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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
장석주 지음 / 현암사 / 2023년 6월
평점 :
에밀 시오랑이라는 이름을 언제 알았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우연히 알았겠지. 에밀 시오랑이라는 이름을 알았을 때 바로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지금도 잘 모른다. 앞으로는 알지. 조금 관심이 생기기는 했다. 태어난 걸 안 좋게 여겼다는 말이 있어서 말이다. 에밀 시오랑은 왜 그랬을까. 무엇 때문에. 누군가는 자신이 태어나서 다행이다 여기기도 하고 그런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는데, 난 그런 일이 한번도 없었다. 난 왜 이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괴롭게 사는가 하는 생각이 들뿐이다. 이걸 어릴 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때도 나름대로 안 좋았는데. 그때 이런저런 책을 봤다면, 지금 내가 좀 나을까. 모르겠다. 지금도 그렇게 괜찮아지지 않는데, 어릴 때 책을 봤다고 지금과 다를 것 같지는 않다. 더 안 좋게 여길지도.
사람이 태어나고 사는 게 쉬운 사람은 없겠지. 뭐든 괴로운 일이다. 사는 것도 괴롭고 이런 저런 걸 해야 한다는 것도 괴롭고.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주 안 좋아지겠지. 아주 조금만 내가 살 만큼만 하고 살려고 하는데, 그래선지 엉망이다. 둘레가. 에밀 시오랑 이야기하다 이쪽으로 흐르다니. 에밀 시오랑은 태어난 걸 안 좋게 여겼다 해도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고 오래 살았단다. 아주 오래는 아닐지 몰라도 평균 수명 정도 살지 않았을까 싶다. 힘들면 사는 것보다 죽는 게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일이 일어나면 난 왜 아직 살아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 생각 안 좋을지 모르겠지만. 생각하고 마는 걸 어떡하나.
이 책 제목이 《에밀 시오랑을 읽는 오후》지만, 이 책만 나오지 않는다. 책을 읽고 쓴 글은 아니고 글에 인용한 책 제목이 나온다. 그것도 글 하나에 한권이나 두권 정도. 그런 거 기억한 걸지, 어딘가에 정리해두고 글을 쓰다 적절한 때 인용한 걸지. 기억하는 것도 있고 정리해둔 것도 있겠지. 장석주는 시인이면서 다른 글도 많이 쓴다. 시집 안 나오나 했는데, 2024년에 새로운 시집이 나왔다. 장석주 시인 시집 한권인가 두권인가 봤던가. 난 장석주를 시인으로 만났구나. 시를 먼저 봤으니. 시간이 흐르고 다른 글도 쓴다는 걸 알았다. 책을 아주 많이 보고, 글을 쓴다고 한다. 소설 작법 같은 것도 쓰지 않았던가. 그걸 쓴 건 맞는데 난 읽어보지 않은 듯하다. 내가 본 건 다른 작가가 쓴 거다. 몇 해 전에는 글쓰기를 말하는 책을 봤다. 어쨌든 장석주는 책을 많이 본다. 가진 책도 많다고 들은 듯하다.
시간이 흐르고 시인 박연준과 부부라는 것도 알았다. 난 처음 결혼한 건가 했는데, 장석주는 두번째였다. 이런 걸 쓰다니. 예전에 그거 알고 신기하다고 느껴서. 얼마전에 라디오 방송에 박연준 시인이 나온 걸 듣기도 해서. 이 책에서 ‘아내’라 하는 사람도 박연준이겠지. 책을 보면서 그런 걸 생각하다니. 어쩔 수 없나. 그런 것뿐 아니라 나와는 참 다르구나 했다. 사람이 다르니 다른 건 당연한데, 그런 걸 새삼 느끼다니. 난 여자 남자 그렇게 마음 쓰지 않는다. 하지만 책을 보면 여자와 남자는 조금 다르다는 게 느껴지기도 한다. 늘 그런 건 아니다. 남성은 그렇게 무서워하는 게 없다는 느낌 같은 걸 느낀다. 실제 남성은 밤길 무서워하지 않고, 무서워하는 사람도 없을 거다. 난 아니구나. 그게 좀 슬프기도 했다. 남자 여자 성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데. 소설은 그런 게 덜할지도. 이거 조금 쓸데없는 생각인 것 같다.
책을 좀 깊이 잘 보고 싶었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여러 가지 좋은 이야기가 담기기는 했는데. 기억에 남는 건 고양이 이야기다. 장석주도 고양이를 좋아하는구나. 박연준도 고양이 이야기하는 거 들은 것 같기도 하다. 고양이를 죽이고 동물 학대를 하는 사람 이야기도 썼다. 귀여운 고양이를 죽이려 하는 사람도 있다니. 그런 사람은 고양이뿐 아니라 자신보다 힘 없는 사람한테 세게 보이려 할 거다. 왜 세상에 그런 사람이 늘어나는지. 지금 한국은 경쟁이 아주 심한 사회다. 경쟁이 안 좋은 건 아니지만,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려는 사람도 있겠지. 그런 경쟁보다는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는데, 그래야 서로가 좋을 거 아닌가. 난 뭐든 잘 못해서 경쟁하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경쟁 안 할까. 나도 모르게 조금 할지도 모르지.
지구를 망치는 사람. 코로나 펜데믹. 몇 해 동안 일어난 일과 장석주가 젊었을 때 일어난 일도 조금 말한다. 책읽기도. 지금은 책보다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이 더 많겠지. 자신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이어서 다행이다 했다. 나도 그렇게 다르지 않구나. 하지만 그렇게 괜찮아지지는 않았다. 남한테 해를 끼치지 않으면 좀 낫겠지. 그런 생각으로 살아야겠다. 남뿐 아니라 이 세상에. 아니 사람은 살아가는 것만으로 지구에 해를 끼치는구나. 그건 어쩔 수 없다. 조금이라도 덜 해를 끼치려고 애쓰면 좀 낫겠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