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건너는 아이들
코번 애디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다른 나라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한번은 꼭 가 보고 싶어하는 곳 가운데 한 곳이 인도가 아닐까. 그런데 사람들은 인도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일을 알고 있을까. 나는 알고 있었을까. 지금 생각하니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저 얼마전에 읽은 책 때문에 비슷한 일이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밖에는 몰랐다. 이 책 속에서는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 그 일은 세상에서 쉽게 없어지지 않을 일 가운데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신매매, 아동 성노예, 이 말만으로도 무서운 느낌이 든다. 그런 일을 겪고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괴로울까. 집안이 어려워서 다른 나라에서 일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동유럽 여자아이들은 속아서 프랑스와 미국에서 성노예가 된다. 인도 안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여기에는 인도, 미국, 프랑스 세 나라만 나왔지만 어쩐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 아이들을 억지로 끌고가서 그런 일을 시키지는 않겠지만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일어나지는 않겠지. 우리나라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니 괜찮다고 생각할 수만은 없기도 하다.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렇게 책을 보고 그 일을 조금 아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사람 일은 한순간에 바뀌어버릴 수 있다. 열일곱 살, 열다섯 살인 아할리아 가이와 시타 가이는 인도 첸나이에서 상위 중산 계층 집안에서 행복하게 살았다. 크리스마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난 큰 지진은 인도 코로만델 바닷가를 해일로 뒤덮었다. 아할리아와 시타는 엄마 아버지와 아침을 먹고 바닷가를 걷다가 해일을 만났다. 아할리아와 시타는 살았지만, 엄마 아버지 집에 있던 할머니 그리고 집안일을 하던 자야는 죽었다. 죽은 사람이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많은 사람이 그날 죽었다. 아할리아와 시타는 두 사람이 다니는 세인트메리 학교에 가려고 했다. 아무 일 없이 그곳에 잘 갔다면 좋았겠지만, 그곳에는 가지 못했다. 차를 태워준 사람은 아할리아와 시타를 어떤 사람한테 팔았다. 다시 아할리아와 시타는 뭄바이의 홍등가에 팔려갔다. 혼자가 아니고 둘이어서 조금은 나았을까. 아할리아는 시타를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한편에는 미국에서 변호사를 하는 토머스 클라크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토머스가 어떻게 아할리아와 시타와 관계있게 될까다. 토머스는 딸이 죽은 지 얼마 안 되었다. 그 일은 아내 프리야와 멀어지게 만들고, 프리야가 토머스를 떠나게 만들었다. 둘 다 슬픔에 빠져서 서로한테 마음을 쓰지 못했던 것이겠지. 프리야는 인도 사람으로 지금 인도에 있었다. 토머스는 회사에서 일어난 안 좋은 일 때문에 쉬거나 다른 일을 해야 했다. 이럴 때는 어떤 끌림의 법칙이 일어난다. 소설이기에 그럴 수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토머스는 우연히 열한 살을 맞은 여자아이 애비가 누군가한테 잡혀가는 모습을 보았다. 바로 앞에서 봤다면 도왔겠지만 차를 쫓다가 놓쳤다. 이 일 때문에 토머스는 인신매매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비영리단체 CASE에서 일하기로 했다. CASE는 개발도상국의 인신매매와 성폭력에 맞서는 단체다. 때마침 자리가 난 곳이 인도 뭄바이였다. 그곳에는 아내인 프리야도 있었다. 토머스는 일도 하고 프리야와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곳에 간다.

 

