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세상에서
루타 서페티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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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소련은 발트해 연안의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점령했습니다. 얼마 뒤 크렘린은 반 소비에트 인사들의 명단을 만들고, 그들을 죽이거나 감옥에 보내거나 시베리아로 보내 강제로 일을 시키기로 결정했지요. 의사, 변호사, 교사, 군인, 작가, 사업가, 음악가, 심지어 도서관 사서들까지 반 소비에트로 보이는 사람들을 모두 추리면서 없애버릴 사람들 명단은 점점 더 늘어났습니다. 첫번째 강제 내쫓김은 1941년 6월 14일에 일어났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471쪽

 

 

제2차 세계전쟁(얼마 전에 우리나라는 왜 세계대전이라 할까 하는 말을 들었다. 세계전쟁, 세계전 더 쉽게 세계싸움이라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은 1939년 9월 1일에서 1945년 8월 15일까지로 연합국과 독일·일본·이탈리아 동맹국 사이에서 벌어진 전쟁이다. 이것은 나한테 있는 오래된 국어사전에서 찾아본 것인데, 독일·일본은 그렇다 치고 이탈리아가 이쪽이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독일이나 일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책 속에 나온 소비에트(스탈린)가 한 일은 거의 몰랐다(나만 잘 모르는 것인지도). 1991년 발트해 세 나라(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가 오십 년 동안의 소비에트 점령에서 벗어난 뒤에 알려졌을까. 1991년은 제2차 세계전쟁이 끝나고도 한참 뒤다. 그러고 보니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비슷한 때 알려진 것 같다. 1980년대 말인가 1990년대 초였던 듯. 사실 나도 확실히는 모른다. 어떤 것은 알아보기도 해야 하는데……. 마지막에 ‘남은 말(에필로그)’에 나온 때는 1995년 4월 25일이다. 리투아니아 카우나스에서 땅을 파던 일꾼은 땅속에서 나무상자를 꺼냈다. 그것은 리나와 동생 요나스가 1954년에 십이 년 동안 갇혀있던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돌아와 묻은 것으로 글과 그림이 들어있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리나 빌카스로 열여섯 살 여자아이다. 리나를 보니 독일에서 숨어 지내던 여자아이가 떠오르기도 했다. 안네 프랑크. 리나와 식구들은 리투아니아에 살고 있었다. 다른 곳으로 도망치려고 했을 때 NKVD(소련의 내무위원회를 줄인 말)가 리나와 엄마 그리고 동생 요나스를 끌고 갔다. 아빠는 집에 돌아오지 않은 채였다. 리나가 아빠를 만난 곳은 화물열차를 타러간 역이었다. 리나 아빠는 남자들과 다른 곳으로 끌려가고 리나, 요나스 그리고 엄마는 알타이 강제노동수용소에 끌려갔다. 세 사람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로 끌려갔다. 소비에트에서는 사람들을 범죄자로 여겼다. 그리고 사람들한테 범죄자인 것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서류에 이름을 쓰라고 했다. 그런 것을 보면서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정하지 않아도 무서워서 이름을 썼을지도. 그래도 여기에는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름을 쓰면 안 된다고. 그런 일을 시키는 것은 사람들 마음을 꺾기 위한 것이라고. NKVD는 서류에 이름을 쓰지 않은 사람들을 이틀에 하루는 못 자게 했다. 그런 것에 못 이겨 이름을 쓰는 사람이 늘어갔다.

 

