여겼는데, 둘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차별은 자신이 느껴야 하는 것인데. 첫째는 기미코를 안 좋게 여겨서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 기미코가 안 좋은 일을 하기도 했다. 첫째 여자친구 집에 가서 안 좋은 말을 하고 여자친구가 아이를 가졌을 때는 아이를 떼라고 말했다. 기미코는 왜 그랬을까, 첫째한테 바라는 거라도 있었을까. 이건 기미코가 말해야 알 수 있는 거구나.

 

 여성이 일을 잘하지 않을 때 기미코는 이런저런 일을 해서 부자가 되었다. 그런 것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기미코가 바란 게 무얼까 싶기도 하다. 돈을 많이 버는 거였는지, 귀족이 되는 거였는지. 기미코는 정말 잠을 잘 못 잤을까. 어쩐지 난 그것도 거짓 같다. 동정심을 이끌어내려는. 병원 사람에는 안 좋은 일 당한 사람이 없으니 아주 거짓은 아니었을지도. 기미코는 머리도 좋고 감도 좋았다. 그것을 나쁜 일에 써 먹은 게 아쉽다. 기미코가 정직하게 일을 했다 해도 잘됐을 거다. 돈 같은 물질은 아무리 많아도 죽으면 쓸데없다. 소설에서 돈을 많이 벌려고 남을 속이는 사람을 보면, 저렇게 하면 뭐가 좋을까 한다. 텅 빈 마음을 그렇게라도 채우려는 건지도. 기미코도 그랬을까. 기미코 마음은 알 수 없겠다. 기미코가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게 좋은 걸까. 세상에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것만 있지 않다.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다 알고 제대로 보아야 한다. 자신이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려고 남한테 나쁜 짓을 하면 안 되겠지. 기미코한테는 죄책감이 없었을까. 자꾸 알 수 없는 것을 생각하는구나. 기미코 자신한테 모자란 게 있어서 자꾸 채워넣으려한 게 아닐까 싶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지만 그것을 놓으면 편할 거다. 꽉 찬 것보다 비어 있는 것도 괜찮다. 내가 그것을 느낀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했다. 무엇을 하든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게 좋겠다.

 

 

 

 

 

 

 

 

 

 

 

 

 

 

 

짧은 꿈, 긴 삶

 

  싫은 여자   嫌な女 (2010)

  가쓰라 노조미   김효진 옮김

  북펌  2017년 03월 28일

 

 

 

 

 

 

 

 

 

 

 

 

 

 

 

 사람은 자신한테 힘을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때 잠깐 하는 말일지라도. 남이 듣기에 좋은 말 하는 것도 어쩌면 재주일지도 모르겠다. 사람, 그것도 남자한테 사기치고 사는 고타니 나쓰코를 먼 친척이라는 것 때문에 돕는 변호사 이시다 데쓰코도 나쓰코를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 그 마음 여전히 난 잘 모르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할까 한다. 데쓰코는 나쓰코가 자신이 하지 못하는 걸 해서 나쓰코를 조금 좋게 본 걸까. 아, 생각났다. 나쓰코는 사기치는 남자 돈을 빼앗는 것만 하지 않고 한때나마 남자를 꿈꾸게 했다. 그건 가깝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기 식구한테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정말 마음을 터놓아야 하는 사람은 가까운 사람인데. 이렇게 말해도 나도 그러지 못하는구나. 난 딱히 할 말 없고 하고 싶지 않기도 해서다. 말하지 않는 게 버릇이 되었다.

 

 앞에서 1978년 4월 7일이라고 해서 조금 놀랐다. 다 읽어보고 왜 그때부터 시작했는지 알았다. 나쓰코와 데쓰코가 20대에서 70대가 될 때까지 나온다. 마지막에 데쓰코는 일흔한살이었는데 계산하면 지금보다 몇해 뒤다. 1970년대에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여성이 변호사를 하기에 좋지는 않았다. 데쓰코는 변호사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먼 친척 고타니 나쓰코한테서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게 시작으로 그 뒤 띄엄띄엄 나쓰코는 데쓰코한테 도와달라고 한다. 처음에 데쓰코는 나쓰코를 잘 몰랐다. 열일곱해 전 할머니 집에서 만나고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남자는 나쓰코를 좋게 말했지만 여자는 그렇게 좋게 말하지 않았다. 나쓰코가 일부러 남자와 여자를 다르게 대했다기보다 그저 그런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자신한테 이로움을 줄 사람을 본능으로 안다고 할까. 똑똑한 어린이는 그런 걸 바로 알아보던가. 난 똑똑한 어린이가 아니었구나. 지금도 다르지 않다. 아니 나도 눈치가 빠르지만 나쓰코처럼 남의 마음에 들려고 하지 않는다.

