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 In Memory of 申海澈 1968-2014
강헌 지음 / 돌베개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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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네핸가. 2014년에 나한테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해 한국에는 아주 큰일이 있었다. 그래도 난 살았다. 지금도 산다. 딱히 죽을고비가 있었던 것도 아니구나. 어렸을 때는 덜했는데 언제부턴가 난 몸을 사린다. 그렇게 해도 큰 문제는 없어서 다행이구나. 누군가한테 해를 끼치는 건 아니니까. 나만 그렇게 생각할지. 난 어렸을 때 무엇이 하고 싶었더라. 이런 거 처음 생각한 건 아니지만 잘 모르겠다. 초등학생 때는 그저 다른 아이들이 말해서 나도 선생님이 될까 한 적 한번쯤 있었던 것 같다. 남 앞에서 말 잘 못하는데 그런 생각을 했다니. 그밖에는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꿈도 없이 그냥 학교에 다녔다. 다녀야 했으니. 지금 아이들은 더 꿈꾸기 어려울까.

 

 자신이 잘 해서 할 수도 있지만 그걸 좋아해서 할 수도 있다. 마왕은 벌써 중학생 때 음악을 하리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마왕이 들은 말은 ‘넌 재능이 없잖아’ 였단다. 그런 말 듣고도 그만두지 않고 그 마음을 이어갔구나. 예전에 라디오 방송에서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로 강변가요제에 나갔다는 말 들었다. 그 밴드 아기천사가 CD를 냈다는 말은 이 책을 보고 알았다. 그때는 노래 제목이 달랐나 보다. 노래 한번 들어보고 싶어서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로 바뀌었다. 노래는 앞부분만 조금 들었다. 대중음악에는 처음에 잘 안 된 노래가 나중에 다른 사람이 했을 때 잘 되는 일도 있다. 그건 여러 가지가 잘 맞아떨어져서겠지. 마왕이 솔로 1집을 냈을 때를 아이돌이라 하다니. 요즘 아이돌은 십대가 더 많은 듯하다. 마왕은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도 아이돌이었던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때가 그랬구나.

 

 나도 봤다. 1988년 12월 24일에 한 MBC 대학가요제. 마지막에 무한궤도가 나와서 노래했을 때 대상 받을 거다 생각했다. <그대에게>가 문방구에서 산 멜로디언으로 이불 뒤집어쓰고 만든 거였다니(이 말도 들었던 것 같다). <그대에게>는 마음먹고 대학가요제에서 한 거였다. 강헌은 그대를 음악이라 말하기도 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난 글을 그런 식(그대)으로 쓴 적 있구나. 글일 때도 있고 내가 만나지 못한 사람일 때도 있고 친구일 때도 있다. 여기에서 내 말을 하다니. 마왕은 대학가요제에서 상을 받으면 바로 음반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그리 쉽지 않았다. 이것도 작가와 비슷하구나. 신춘문예에 뽑히거나 문학상을 받는다고 여기저기에서 글 써달라고 하지 않겠다. 다행하게도 무한궤도라는 이름으로 음반이 나왔다. 단 하나지만. 마왕과 다르게 다른 사람은 죽 음악을 할 마음이 없었다. 정석원 조형곤은 015B를 하지만.

 

 무한궤도 신해철 넥스트 비트겐슈타인 크롬(노댄스)……. 이건 알지만 다 알지는 못한다. 난 강헌 같은 음악평론가는 아니다. 나도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거 좋아했다. 마왕이 사랑만 노래하지 않아서 좋았다. 그런 게 아주 없지 않지만. 책을 보다 보니 음악이 듣고 싶기도 했다. 마왕이 SF나 판타지 좋아한다는 거 처음 안 것 같다. 그런 말 했을 텐데 내가 잘 듣지 못했겠지. 예전에 그걸 알았다면 SF, 판타지 책 봤을 텐데. 추리소설 안 것도 아주 오래 되지는 않았구나. 누군가는 어렸을 때부터 그걸 봤다는데. 마왕이 철학과였는데도 난 철학에 그렇게 관심 갖지 않았다. 아니 철학에는 조금 관심을 가졌지만, 철학 한 사람을 잘 몰랐다. 어릴 때는 자신이 좋게 여기는 사람이 무슨 말하면 거기에 관심을 가지기도 하는데, 그때 난 뭐 했나. 책도 안 읽고 꿈도 없이(헛된 꿈은 있었을지도) 그냥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만 들었구나. 그때 뭔가 했다고 해서 지금 다르게 살았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 그렇게 나쁘지 않다. 내가 좀 더 나아지면 좋겠는데 그건 잘 안 된다.

 

 시간은 쉴새없이 흐르고 새로운 음악은 자꾸 나올 거다. 마왕이 세상을 떠난 시월에는 마왕 노래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뿐 아니라 다른 때도 라디오 방송에 나오면 좋겠다. 새로운 음악은 들을 수 없지만 예전에 나온 음악 찾아 듣는 사람도 있기를 바란다. 나도 어쩌다 한번 듣는데. 마왕은 2014년에 여러 가지 만들려고도 했다. 지휘도 배우려 했다고 한다. 마왕이 만든 음악으로 뮤지컬을 만들려고도 했다. 아쉽다, 그거 못해서. 뮤지컬 했다 해도 난 못 봤을 테지만. 마왕 음악은 대중음악 역사에 영향을 주었다. 넥스트를 보고 밴드 하고 싶다 생각하고 실제로 한 사람도 있을 거다. 어떤 일이든 재능이 중요할지도 모르겠지만, 재능보다 중요한 건 좋아하는 마음이다. 마왕 이야기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마왕은 저세상에서도 음악 하고 있을까. 그래도 괜찮고 이곳에서 하지 못한 거 즐겁게 하면 좋겠다.

 

 

 

희선

 

 

 

 

☆―

 

난 아직 내게 던져진 질문들을

일상의 피곤 속에 묻어버릴 수는 없어

언젠가 지쳐 쓰러질 것을 알아도

꿈은 또 날아가네 절망의 껍질을 깨고

 

─<The Dreame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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