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우거진 숲을 걸어본 적은 없지만 그런 곳에 가고 싶기도 하다. 여러 나무에 둘러싸이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런 곳에 혼자 가면 조금 무서울까. 숲에 같이 갈 친구가 없으니 혼자 가야지. 새가 날갯짓 하고 작은 동물은 내 발자국 소리에 바로 숨겠다. 벌레는 어떨까. 벌레는 내가 숲에 들어가도 별로 상관하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겠지.

 

 숲에는, 아니 세상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 있을까. 이야기에 나오는 귀신 도깨비 요괴 요정 그밖에 여러 가지는. 그런 걸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있다 없다 말하기 어렵다. 마음은 있으면 좋겠다 쪽이다. 그냥. 서로 간섭하지 않고 살면 괜찮을 테지. 어쩌면 동물이나 식물하고도 그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시 생각하니 그건 어려울 것 같다. 사람도 지구, 자연의 한 부분이니 자연에서 먹을거리를 얻을 수밖에 없다. 동·식물도 살려고 애쓴다. 모두 함께 살아야겠구나.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야 하는 것만 얻고 나머지는 그대로 두기. 그러면 지구에서 사라지는 동·식물이 많지 않을지도 모를 텐데. 동·식물이 꼭 사람 때문에 사라지는 건 아닐지라도 사람 때문에 더 빨리 사라지기도 할 거다.

 

 숲과 바다는 닮은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숲은 땅 위여서 다니기 괜찮지만 바다는 물 때문에 다니기 힘들다. 바다는 그 안에 들어가는 것도 좋겠지만 바깥에서 보는 것도 좋다. 바닷속에 들어가는 걸 즐기는 사람도 있구나. 바다 생물도 사람이 많이 잡아서 얼마 남지 않았다. 가까운 바다에서 물고기 잡는 사람도 사라질까. 언젠가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바다도 잘 지켜야 할 텐데.

 

 세상에 없는 것을 말할까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내가 생각한 건 아니지만. 그런 건 어떻게 생각한 걸까 싶다. 만화나 소설에는 세상에 없는 게 많다. 아니 세상에 없는 게 아니고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게 있겠다. 동·식물에는. 사람도 동물이다. 지구에는 사람뿐 아니라 다른 생물도 함께 산다. 그런 것도 잘 보면 좋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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祈りの幕が下りる時 (講談社文庫) (文庫)
히가시노 게이고 / 講談社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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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막이 내릴 때

 

 

    

 

 

 

 몇해 전에 이 책이 나온 것을 알고 책소개를 읽고는 가가 형사 시리즈 마지막인가 보다 했어요. 그때 무슨 말을 보고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2017)에 이 책이 일본에서 2016년에 문고로 나온 걸 알고 보려고 샀어요. 지난해에 못 보고 해가 바뀐 올해(2018) 보다니. 뭐 하다 이렇게 됐는지. 다른 책을 먼저 봐서 그렇군요. 저는 어떤 책이든 읽으면서 이걸 어떻게 쓰나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지금 사건이 일어났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 건 오래전 일 때문이기도 해요. 그것을 보니 예전에 다른 일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일 하나 때문은 아니군요. 사람 삶은 한번 잘못되면 안 좋은 쪽으로만 흐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 그런 건 아닐지도.

 

 도쿄 한 아파트에서 오시타니 미치코 시체가 발견되고 오시타니 미치코가 왜 도쿄에 온 건지 알기까지 시간이 좀 걸립니다. 그때 알게 되는 사람은 오시타니 미치코와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로 지금은 연극 연출을 하는 가도쿠라 히로미예요. 히로미 본래 성은 아사이예요. 오시타니 미치코가 죽임 당한 사건은 경시청 수사1과에서 맡았습니다. 거기에는 가가 사촌 마쓰미야가 있었습니다. 마쓰미야는 오시타니 미치코가 목졸려 죽임 당한 것과 오시타니 미치코 시체가 있던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홈리스가 목졸려 죽임 당한 일이 상관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합니다(홈리스는 불에 타기도 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가가한테 했더니 가가는 오시타니 미치코 시체가 있던 아파트 주인 고시카와 무쓰오 DNA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전에 홈리스가 죽임 당한 곳에 본래 살던 사람을 찾았습니다. DNA 감정을 다시 해 보고서야 오시타니 미치코 시체가 발견된 아파트 주인과 죽임 당한 홈리스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돼요. 고시카와 무쓰오 집에는 달력에 다리 이름을 써둔 게 있었어요. 그건 가가가 아는 사람과 상관있었습니다. 수사는 대체 어떻게 되는 건가 하고 앞에서 잠깐 말한 아사이 히로미는 또 어떤 상관이 있는 건지 했어요.

