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한 복숭아 아침달 시집 30
이은규 지음 / 아침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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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숭아는 무해할까. 복숭아를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털이 없는 복숭아도 있지만, 털이 있는 건 잘 씻어야 한다. 털을 씻지 않고 만지면 가렵기도 하다, 따갑던가. 복숭아를 먹어도 괜찮은 사람도 그런데. 복숭아 먹은 지 오래됐구나. 언제 마지막으로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지난해는 아니다. 몇해 전이 아닐지. 과일 아주 싫어하지 않지만, 즐겨 먹지는 않는다. 복숭아는 씻기만 하면 되니 그럭저럭 괜찮을지도. 왜 이렇게 흘러가는 건지. 시집 제목 때문이구나. 《무해한 복숭아》는 이은규 시인 세번째 시집이다. 앞에 나온 두 권을 만나서 이번에도 만났다. 이 시집은 2023년에 나왔다.


 어쩌다 보니 이은규 시인 시집은 다 사서 봤구나. 시집 사고 바로 못 보고 시간이 지나고 봤지만. 두번째는 조금 빨리 봤던가. 나도 잘 모르겠다. 앞에 나온 시집 두권을 봐서 세번째 시집이 나온 걸 알고 사지 않았을까 싶다. 잘 모르는데도 말이다. 이번 시집은 더 모르겠구나. ‘펠롱펠롱’은 기억에 남은 말이다. 이건 제주도 말로 반짝반짝인가 보다. 이은규 시인은 제주도에 사는 건지, 제주도에 갔던 건지. 시에서 제주도 이야기만 하지 않는구나. 서울도 있다. 남산 타워도. 내가 놓친 것도 있겠다. 통영도 나온다. 제주도가 기억에 많이 남았나 보다.




 더이상 채찍과 결박에도 말을 듣지 않는다며 너를 데리고 왔다 호기심이 대단해서 곁눈가리개를 못 견뎌 한다고도 했다 곁눈가리개부터 없애주었다 그래도 한동안 땅을 차고 뜨거운 콧김을 뿜어내다 멈춘 너는 지쳐 잠든 것처럼 보였다. 한 뼘 가까이 다가갔다 귓속말로 참 외롭고 힘들었겠구나, 하고 인간 말을 속삭일 뻔했지만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한 뼘 더 가까워졌을 때 너는 홀로 있거나 위로 받는 것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먼 데 꽃 피고 지는 이야기를 속삭여주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피고 지는 이야기는 끝이 없구나 없는 거구나


-<말에게 속삭이는 사람>, 93쪽




 제주도나 제주도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말’이 나와서 제주도가 생각났다. 말과 잘 지내는 누군가의 이야길지. 말한테 속삭인다니. 말은 사람이 하는 말 알아들을까. 아주 모르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말과 사람은 마음을 나눌 수 있겠지. 말은 채찍과 결박으로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은데. 말한테 속삭이는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시에는 쓸쓸한 마음을 담을 때가 많은 것 같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밝은 느낌보다 쓸쓸한 느낌이 드는 시를 더 많이 만난 듯하다. 시는 다르지만 같은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그 말은 ‘한 사람만 결석한 한 사람의 생일(23쪽, 77쪽)’이다. 이 사람은 누굴까. 같은 사람일지. <봄편지>에서 말하는 부고속 사람일지. 결석한 건 생일을 맞은 사람일 듯하다. 이런 생각하니 쓸쓸하구나.


 여기 담긴 시도 쉽지 않다. 앞에 나온 이은규 시집은 둘 다 어려웠다. 하나 늘어서 세권이 됐구나. 시 한편보다 거기에 담긴 시구절이 괜찮아 보이기도 한다. 그런 게 없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있는 게 낫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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