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 - 고령화와 비혼화가 만난 사회
야마무라 모토키 지음, 이소담 옮김 / 코난북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 자체부터 우울하다. ‘나 홀로 부모를 떠안다’ 라니. 본래 제목은 ‘르포 개호독신’이다. 개호(介護)는 대체 무슨 말인가 싶다. 이 말 보고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 있을까. 일본말로 개호를 들었을 때는 그저 간병인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개호는 곁에서 돌본다는 뜻이다. 아이는 돌본다고 하는 듯한데 부모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구나. 모신다고 할까. 아니 돌보기와 모시기는 조금 다르겠다. 이 책 보니 무척 우울하다. 좋은 답은 없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니 말이다. 사람은 다 나이를 많이 먹으면 치매에 걸리려나. 그게 일찍 오는 사람이 있고 늦게 오는 사람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젊을 때 알츠하이머병에 걸리기도 한다. 그건 환경 때문일까.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그리 오래 살지 못한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 거의 열해를 넘기지 못할까.

 

 옛날에는 많은 사람이 치매에 걸리기 전에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사람이 오래 살아서 치매에 걸린다는 걸 안 거겠지. 오래 살아도 아프지 않으면 좋겠지만 바랄 수 없는 일이구나. 몸도 기계처럼 오래 쓰면 낡을 테니 말이다. 술 담배는 그런 걸 빨리 나타나게 할지도. 암도 있다. 암도 무섭고 치매도 무섭구나. 내가 그렇게 될까봐 그게 더 걱정이다. 언젠가는 혼자 살 테니. 혼자 살아도 정신은 멀쩡하기를 바란다. 내가 우울해진 건 아픈 부모를 보살펴야 하는 것보다 나 자신이 안 좋아질까봐서다. 좀 웃긴가. 부모가 아파서 돌봐야 한다면 그것도 걱정되겠구나. 해달라고 하는 건 대충 해도 다른 것까지 알아서 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아픈 사람이 나오는 책을 보면 세상에 아픈 사람만 있는 것 같고, 나쁜 사람이 나오는 걸 보면 믿을 사람이 없는 세상이구나 싶다. 이 책을 보니 부모가 아파서 돌보는 사람이 아주 많고 누구한테나 올지도 모를 일 같았다.

 

 한국에도 나이 많은 사람이 많이 늘었다. 이 책이 한국에 나온 건 2015년인데 그때보다 지금 더 늘고 안 좋아졌을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나이 많은 사람은 늘고 새로 태어나는 사람은 줄어들겠지. 결혼을 아주 늦게 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난 별 생각없다. 이건 어릴 때도 그랬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 돌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건 나름대로 기쁨이 있을 거다. 아이는 자란다. 하지만 부모는 치매에 걸리면 갈수록 나빠지기만 한다. 치매면서 암에 걸리면 돌보기 더 힘들겠다. 부모를 정성을 다해 돌보는 사람 이야기가 가끔 나오는데, 모든 사람이 그럴 수 있을까. 아픈 사람을 돌보는 건 지치는 일이다. 형제가 있어도 혼자 사는 사람한테 그걸 떠넘기기도 한다. 일본소설에서 며느리가 시어머니 병수발을 혼자 했는데 그런 집이 많은 건 아닌 듯하다. 아내가 있어도 아들이 혼자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를 돌보기도 했다. 혼자 하기보다 식구와 함께 하면 좀 나을 듯한데, 같이 하자 말하기 어렵겠지.

