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초지로 さよなら、ちょうじろう。 (2015)
고이즈미 사요 권남희 옮김
콤마 2017년 03월 30일
지난밤 꿈에 난 친구와 함께 불이 꺼진 집에 들어갔어. 친구가 열쇠로 문을 여니, 문이 활짝 열리고 그 안은 따듯하고 옅은 빨간빛으로 감싸였어. 불빛이 빨갛다 해도 그렇게 무섭지 않았어. 잠 자는 나는 문을 열면 불이 저절로 켜지나 하는 생각을 했어. 본래 꿈을 꿔도 그게 꿈이라는 걸 알기도 하잖아. 꿈을 텔레비전 보듯 하는 거지. 일본말로 꿈을 꾼다는 말은 꿈을 본다(夢を見る)고 해. 집은 문이 잠기고 불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안에서 사람이 나왔어. 잠깐 그 집에 들른 사람이었어. 그 집이 친구 집이었는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 꿈속에 나온 곳을 알 때도 있지만 모를 때도 있잖아. 그 집 모르는 곳이었어. 별거 없는 꿈이지, 거기 가기 전에 다른 사람을 만났는데 그건 잘 생각나지 않아. 내가 왜 이 꿈 이야기를 했느냐면 고양이가 나와서야. 문 가까이에 고양이가 있었어. 나랑 친구가 집으로 들어가니 고양이가 고개를 들고 우리를 봤어. 고양이는 거기에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던 거겠지. 난 고양이를 오래 키워본 적이 없어서 고양이가 꿈에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언제부턴가 꿈에 고양이가 나오게 됐어. 이번에는 이 책을 보기 전에 나와서 신기했어.
초지로는 열한살하고 열달을 살고 세상을 떠났어. 동물과 사는 게 좋아도 먼저 보낼 때는 마음이 무척 아프겠어. 초지로를 만나고 함께 지낸 이야기보다 초지로가 아프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야기가 더 나와. 고이즈미 사요는 고양이를 기르다 먼저 보낸 경험이 있었는데, 대학교 선배 고양이가 새끼를 낳아서 다시 고양이를 기르기로 해. 고이즈미 사요는 대학교 선배 집에 가서 새끼 고양이를 보고 두 마리를 데리고 와. 한마리도 아니고 두마리나 기르다니. 이름은 초지로와 라쿠로 지어. 초지로는 수컷이고 라쿠는 암컷이야. 두 고양이와 살다 일곱해 뒤에 고이즈미 사요는 아이를 낳아. 초지로와 라쿠는 처음에는 아기를 이상하게 여겼는데 시간이 지나고 괜찮아졌어. 아기가 함께 산다는 걸 안 거겠지. 아기가 있을 때 누군가는 동물을 키우지 마라고도 하고 누군가는 동물을 기르라고도 하던데, 어떤 말이 맞을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그래도 어릴 때부터 동물과 살면 좋지 않을까.
하루는 고이즈미 사요 아들이 울다가 조용해졌어. 초지로와 라쿠가 우는 아이를 달랜 거였어. 동물은 아이뿐 아니라 엄마한테도 도움이 되겠어. 아이 돌보기 쉽지 않잖아. 아이를 낳고 기르다 산후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도 많지. 자식이 없는 사람은 동물을 자식처럼 여기고 살기도 해. 개나 고양이 그밖에 동물과 사는 사람 부럽기도 하지만, 난 그렇게 못할 것 같아. 동물은 언제가 세상을 떠날 테니까. 그런 시간이 다가와도 슬픔보다 동물과 함께 한 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겠지. 고이즈미 사요도 그랬어. 초지로와 라쿠와 함께 산 지 열해가 됐을 때 초지로한테 유선 종양이 생긴 걸 알게 돼. 그때 유선 종양이 크지 않아 수술하고 마음 놓았는데. 암은 다른 곳으로 옮겨 가기도 하지. 어쩌면 초지로한테 생긴 유선 종양은 다른 데 생긴 종양 때문에 생긴 건지도. 고이즈미 사요는 초지로가 수술을 받아도 힘들다는 걸 알고 수술시키지 않기로 해.
내가 걱정하는 것에는 동물이 아픈 것도 있어. 동물이 아플 때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이건 사람도 다르지 않겠어. 고이즈미 사요는 초지로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초지로가 즐겁게 지내기를 바랐어. 책속에서 만난 초지로는 의젓해. 아파도 그렇게 아프다 하지 않는 것 같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초지로도 고이즈미 사요 식구와 라쿠와 살아서 좋았을 거야. 이건 사람 처지에서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렇게 책으로 보는 것도 슬픈데 진짜 함께 살던 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얼마나 슬플지. 그 마음 모르지 않아. 고이즈미 사요도 한동안 마음이 텅 빈 것 같았을 거야. 라쿠가 있고 다른 고양이 간지로가 와서 좀 나아졌대. 라쿠는 어떻게 됐을까. 라쿠가 잘 지내는지 알고 싶어. 라쿠는 아프지 않고 오래 살면 좋겠어.
동물이든 사람이든 세상을 떠나면 슬퍼. 이제 다시 볼 수 없어서겠지. 그때는 함께 지낸 날을 떠올리면 마음이 조금 나을 거야. 앞으로 다가올 날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지금 함께 잘 지내는 게 좋겠지. 동물뿐 아니라 사람도.
희선
☆―
동물은 사람보다 먼저 떠납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때로는 견디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짧게 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즐거움과 끝없는 애정을 가져다주고, 사람 삶을 진심으로 넉넉하게 해줍니다. 나는 초지로 생애로 그것을 배웠습니다.
헤어짐은 정말 아프고 슬프지만, 그 이상의 것을 우리한테 가져다줍니다. (107쪽)

초지로

초지로와 라쿠

라쿠


*라쿠는 열여섯살이 되었다.
사진 : http://chorakunote.cocolog-nif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