사람한테 일을 시키려면 어느 정도 시설이 갖춰져야 하는데 사람들이 끌려간 곳은 환경이 그리 좋지 않았다. 무엇보다 먹을 게 적었다. 리나는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찾아먹기도 했다. 리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어려운 형편에도 사람들은 희망을 갖고 살아갔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모두 모여서 축하하기도 하고, 리나 생일에도 많은 사람이 모여서 축하해주었다. 리나는 그림을 잘 그렸다. 그림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리나는 자신이 겪는 일, 보는 일을 쓰고 그렸다. 그것은 NKVD한테 들키면 안 되는 거였다. 그때 리나처럼 글이나 그림으로 남긴 사람이 많았겠지. NKVD라고 해서 모두 나쁘지는 않았다. 끌려온 사람들을 도와준 사람도 있었다. 리나가 NKVD 지휘관 초상화를 그리게 해준 것은 NKVD 대원 니콜라이 크레츠스키다. 리나는 지휘관의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렸다. 그리고 음식을 받았다. NKVD들이 음식을 거칠게 던져주었지만. 리나는 크레츠스키를 나쁘게 생각했는데, 나는 크레츠스키가 일부러 나쁘게 행동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이 더 심하게 괴롭히지 못하게 하려고. 리나는 크레스츠스키가 엄마를 도와준 일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리나와 요나스 그리고 엄마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리나는 안드리우스한테 지금까지 쓴 글과 그림을 맡겼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바라며. 리나네 식구들과 사람들이 끌려간 곳은 북극 트로피모프스크였다. 그곳은 아주 추웠다. 그곳에 갔을 때 엄마가 제대로 걷지 못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조금 걱정했는데 리나 엄마는 죽는다. 어쩌면 엄마는 아빠가 총살당했다는 말 때문에 살아갈 힘을 잃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병으로 죽어갈 때 그곳에 의사가 나타났다. 요나스도 괴혈병으로 죽어가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치료를 받았다. 그곳을 의사한테 알려준 사람은 니콜라이 크레츠스키였다고 했다. 여기에는 한해가 조금 넘는 시간이 나왔지만, 사람들이 시베리아 수용소에 갇혀있었던 것은 십이 년이다. 살아서 자기 나라에 돌아간 사람도 있겠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돌아가서도 편하게 살지 못했다. 소비에트는 자기들이 한 일을 숨기려고 했으니 말이다.

 

지금 생각났다. 시베리아 수용소.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끌려가서 갇혀있었다는 것이. 시베리아라는 말 봤을 때 바로 떠올려야 했는데. 그렇지만 발트해 세 나라 사람들에 대한 일은 훨씬 나중에 알려졌을 것이다.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이 그런 데 끌려간 일은 진짜 있었던 일이다. 우리는 그런 일을 잊지 않고, 또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리고 어떠한 형편에 있다 해도 희망을 버리면 안 된다.

 

 

 

희선

 

 

 

 

☆―

 

“안드리우스, 나…… 무서워.”

 

그가 걸음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안 돼. 두려워하지마. 저들한테 어떤 것도 내주어선 안 돼, 리나. 두려움조차도 보이면 안 돼.”  (334쪽)

 

 

“날 봐.” 안드리우스가 가까이 다가서며 소곤거렸다. “난 너를 찾아낼 거야. 그것만 생각해. 내가 네 그림들을 가지고 찾아간다는 생각만 해. 그걸 그려. 왜냐하면 내가 갈 거니까.”  (3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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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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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떠한 것이든 이길 수 있다’고 썼는데 정말 그럴까. 내가 써놓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얼마전에 우리가 사랑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누군가 우리한테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말 내가 생각하는 것인지 자신이 없어졌다고나 할까. 우리는 나고 자라면서 이런저런 매체에 드러나게 된다. 거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아주 오래전에 세상에는 나쁜 것이 가득했다. 그런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절대자(위에 있는)는 사람들 마음속에 사랑을 심어두었다. 그게 오랫동안 이어와서 사람들은 사랑이 위대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는 무엇보다 사랑을 앞세우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 물들어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믿어야 하는 것은 사랑이다고 말하는 것에. 이런 음모는 그나마 낫다. 세상을 조금은 좋게 만들 테니 말이다. 나도 사랑을 믿고 싶다. 누군가 몰래 심어둔 생각이라 할지라도.

 

좀 더 잘 쓰고 싶었는데,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잡아서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대로 쓰지도 못했다. 이 소설 제목을 봤을 때는 외국 사람이 쓴 소설인가 했다. 그때는 제목만 보고 작가 이름은 안 봤다. 나중에 작가가 우리나라 사람인 것을 알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사랑 이야기구나’다. 대놓고 말하는 사랑에 대한 소설은 아니다. 그래도 조금 유치한 부분도 있다. 본래 사랑은 조금 유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은 미국이다. 한국사람도 나온다. 이름은 신가야. ‘가야는 신라한테 망한 나라던가. 신가야는 신라, 가야를 다 담고 있는 이름인가.’ 이런 생각을 잠깐 했다. 어쩌면 아무 상관도 없을지도. 신가야는 오드아이다. 신가야가 만나는 운명의 사람은 엘리스 로자다. 엘리스한테는 모든 일을 기억하는 과잉 기억 증후군이 있다. 둘 다 보통사람이 아니다. 보통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사랑을 못할 것은 없다. 엘리스가 신가야와 만나고 함께 보낸 날은 겨우 닷새다. 그 닷새는 엘리스를 십년 동안 동굴에 갇혀 있게 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엘리스가 결정한 일이기도 하다.