 

 결혼하지 못하는 것에는 상대가 부모를 모시고 싶지 않다고 해서기도 했다. 이런 일은 한국에도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모르고 서로가 좋아서 일찍 결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이를 먹으면 서로의 부모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이 많은 걸 아픈 부모를 돌보는 일과 이어서 생각하기도 했다. 어떤 소설에서는 나이 든 사람이 자신이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을 결혼 상대로 찾기도 한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시설에 들어가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고 그런 곳에 들어가려면 오래 기다려야겠지. 이 책을 보니 집에서 부모를 돌볼 때가 많았다. 일을 그만두기도 하고 일하면서 하기도 했다. 일을 안 해도 힘들고 일을 해도 아픈 사람 돌보기는 힘들었다. 부모를 돌본다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는 시간이 조금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덜 지치겠지. 혼자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조금 편하다고도 한다. 그런 거 말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이것도 사람에 따라 다를 것 같다. 누군가한테 말해서 마음이 나아지는 사람도 있고 혼자 마음에 담아두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한테 말하기 힘든 사람은 일기 쓰면 좀 낫겠다.

 

 이렇게 쓰다 보니 책을 봤을 때보다 덜 우울하다. 나도 말하기보다 쓰기가 낫겠다. 쓴다 해도 다 털어놓지 않지만. 한국에도 재택 의료가 있을까. 난 이것이 늘었으면 한다. 자식 딸이나 아들이 혼자 감당하기보다 부모를 시설에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부모가 자식 한사람만 만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게 자극이 되기도 할 거다. 치매에 걸린 사람한테는 그게 더 낫다. 그런데 치매로 다른 사람과 잘 지내지 못하면 받아주지 않는다. 그럴 수가. 그러면 집에서 부모를 돌볼 수밖에 없겠구나. 의사 간호사가 집으로 찾아오는 것도 괜찮은 일일 듯하다. 한국도 나이 많은 사람 의료를 더 생각하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일뿐 아니라 사람이 편안하게 눈 감게 하는 일도 한다고 생각해야겠구나.

 

 

 

희선

 

 

 

 

☆―

 

 구라이시는 어머니가 죽음을 맞을 때까지 그대로 그룹홈에 맡길 생각이다. 대신 최대한 자주 어머니를 찾아가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어쨌든 지금은 어머니한테 최선을 다하고 싶다. 이제 어머니가 뭘 기뻐하고 뭘 즐거워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같이 있으면서 맛있는 음식을 드리면 어머니는 즐겁게 웃는다. 구라이시는 어머니 웃음을 보려고 찾아간다.

 

 

 “어디까지나 제 경우지만 거리를 두고 사는 쪽이 좋습니다. 그래야 더 친절하게 대할 수 있어요. 꼭 같이 사는 것만이 행복은 아닙니다.”  (13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드립백 에티오피아 시다모 난세보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백자평 처음이고 알라딘 커피도 처음이다. 이걸 사고 두주가 거의 다 되어가는데 이제야 하나 뜯었다. 드립백을 뜯으니 신 냄새가 나던데 맛도 조금 시었다. 그밖에 어떤 맛을 느껴야 할까. 조금 고소한 것 같기도. 이런 말밖에 못하다니. 가끔 알라딘 커피를 마시면 커피 맛 조금 알까.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r.STONE 2 (ジャンプコミックス) (コミック)
Boichi / 集英社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닥터 스톤 2

이나가키 리이치로 글   Boichi 그림

 

 

 

 

 

 

 지금까지 만화책 석달에 한권 나오는 게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두달 석달에 한권 나오는 것 같다. 2017년 7월에 1권이 나왔는데 벌써 15권까지 나왔다. 석달에 한권 나왔다면 열권에서 열한권 정도 나왔을 텐데. 이건 나중에 깨달았다. 책 보기 전에는 <원피스>나 <메이저 세컨드>처럼 석달에 한권 나오겠지 했는데. 어떻게 이건 두달 석달에 한권 나오는 걸까. 두달에 한권 나올 때가 더 많을지도. 지금까지 나온 거 빨리 보고 싶지만, 마음만 바쁘겠다. 아직 책은 다 못 샀다. 올해 안에 다 사고 본 다음에는 나오는대로 보면 좋을 텐데. 여전히 게으르게 지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지금을 그렇게 잘 살지는 못하지만, 나중을 생각하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낫겠지. 그렇게 사람은 나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시간이 간다 해도 난 별로 앞으로 가지 못하는 것 같지만.