 

 앞에서 수사가 어떻게 되는 건가 하는 말을 했는데, 책을 다 본 저는 압니다. 알아도 그걸 말할 수 없군요. 책을 봐도 여기에 나온 거 바로 알아채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그런 거지만. 이 책 아직 한국말로 나오지 않았지만 곧 나올 겁니다. 가가 형사 시리즈는 지금까지 나온 거 다 나왔으니까요. 다른 책은 더 빨리 한국말로 옮겼는데 이건 좀 늦는군요. 일본에서 올해 영화 나온다는 말 지난해에 봤는데, 그때 벌써 영화 다 만들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일본에서 영화 했는지(찾아보니 했더군요). 가가 형사 시리즈는 드라마도 있고 영화도 있어요. 그건 갈릴레오 시리즈도 마찬가지네요.

 

 가가가 니혼바시 경찰서에 간 건 《신참자》부터예요. 그 뒤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가가가 알고 싶어하던 걸 이번에 알게 됩니다. 가가 자신이 알아내는 거군요. 그건 가가가 열두살 때 집을 나간 어머니 일이에요. 어머니 일은 가가 형사 시리즈 첫번째에 잠깐 나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걸 쓸 때 언젠가 가가한테 어머니 이야기를 알게 하려고 했을까요. 가가 어머니는 왜 집을 나가고 그 뒤 어떻게 살았는지. 오시타니 미치코 시체가 발견된 아파트 주인 고시카와 무쓰오는 가가 어머니 다지마 유리코가 알고 지낸 사람 와타베 슌이치였어요. 와타베 슌이치, 고시카와 무쓰오 이름이 여러 개라니 하겠네요. 이번 이야기는 진행이 느린 것 같기도 합니다. 경찰이 수사하는 게 자세하게 나온다고 할까. 하지만 가가가 생각하고 알게 되는 건 거의 끝날 때쯤에야 나오지만.

 

 한 사람 이름이 여러 가지라는 건 무언가 숨기는 게 있는 거겠지요. 가가는 그 사람이 왜 그래야 했는지 알아냅니다. 그 이야기는 슬프기도 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싶더군요. 부모는 자신이 어떻게 되든 자식만은 잘 살기를 바라겠지요. 그러지 않는 부모도 있지만. 어쨌든 여기 담긴 건 그런 마음입니다. 가가 어머니도 자신 때문에 남편이나 아들인 가가한테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집을 나간 거였어요. 예전에는 우울증을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도 나옵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때문인지 몰라도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사람 이야기도 조금 해요.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 마음이 대단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조금 극단스러운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제가 그런 형편에 놓이지 않아서 이렇게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건 때문이기는 해도 가가가 와타베 슌이치면서 고시카와 무쓰오였던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서 다행입니다. 가가 어머니와 관계있는 사람이어서 더 알아내려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가가는 죽은 사람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아내려는 형사 같아요. 꼭 죽은 사람만 생각하는 건 아니군요. 어떤 일을 저지른 까닭을 안다고 해서 그걸 받아들일 수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걸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게 조금 낫겠지요. 처음부터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더 좋겠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군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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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열어둔 문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스르르 잠이 들었다

 

잠깐 잤을 뿐인데

가벼운 몸과 마음

밤잠보다 달콤한 낮잠

 

어딘가 이 세상이 아닌 듯한 곳을 거니는

짧은 꿈도 꾸었다

 

아, 다시 그곳을 거닐고 싶다

너와 함께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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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가 돌고 모든 천체가 자기 질서에 따라 움직인다. 그건 대체 누가 정한 걸까. 철이 바뀌는 것도 신비롭다. 지구가 해 둘레를 돌아서 해와 멀어지거나 가까워져서지만. 지구가 돌기에 낮과 밤이 있고 해 둘레를 돌아서 봄여름가을겨울은 언제나 찾아오는구나. 지구가 돌지 않는다면…….