 

과잉 기억 증후군이 있는 사람을 소설에서 본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사람이 힘든 일을 겪어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일을 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잉 기억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다. 엘리스는 신가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을 보았다. 신가야가 왜 그렇게 해야 했나는 십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 어떤 일은 죽을 때까지 모르기도 하는데, 십년이 지나서라도 신가야 마음을 알게 된 엘리스는 그나마 낫지 않나 싶다. 다 엘리스와 딸인 미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신가야는 어떻게 자신한테 딸이 생길 것을 알았느냐고. 신가야는 앞날을 기억하는 궁극의 아이였다. 궁극의 아이 가운데서도 뛰어났다. 자기 앞날뿐 아니라 세상에 일어나는 일을 다 알 수 있었다. 이런 힘이 있는 사람을 가만히 놔둘 리 없다. 신가야는 세상을 손에 쥐고 싶어하는 사람한테 매여 있었다. 그것은 악마 개구리다.

 

신가야가 앞날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어쩌면 신가야가 알았던 십년 뒤는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신가야가 상관해서 앞날을 조금 바뀌게 한 것은 아닐까. 엘리스와 미셸을 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지나간 날은 벌써 일어난 일이니 바꿀 수 없지만, 앞날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바꿀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앞날은 정해져 있지 않다. 뒤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여기에 조금 무서운 이야기도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게 하려는 계획이다. 어딘가에서 진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일은 없기를 바란다. 신가야가 십년 전에 보낸 편지를 받고 엘리스를 찾아온 FBI 요원 사이먼 켄도 중요한 사람인데 제대로 못 썼다. 그러고 보니 사이먼도 사랑 때문에 마음을 다쳤다. 십년이 지나서야 아내 모니카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신가야에 대해 알게 되는 엘리스와 같다.

 

끝이 어설프게 되었다. 사실은 더 앞에서 끝내려고 했는데 쓸데없는 말이 더 붙었다. 이 말도 그런가. 사실 나는 사랑을 잘 모른다. 넓은 뜻의 사랑은 조금 알지만. 넓든 좁든 사랑은 이 세상에 있어야겠지.

 

 

 

희선

 

 

 

 

☆―

 

“운명은 정말 바꿀 수 없는 건가요? 그렇다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애쓰는 우리는 뭔가요?”

.

.

.

 

운명은 바꿀 수 있어요. 벨몽이 이런 말을 했을 거예요. 운명이란 뽑을 수 없을 만큼 깊숙이 박힌 커다란 뿌리라고. 그 뿌리가 바로 당신이에요. 당신이 바뀌면 뿌리가 바뀌는 거예요.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당신이 바뀌면 돼요.  (541~5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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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7-1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가지가 섞여있네요, 사랑과 운명... 둘 다 너무 무거운 개념들입니다

희선 2013-07-17 01:03   좋아요 0 | URL
사랑과 운명 그렇기도 하군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사랑이 있으면 운명도 바꿀 수 있다
그저 생각일 뿐이군요
정말 제가 믿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희선
 
산사나무 아래
아이미 지음, 이원주 옮김 / 포레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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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꿈꾸던 그런 사랑,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지 몰라.

 

― 예전 FM 음악도시에서

 

 

 

사람들한테는 꿈꾸는 사랑이 있을까. 나한테는 없다. 아니,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생각한다 해도 그렇게 안 될 것 같아서, 인지도. 바라는 것이 하나 있기는 하다. 정신의 사랑.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만약 결혼한 사람 마음이 다른 데 가 있으면 그것도 바람이겠지. 갑자기 왜 이런 생각을. 그래도 결혼을 하면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어떨까. 어쨌든 내가 꿈꾸게 된 그런 사랑도 이 세상에는 없겠구나. 사랑은 멀리에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다는 말도 있으니까. 보이지 않는 것보다는 바로 곁에 있는 보이는 사람이 더 좋지 않을까. 조금 재미없는 이야기구나.