 

 어느 날 지구에 빛이 비치고 제비와 사람은 모두 돌이 된다. 내가 못 본 건지 모르겠는데 지난번에는 못 본 말 제비를 이번에는 보았다. 인류가 모두 돌이 되고 거의 3700년이 지나고 돌에서 깨어난 센쿠와 타이주 그리고 유즈리하는 인류를 정화할 기회라 한 츠카사와 싸울 화약을 만들려고 하코네로 갔다. 온천에는 화약을 만드는 재료에서 하나인 황이 있다. 센쿠는 츠카사와 거래하는 것도 생각했지만 그게 잘 될지. 잘 안 되겠지. 화약을 만들면서 타이주가 여러 가지가 섞인 것을 바위로 내려쳤더니 불꽃이 튀고 터졌다. 센쿠는 그런 일은 없겠지 했는데 나중에 거기에 황철광이 있다는 걸 떠올린다. 돌과 돌을 부딪쳐 불을 피우기도 하던데 거기에는 철도 있어야 하는구나. 불꽃이 튄 뒤에는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츠카사가 그걸 보기 전에 불을 끄려 했는데, 다른 데서 연기가 올랐다. 센쿠는 불을 더 피워야 할지 꺼야 할지 망설이다 피우기로 한다.

 

 연기는 다른 사람 말고도 츠카사도 보았다. 센쿠는 그렇게 될 걸 알고도 불을 피웠다. 츠카사는 유즈리하를 인질로 잡고 센쿠를 협박했다. 돌에서 사람을 깨우는 걸 만드는 방법을 말하라 한다. 그걸로 츠카사는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만 깨우려는 거겠지. 츠카사가 유즈리하를 잡고 있어서 센쿠는 그걸 말한다. 처음에는 센 척했지만. 츠카사는 센쿠한테 과학을 버리면 죽이지 않겠다고 한다. 센쿠가 그 말에 그러겠다고 할 리 없겠지. 츠카사는 센쿠 목을 한번에 쳐서 쓰러뜨렸다. 센쿠는 정말 죽었을까. 그러면 만화 끝나겠지. 나뭇가지를 주우러 갔던 타이주가 유즈리하 목소리를 듣고 돌아오고 센쿠를 안고 츠카사를 피해 숲으로 간다. 그전에 타이주는 바위를 들고 위로 던지고 유즈리하는 화약이 든 항아리를 츠카사쪽으로 던졌다. 바위가 떨어지고 화약과 부딪쳐 불이 났다. 황철광과 부딪쳤다 해야 할까. 그렇다 해도 츠카사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건 타이주도 알았다.

 

 센쿠는 어릴 때부터 과학에 관심을 가졌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우주에 가겠다고 말한다. 선생님은 좋은 꿈이다 했는데, 센쿠는 지금 바로 가겠다 한다. 그 뒤 센쿠가 한 건 과학책 읽기다. 센쿠 아빠는 그런 센쿠를 보고 여러 가지를 사준다. 실험하는 건가. 그걸 사려고 차를 팔았다. 아이한테 그런 거 해주는 부모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센쿠는 실험하고 중학생 때는 로켓을 우주로 쏘아올리려 한다. 그런 거 해도 괜찮을까. 로켓은 우주로 가지 못하고 터졌지만 유즈리하가 만든 인형 세개는 우주로 갔다. 타이주는 어릴 때부터 친구고 유즈리하는 초등학생 때 만났으려나. 지난번에 타이주가 다섯해 동안 유즈리하를 좋아했다고 했으니.

