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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3 - 박경리 대하소설, 4부 1권
박경리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6월
평점 :
조선시대에 양반이라고 다 부자는 아니었을 거다. 가난한 양반은 어떻게 살았으려나. 평사리에 살던 김훈장은 가난해서 농사 짓고 살았다. 김훈장이니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서희도 가르쳤던가. 훈장을 못하게 되고 자신이 스스로 농사를 지었을 것 같다. 양반이라고 농사 짓지 마란 법은 없기도 하다. 농사 지을 곳이 있기라도 하면 괜찮았겠다. 일제 강점기에는 소작농이 더 많았나 보다. 서류가 없기도 해서 일본은 땅을 빼앗아 가기도 했다. 일본 사람이 땅주인이 되고 그런 땅에서 농사 짓는 사람은 제대로 살기 어려웠다. 농사를 지어도 빼앗기고 빚을 졌다. 그때 일본 사람에는 조선 땅을 빼앗고 식민지를 삼은 걸 잘못했다 생각한 사람 별로 없었겠다.
이번에 본 건 《토지》 13권이고 4부 1권이다. 토지는 모두 스무권이고 5부까지다. 반이 넘었다. 시간도 많이 흘렀다. 처음에 평사리 최참판집 서희는 여섯살이었는데, 지금은 마흔이 넘었으려나. 서희 할머니, 아버지, 엄마 그리고 삼촌 김환은 죽었구나. 지난번엔 용이가 죽었다.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산 사람도 많다. 서희 둘째 윤국이는 12권에서 학생들이 뭔가 하려는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광주 학생사건에서 이어진 맹휴사건으로 무기정학처분을 받았다. 그나마 그때는 많은 학생이 잡혀서 심한 고문은 없었다. 아니 그런 게 아주 없었던 건 아니었나. 한복이 아들 영호는 주모자로 끌려가고 오래 갇혀 있다 풀려 났는데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한복이 아들 영호가 나라를 생각하고 한 일을 평사리 사람들이 알고는 한복이를 다르게 대했다. 이제야 살인자 아들 꼬리표를 떼는 건가. 한복이는 여전히 만주에 다녔다.
윤국은 조금 웃겼다. 학교에서 무기정학 받고 집을 나갔다가 서울에서 잠시 지내다 돌아왔다. 나쁜 사람 안 만나서 다행이다 싶었다. 길상이는 곧 감옥에서 나올 것 같다. 윤국이는 아버지 얼굴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어릴 때 헤어졌으니. 환국이나 윤국이는 부자여서 남들보다 고생은 덜했다. 그런 거 알까. 환국이는 그걸 조금 부끄럽게 여기는 듯했다. 그때 자신이 부자여서 그걸 안 좋게 여긴 사람 있었을지도. 부자였던 사람이 재산을 독립운동에 쓰거나 한국 문화재를 지킨 사람도 있구나. 환국이 윤국이 집이 부자인 거지 그게 두 사람 건 아니구나. 서희는 조금 친일파로 보이려고도 한다. 많이 드러나는 건 아니고. 평사리 사람은 최참판집이 있어서 다행이다 여겼다.
여기에는 이런저런 남녀가 나오는 것도 같다. 소지감 외사촌 동생 민지연은 결혼하기로 한 사람이 출가하고 스님이 되자 열해 동안 결혼하지 않았다. 민지연은 결혼하려 했던 하기서(일진 스님)가 어디 있는지 알고는 만나러 간다. 뚜렷한 답은 얻지 못할 것 같다. 하기서는 결혼이 진행되는 걸 그냥 놔두었다. 왜 그때 결혼 안 한다고 말하지 않았을까. 말했다면 민지연이 덜 상처받지 않았을까. 사람은 자기 생각에 빠지면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못하는구나. 조병하와 명희도 그렇게 괜찮아 보이지는 않는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그랬구나. 이번 13권에서 명희가 좀 달라졌다. 시동생인 조찬하를 밖에서 만나고는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그걸 본 조병하는 두 사람을 덫에 빠뜨리려 했는데 반대가 되었다. 동생인 조찬하는 형이 명희와 헤어지면 자신이 명희와 결혼하겠다고 하고 명희는 조병하와 헤어지겠다고 하고 집을 나갔다. 이혼 이야기는 조병하가 먼저 꺼냈다. 명희는 조찬하와 집에 왔을 때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했을까.
자신이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한 명희는 드디어 조병하와 결혼을 끝낸다. 조병하가 명희를 괴롭힌 걸 생각하면 오래 참은 거다. 이걸로 끝나는 거 맞을까. 명희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다는 생각을 자꾸 했다. 그런 생각이어선지 명희는 죽을 뻔했는데 다행하게도 살았다. 명희는 처음 봤을 때하고 조금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앞으로 괜찮아야 할 텐데. 일본 사람 오가타 지로와 한국 사람 유인실. 남자는 일본 사람과 결혼해도 심하게 뭐라 하지 않는데, 여성은 일본 사람과 사귀는 것도 안 된다고 여겼구나. 차별이다. 지금이라고 많이 달라졌을지. 일제 강점기 만큼은 아닐지라도 남자보다 여자가 안 좋은 말 듣거나 집안에서 반대할 것 같다. 이중섭 말했는데 이중섭도 남자구나.
만주로 떠나려는 홍이는 이웃 오서방과 우서방 싸움을 말리려다 크게 다쳤다. 오서방은 우서방을 죽이고 만다. 어떻게 보면 정당방위겠지만 심했구나. 예전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 해도 그냥 모르는 사이로 살지. 홍이는 만주로 가는구나. 지금 가면 다시 오기 어렵지 않을까. 어떻게 되는지 앞으로 보면 알겠지. 석이도 만주로 피신했다. 식구들은 모른다. 세상이라도 나아져야 소식을 전하지. 모두가 살기 힘들 때지만 그걸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도 있다. 김두만이 그랬다. 어릴 때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김두만은 평사리 사람을 싫어했다. 아버지가 최참판집 노비여서 그랬다. 아주 먼 곳으로 떠나지 왜 평사리와 가까운 진주에 살았는지. 예전에 이런 사람 많았겠다. 부모가 노비여서 그걸 부끄럽게 여긴 사람. 이젠 양반 상민 그런 게 없는데. 그런 거 생각 안 하려면 시간이 더 흘러야겠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