 

산사나무가 어떻게 생겼나 찾아보고 산사나무 꽃말을 알게 되었다. ‘하나뿐인 사랑’이다. 쑨젠신의 사랑에 딱 맞는 느낌이다. 정말 징치우와 쑨젠신이 만났던 곳에는 산사나무가 있었을까. 문화대혁명, 공산주의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징치우는 학교에서 하는 교재편찬에 참여하면서 시춘핑이라는 시골로 내려갔다. 쑨젠신은 시춘핑에서 탐사대에 있었다. 징치우는 촌장 집에 머물게 되면서 쑨젠신을 만났다. 쑨젠신은 촌장 집 식구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나오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 징치우와 쑨젠신은 만나자마자 서로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다. 이런 말을 바로 쓰다니. 징치우 아버지는 지주였고, 어머니는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이런 집안 사정 때문에 징치우는 자신의 감정을 처음에는 모르는 척했다. 그러면서도 쑨젠신한테 마음을 쓰기도 했다. 징치우는 쑨젠신을 간부 아들로 똑똑하고 재능도 많고, 얼굴은 소자산계급처럼 생겼다고 말했다. 소자산계급, 익숙하지 않은 말이다.

 

쑨젠신은 공산주의와 관계없어 보였다. 자유주의 같았다. 중국에는 공산주의에 대한 말을 어렸을 때부터 듣더라도 쑨젠신처럼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쑨젠신은 징치우한테 맞춰주었다. 역시 사랑은 그래야지. 징치우가 힘든 일을 해서 아프면 쑨젠신은 울었다. 쑨젠신은 징치우가 힘든 일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 쑨젠신은 징치우 몰래 징치우를 바라보기도 했다. 그런 게 좋아 보였다. 지금 세상에는 그런 사람 거의 없을 것 같다. 징치우, 쑨젠신 이름만 많이 쓴 것 같다. 두 사람 사이가 늘 좋기만 하지는 않았다. 시춘핑에서 징치우는 쑨젠신한테 약혼녀가 있다는 말을 듣고 쑨젠신을 나쁘게 생각했다. 징치우가 생각하는 게 조금 재미있게 보였다. 징치우는 쑨젠신과 이름이 같은 사람을 좋게 보기도 하고, 쑨젠신을 생각나게 하는 사람 목소리를 들으러 가기도 했다. 그렇다 해도 쑨젠신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징치우도 나중에 깨달았겠지.

 

어머니가 징치우와 쑨젠신이 만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때 징치우는 어머니 일을 이어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이 일을 가르쳐준 것은 쑨젠신인데). 안 좋은 소문이 나면 안 되었다. 징치우 어머니는 쑨젠신한테 잠시 징치우를 만나지 못하게 했다. 징치우는 쑨젠신한테 한해하고 한달이나 쑨젠신을 마나지 못하는 것은 싫다고 했다. 쑨젠신은 어머니 몰래 징치우를 만나러 오겠다고 하고 떠났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쑨젠신은 오지 않았다. 징치우가 쑨젠신을 찾아갔다. 그런데 쑨젠신이 병원에 있다고 했다. 드라마에서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백혈병에 걸려 죽기도 하는데, 이런 일이 진짜 있기도 한가보다. 쑨젠신은 백혈병이었다. 지금도 백혈병은 무서운 것인데, 옛날에는 더했을 것 같다. 쑨젠신은 징치우를 위해 거짓말을 하고 모습을 감추었다. 그렇다고 어디 멀리에 간 게 아니었다. 쑨젠신은 징치우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다. 쑨젠신이 죽는다는 것. 이 일은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징치우가 쑨젠신을 따라서 죽을 생각을 했는데, 쑨젠신은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구나. 징치우는 쑨젠신을 위해 살아갔다. 순수한 사랑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한번 읽어보기를. 책 맨 앞에 누군가 죽으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쭉 나오다 죽으면 참 슬프다.

 

 

 

희선

 

 

 

 

☆―

 

“난 스물다섯이 되기 전엔 연애할 수 없는데,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요?”

 

“기다릴 수 있어. 네가 기다리라고만 한다면, 네가 싫어하지만 않는다면 평생이라도 기다릴 수 있어.”     (214쪽)

 

 

“네가 널 평생 기다릴 거라는 사실, 이 세상에는 영원한 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믿게 해주려고.” 쑨젠신은 꽉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징치우, 징치우, 너도 평생을 바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야. 다만 넌 누군가 자신을 그렇게 사랑한다는 사실을 믿지 못할 뿐이지. 넌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넌 정말 똑똑하고 예쁘고 착하고 사랑스럽고, 그리고…… 분명히 널 사랑한 사람도 내가 처음이 아닐 거야. 어쩌면 마지막도 아닐 거고. 하지만 널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나란 건 믿어.”  (215쪽)

 

 

“난 네가 잘 살아가길 바라. 우리 두 사람을 위해 살고, 나를 대신해 살고. 난 네 눈으로 이 세상을 보고 네 마음으로 이 세상을 느낄 거야. 네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서 우리 두 사람이 아이로 살아 있길 바라. 아이는 또 아이를 낳고, 그렇게 우리는 영원히 죽지 않는 거야. 목숨은 그렇게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가는 거야……”  (399쪽)

 

 

 

 

 

 

   *책을 읽기 전인지 읽고 나서인지 잘 모르겠는데, 이 노래를 들었다

   노래에 나오는 것은 벚나무와 벚꽃이지만 분위기에 맞을 듯하여...