 

 유즈리하와 타이주는 센쿠가 살아날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유즈리하는 센쿠가 츠카사가 목을 치게 이끌었다는 걸 떠올린다. 그 말을 듣고 타이주는 센쿠가 예전과 다르게 목을 움직여서 소리를 낸 걸 기억해 내고 센쿠 목을 본다. 센쿠 목에는 돌이 있었다. 돌을 깨는 액체를 끼얹으면 다친 곳이 낫는다는 걸 떠올리고 그걸 센쿠 목에 끼얹었다. 돌은 깨지고 센쿠가 가장 먼저 돌에서 깨어난 이야기가 잠시 나온다. 이 이야기가 처음이 아니고 여기에서 나오다니. 센쿠는 혼자서도 여러 가지를 해냈다. 처음부터 잘 한 건 아니지만 불 피우는 연장을 만들고 동물은 덫으로 잡고 집을 짓고 옷도 만들었다. 그러다 지쳐서 힘 쓸 사람이 있어야 해 하고는 타이주를 찾아낸다. 타이주는 센쿠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어떻게 하면 타이주가 깨어날까 하다가 박쥐가 있고 질산이 떨어지는 동굴을 찾았다. 센쿠 머리카락에 붙은 돌에 질산을 닿게 했더니 돌이 깨졌다. 하지만 타이주와 다른 사람은 질산만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도 센쿠는 생각했다. 타이주도 자기처럼 깨어 있다고 여기고 타이주를 질산이 떨어지는 동굴로 옮기고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지금은 타이주가 센쿠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목신경이 끊어지고 다시 붙는다고 사람이 살아나는 건 환상일 테지만 센쿠는 살아났다. 신경이 잠깐 끊어졌다 붙으면 괜찮을까. 돌에서 세포로 돌아갈 때 다친 곳을 낫게 하는 걸 보고 타이주는 그 돌이야말로 의사라 한다. 센쿠가 뭔가를 떠올리고 유즈리하한테 말했는데 그 말은 뭘까. 유즈리하는 수예부로 손재주와 끈기가 있다는데 그걸로 뭘할 수 있을까. 깨진 돌을 뭔가로 꿰매는 건 아니겠지. 이 수수께끼는 나중에 풀리겠다. 센쿠는 타이주와 유즈리하한테 스파이로 츠카사한테 가라고 한다. 언젠가를 대비하고. 센쿠는 지금 사는 사람을 동료로 만들 생각이다. 센쿠와 타이주 헤어지다니. 다시 만나겠지. 돌에서 깨어난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다. 여자아이는 츠카사와 싸우려 했는데 츠카사는 언제든 자신이 쓰러뜨릴 수 있다 여기고 나무를 쓰러뜨려 여자아이를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그곳을 떠난다. 빨리 돌아가서 질산을 차지하려고.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를 듣고 센쿠가 달려왔다. 센쿠는 도르래를 만들어서 나무를 들어올린다. 여자아이는 코하쿠로 센쿠가 하는 걸 보고 놀라워했다. 내가 보기에도 참 놀라웠다. 뭔가 만들려 해도 원리를 알아야 할 텐데 난 아는 게 없구나. 앞으로 센쿠는 어떤 걸 만들지. 그건 만화영화를 봐서 조금 알지만, 책 보면서 뭔지 말해야겠다. 에도시대로 타임슬립한 사람이 지금 의술을 펼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 지난날로 가면 돌아와야 하지만, 이건 시간이 많이 지난 앞날이니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다.

 

 

 

*더하는 말

 

 

 

 

 

 