 

 언젠가 지구가 돌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는 물음이 나온 책을 보았다. 그때 읽었던 건 잊어버렸지만, 지구가 돌지 않으면 사람뿐 아니라 목숨 있는 건 살기 어렵다고 한 말은 기억한다. 지구가 돌고 해 둘레를 돌아서 목숨 있는 것도 생겼겠지. 그리고 대기도 중요하다. 우주에는 이게 없거나 적어서 생물이 살기 어려운 곳이 더 많다. 많겠지. 중력도 적당해야겠다.

 

 우주를 설계하고 많은 별을 만든 건 누굴까. 이럴 때 생각나는 건 신이다. 신은 지구뿐 아니라 우주 자체를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빅뱅이 일어나고 우주가 생겨났다고 하는데 그건 어떻게 일어난 걸까. 우주는 정말 신비롭다. 그런 거 생각하는 일 별로 없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생각하지 않는 것뿐 아니라 잘 모른다. 우주를 말하는 책을 가끔 읽어볼까 생각만 하고, 책을 만나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 그런 걸 보면 괜찮다. 아주 넓은 우주를 생각하면 나 자신이 작고 별거 아닌 일에 마음 쓰는 게 바보 같기도 하다. 별거 아닌 일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인류는 우주, 자연을 과학으로 설명하려 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게 많고, 아직도 모르는 게 많겠지. 그 안에는 잘못 안 것도 있을 거다. 잘못 알게 된 건 자신이 잘못했다고 말해야 할 텐데, 체면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을 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보고 만질 수 있는 물질도 있고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것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그런 것 안에는 과학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있겠다.

 

 사람 마음이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 그것도 법칙을 알려 하면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그것을 놀랍게 생각하고 싶다. 우연일지라도. 세상에는 우연으로 일어나는 일도 많다. 우연으로 끝나는 것도 있는가 하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도 있겠다. 중요한 걸 잘 알아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모든 걸 다 잡을 수 없을 거다.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것도 있고 곁에 머무는 것도 있겠지. 곁에 있는 것이라도 잘 보면 괜찮겠다. 곁에 있는 사람이기도 할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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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낮이 떠난 세상에 내려오는 밤은 어둠이 무서웠어요. 밤은 어둠을 데려오는 게 자기 자신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밤이 자신이 어둠이라는 걸 알면 어떻게 될지.

 

 오래전에는 밤이 찾아오면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웠는데 전기가 생기고는 밤이 어둠을 데려와도 아주 어둡지 않게 됐어요. 밤은 어둠을 밝히는 전깃불이 좋았습니다.

 

 전깃불은 어땠을까요. 전깃불도 밤을 좋아했겠지요. 밤이 와야 전깃불이 들어올 테니. 전깃불은 밤한테 조금 미안했어요. 밤이 데리고 온 어둠을 자신이 몰아낸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제가 전깃불은 자신이 생기고 밤에 볼 수 없는 게 많아졌다고 하는 사람들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밤이 전깃불 마음을 알았다면 괜찮다고 했을 텐데. 그때 밤은 자신이 어둠을 데리고 온다는 걸 알았겠네요. 그걸 알았다면 조금 놀랐겠지만, 조금 뒤 받아들였을 거예요.

 

 이제 밤은 알아요. 자신과 어둠이 하나라는 것을. 하나라 해도 무서울 수 있을 겁니다. 밤은 용기를 내서 어둠과 마주하기로 했어요. 아마 지금도 그럴 겁니다. 저기 봐요, 낮이 떠난 세상에 밤은 어김없이 찾아오잖아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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