 

 

 

   いちばん好きな人(가장 좋아하는 사람)

                                                         ワカバ(와카바)

 

   http://cfile25.uf.tistory.com/media/1147C5404DED46782199B4

   고치니 노래가 안 나온다 주소를 누르면 저장하기가 나온다 주소를 복사해서 음악 듣는 프로그램에서 url로 들어도 된다

 

 

 

   どこに置いてきたのか わからない

   どこであきらめたのか わからない

   ドキュメンタリフィルム 遠くの時代

   僕の知らない あなたの物語

 

   어디에 두고 왔는지 모르겠어

   어디에서 놓아버린 건지 모르겠어

   다큐멘터리 필름은 옛시절

   내가 모르는 당신 이야기

 

   ふたりの秘密の待ち合わせ場所

   幾年月たった今年も

   一番早く季節知らせる

   小さなの木の下で

   夢 初い 別れ

   想いと記憶を眠らせた

 

   두 사람이 남모르게 만나던 곳

   세월이 흐른 지금도

   가장 빨리 계절을 알리는

   작은 벚나무 밑에

   꿈 첫사랑 만남 헤어짐

   그리움과 기억을 잠재웠어

 

   あなたの心 探しに行きたい

   あなたは今も 忘れていない

   いたくて いたくて あの手のぬくもりが

   まだあなたの中 生きている

   いちばん好きな人

 

   당신 마음 찾으러 가고 싶어

   당신은 지금도 잊지 않았어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그 손의 따스함이

   아직 당신 안에 살아 있어

   가장 좋아하는 사람

 

   どこに置いてきたのか わからない

   どこでなくしたのかは わからない

   僕は映し出したい あなたの記憶

   手のぬくもりが 僕にえるもの

 

   어디에 두고 왔는지 모르겠어

   어디에서 잃어버린 건지 모르겠어

   나는 비추고 싶어 당신의 기억

   손의 따스함이 내게 전해주는 것

 

   名前を呼び合う ふたりの耳に

   冷たく吹いてた 木枯らしの音

   まっすぐ伸びた河原の道

 

   이름을 부르는 두사람 귀로

   차갑게 불던 초겨울 바람 소리

   똑바로 뻗은 강갓길

 

   の季節にいてた

   夢 初い 別れ

   遠くにした忘れ物

 

   벚꽃 필 때 이어진

   꿈 첫사랑 만남 헤어짐

   먼 곳에 남겨두고 잊어버린 것

 

   あなたの心 探しに行きたい

   吹雪のその下で待つ

  いたくて いたくて 手を振る笑顔が

   まだあなたの中 生きている

   いちばん好きな人

 

   당신 마음 찾으러 가고 싶어

   벚꽃 흩날리는 그곳에서 기다릴게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손짓하는 웃음이

   아직 당신 속에 살아 있어

   가장 좋아하는 사람

 

   戦争が始まり 戦争が終わり

   見上げた空には 東京タワ

   新しくなった街で

   あなたがあきらめた自由と未

   誰もが好きに描き始めた

   振り返らず 時のたつままに

 

   전쟁이 일어나고 전쟁이 끝나고

   올려다본 하늘에는 도쿄 타워

   새로워진 거리에서

   당신이 놓아버린 자유와 앞날을

   누구나가 마음대로 그리기 시작한

   뒤돌아보지 않고 시간이 흐르는 대로

 

   あなたの春が手のひらにあるよ

   吹雪のその下で待つ

   いたくて いたくて 手を振る笑顔が

   まだあなたの中 生きている

   あなたの心 探しに行きたい

   あなたは今も 忘れていない

   いたくて いたくて あの手のぬくもりが

   まだあなたの中 生きている

   まだあなたの中 生きている

 

   당신의 봄이 손 안에 있어

   벚꽃 흩날리는 그곳에서 기다릴게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손짓하는 웃음이

   아직 당신 안에 살아 있어

   당신 마음 찾으러 가고 싶어

   당신은 지금도 잊지 않았어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그 손의 따스함이

   아직 당신 안에 살아 있어

   아직 당신 안에 살아 있어

 