 처음에도 책속 그림 올리고 싶었지만 뭘 찍으면 좋을지 몰라서 못 찍었는데 이번에는 몇 장 찍었다. 첫번째는 센쿠가 돌에서 깨어나고 날짜를 적는 거다. 센쿠는 줄곧 초를 세고 그걸 날짜로 바꿨다. 그런 걸 하다니. 정말 대단하다. 다음은 센쿠와 타이주가 서로가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깨어나라 하는 모습이다. 마지막은 센쿠가 도르래를 만들어 커다란 나무를 들어올리려는 거다. 무턱대고 도르래를 만든 게 아니고 나무 무게는 어느 정도고 어느 정도 힘을 줘야 들어올릴 수 있는지 계산했다. 그런 거 보기만 하고 계산하다니.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못하겠다.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죄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은모 옮김 / 달다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지른다. 잘못이라 하면 가벼워 보이는구나. 죄라 하면 무거워 보이겠지. 죄라 여기는 건 좀 큰일일 때가 많다. 누군가의 물건을 훔치거나 누군가를 심하게 때리거나, 가장 큰 죄는 누군가를 죽이는 거다. 자신이 죽이지 않고 죽게 내버려두는 건 어떨까, 도움을 바라는 사람을 밀어내는 건. 이건 죄는 아닐지라도 죄책감을 갖게 하겠다. 그렇게 한 사람이 자신은 사람을 죽인 사람보다 낫다 말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듯하다.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그냥 내버려두는 건 죽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괴롭히지 않고 괴롭힘 당하는 사람을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도 괴롭히는 사람과 같은 거다. 사람을 괴롭히는 것과 죽이는 건 다르다 할지도 모르겠지만. 괴롭힘 당하던 사람이 그걸 못 참고 목숨을 끊으면 어떨까. 괴롭히거나 그냥 보기만 한 사람한테 잘못이 없는 걸까. 법으로 죄는 물을 수 없겠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겠다.

 

 누군가한테 빌붙어 돈을 빼앗는 건 어떨까. 그것도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나을까. 사람을 죽인 건 어렸을 때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고 여전히 괴로워하는데. 남의 약점으로 돈을 뜯으려는 사람은 그걸 잘못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예전에 사람을 죽인 사람이 더 끔찍하고 나쁘다 할 수 있을까. 난 누군가를 괴롭히는 걸 아주 싫어하는구나. 약점 따위 안 잡히면 되지만 그게 마음대로 안 될지도 모르겠다. 난 그런 일을 만들지 않겠지만. 지금이어서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지도. 어릴 때는 어리석어서라기보다 세상 물정을 몰라서 나도 모르게 잘못을 저지를 수 있었을지도. 아니 난 예전부터 힘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저널리스트는 뭘까. 진정한이라 해야겠구나. 언론 매체에서는 참된 것을 알리기보다 자극이 되는 걸 더 내보내기도 한다. 주간지는 더하겠지. 한국에도 그런 거 있던가. 잘 모르겠다. 일본에는 그런 거 있다. 주간지든 월간지든 세상에서 일어난 사건을 크게 떠들고 연예인이나 정치인 뒷이야기를 캐고 다니기도 하고,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래도 괜찮을까. 저널리스트가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릴 때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나중에 어떻게 사는지 알려주는 게 저널리스트가 해야 할 일일까. 내가 피해자와 상관없는 사람이어서 이렇게 생각하는 걸지도. 오래전에 사람을 끔찍하게 죽인 사람이 가까이에 있고, 그 사람과 알고 지내고 그걸 알게 되면 어떨지. 그걸 알고도 친구로 지낼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려운 문제다. 그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짓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다를지도. 친구가 되어도 나중에 버림 받을 것 같다.

 

 범죄를 저지르고 죗값을 치르고 세상에 나온 사람은 살기 힘들겠다. 누군가 안 좋게 바라볼 테니. 난 스즈키를 걱정한다고 하는 의료소년원에서 어머니 역을 한 시라이시 야요이 싫었다. 야요이가 걱정하는 건 스즈키가 아니고 스즈키가 또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까였다. 어쩌면 자기 아이하고 사이가 나빠진 걸 스즈키한테 보상받고 싶었던 건지도. 야요이 아들 말도 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는 말. 그건 야요이가 자기 엄마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남이었다면 그런 말 못했겠지. 식구와 남은 다르다. 남보다 자기 식구를 생각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의사가 식구보다 아픈 사람을 더 생각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아니다. 식구는 자신을 버리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어서 남한테 잘하는 거다. 그러다 식구 마음이 떠나기도 하지만. 식구여도 마음을 보여줘야 한다. 남하고 사이가 틀어지면 그걸로 끝이지만 식구하고는 좀 다르다. 그런 거 싫은데. 식구도 깨지면 끝이기를 바란다. 난 꽤 차가울지도. 야요이도 자신이 스즈키한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걸 깨닫는다.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 그걸 탓할 마음은 없다. 스즈키가 보통 사람과 비슷한 감정을 갖게 하려고 애쓴 건 인정해야겠다. 그 일 때문에 자기 아이한테 마음 쓰는 게 그렇게 어려웠을까. 그건 핑계 아닌가. 아이는 큰 게 아니어도 괜찮았을 거다.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어쨌든 야요이는 아들하고 사이가 좀 나아진다. 엄마하고 아들이니 그럴 수밖에.

