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레플리카
윤이형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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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윤이형 소설을 한권 만났습니다. 그것보다 이 책이 먼저 나온 거더군요. 먼저 본 책, 작가 이름을 보고 제가 아는 그 윤이형이 맞나 했습니다. 잘 아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번에 본 《졸업》과 이번에 만난 《러브 레플리카》를 쓴 사람은 같은 사람입니다. 가끔 이름이 같은 소설가도 있잖아요. 이름이 같아서 나중에 쓰는 사람이 이름을 바꿀 때도 있지만 그대로 쓰는 사람도 있지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말을 했네요. 한국 단편소설을 조금이라도 보자 생각하니 가끔 보기도 하는군요. 여전히 읽기 전에 ‘이 책을 잘 볼 수 있을까’ 합니다. 이 소설집에서 좀 알아들은 건 네 편쯤입니다. 마지막 이야기 <엘로>는 앞부분은 알겠지만 뒤는. 처음에는 다섯해 동안 함께 산 고양이가 죽고, 그 뒤 마르한은 집을 떠나 길에서 만난 여자아이와 집으로 함께 돌아옵니다. 잘 사나 했는데 마르한은 자기 안에 다시 의심이 생겼다고 말해요. 이제 시작인데 마지막 <엘로>를 처음에 말했군요. 엘로는 사람 몸 안에 생기는 불운 덩어리면서 마르한과 만나고 아내가 된 여자아이 이름이기도 해요.

 

윤이형이 쓴 소설은 SF 같기도 합니다. 마지막에 실린 <엘로>는 마법이 있는 세계로 조금 다르군요. SF 같고 마법이 있는 곳이라 해도 우리가 사는 현실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엘로>에서 마르한은 마법사로 대단한 일을 하기보다 다른 사람이 가진 아주 조금의 불운을 없애주었는데, 고양이 흰둥이가 죽고 자신이 흑마법을 쓰는 건 아닌가 의심을 하고 길을 떠나요. 마르한이 마법을 익힌 책을 쓴 사람을 만나려고. 마법은 힘을 들이지 않고 얻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여기에서 좋은 것을 바라면 여기 있던 안 좋은 게 다른 곳으로 가는 건 아닐지. 좋은 마법이라 할지라도 어딘가에는 나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죠. 이건 만화영화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본 것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나중에 나온 건 좀 달랐는데, 먼저 본 것에는 연금술을 쓰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해요. 마법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누군가한테 도움을 주려고 한 것이라 해도.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닐지 몰라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엘로가 불운 덩어리라고 하지만, 꼭 없애야 하는 것일지. 그게 조금이라도 있는 게 괜찮은 것일지도.

 

SF 같지 않은 게 하나 더 있습니다. <러브 레플리카>예요. 제목은 어쩐지 SF 같은데. 이름이 제목인 게 여러 편 있습니다. <대니> <루카> <핍> <엘로> 네 편입니다. 제가 가장 처음 본 윤이형 소설은 <루카>예요. 이건 동성애자가 나오지만 사랑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을 지지난해 했습니다. 여기에도 SF가 나와요. 루카가 쓴 시나리오에. 그렇다 해도 여전히 사랑이야기로 보입니다. 만나고 좋아하고 마음이 맞지 않아 헤어지는. 이번에는 루카가 죽었는지 죽지 않았는지 조금 헷갈렸습니다. 루카(본래 이름은 예성) 아버지는 루카가 게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루카가 죽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지지난해에는 이 말을 놓친 것 같네요. 루카가 사귄 딸기가 “너는 그곳에서 평안하니. (<루카>에서, 150쪽)” 하고 묻는 말을 보면 죽은 것 같네요. 아버지가 생각한 일이 그대로 일어난 것일지도. 아버지는 루카가 세상에 없어서, 그제서야 루카가 어땠는지 알고 싶었던 거겠지요.