   いちばん好きな人

 

   가장 좋아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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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코번 애디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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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른 나라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한번은 꼭 가 보고 싶어하는 곳 가운데 한 곳이 인도가 아닐까. 그런데 사람들은 인도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일을 알고 있을까. 나는 알고 있었을까. 지금 생각하니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저 얼마전에 읽은 책 때문에 비슷한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밖에는 몰랐다. 이 책 속에서는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그 일은 세상에서 쉽게 없어지지 않을 일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신매매, 아동 성노예, 이 말만으로도 무서운 느낌이 든다. 그런 일을 겪고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괴로울까. 집안이 어려워서 다른 나라에서 일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동유럽 여자아이들은 속아서 프랑스와 미국에서 성노예가 된다. 인도 안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여기에는 인도, 미국, 프랑스 세 나라만 나왔지만 어쩐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 아이들을 억지로 끌고가서 그런 일을 시키지는 않겠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일어나지는 않겠지.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니 괜찮다고 생각할 수만은 없기도 하다.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렇게 책을 보고 그 일을 조금 아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사람 일은 한순간에 바뀌어버릴 수 있다. 열일곱 살, 열다섯 살인 아할리아 가이와 시타 가이는 인도 첸나이에서 상위 중산 계층 집안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난 큰 지진은 인도 코로만델 바닷가를 해일로 뒤덮었다. 아할리아와 시타는 엄마 아버지와 아침을 먹고 바닷가를 걷다가 해일을 만났다. 아할리아와 시타는 살았지만, 엄마 아버지 집에 있던 할머니 그리고 집안일을 하던 자야는 죽었다. 죽은 사람이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그날 죽었다. 아할리아와 시타는 두 사람이 다니는 세인트메리 학교에 가려고 했다. 아무 일 없이 그곳에 잘 갔다면 좋았겠지만, 그곳에는 가지 못했다. 차를 태워준 사람은 아할리아와 시타를 어떤 사람한테 팔았다. 다시 아할리아와 시타는 뭄바이의 홍등가에 팔려갔다. 혼자가 아니고 둘이어서 조금은 나았을까. 아할리아는 시타를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한편에는 미국에서 변호사를 하는 토머스 클라크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토머스가 어떻게 아할리아와 시타와 관계있게 될까다. 토머스는 딸이 죽은 지 얼마 안 되었다. 그 일은 아내 프리야와 멀어지게 만들고, 프리야가 토머스를 떠나게 만들었다. 둘 다 슬픔에 빠져서 서로한테 마음을 쓰지 못했던 것이겠지. 프리야는 인도 사람으로 지금 인도에 있었다. 토머스는 회사에서 일어난 안 좋은 일 때문에 쉬거나 다른 일을 해야 했다. 이럴 때는 어떤 끌림의 법칙이 일어난다. 소설이기에 그럴 수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머스는 우연히 열한 살을 맞은 여자아이 애비가 누군가한테 잡혀가는 모습을 보았다. 바로 앞에서 봤다면 도왔겠지만 차를 쫓다가 놓쳤다. 이 일 때문에 토머스는 인신매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비영리단체 CASE에서 일하기로 했다. CASE는 개발도상국의 인신매매와 성폭력에 맞서는 단체다. 때마침 자리가 난 곳이 인도 뭄바이였다. 그곳에는 아내인 프리야도 있었다. 토머스는 일도 하고 프리야와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곳에 간다.

 