 

 부모 형제 자식이라 해도 돌아갈 수 없을 때도 있구나. 스즈키 히데토가 그랬다. 본래 이름은 달랐는데, 스즈키는 중학교 2학년 때 두 아이를 끔찍하게 죽였다. 엄마가 자신보다 동생한테 마음을 더 써서. 스즈키는 자신만의 신을 만들고 신한테 제물을 바쳤다. 처음에는 고양이였는데 나중에는 사람이 됐다. 사이코패스에도 동물을 죽이다 사람을 죽이는 경우도 있다. 그건 거의 학대 받는 사람이던가. 스즈키는 사이코패스와는 조금 다른 듯하다. 스즈키는 소년의료원에서 치료를 받고 감정을 갖게 되었다. 자신이 한 일이 남한테 알려질까 봐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으려 했다. 끝까지 그랬다면 좋았을 텐데. 스즈키는 친구가 있기를 바랐다. 어릴 때 고양이를 죽이고 아이 둘을 죽인 것도 애정을 바라서였구나. 스즈키가 친구를 바라는 마음은 조금 알 것 같다. 스즈키는 자신이 저지른 짓 때문에 평생 괴로울 거다. 소년원에서 지냈다고 해서 죗값을 다 치른 건 아니다. 스즈키는 평생 죄를 짊어져야 한다. 스즈키는 한사람이라도 자신과 함께 생각해주기를 바랐다. 감시하는 사람이 아닌 친구. 스즈키가 친구 만나기 어렵겠지만 살았으면 한다. 많은 사람은 스즈키가 죽기를 바랄지도. 피해자 부모도 그렇겠지. 참 어렵구나.

 

 어렵고 맞는 답이 없는 일도 생각해야 한다. 미성년자가 죄를 지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니 미성년자만 그런 건 아니구나. 남의 목숨을 빼앗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그랬다고 또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그런 생각이 실제 그런 일이 또 일어나게 할지도. 이런 말해도 나도 예전에 죄지은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우연히 내가 그런 일을 알게 된다면 둘레 사람한테 말하지는 않을 거다. 그냥 지켜볼 거다. 달라졌을지도 모르니.

 

 

 

희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주는 무척 넓어. 138억년 전 큰 폭발이 일어나고 팽창했다는데 지금도 하고 있다지. 그게 끝나는 날은 올까. 끝나면 어떻게 될까. 우주는 살아 있나 봐. 지구도 살아 있다 말하지. 사람한테는 지구도 꽤 넓고 큰데 우주는 더하지. 인류가 달에 갔지만 아직 우주 멀리까지 가지는 못해. 여전히 연구하는 사람이 있어서 언젠가 인류가 자유롭게 우주를 다닐 날도 오지 않을까. 그건 많이 나중일 듯해. 아니 이건 알 수 없는 일이군. 꼭 오래 연구해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연구를 하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오르기도 할 거야. 그래도 우주에 갈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아. 돈이 많이 들 테니. 다른 데 가는 거 안 좋아하는 내가 우주라고 가고 싶겠어.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가겠지만. 우주를 다니려면 체력도 있어야 해.