 

맨 앞에 실린 <대니>는 마음이 조금 아린 이야기예요.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니는 사람이 아닌 안드로이드 베이비시터지만. 자기 이름을 알아주고 이야기를 나누면 그것만으로도 좋아할 수 있지요. 세상 사람은 그것을 안 좋게 보겠지만. 언젠가 본 소설 《해롤드와 모드》(콜린 히긴스, 저는 ‘19 그리고 80’ 으로 만났습니다)가 생각났어요. <핍>은 처음에는 무슨 이야긴가 했습니다. 한참을 본 다음에 어른이 사라지고 아이들만 남은 세상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이야기 차례가 뒤섞이고 처음 일어난 일이 마지막에 나옵니다. 이 정도만 알아들었네요. 핍이 만나고 헤어진 얀도 있기는 한데. <쿤의 여행>은 독특합니다. 몇몇 사람은 자기 대신 자란 쿤한테 업혀 살고 어른이 되지 않았습니다. 쿤은 무엇을 상징하는 걸까요. 나이를 먹는다고 다 어른은 아닌 것 같아요. 단지 어린이가 있기에 나이를 먹으면 어른이라 하는 것일지도. 어른이 되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고, 어른이 되고 싶지 않지만 어른이 되는 사람도 있겠지요.

 

두번째에 실린 <굿바이>를 보니, 어렸을 때 본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가 생각났어요. 사실은 <은하철도 999> 어떤 내용인지 거의 생각나지 않습니다. 남자아이 철이(데쓰로)가 메텔과 기차 999를 타고 우주 곳곳을 다닌다는 것만 생각나요. 제가 그 만화영화를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꽤 어릴 때였나봐요. 한번 찾아보니 철이(데쓰로)가 기계몸을 얻으려고 기차 999를 타고 안드로메다에 가는 거더군요. 철이는 여러 별에서 기계몸을 가진 사람을 만나요. <굿바이>에는 기계몸으로 바꾼 사람이 화성에 가서 살다 실패하고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게 나옵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게 엄마 배 속에 있는 아기예요. 아기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는 것도 나오는데, 다행하게도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기계몸으로 바꾸고 화성으로 간 사람과 아기 마음은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의 목숨을 먹고 살지 않겠다는 게. 목숨 있는 것은 다른 것의 죽음을 먹고 살잖아요. 그렇게 돌고 도는 건데, 그것을 부정하기보다 고맙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 듯합니다.

 

과학이 발달하고 사람이 우주에 간다 해도 사람이 모두 즐겁게 사는 건 아니더군요. 돈이 없어 쪼들리는 사람은 여전히 있고, 아기 엄마가 그랬군요. 그래도 아기 엄마는 아기와 살아가리라고 봅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누군가한테 도움이 되고 싶다 생각하지만 잘 안 되고. 잘되는 것보다 잘되지 않는 것이 많군요. 아쉽지만 그게 삶이기도 합니다.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전 희망을 갖고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주 작다 해도.

 

 

 

희선

 

 

 

 

☆―

 

우리는 다시 살고, 다시 죽고, 그러다 결국 없어지겠지만, 너를 만나서 나는 내가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 이렇게 이상한 곳에 있지만, 우리는 누군가 합성해놓은 남의 회한 같은 게 아니야. 누구의 소망도, 변명도 아니야. 나는 얀이야. 우리 부모님이 낳아주신, 너를 만나 같이 살았던, 얀.  (<핍>에서, 231쪽)

 

 

“사람들은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을 주고받는답니다. 행운만큼 불운도 주고 또 받을 수밖에 없어요. 마법이 아니라도 말이지요.”  (<엘로>에서,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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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7-02-23 0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 이 리뷰가 궁금해서 저쪽에서 클릭을 했는데 블로그 문을 닫았(?) 다고 메세지가 자꾸..그래서 쓰시는 중인가? 혼자 그랬네요 . 읽은 단편도 많은데 , 엘로 랑 핍 ㅡ 궁금했네요!^^ 나지막한 목소리~( 희선님 목소리가 실제 그럴까 ?) 잘 듣고 가요!^^

희선 2017-02-24 01:05   좋아요 1 | URL
핍은 별로 못 썼군요 이건 차례가 왔다 갔다 하더군요 뒤에서 앞으로 가지 않고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해요 마지막은 앞이군요 읽고 시간이 좀 지나서 잘 생각나지 않는데, 어른이 사라진 곳에 남은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살면서 나이 많은 아이가 어른 노릇을 해요 아이들은 자신이 실제로 있는 게 아니다는 의심을 하는 것 같기도... 얀이 핍한테 남긴 말을 보면, 둘이 만난 일이 서로가 실제로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희선

[그장소] 2017-02-24 01:10   좋아요 1 | URL
아..친절한 희선님!^^
얀도 핍도 궁금 궁금!^^
아이들만 덩그러니...그런 세상 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