인도 뭄바이에서 일어나는 인신매매와 미성년을 매춘에 이용하는 일을 알고 토머스는 놀란다. 경찰도 썩어서 포주를 쉽게 감옥에 넣지 못했다. 토머스는 이런 말도 들었다. 뭄바이 도시가 홍등가라는. 어느 부족으로 태어난 여자아이는 모두 매춘을 하게 된다고. 그게 몇 백 년이나 이어지고 있다고. 이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도에는 아직 계급이 있을 것이다. 인도는 사람이 살아가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지만, 어둠도 깊다. 어디에나 빛과 어둠이 있기는 하지만. 토머스는 미성년 몇 사람 구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느냐고 했다. 그래도 바로 앞에 보이는 사람을 구해야 하지 않느냐고 상대는 말했다. 이것은 맞는 말이다. 조금씩이라도 바꾸어가야 하는 것이다. 경찰이 모두 썩은 것만은 아니었다. 제대로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CASE와 경찰은 미성년을 데리고 있는 곳을 기습하려고 했다. 그곳은 아할리아와 시타가 팔려간 곳이었다. 아할리아는 그곳에서 벗어났지만, 안타깝게도 시타는 그날 다른 사람한테 팔려갔다. 잠시라도 그런 곳에 있으면 정신이 이상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할리아는 수녀원에서 보호받게 되었는데 임신하고 말았다. 그래도 시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연꽃 씨를 심었다. 아할리아는 토머스한테 시타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언젠가 다른 책에서 본 적 있다. 그것은 콘돔에 넣은 마약을 사람이 삼켜서 다른 곳에 옮기는 것이다. 돈을 받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타는 억지로 그 일을 해야 했다. 시타는 마약을 프랑스로 옮기고, 프랑스의 인도 식당에서 일하게 되었다. 얼마 뒤에는 다른 곳에서 청소를 했다. 그 집에는 동유럽에서 온 여자아이들이 있었다. 갇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서는 성인 비디오를 찍고, 밤에는 여자아이들을 데리고 어딘가에 나갔다 동이 트기 전에 돌아왔다. 시타를 마약 옮기는 일에 쓴 사람이 뭄바이에서 잡혔다. 그런데 쉽게 풀려났다. 그래도 시타를 프랑스로 데리고 갔다는 말을 한 뒤였다. 그 일 때문에 시타는 인도 식당이 아닌 청소하러 갔던 집에 있어야 했다. 무엇인가 일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게 된 시타는 그 집에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잡혔다. 그 뒤 시타는 미국으로 팔려갔다. 토머스는 프랑스에서 시타를 찾을 뻔했는데 놓쳤다. 한 사람을 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정말 있기를 바란다. 다시는 찾을 수 없다고 그만두지 않기를. 어둠속에서도 작은 빛을 찾아낼 수 있기를.

 

시타는 어떻게 되었을까. 미국 FBI에서는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하는 인신매매단을 쫓고 있었는데 그곳에 시타 사진이 있었다. 토머스도 시타를 구하는 일을 함께 했다. 시타뿐 아니라 다른 여자아이들도 구했다. 그런데 애비(토머스가 인도 뭄바이에 가도록 마음먹게 한)는 죽었다. FBI 요원 프릿쳇은 인신매매범들을 감옥에 처넣기만 한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고, 남자들이 여자 사는 짓을 그만둬야 인신매매를 아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이것은 바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여자를 사는 남자들이 없어지는 날이 올까. 아할리아는 자신과 시타를 산 포주에 대해 증언했다. 토머스와 프리야도 다시 좋은 사이로 돌아갔다. 토머스는 유혹에 잘도 넘어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프리야를 사랑한다면서 그러다니. 내가 어떻게 해도 알 수 없는 마음이다. 책 속에서는 일이 잘 해결됐지만,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시타처럼 다시 식구와 만나는 여자아이들이 많아진다면 좋겠다.

 

 

 

희선

 

 

 

 

☆―

 

“그 여자들은 베디아 부족이에요. 그 카스트의 여인들은 몇 백 년 전부터 매춘부들이었습니다. 다들 아름답지 않던가요?”

 

토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혈통은 비밀에 싸여있어요. 하지만 사연은 똑같죠. 부모들이 딸들을 그렇게 키우는 겁니다. 십대 딸들을 데려와서 클럽 무대에 세워요. 그 여자들은 남부 사창가 여자들처럼 남들한테 휘둘리지는 않습니다. 자기 힘으로 살아가고, 쓸 돈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게 사는 길밖에 모르니까요.”  (148쪽)

 

 

“네가 여기 있는 건 내가 매춘 장사를 즐겨서가 아니야. 남자들이 성매매를 즐기니까 그런 거지. 난 그저 중개인일 뿐이야. 어떤 사업가는 물건을 팔고, 어떤 사업가는 지식을 팔지. 난 환상을 팔아. 다 똑같은 거야.”  (4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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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방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할런 코벤 소설은 이번이 두번째다. 처음 읽은 것은 2010년으로, 그때 읽은 책은 《결백》이다. 다른 책도 읽어볼까 하는 마음이 조금 들기는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결백》이 나한테 좀 맞지 않는 듯해서. 한권만 읽고 그런 생각을 하다니. 《아들의 방》은 예전과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같은 작가가 맞나 했다. 어쩌면 예전에 내가 잘 못 읽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백》을 읽고 쓴 게 있어서 찾아보고는 조금 놀랐다. 《아들의 방》에 나온 사람이 거기에도 나왔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수사과장으로 로렌 뮤즈다. 어쩐지 로렌 뮤즈는 다른 데도 나올 것 같다. 그렇다 해도 로렌 뮤즈가 앞에 나오는 것은 아닌 듯하다. 로렌 뮤즈가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기는 했다. 보이는대로 본 적도 있지만.