 

 어느 날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면 어떨까. 외계인이라기보다 외계 생물이라 해야 할까. 만화나 영화 소설에서는 외계 생물이 지구로 쳐들어 오는 걸 많이 그리기도 했지. 그런 것 때문에 외계 생물을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 많을 것 같아. 만화에서는 사람하고 가깝게 그리기도 하지만. 만화에서는 사람이 우주를 쉽게 다니지. 이 별에서 저 별로. 손오공은 순간 이동으로 어디든 다녀. 그러고 보니 손오공은 외계에서 지구로 왔군. 내가 말한 손오공은 서유기가 아닌 드래곤볼에 나오는 사람이야. 드래곤볼에서는 우주도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가 있다고 해. 그런 식으로 상상하다니. 난 고작 평행세계만 생각하는데. 평행세계도 우주가 통째로 있어야 하는 걸까. 지구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했는데. 이 책을 보면 우주 외계인을 생각할 수밖에 없어.

 

 제목인 ‘지구에서 한아뿐’은 ‘지구에서 하나뿐’이라 여겨도 돼. 경민(본래 이름은 발음하기 어렵대)은 멀고 먼 우주에서 지구 그것도 한국에 사는 한아를 보고 2만 광년을 날아서 지구로 왔어. 경민은 본래 한아가 사귀던 사람으로 늘 한아를 두고 어딘가에 다녔어. 캐나다로 별똥별을 보러 가서는 아예 우주로 가. 우주로 갈 수 있다니. 외계에서 온 다른 경민은 한아 남자친구인 경민한테 자신이 가진 우주 자유여행권과 경민 이름 얼굴 여러 가지를 바꿨어. 한아는 경민이 바뀌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놀랐지만 경민 얼굴을 한 경민을 받아들여. 한아를 만나려고 큰 빚을 지고 2만 광년이나 날아왔으니. 다른 나라 사람이다 생각하면 그런가 보다 할 수 있을지.

 

 난 조금 걱정했어. 외계인이 지구에 온 거잖아. 연구한다고 끌고 갈 수도 있어서. 다행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소설속 세상에는 외계인이 지구에 오는 일 평범한 일인가 봐. 그저 지구에 쳐들어오는 게 아니면 괜찮았어. 그렇다 해도 경민이 아주 사라지는 건 안 되는 듯해. 지구에는 경민 부모나 친구가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어. 한아는 한때 자신이 좋아한 경민과 경민 모습을 한 외계인을 따로 생각하기 어려웠어. 그 일은 그리 길지 않았군. 한아도 예전 경민이 아닌 지금 경민을 생각해. 한사람 영혼이 바뀌는 이야기 생각나기도 해. 그것과 비슷한 느낌이군. 영혼이 다르면 다른 사람이지. 재미있는 이야기야. 여러 가지 상상도 재미있고.

 

 지구에서 다른 나라로 가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우주 먼 곳에서 지구로 오는 건 어떨까. 그걸 생각하면 바로 내칠 수 없을지도. 우주에서 온 경민은 한아한테 잘했어. 예전 경민이 한아를 좋아하지 않은 건 아닌 듯하지만. 늘 함께 하기는 어려웠을지도. 그런 사람도 있는 거지.

 

 

 

희선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20-04-16 1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젠가는 외계인이 오기도 하고 서로 갈등과 충돌이 있을 수 있지만 나중엔 서로 교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나라들의 무역처럼 말이죠. 우리가 죽고 나서 먼훗날의 일일 것
같지만... ㅋ

희선 2020-04-18 03:04   좋아요 0 | URL
사람은 모르는 걸 무서워하기도 하죠 외계인이라 해도 서로 알려고 하면 좀 낫겠습니다 바로 쳐들어오지 않아야 할 텐데... 영화 같은 데서도 외계인과 이야기하려고 하는군요 언젠가 나타날 외계인이 지구인과 사이 좋게 지내기를...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