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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조해진 지음, 곽지선 그림 / 마음산책 / 2022년 1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119/pimg_7987151333636707.png)
지구는 바이러스와 기후변화로 살기 어려워질까. 지구 온도는 조금씩 빠르게 올라가니 생물이 살기 어렵고 재해도 크게 일어나겠다. 북극과 남극 얼음과 빙하도 빠르게 녹는다. 북극곰은 북극에 먹을 게 없어서 사람이 사는 곳에 나타난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북극곰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도 들었다. 남극에 사는 펭귄이라고 다르지 않다. 펭귄도 먹을 게 없고 고래나 다른 바다 생물도 먹을 게 별로 없을지도. 지구가 나빠진다는 걸 알아도 사람은 살아간다. 아주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기는 했지만. 지구는 인류를 줄이려고 그런 바이러스를 만들었을까. 아니 바이러스는 사람이 만든 거나 마찬가지구나.
여기 실린 소설은 지금까지 본 조해진 소설과 조금 다르다. 아니 내가 몰랐던 거고 조해진은 이런 소설도 썼을지도. SF 같은 느낌. 지구가 끝나가는. 예전에 썼던 걸 고치기도 했단다. 코로나19가 나타나고 거기에 맞게 고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여기 실린 소설 여덟편에서는 세상이 끝나간다. 세상이 끝난다 해도 조금 희망을 그렸다. 지구에 X가 부딪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X-이경> <X-현석>에서는 그날이 찾아왔을 때 X가 지구에 부딪치지 않았다. 아니 그 시간이 조금 뒤로 간 건지도. X가 오는 날은 26일 남았는데 이경은 29일 뒤에 있을 영화제 준비를 하다가 회사를 나가 예전에 사귀다 헤어진 현석을 만나러 간다. 세상이 끝나갈 때 이경은 현석과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석은 이경이 자신을 떠난 걸 여전히 원망하는 듯했다. 세상이 끝날 날이 다가오자 현석은 마음이 조금 풀린 것 같다. 어쩌면 이경과 함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위층 여자를 영안실로 옮겨설지도.
재해나 소행성 같은 게 지구로 다가와서 세상이 끝날지도 모른다고 하면, 그날이 오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사람도 있겠지. 난 그날을 기다려 보겠다. 혹시 아나 그날 별 일 없이 지나갈지. 이런 생각을 하다니. 끝나면 끝나는 거고. <상자>에서 민영이 서류가 들었다고 여긴 상자에는 뭐가 들었던 걸까. 죽은 새는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민영은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갔을지. <귀향>은 잘 생각나지 않는데, 여기 나온 곳은 어딜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홍콩이 떠오르는데. 글을 쓰지 못하게 된 유진은 자신을 길러준 라라 고향에 가고 다시 글을 쓰려고 한다. 유진은 다시 글을 쓰게 되겠지. 라라 이야기를 쓸 것 같다. 세상이 아주 달라지면 자기가 바라는대로 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큰 행복>에서는 세상이 살기 어려워지자 남자와 남자가 함께 산다. 시간은 흐르고 한사람 딸이 아파서 돌아가려고 한다. 세상은 망해가도 두 사람이 함께 해서 그때만은 좋았겠지. 좋았기를 바란다.
다음에 나오는 두 편 <귀환>과 <종언>은 우주에서 아들한테 돌아가려는 은정 이야기와 수호가 끝나가는 지구에서 사는 이야기다. <귀환>에서 은정은 무사히 지구에 도착했을까. 서울과 멀지 않은 곳으로 왔다면 괜찮을 텐데. 수호는 자기 머리에 있는 칩을 없애려고 포항에 갔다가 혼자 미용실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남자아이 박민수를 만난다. 민수는 수호와 함께 거기를 떠나기로 한다. 수호와 민수는 함께 서울로 돌아간다. 이걸 보니 읽어보지는 못한 코맥 맥카시 소설 《더 로드》가 생각났다. 많은 사람이 죽고 세상이 끝나간다 해도 누군가 함께 할 사람이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
마지막 이야기 <CLOSED>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아직 살아 있는 건 아주 오래 산 넬뿐이다. 다른 사람도 있다고 하지만 그 사람들과 넬은 만나지 않았다. 넬을 로봇이 돌보는 듯했다. 그 로봇은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었다. 수명이 다 하면 다시 만든다. HN0034는 감정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로봇도 감정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 이야기에선 정말 넬만 살아 남은 걸지.
희선