 

 책을 보다보니 나쓰코한테 빠져드는 사람 공통점이 있었다. 지금 일어나는 일에서 달아나려는 사람이었다. 그건 마음의 빈틈이 되기도 한다. 자기 식구와 잘 지내는 사람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좋아할까. 나쓰코가 마음먹고 좋은 말을 하지 않았다는 거, 이것만은 인정하겠다(일부러 다른 사람 기분을 좋게 한 건 아니다는 거다). 그건 잠시일 뿐이다. 그 사람한테 볼 일이 없으면 나쓰코는 바로 떠나겠지. 처음 결혼하려다 그만둔 사람은 맨션을 가로채려다 잘 되지 않아서 나쓰코가 고소당했다. 남자가 바라는 건 돈이 아니고 나쓰코와 다시 시작하는 거였다. 그건 쉽지 않은 일이다. 왜냐하면 나쓰코는 한사람과 평범하게 살 사람이 아니니까. 그런 나쓰코가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다. 그때는 미용사와 함께 짜고 일부러 차 사고를 내는 보험사기를 쳤다. 돈은 한번에 엄청나게 벌기 어렵다. 그런 사람이 아주 없지 않겠지만, 하루하루 일하고 버는 게 가장 좋다. 그런 돈은 더 소중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함께 고생한 아내를 다시 생각하는 사람, 식구를 위해 돈을 버는 거다 하고 일만 했다는 걸 알게 되는 사람, 아주 잘산 건 아니지만 자신한테도 즐거운 일이 있었다는 걸 깨닫는 사람, 나쓰코는 사람들이 잊어버린 것을 생각하게 했다. 사기 당했다 해도 중요한 걸 알게 돼서 다행일까. 그런 건 나쓰코 때문이 아니더라도 알 수 있었을 텐데, 아니면 나쓰코가 정말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남한테 힘을 주려 했다면 좋았을 텐데 했다. 데쓰코도 나쓰코 때문에 알게 되는 게 있다. 나쓰코 일 때문에 병원에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을 만나고 유언장 일을 맡는다. 데쓰코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삶에 헛헛함을 느끼는 게 자신만이 아니다는 걸 깨닫는다. 혼자만 쓸쓸하지 않고 다른 사람도 그렇다면 위로가 될까. 사람이 죽을 때는 다 혼자다. 그 사람 삶을 남이 평가할 수 없다는 말은 괜찮다. 데쓰코가 변호사라는 일을 말하는 것도 괜찮게 들린다. 일에서 보람을 느끼려 하기보다 그 일을 최선을 다해 한다는 말. 이건 변호사 일에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면 좋겠지.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인 사람도 있다(나도 다르지 않구나). 나쓰코는 일흔이 되어서도 사기를 쳤다. 전에는 남자한테 속기도 했는데. 나쓰코가 속았을 때 데쓰코는 남자한테 나쓰코를 이용하지 마라 한다. 데쓰코와 나쓰코뿐 아니라 여러 사람 삶을 엿볼 수 있다. 사람은 저마다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혼자라는 것도 잘 견디면 그렇게 나쁘지 않다. 잠깐 꾸는 꿈은 그것으로 끝내야 한다. 삶은 꿈보다 길다. 나도 그렇게 잘 사는 건 아니구나. 나쓰코 같은 사람은 여자만 있을까. 난 그런 남자도 있을 것 같다.

 

 

 

희선

 

 

 

 

☆―

 

 “사람은 누구나 혼자예요. 크건 작건 누구나 외로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런 외로움까지도 잘 다스리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돈으로 외로움을 채울 순 없어요. 그보다 외로움을 즐기는 쪽이 낫지 않을까요? 외로움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거든요.”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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