인도 뭄바이에서 일어나는 인신매매와 미성년을 매춘에 이용하는 일을 알고 토머스는 놀란다. 경찰도 썩어서 포주를 쉽게 감옥에 넣지 못했다. 토머스는 이런 말도 들었다. 뭄바이 도시가 홍등가라는. 어느 부족으로 태어난 여자아이는 모두 매춘을 하게 된다고. 그게 몇 백 년이나 이어지고 있다고. 이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도에는 아직 계급이 있을 것이다. 인도는 사람이 살아가기에 좋은 곳이기도 하지만, 어둠도 깊다. 어디에나 빛과 어둠이 있기는 하지만. 토머스는 미성년 몇 사람 구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느냐고 했다. 그래도 바로 앞에 보이는 사람을 구해야 하지 않느냐고 상대는 말했다. 이것은 맞는 말이다. 조금씩이라도 바꾸어가야 하는 것이다. 경찰이 모두 썩은 것만은 아니었다. 제대로 일하는 사람도 있었다. CASE와 경찰은 미성년을 데리고 있는 곳을 기습하려고 했다. 그곳은 아할리아와 시타가 팔려간 곳이었다. 아할리아는 그곳에서 벗어났지만, 안타깝게도 시타는 그날 다른 사람한테 팔려갔다. 잠시라도 그런 곳에 있으면 정신이 이상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할리아는 수녀원에서 보호받게 되었는데 임신하고 말았다. 그래도 시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연꽃 씨를 심었다. 아할리아는 토머스한테 시타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언젠가 다른 책에서 본 적 있다. 그것은 콘돔에 넣은 마약을 사람이 삼켜서 다른 곳에 옮기는 것이다. 돈을 받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시타는 억지로 그 일을 해야 했다. 시타는 마약을 프랑스로 옮기고, 프랑스의 인도 식당에서 일하게 되었다. 얼마 뒤에는 다른 곳에서 청소를 했다. 그 집에는 동유럽에서 온 여자아이들이 있었다. 갇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서는 성인 비디오를 찍고, 밤에는 여자아이들을 데리고 어딘가에 나갔다 동이 트기 전에 돌아왔다. 시타를 마약 옮기는 일에 쓴 사람이 뭄바이에서 잡혔다. 그런데 쉽게 풀려났다. 그래도 시타를 프랑스로 데리고 갔다는 말을 한 뒤였다. 그 일 때문에 시타는 인도 식당이 아닌 청소하러 갔던 집에 있어야 했다. 무엇인가 일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게 된 시타는 그 집에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잡혔다. 그 뒤 시타는 미국으로 팔려갔다. 토머스는 프랑스에서 시타를 찾을 뻔했는데 놓쳤다. 한 사람을 찾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정말 있기를 바란다. 다시는 찾을 수 없다고 그만두지 않기를. 어둠속에서도 작은 빛을 찾아낼 수 있기를.

 

시타는 어떻게 되었을까. 미국 FBI에서는 아동 포르노 사이트를 하는 인신매매단을 쫓고 있었는데 그곳에 시타 사진이 있었다. 토머스도 시타를 구하는 일을 함께 했다. 시타뿐 아니라 다른 여자아이들도 구했다. 그런데 애비(토머스가 인도 뭄바이에 가도록 마음먹게 한)는 죽었다. FBI 요원 프릿쳇은 인신매매범들을 감옥에 처넣기만 한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고, 남자들이 여자 사는 짓을 그만둬야 인신매매를 아주 뿌리 뽑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 이것은 바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여자를 사는 남자들이 없어지는 날이 올까. 아할리아는 자신과 시타를 산 포주에 대해 증언했다. 토머스와 프리야도 다시 좋은 사이로 돌아갔다. 토머스는 유혹에 잘도 넘어가는 사람처럼 보였다. 프리야를 사랑한다면서 그러다니. 내가 어떻게 해도 알 수 없는 마음이다. 책 속에서는 일이 잘 해결됐지만, 어딘가에서는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시타처럼 다시 식구와 만나는 여자아이들이 많아진다면 좋겠다.

 

 

 

희선

 

 

 

 

☆―

 

“그 여자들은 베디아 부족이에요. 그 카스트의 여인들은 몇 백 년 전부터 매춘부들이었습니다. 다들 아름답지 않던가요?”

 

토머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혈통은 비밀에 싸여있어요. 하지만 사연은 똑같죠. 부모들이 딸들을 그렇게 키우는 겁니다. 십대 딸들을 데려와서 클럽 무대에 세워요. 그 여자들은 남부 사창가 여자들처럼 남들한테 휘둘리지는 않습니다. 자기 힘으로 살아가고, 쓸 돈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자유롭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게 사는 길밖에 모르니까요.”  (148쪽)

 

 

“네가 여기 있는 건 내가 매춘 장사를 즐겨서가 아니야. 남자들이 성매매를 즐기니까 그런 거지. 난 그저 중개인일 뿐이야. 어떤 사업가는 물건을 팔고, 어떤 사업가는 지식을 팔지. 난 환상을 팔아. 다 똑같은 거야.”  (4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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