 

매리앤은 내시와 피에트라한테 끌려가서 고문당하고 끝내 죽임을 당한다. 내시는 카산드라라는 이름을 말했다. 카산드라의 복수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내시는 매리앤 얼굴을 못 알아보게 때리고 매춘부처럼 꾸며서 쓰레기처럼 버렸다. 의사인 마이크 바이와 변호사인 티아는 아들 애덤 컴퓨터를 감시했다. 애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서. 그렇게 한다고 해서 알 수 있을지. 애덤이 엄마 아빠가 그런 일을 한 것을 알게 되면 실망할 텐데 말이다. 티아와 마이크가 애덤 컴퓨터를 감시하게 된 까닭은 애덤 친구 스펜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애덤이 아주 달라졌기 때문이다. 스펜서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엄마 벳시. 죽어가는 아들을 살리려고 하는 엄마 수전 로리먼. 티아와 마이크 딸 질의 친구 야스민은 학교에서 선생님이 한 말 때문에 아이들한테 놀림을 당하게 되었다. 상관없어 보이는 이런 일들을 어떻게 연결할까 했는데 연결이 되었다. 큰 줄기는 두 개라고 할 수 있다. 내시와 피에트라가 여자를 끌고가서 죽이는 일과 마이크가 아들 애덤을 찾는 일이다.

 

두 가지 일이 일어나게 한 사람은 뜻밖의 사람이다. 아니 그렇게 뜻밖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런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도 했으니까. 어린이가 순수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증명해준 듯하다. 하지만 아이가 그렇게 된 것은 부모 탓도 있는 거 아닌가 싶다. 부모가 숨기는 일을 아이는 알고 싶어하고, 반대로 아이가 말하지 않는 일을 부모는 하면 안 되는 것까지 해서 알려고 하니 말이다. 사춘기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다르지 않은가보다. 다르지 않은 게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목숨을 구해주려는 것이다. 이것은 당연한 것인가. 하지만 모든 부모가 아이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아이가 무엇 때문에 힘들어했는지 몰랐던 부모도 있었다. 그런 일이 있어서 티아와 마이크가 애덤 컴퓨터를 감시했는데, 어떤 까닭이 있더라도 그것은 하면 안 되는 일이 아닌가 싶다. 말하지 않는 아이 입을 열게 할 방법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이가 스스로 말하고 싶어할 때까지 부모가 애써야 하지 않을까.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보다 평소에 마음을 써야 한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문제도 알 수 있다. 그것은 부모가 처방받은 약을 아이들이 쉽게 손댈 수 있는 곳에 두는 것이다. 필요하지 않은데도 약을 처방받기도 했다. 이런 일 우리나라에도 있으려나. 나는 약 먹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약을 먹으면 정신이 맑지 않고 무기력해지는 듯해서. 약이 마약과 비슷한 것도 있는 것 같다. 본래 마약도 사람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사람들이 다른 데 쓰게 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작가가 사람들 관계를 먼저 정하고 썼을지도 모르겠는데, 실제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모르는 사람과 어떻게 관계되어 있을지 알 수 없으니 나쁜 관계가 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한테 성폭행을 한 나쁜 사람이어도 누군가한테는 소중한 오빠이기도 하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먼저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 사람도 성폭행 당한 일을 숨기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가 그렇게 시킬 때가 많겠지. 이런 알 수 없는 말을 쓰다니.

 

여기에는 이런 것도 있다. 우리 식구만 안전하면 된다는. 어쩌면 이런 생각은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을 것이다. 예전에 읽은 《결백》에도 그런 게 나왔다. 이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희선

 

 

 

 

☆―

 

티아는 이 집 식구가 조금 전에 끔찍한 소식을 들었다는 걸 깨닫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정성을 다해 위로의 말을 전하고 함께 슬픔을 나누는 게 마땅했지만, 티아가 진정으로 바라는 건 딸애 손을 끌어당겨 이 집을 벗어나고 아들과 남편을 찾아내서 자신의 집 안으로 밀어넣고 대문을 영원히 잠가버리는 것이었다.  (476쪽)

 

 

신뢰라는 건 그런 것이다. 좋은 뜻으로 깬 거라도, 한번 깨지면 영원히 되돌릴 수 없는 법이다.  (5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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