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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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떠한 것이든 이길 수 있다’고 썼는데 정말 그럴까. 내가 써놓고 이런 생각을 하다니. 얼마전에 우리가 사랑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누군가 우리한테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이 정말 내가 생각하는 것인지 자신이 없어졌다고나 할까. 우리는 나고 자라면서 이런저런 매체에 드러나게 된다. 거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아주 오래전에 세상에는 나쁜 것이 가득했다. 그런 세상을 바꾸기 위해 절대자(위에 있는)는 사람들 마음속에 사랑을 심어두었다. 그게 오랫동안 이어와서 사람들은 사랑이 위대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소설, 영화, 드라마에서는 무엇보다 사랑을 앞세우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면서 물들어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믿어야 하는 것은 사랑이다고 말하는 것에. 이런 음모는 그나마 낫다. 세상을 조금은 좋게 만들 테니 말이다. 나도 사랑을 믿고 싶다. 누군가 몰래 심어둔 생각이라 할지라도.

 

좀 더 잘 쓰고 싶었는데, 떠오른 생각을 그대로 잡아서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대로 쓰지도 못했다. 이 소설 제목을 봤을 때는 외국 사람이 쓴 소설인가 했다. 그때는 제목만 보고 작가 이름은 안 봤다. 나중에 작가가 우리나라 사람인 것을 알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사랑 이야기구나’다. 대놓고 말하는 사랑에 대한 소설은 아니다. 그래도 조금 유치한 부분도 있다. 본래 사랑은 조금 유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은 미국이다. 한국사람도 나온다. 이름은 신가야. ‘가야는 신라한테 망한 나라던가. 신가야는 신라, 가야를 다 담고 있는 이름인가.’ 이런 생각을 잠깐 했다. 어쩌면 아무 상관도 없을지도. 신가야는 오드아이다. 신가야가 만나는 운명의 사람은 엘리스 로자다. 엘리스한테는 모든 일을 기억하는 과잉 기억 증후군이 있다. 둘 다 보통사람이 아니다. 보통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사랑을 못할 것은 없다. 엘리스가 신가야와 만나고 함께 보낸 날은 겨우 닷새다. 그 닷새는 엘리스를 십년 동안 동굴에 갇혀 있게 했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엘리스가 결정한 일이기도 하다.

 

과잉 기억 증후군이 있는 사람을 소설에서 본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사람이 힘든 일을 겪어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일을 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잉 기억 증후군을 가진 사람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다. 엘리스는 신가야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모습을 보았다. 신가야가 왜 그렇게 해야 했나는 십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다. 어떤 일은 죽을 때까지 모르기도 하는데, 십년이 지나서라도 신가야 마음을 알게 된 엘리스는 그나마 낫지 않나 싶다. 다 엘리스와 딸인 미셸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신가야는 어떻게 자신한테 딸이 생길 것을 알았느냐고. 신가야는 앞날을 기억하는 궁극의 아이였다. 궁극의 아이 가운데서도 뛰어났다. 자기 앞날뿐 아니라 세상에 일어나는 일을 다 알 수 있었다. 이런 힘이 있는 사람을 가만히 놔둘 리 없다. 신가야는 세상을 손에 쥐고 싶어하는 사람한테 매여 있었다. 그것은 악마 개구리다.

 

신가야가 앞날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어쩌면 신가야가 알았던 십년 뒤는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신가야가 상관해서 앞날을 조금 바뀌게 한 것은 아닐까. 엘리스와 미셸을 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지나간 날은 벌써 일어난 일이니 바꿀 수 없지만, 앞날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 바꿀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앞날은 정해져 있지 않다. 뒤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여기에 조금 무서운 이야기도 있다. 그것은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나게 하려는 계획이다. 어딘가에서 진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일은 없기를 바란다. 신가야가 십년 전에 보낸 편지를 받고 엘리스를 찾아온 FBI 요원 사이먼 켄도 중요한 사람인데 제대로 못 썼다. 그러고 보니 사이먼도 사랑 때문에 마음을 다쳤다. 십년이 지나서야 아내 모니카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신가야에 대해 알게 되는 엘리스와 같다.

 

끝이 어설프게 되었다. 사실은 더 앞에서 끝내려고 했는데 쓸데없는 말이 더 붙었다. 이 말도 그런가. 사실 나는 사랑을 잘 모른다. 넓은 뜻의 사랑은 조금 알지만. 넓든 좁든 사랑은 이 세상에 있어야겠지.

 

 

 

희선

 

 

 

 

☆―

 

“운명은 정말 바꿀 수 없는 건가요? 그렇다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애쓰는 우리는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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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바꿀 수 있어요. 벨몽이 이런 말을 했을 거예요. 운명이란 뽑을 수 없을 만큼 깊숙이 박힌 커다란 뿌리라고. 그 뿌리가 바로 당신이에요. 당신이 바뀌면 뿌리가 바뀌는 거예요. 운명을 바꾸고 싶으면 당신이 바뀌면 돼요.  (541~5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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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3-07-16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가지가 섞여있네요, 사랑과 운명... 둘 다 너무 무거운 개념들입니다

희선 2013-07-17 01:03   좋아요 0 | URL
사랑과 운명 그렇기도 하군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사랑이 있으면 운명도 바꿀 수 있다
그저 생각일 뿐이군요
정말 제가 믿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